소설리스트

121화. 선물 (121/128)


#121화. 선물
2022.12.26.


삐빅.

알람이 채 한번 울리기도 전에 꺼졌다.

무혁은 혹시라도 재희가 깰까 봐 머리를 쓸어올리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침대가 흔들렸지만, 평소라면 금방 잠에서 깼을 재희는 좀처럼 일어날 줄 몰랐다.

무혁은 재희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추고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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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셨어요? 마침 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경자의 아침 인사에 무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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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식사는 됐습니다. 커피 한 잔만 주십시오.”

경자가 내준 커피를 다 마신 뒤 무혁은 아직도 문이 닫혀 있는 안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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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경자가 묻자 무혁이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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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어나면 좀 더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챙겨주십시오,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마시고요.”

한 번 더 무혁이 당부하자 경자는 의아했지만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을 나서던 무혁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얼마 전에 꾼 꿈이 떠오른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무혁이 이내 고개 저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무혁이 출근한 뒤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재희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도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 무혁이 새로 알람을 맞춰둔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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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같이 못 나갔네.”

재희는 가만히 한숨을 삼켰다.

얼마나 됐을까. 갤러리에 복귀한 뒤로 재희는 무혁과 함께 출근을 하지 못했다.

무혁이 곤히 잠든 재희를 굳이 깨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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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그런가. 잠이 많아졌어.”

이상하게 요즘 잠이 쏟아졌다. 밤에 무혁과 대화를 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업무 중에도 잠깐씩 조는 바람에 혜란이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재희는 찌뿌둥한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안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경자가 예의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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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셨어요? 사장님은 이미 출근하셨어요.”

늦잠 잔 것도 아니지만 재희는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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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른 말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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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른 말씀은 없으셨네요.”

경자가 갓 지은 밥을 그릇에 담아 주었다.

재희가 가볍게 하품을 하며 자리에 앉자 경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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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직도 피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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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상하게 요즘 졸려서. 겨울이라 잠이 많아졌나 봐요.”

재희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경자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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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모님. 이건 그냥 아줌마의 오지랖이라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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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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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이 가진 거 아니에요?”

막 수저를 들려던 재희의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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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도 그랬답니다. 건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애가 갑자기 잠만 자고 그러더니, 임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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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그냥 겨울이라 그런 걸 거예요.”

재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경자는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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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뭐 이상한 건 없었어요? 꿈이라든가, 그런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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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런건…….”

대꾸하던 재희의 말끝이 흐려졌다.

일주일 전, 꿈에서 서점 할아버지가 선물이라며 하얀 아기호랑이가 품에 안기던 꿈을 기억해낸 것이다.

재희가 선뜻 부정하지 않자 경자가 어머, 어머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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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 나온 김에 오늘 한번 병원에 가보세요. 혹시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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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수도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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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의사가 진단하는 거예요.”

경자의 호들갑에 재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는 가만히 아랫배에 손을 가져갔다.

경자의 말대로 정말 임신이라면. 문득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재희는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기대했다가 돌아오는 실망은 큰 법이었으니까.

* * *

혜란의 배려에 연차를 쓴 검사를 한 뒤 재희는 경자와 함께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희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경자는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같이 가겠다고 했다.

병원에 오기 전 임신테스트기를 먼저 사려고 했지만, 경자는 병원이 더 확실하다고 설득했다.

그 모습이 마치 엄마 같아서 약해진 재희는 결국 경자의 말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까지 온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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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님. 원장실로 들어가실게요.”

간호사의 호명에 재희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모니터를 보며 수치를 확인하는 원장을 재희는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짧은 시간이 마치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때쯤 원장이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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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엄마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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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재희가 믿기지 않는 듯 되묻자 원장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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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천사님이 찾아왔어요. 여기 화면을 보시면.”

원장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으나 재희는 거의 듣지 못했다.

주수를 듣는 순간, 재희는 더더욱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니 딱 그날 아이가 찾아온 것 같았다.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온 시기도 놀라웠을뿐더러, 배 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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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너무 축하드려요, 사모님. 집안에 경사가 생겼네요.”

병원문을 나서며 경자와 이 실장이 축하했지만, 재희는 제대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고 현실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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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나랑 무혁 씨 아이.’

재희는 가만히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재희는 원했던 아이였다. 귀여운 도화를 보며 재희는 종종 저런 귀여운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정말로 찾아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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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혁 씨도 좋아할까.’

문득 그런 걱정이 들었다.

예전에 대화를 나눌 때 무혁은 따로 아이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때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했는데, 지금도 무혁이 아이를 원치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재희는 애써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아이에게 혹시라도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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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님. 잠시 백화점에 들렀다 가요.”

문득 집에 돌아가려던 재희는 충동적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아직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없지만, 재희는 아기 용품 매장에 들러 분홍색과 파랑색의 작은 아기 신발 두 켤레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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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

손바닥보다 작은 신발을 보자 재희는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기 신발을 산 뒤 재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무혁이 일할 동안 전화하는 걸 자제하는 재희였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었다.

빨리 아이를 가졌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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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야.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무혁이 전화를 받았다.

주변이 좀 소란스러운 듯 했지만, 재희는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재희는 작은 신발을 보며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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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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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늦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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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저녁 같이 먹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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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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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냥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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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저녁 전에 들어갈게.

통화 종료 후 재희는 아기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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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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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씨 전화냐?”

오랜만에 KM 건축사사무소에 들른 무혁은 민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KJ 건설에 신경을 쓰느라 오랜만에 들른 KM 건축사무소는 민석이 훌륭하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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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까 했던 얘기로 돌아가 볼까. 이제 어떻게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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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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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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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노을 서점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와 거래를 하면서 반쯤은 반항심으로 만든 건축사사무소였다. 그렇다고 해도 애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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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도 네 자리는 그대로 비워둘 거다.”

화를 낼 줄 알았던 민석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석은 무혁이 이 사무소를 설립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재희, 한 사람 때문이었다.

민석은 그런 무혁을 최선을 다해 응원했었고, 그가 KJ 건설에 들어가면서 이 자리를 정리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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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대단한 놈이야.”

민석은 무혁의 집념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어이 아버지를 이겨 먹은 무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박정수와 한유라를 묶어서 구속시켜버리는 무혁을 보며 민석은 무혁을 절대 적으로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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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올 것 같은데.”

민석의 말에 무혁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이 어두컴컴한 것이 민석의 말대로 곧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심상치 않은 바깥 날씨에 표정이 굳은 무혁은 조금 더 서둘러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 * *

경자는 경사스러운 날이라며 솜씨를 있는 대로 부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냈다.

재희가 과하다며 웃었지만,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받는 건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경자가 두 사람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기 싫다며 나가자 집 안은 조용해졌다.

전과 다른 기분으로 집안을 둘러보다 문득 창밖을 본 재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날이 어두컴컴한 게 꼭 눈이 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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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

여전히 눈이 오는 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긴 이런 날에 눈 소식은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재희는 괜히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무혁과 함께 축하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재희는 아기 신발 두 켤레를 상 위에 올려둘까 하다 이내 마음을 바꿔먹었다.

재희는 무혁이 들어오자마자 볼 수 있도록 아기 신발을 현관 앞에 놓아두었다.

거기에 태몽으로 꿨던 호랑이 인형도 아기 신발 옆에 슬쩍 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삐릭.

현관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앉아있던 재희가 서둘러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희는 긴장 가득한 마음으로 현관 앞에 서서 무혁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무혁의 모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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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재희가 일부러 밝게 웃으며 무혁을 맞이했다.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안으로 발을 디디던 무혁이 그대로 굳었다.

현관에 놓인 아기 신발 두 켤레가 시선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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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무혁을 보며 재희가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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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저 커다란 선물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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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혁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아기 신발에 시선을 두던 그가 진중한 눈으로 재희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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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엄마가 된대요.”

재희가 아랫배를 감싸며 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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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된 걸 축하해요. 무혁 씨.”

무혁은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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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답이 없지?’

재희가 긴장한 눈으로 무혁을 쳐다보았다.

투둑, 무혁의 손에 들려 있던 쇼핑백이 떨어지며 안에 담겨 있던 커다란 꽃다발이 바닥에 흐트러졌다. 웬 꽃이냐고 묻기도 전에 갑자기 무혁이 얼굴을 감싸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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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괜찮아요?”

깜짝 놀란 재희가 다가가자 무혁이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재희는 자신을 끌어안은 그의 두꺼운 팔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떨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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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요?”

조심스러운 재희의 물음에 무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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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 재희야. 고마워.”

무혁의 진심 어린 말에 재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낮에 잠시라도 무혁이 기뻐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란 생각한 것 자체가 어리석었었다. 무혁은, 재희가 아는 무혁이라면 틀림없이 기뻐했을 건데.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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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걸 축하해. 재희야."

무혁의 진심 어린 축하 인사에 재희가 가만히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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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누구보다 무혁 씨가 그렇게 말해줘서 더 기뻐요.”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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