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5월의 연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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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5월의 연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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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5월의 연회 종료
2022.09.12.
-관장님. 지금 미셸 에이전시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드물게 상기된 한 비서의 목소리에 혜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구요? 정말이에요?”
-네. 지금 바로 연결해 드릴까요?
“당연하죠! 얼른 연결해요.”
한 비서가 전화를 연결해 주자 전화기 너머로 케빈이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미셸의 매니저인 케빈이라고 합니다.”
“잘 들어가셨나요? 이렇게 다시 연락을 주니 반갑네요.”
“안 그래도 미셸이 오늘 제대로 대화도 못 나눠봐서 아쉬웠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괜찮아요. 손님을 초대해 놓고 오늘 행사가 좋지 않게 마무리되어서 관장으로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이런저런 스몰토크가 이어지다 케빈이 헛기침을 하더니 본론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이미 재희 씨에게도 연락했습니다만, 미셸이 이번 전시회에 대해서 다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합니다.”
케빈의 말에 혜란은 잠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단 한 번도 한국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유명 갤러리가 연락을 해도 여지조차 주지 않았던 미셸이었다.
그래서 혜란은 미셸이 참석하는 이번 5월의 연회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재희가 미셸 측과 잘 이야기해본다고 했지만, 혜란은 내심 다른 플랜을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이런 연락이 반가우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정말인가요? 정말 미셸이 그랬어요?”
“게다가 전시회를 열게 된다면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 다섯 점을 라윤 갤러리에 선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미셸 측에서 연락이 온다고 해도 며칠은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행사가 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오는 것도 모자라 미공개 작품 다섯 점을 라윤 갤러리에 선공개한다니!
파격적인 제안에 혜란은 그만 체통 머리 없이 소리 지를 뻔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혜란이 대답하기도 전에, 케빈이 먼저 말을 낚아챘다.
“미셸이 전시회에 대한 논의와 진행은 신재희 씨와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 * *
한편 먼저 미셸의 연락을 받은 재희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세라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전시회 논의를 다시 해보자는 거였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식으로 혜란을 통해 연락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혁 씨. 이거 꿈 아니죠?”
무혁은 휴대전화를 든 채 가늘게 떠는 재희를 가만히 품에 안아주었다.
“시간이 좀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어요.”
기쁨과 감격에 젖어 떠는 재희의 목소리는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무혁이 거대한 몸을 숙여 가만히 재희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꿈이면?”
덩치 큰 남편이 저를 품 안에 가득 끌어안으며 목덜미를 문지르자 재희가 다른 의미로 몸을 가늘게 떨었다.
“무혁 씨. 팔 좀.”
“꿈이면 깨어나고 싶어?”
재희가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고개를 젓자 무혁의 숨결이, 그의 피부가 쓸리며 더 생생하게 와닿았다. 순식간에 재희의 하얀 피부가 붉어졌다. 지나친 자극에 재희가 잠시 굳은 사이, 무혁이 가볍게 목덜미에 입 맞췄다.
“난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기 싫고, 현실이라면 좀 더 이러고 있고 싶어.”
재희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몇 번이나 안겼지만, 지금 무혁의 행동은 영 익숙해지질 않았다.
우직하게 밀어붙일 줄만 알았는데, 은근히 속삭이는 무혁이 낯설었다.
민망하고 부끄러운데 무혁을 떼어 내긴 싫었다. 갈등하던 재희는 결국 무혁을 끌어안는 거로 작게나마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따뜻한 거 보니 꿈은 아니야.’
남편의 품 안에 있으니 떨림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진정한 재희가 슬쩍 밀어내자, 계속 붙어 있을 것 같던 무혁이 의외로 순순히 밀려났다.
“무혁 씨. 이제 어머니께 가야죠. 오늘 일 설명해 드려야 하니까.”
“그래.”
미셸 일은 해결이 되었지만, 그래도 혜란에게 용서는 빌어야 했다.
* * *
“어. 형? 그리고 형수님.”
관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
때마침 카페에서 음료를 사 오던 우진이 무혁과 재희를 발견하곤 반갑게 불렀다.
“지금 관장실에 올라가는 길이에요? 마침 나도 가는 길이니 같이 가요.”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셋이 타게 됐다.
오른쪽에는 무혁, 왼쪽에는 우진을 두고 가운데 선 재희는 왠지 엘리베이터가 좁게 느껴졌다.
“자. 형수님. 오늘 고생하셨는데 이거 드세요.”
우진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캐리어에서 음료를 한잔 꺼내 재희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재희가 컵을 받아들었다.
따뜻한 카모마일이었다. 때마침 긴장하느라 조금 피곤했던 재희는 따뜻한 온도에 조금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무혁에게도 커피를 건네던 우진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거겠지. 형이니까.”
무혁은 따로 대꾸하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우진이 이어 말했다.
“기사는 조만간 터지도록 해놨어.”
“그래.”
우진이 쯧, 속으로 혀를 차며 무혁을 못마땅한 눈으로 훑어보다, 재희의 또렷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기사라뇨?”
“그냥 뭐…….”
우진이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지만, 재희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무슨 말이에요?”
“음. 이번 일 마무리라고 해두죠.”
“괜찮은 거예요?”
걱정을 담고 있는 형수님의 눈동자를 본 우진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무혁이 더 무서웠던 우진은 답지 않게 얼버무렸다.
“물론이죠. 자세한 건 형에게 듣는 게 좋겠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한 비서가 먼저 깍듯하게 인사했다.
“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 비서가 관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재희야. 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관장실에 들어서던 재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상심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 혜란이 재희가 들어서자마자 활짝 웃으며 기쁘게 맞이했다.
“어머니?”
혜란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재희의 손을 잡으며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들어보렴.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방금 미셸에게서 연락이 왔단다.”
“연락이라면.”
“그래. 이번 전시회 전시회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다는구나.”
미셸이 발 빠르게 먼저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밝은 혜란의 얼굴을 보니 재희는 안심이 되었다.
“축하드려요. 어머니.”
“이게 다 네 덕분이야.”
기뻐하는 혜란을 보니 재희는 오늘 일에 대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재희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무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그래. 뭐니?”
“이번 행사에서 있었던 일 관련입니다.”
혜란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기쁜 소식으로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5월의 연회 사건을 생각하니 다시 불쾌해졌다.
“내가 지금 기분이 좋은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하면 안 되겠니?”
“지금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 앉으렴.”
혜란이 떨떠름하게 자리를 권유했다.
모두가 소파에 둘러앉자 강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할 말이 뭐냐.”
“박정수가 방송실에서 재생했던 녹음본. 제가 주었습니다.”
돌려 말하는 법 없이 직구로 날린 무혁의 말에 관장실의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혜란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뭐?”
강진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무혁을 한 대 때릴 것처럼 무섭게 변했다.
당연히 손은 올라가지 않았지만, 그 기세에 도리어 재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혁이 슬쩍 몸을 움직여 재희의 앞을 가려주었다.
강진이 무섭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유가 뭐냐.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그들이 벌인 짓을 그대로 돌려준 것뿐입니다.”
“강무혁.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닐 텐데.”
“재희 때문이니?”
가장 분노할 거로 생각한 혜란이 침착하게 물었다.
무혁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수긍했다.
“이번 일에 재희가 무슨 상관이 있는데.”
혜란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정수와 한유라. 둘이 일을 꾸민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혁은 조사했던 자료를 토대로 마치 보고하듯이 덤덤한 어조로 유라와 정수가 꾸몄던 일을 풀어놓았다.
과거 박정수가 재희에게 했던 짓, 무혁과 가까워지기 위해 재희에게 접근했던 일, 무혁 앞에서 재희를 함부로 깎아내리던 말, 그마저도 씨알도 안 먹히니 무혁에게 오해를 일으킬 만한 구도로 재희와 몰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일을 설명하자 강진이 침음을 삼켰다,
그리고 유라가 무혁이 재희에게 선물했던 반지를 사서 의도적으로 재희에게 흘린 일, 자신에게 호감 있는 박정수를 이용해 무혁과 재희를 이혼시키려 한 짓, 박정수가 노리고 찍은 사진을 방송국에 제보하여 5월의 연회에서 터뜨리려고 한 짓 등 모든 일들이 무혁의 입에서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박정수가 녹음본을 재생시키지 않았더라도 유라의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었다면 5월의 연회는 엉망진창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일말의 표정 변화조차 없는 무혁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특히 재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유라가 무혁과 자신의 이혼을 원하는 건 알고 있었으나 박정수와 둘이 엮여 있을 줄은 몰랐었다. 충격과 화로 재희가 발끝에 시선을 두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무혁은 그런 재희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남편의 온기에 재희가 고개를 들었다. 무혁의 진중한 눈동자와 마주하자 떨림이 한결 잦아들었다.
“감히 우리 집안을 뭐로 보고!”
강진이 주먹으로 팔걸이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형. 가만둘 거야? 이대로 끝 아니지? 와. 진짜 쓰레기네.”
이 일은 처음 듣는지 우진 역시 분노했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소송이란 소송은 모조리 다 걸어버릴 기세였다.
“이대로 끝낼 거니?”
가만히 듣고 있던 혜란이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혜란에게 향했다. 혜란이 팔짱을 끼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아까 유라 때문에 미셸 영입도 무산될 뻔했어. 그건 둘째치고 하마터면 재희가 큰일 날 뻔했어.”
“물론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 그럼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혜란은 어떻게 해서든 유라와 행사를 엉망으로 만든 정수에게 그대로 돌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님을 판단했다.
“네가 이번 일 제대로 매듭지어라. 우리 집안을.”
잠시 말을 끊은 강진의 시선이 재희에게 닿았다.
재희는 지은 죄도 없는데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강진은 재희를 잠시 응시했다.
강진은 집안을 우습게 본 유라와 정수에게도 화가 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아기를 건든 사실이 더 화가 났다. 누구도 자신의 집안을 건들지 못했고 가족을 건들지 못했었기에 강진은 이런 기분이 처음이었다.
굉장히 불쾌하고 화가 났다.
재희는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조금 움츠러들었다가, 이어진 강진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간 고생이 많았다.”
여전히 엄격한 얼굴이지만, 착각이었을까.
재희는 저를 보는 강진의 얼굴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결혼해서 우리 집에 적응하기도 벅찼을 텐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힘들었겠구나.”
“아버님. 전…….”
“넌 우리 집안 며느리다.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하게 해주마. 그러니 안심하거라.”
재희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마냥 어렵고 무섭기만 했던 시부모님이었다.
특히 이번 일로 내심 시아버지인 강진과 앞으로도 친해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혼이 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강진에게서 돌아온 말은 질타 대신 위로였다.
한 번도 아버지에게서 듣지 못했던 든든한 말을 시아버지에게 들으니 재희는 차마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하는 순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강무혁. 감히 새아기를 두고 더러운 짓을 하려 한 대가를 제대로 알려주어라.”
“그럴 생각입니다.”
무혁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강진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뭐. 좋아. 그건 네가 확실히 처리하고. 더 중요한 일이 있어.”
혜란은 이 주제는 더 이상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더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미셸에게 연락이 왔어. 재희, 너도 연락받았겠지.”
“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연락받았습니다.”
“그래. 미셸이 전시회 논의를 받아들였어. 그리고 그 전시회 진행을 너와 하고 싶다는구나.”
고개를 번쩍 든 재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셸에게 이 내용까지는 듣지 못했던지라 당연히 혜란과 함께 진행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머니. 제게 너무 과분한 일 같습니다.”
재희는 혹시나 혜란이 기분 나빠할까 봐, 조금 눈치를 봤다.
그러나 혜란은 기분 나쁜 기색은커녕 오히려 대견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 미셸은 일에 대해선 깐깐하다고 들었어. 그런 미셸이 널 콕 집어서 얘기했다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겠지.”
“…….”
“그러니 전시회까지 잘 부탁한다. 재희야.”
재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다부진 대답에 혜란이 대견한 얼굴로 가만히 재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강진은 피곤하겠다며 들어가 보라고 했고, 우진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혜란은 다행히 5월의 연회가 그렇게 된 것에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어쨌든 원하는 목적을 이뤘으니 그걸로 만족한 기색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무혁이 말없이 서 있는 재희에게 물었다.
“괜찮아?”
“네. 저 무혁 씨. 사실 저 아직도 안 믿겨요.”
“무엇이.”
그 집에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재희를 탓했다.
그런데 여기선 아무도 재희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해 주었다.
“지금 일 전부 다요. 아무도 저를 탓하지 않으니까.”
무혁이 몸을 조금 숙여 조금 발개진 재희의 눈가를 엄지로 쓸어주었다.
“말했잖아. 아버지도 재희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그거랑 이건 다르니까요.”
“재희 잘못도 아닌 걸 탓하실 분은 아니야.”
“응.”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재희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무혁이 가볍게 재희의 입술을 슬쩍 물었다가 뗐다.
재희가 무혁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무혁은 기꺼이 끌려가 주며 진하게 입을 맞췄다.
살짝 호흡이 거칠어질 때쯤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졌다.
재희는 발꿈치를 올려 살짝 욕망으로 일렁이는 무혁의 눈가에 가볍게 입 맞췄다.
“무혁 씨. 이후에는 뭐가 남았어요?”
입맞춤에 답하듯 무혁이 재희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
무혁이 뺨이며 귓불에 쉼 없이 입을 맞췄다.
“곧 대대적으로 기사가 터질 거야.”
“기사요?”
“그래. 조작한 건 아니야. 그들이 했던 일 그대로 가감 없이 기사화되는 것뿐이야.”
무혁은 결코 그냥 넘어갈 생각 따위 애초에 없었다.
무혁의 말에 재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혁 씨. 그 전에 제가 유라 씨를 한번 만나고 싶어요.”
쉼 없이 입 맞추던 무혁이 잠시 멈칫했다가, 마지막으로 가볍게 재희의 입술에 입 맞추고는 몸을 바로 했다.
“그럴 필요 없어.”
무혁이 딱 잘라 말했지만, 재희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저도 관련된 일이잖아요. 만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무혁은 굳이 재희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차피 기사가 터진다면 다시는 만날 일 따위 없을 터였다.
“그만 돌아갈까.”
재희가 고개 저었다.
지금은 집보단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무혁 씨. 집 말고 우리 거기 가요.”
“거기라면.”
“노을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