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재혁이. (104/128)


#104화. 재혁이.
2022.10.27.


재혁은 오랜만에 온 집 앞에 서서 대문을 올려다보았다.

한 번도 이 집 대문을 넘어서는데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고3 때 할머니의 기대가 너무 커서 방황할 때도, 할머니가 던진 벼루에 누나 대신 맞았을 때도, 할머니와 다퉜을 때도 그 어느 때라도 재혁은 대문을 넘어서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부담스럽네.”

무혁에게는 제대로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재혁은 할머니를 사랑했다.

재희를 사랑해주지 않았던 할머니였지만 재혁에겐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할머니였으니까.

그런 할머니에게 더 이상 당신 뜻대로 살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면 할머니 가슴에 대못 박는 말을 하기 위해 왔으니 그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누나는 매일매일 이런 기분을 느꼈겠지.’

재혁에겐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는 이 대문을 넘어서는 용기가 재희에게 필요한 날들이었을 터였다.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자.”

아주 잠깐 두바이로 안 가겠다고 무혁에게 말을 할까 고민도 했다.

그러다 이내 그 마음을 접어버렸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영영 변하는 건 없었다.


‘실은 매형이 무서워서지만.’

심호흡을 하며 결심을 굳힌 재혁이 대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저 왔…….”

“아이고! 재혁아!”

현관문을 열기 무섭게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재혁이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꽉 끌어안으며 내 새끼, 내 새끼 애달프게 불렀다.


“어디 아픈 곳은 없누? 굶지는 않았고? 아이고.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피부가 타고 얼굴이 반쪽이 됐누. 뭐 먹고 싶은 건 없고? 이 할미가 백숙이라도 해주랴? 아니, 아니다. 우리 재혁이 장어. 장어 맥여야겠다.”

겨우 오 일 가출한 것뿐인데 할머니는 이산가족 상봉한 것처럼 애달파했다.

이리저리 살펴보며 걱정하는 할머니를 본 재혁은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할머니. 숨 막혀요. 숨.”

“그래그래. 내 새끼. 얼른 들어와라. 춥다.”

따뜻한 5월이건만 할머니는 마치 눈 폭풍이라도 뚫고 돌아온 손자를 본 것처럼 대했다.

유난이다 못해 부담스럽기까지 한 할머니의 걱정을 실컷 들어주던 재혁이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할머니.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오냐. 내 새끼. 이 할미가 다 들어주마.”

“먼저 오해부터 풀게요. 저 오 일 동안 안 들어왔을 때, 그거 누나가 시킨 거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냐.”

할머니의 목소리가 단번에 돌변했다.


“저 누나한테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간 거였어요.”

재혁이 주섬주섬 휴대전화를 꺼내 재희와 메시지 나눈 화면을 보여주었다.


“누나랑 나눈 대화예요. 누나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없어요. 오히려 내가 민폐를 끼쳤으면 끼쳤지.”

돋보기 안경을 쓰고 메시지를 보던 할머니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러니까 누나가 날 꼬드겼다느니 뭐라느니 그런 소리하지마세요.”

재혁은 여기서 할머니가 누나에게 모진 소리를 하려고 한다면 더 큰소리 낼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할머니의 반응에 재혁이 도리어 벙쪘다.


“오냐. 그래. 알겠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귀한 손주가 저리 말하니 할머니는 꾹꾹 눌러 참았다.

여기서 큰소리를 낸다면 재혁이가 또 나가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시 참아주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나는 할머니를 얼떨떨한 얼굴로 보던 재혁이 곧 멍해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저 휴학할 거예요.”

“그래그래. 그깟 학교 그만둬도 된다. 내 새끼가 힘들다는데.”

이건 재혁이도 예상한 반응이었다.

할머니는 재혁에게 거는 기대도 사랑도 컸지만, 재혁이 중요시하는 학교나 공모전 등은 하찮게 생각했으니까.


“휴학하면 저 해외로 나갈 거예요.”

“뭐?”

“이미 얘기도, 준비도 끝났어요. 나가면 몇 개월 동안 안 돌아올 거예요. 어쩌면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딜 간다고? 네가 어딜 가!”

예상대로 할머니가 펄쩍 뛰었다.

마치 천지가 개벽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순간 마음이 약해졌지만 재혁은 다시 다잡았다.


“몰래 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할머니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말씀드리려고 온 거예요.”

“재혁아. 아니, 재혁아. 이게 무슨 소리냐. 아니지? 갑자기 무슨 해외냐.”

“저 이미 결심했고 무슨 일 있어도 나갈 거예요.”

“혹시 취업 때문에 그러냐? 그런 거면 KJ 건설의 상무인 네 매형이 있는데 왜 네가 고생을 해.”

“할머니.”

“내가 당장 그것한테 전화를 넣으마. 제 동생이 그 멀리까지 가서 고생한다는데 누나가 돼서 모른 척하겠느냐.”

“누나한테 전화하기만 해봐요!”

버럭, 재혁이 소리를 지르자 할머니가 충격받은 얼굴로 손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 네가 나한테 지금 소리를 지른 거냐.”

“내가 나가겠다고 결심했고, 내가 결정한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누나는 왜 끼워 넣어요!”

“…….”

“전 어린 애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살았으면 충분하잖아요. 언제까지 절 할머니 마음대로 다루려고 하실 거예요?”

“내가 언제 그랬누! 이 할미는 언제나 네가 잘 되기만을 바랐는데.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

흥분한 재혁이 씩씩대다가 곧 할머니 얼굴을 보곤 마음이 누그러졌다.

역시 할머니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전 꼭 나갈 거예요. 저를 정말 위하신다면 이러지 마세요.”

재혁은 대체적으로 순순히 할머니의 말을 따랐지만 지금처럼 고집스럽게 말할 땐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항상 온 신경이 재혁에게 쏟아져 있는 할머니는 더 이상 설득이 통하지 않는 걸 깨달았다.


“그것이 너한테 그러더냐.”

갑자기 재희를 끼워 넣는 할머니 때문에 재혁이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었다.


“네가 예전부터 그것한테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기어이 너를 나한테서 떼어놓으려고 하는구나.”

“할머니…….”

“말이 나온 김에 솔직하게 말하거라. 아까 나한테 보여준 그 메시지도 그것이 너한테 시킨 거 아니냐?”

재혁이 짜증 서린 얼굴로 머리를 거칠게 벅벅 긁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재혁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 내렸지만 할머니 마음에 안 들면 항상 화살이 재희에게 향했다.


“그만해요. 할머니가 뭐라고 말리시든 난 나갈 거니까.”

“안 된다, 재혁아!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 귀한 내 손주가 가긴 어딜 가느냐.”

할머니의 고집은 만만치 않았다.

그런 할머니의 고집을 못 이기고 포기한 적이 몇 번이었던가.

머리 아픈 듯 끙끙대던 재혁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럼 할머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갈게요.”

“부탁? 그래. 뭐냐? 이 할미가 우리 손주를 위해서 뭐든 못할까.”

“누나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세요.”

재혁의 말에 할머니가 굳었다.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재혁은 다시 주워 담을 생각 따위 없었다.


“지금까지 못되게 굴어서 미안했다고 누나에게 사과하세요. 진심으로. 누나가 그 사과를 받아 준다면 안 나갈게요.”

“날 더러 지금 그것한테 사과를 하라는 거냐?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할머니의 이런 반응은 재혁도 충분히 예상했다.

할머니는 절대 재희에게 사과할 인물이 못됐다.

재희를 미워하는 건 할머니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평생 그러고 사셨으니 아무리 재혁의 부탁이래도 쉽게 수긍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재희에게 사과할 거라 재혁은 작게나마 기대를 했다. 할머니는 그런 재혁의 작은 기대마저 깨뜨려버렸다.


“할머니가 선택하세요. 누나한테 사과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절 보내주시든지.”

“재혁아!”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말리셔도 전 갈 거예요.”

“재, 재혁아. 네가,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러느냐.”

“이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저 이제 안 들어 올 거고 또 내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누나한테 전화하면 정말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다시 나가려던 재혁이 문득 멈춰 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번에 제가 집에 나간 거 누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할머니가 싫어서 나간 거니까요.”

재혁이 냉정하게 말하곤 다시 나가버렸다.

할머니가 싫어서 나간 거라는 손주의 말에 할머니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아이고. 큰 사모님.”

부엌에서 눈치 보던 영산댁이 후다닥 달려 나와 부축했다.

할머니는 재혁이 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마냥 아이 같던 손주는 이제 아무리 뜯어말려도 듣지도, 고집을 꺾을 생각도 하지 않을 기세였다. 당장 여기서 자신이 쓰러져도 말이다.


“아, 아이고…….”

할머니의 입에서 허망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 * *

할머니는 앓아누웠다.

그렇게 나가버린 재혁은 정말로 돌아오지 않았다.

끙끙대며 누워 있던 할머니는 곁에 앉아 있던 홍연화에게 물었다.


“어멈아. 네가 재혁이 좀 설득해 보거라. 우리 재혁이가 어딘지도 모르는 나라로 간다잖느냐.”

그러나 홍연화는 곤란한 기색으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거기가 어디라고 가. 거기가 어디라고. 위험할 텐데. 거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재혁이 어쩌누.”

끙끙대며 재혁이를 걱정하는 할머니를 보며 홍연화는 남몰래 한숨을 삼켰다.


“재혁이는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어머님. 안 그래도 학교 졸업하면 유학 한번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

“그게 어미가 돼서 할 말이냐! 넌 자식이 걱정도 안 돼?”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며 노성을 질렀다.


“자고로 이 땅에서 나고 자랐으면 이 땅에서 지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어디 물 건너 모르는 나라에 몇 달이나 있겠단 거냐! 안 될 말이다!”

‘저 고집. 지긋하기도 하지. 엄마인 내가 괜찮다는데 왜 저러시는 거야, 정말.’

홍연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는 자신인데 할머니가 더 재혁이를 곁에 두고 키웠다.

막 입을 떼기 시작한 재혁이가 할머니에게 ‘엄마’라고 한 것만 봐도 그랬다.

화들짝 놀란 홍연화는 겨우 재혁이에게 자신이 엄마인 걸 가르쳤지만, 그때 식겁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는 육아 방식이며 뭐며 뭐든지 자신의 방식대로 하길 원했다.

시어머니 말씀이라 어느 정도 따른 것도 있었지만, 그만큼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홍연화는 할머니에게 받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참고 넘긴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인 할머니의 성격에 질린 적도 많았다.

정말 재혁이를 위한다면 반대를 할 게 아닌데도 꽉 막힌 어머니가 갑갑했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도 할머니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사실 홍연화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아, 아비냐? 얼른 들어오너라!”

신채근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리자 할머니의 안색이 금세 환해졌다.

방에 들어온 신채근이 나가 있으라는 듯 눈짓하자, 홍연화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가버렸다.


“아비야. 내 말 좀 들어보거라. 재혁이가 글쎄,”

“이미 들었습니다. 보낼 겁니다.”

운을 띄우며 말을 하려던 할머니가 신채근의 반응이 굳었다.


“재혁이, 사위가 데리고 가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안 사람도 허락했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너까지 왜 그런 소리를 해! 아비가 돼서 그런 소리냐!”

“부모니까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아비야!”

“재혁이도 인제 그만 철부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언제까지 싸고돌 순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재혁이 아직 어리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재혁이를 어디로 보내!”

“어머니도 그쯤 하십시오. 언제까지 싸고도실 겁니까. 재혁이도 어머니 입맛에 맞춰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재혁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십시오.”

“지금 그 말은 내가 재혁이를 내 입맛에 맞춰서 키우고 있었다, 이거냐?”

노함으로 할머니의 볼이 부들부들 떨렸다.


“재혁이는 어머니의 인형이 아닙니다. 또한 어머니의 손자이기도 하지만, 저와 안사람의 자식입니다. 부모인 저와 안사람이 허락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십시오.”

“내, 내가 할미로서 그 정도 말도 할 수 없단 말이냐.”

“과합니다. 재혁이가 왜 가출까지 했는지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 말 한번 잘 했다. 필시 그것이 재혁이에게 시킨 게 틀림없다.”

할머니가 부들부들대며 재희 탓으로 돌리자 신채근의 표정이 굳었다.


“그것이 아니라 재희입니다. 신재희. 어머니가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아서 제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요.”

“뭐라.”

“더 이상 내 딸을 건들지도, 탓하지도 마십시오. 잘 살고 있는 아이, 건들지 말란 말입니다.”

“아비야! 허락하지 못한다. 번개가 내리쳐도 허락 못 한단 말이다. 내 그것한테 가봐야겠다. 무슨 요상한 짓을 해놨길래 우리 재혁이가 저러는지 내가 직접 들어야겠어!”

“어머니!”

신채근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의 고함에 할머니가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께서 재희에게 벼루를 던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겨우 화를 참고 있다는 건 안 보이십니까.”

“…….”

신채근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겨우 갈무리했던 화가 끝까지 난 그런 목소리였다.


“이참에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더 재희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신다면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지금…… 그것, 아니 재희 때문에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내 아들이 나한테?”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재희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항상 제게 고분고분하던 무심한 아들도, 할머니 부르며 애교많았던 재혁이도, 군말하지 않고 얌전히 저를 따르던 며느리도 모두 제가 모르는 모습으로 대하고 있었다.


“전 지금까지 재희에게 한 번도 아버지 노릇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 노릇일 수도 있습니다.”

신채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겁한 어머니의 자식들 앞에서 초라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부탁입니다.”

“아비야.”

“어머니도 저를 생각하신다면 여기서 그만두시고요.”

“너…….”

“제발 제가 어머니에게 등을 돌리는 불효를 저지르지 않게 해주십시오.”

문득 재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사과는 저를 통해서 더 이상 엄마를 떠올리지 않게 되시면 그때 받을게요.”

 
이미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관성처럼 굳어져 버렸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아니 어쩌면 평생 못 잊을지도 모른다.

신채근은 입을 벌린 채 앉아있는 할머니를 두고 밖으로 나왔다.

신채근이 나가자 할머니가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이 기어이 우리 사이를 이간질 시켜서 사이가 벌어지게 만들었구나…….”

혹시나 재혁이 ‘할머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올까 기대했지만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것이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을 내고 말았어. 그것이…… 그것이……. 기어이…….”

할머니는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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