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유라의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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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유라의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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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유라의 계략
2022.08.11.
“너,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니?”
평소라면 유라의 울음에 마음이 약해졌을 혜란이었다.
“5월의 연회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누구보다 잘 알면서, 감히 그런 거짓말을 해?”
그러나 혜란은 방금 본 유라의 표정과 말투가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지금 울고 있는 모습조차도 진심이 아닌 거짓으로 보였다.
“잘못하면 5월의 연회는 물론 미셸 영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어. 그런데 날 위해서였다고?”
아무리 유라가 예뻐도 거짓말로 자신을 농락한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유라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무엇보다 몇 년 동안 공들인 모든 일이 유라의 거짓말로 무너질 뻔했다는 사실을 혜란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어, 어머니.”
유라가 눈물범벅인 얼굴로 혜란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보는 혜란의 얼굴은 목소리만큼이나 서늘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게, 그게 아니에요.”
유라가 열심히 변명하려 했지만 혜란은 듣지 않았다.
고질병인 신경성 두통이 몰려오자 혜란이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재희가 얼른 부축해주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혜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는 재희를 힐끗 보았다.
유라와 달리 맑은 얼굴로 저를 보는 내 며느리.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며느리.
제가 그렇게 미워하고 구박했어도 원망을 담지 않았던 내 며느리.
유일하게 라윤 갤러리를 향한 자신의 노력과 자긍심을 알아봐 준 내 며느리.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혜란은 유라에게 시선을 두었다.
혜란은 더 이상 유라의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종종 놀러 와서 예쁜 말만 하던 유라의 모습이 정말 본 모습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유라의 모습은 물론 그녀의 진심조차 모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난 널 믿을 수 없겠구나.”
질린다는 얼굴로 유라를 보는 혜란의 눈동자에 차오른 감정은 경멸이었다.
그 경멸을 재빠르게 읽은 유라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걸 느꼈다.
“이번 5월의 연회에서 난 널 보고 싶지 않구나.”
초대장은 이미 모두 발송되었다.
당연히 유라도 초대장을 받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혜란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앞으로도 라윤 갤러리 사교 모임은 물론 5월의 연회 등 라윤 갤러리 갤러리의 모든 행사에서 유라의 참석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혜란이 유라를 누구보다 예뻐한다는 사실은 정‧재계 모임에서 유명했다.
그런 혜란이 그녀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건 뒤에서 말이 돌기 쉬웠고, 그렇게 되면 유라의 입지 역시 좁아진다는 의미였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어머니에게 예쁨받고 싶은 욕심에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유라가 뒤늦게 애원했지만, 혜란은 냉정했다.
“이만 가보거라. 유 사모님을 생각해 더 이상 이 일은 문제 삼지 않겠다.”
유라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앉아서 울었지만 혜란은 냉정했다.
결국, 유라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유라가 돌아간 뒤, 혜란이 몰려오는 두통에 소파에 기대앉았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혜란의 안색은 창백했다.
“재희야. 서랍에 두통약이 있어. 좀 가져다주겠니.”
재희는 약과 물을 가져다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어머님.”
약을 삼키고 잠시 두통이 사라지길 기다리던 혜란은 재희를 힐끗 돌아봤다.
“뭐가 말이니.”
“어머님이 유라 씨를 많이 아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 꼭 이 사실을 어머님에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난 네가 그 일러스트레이터란 것도 사실 믿지 못하겠어.”
혜란이 쓰게 웃었다.
“유라도 나에게 거짓말을 했잖니.”
어릴 때부터 예뻐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한순간에 내쳤으니 혜란으로선 당장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탓일까.
혜란은 재희가 자신이 찾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걸 아직 믿을 수 없었다.
재희가 직접 그림까지 그렸지만, 유라가 그림을 찢어버리는 바람에 혜란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인제 와서 유라가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고 말한 이유가 뭐니? 무혁이가 알려줬어? 그래도 끝까지 함구했다면 서로 편했을 텐데.”
그래도 혜란은 재희에게 이유를 듣고 싶었다.
평소의 재희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였다.
재희가 과감하게 유라까지 불러서 그녀의 실체까지 보여줄 정도였으니, 아무리 재희라도 화가 난 게 분명했다.
“그럴 수 없었어요.”
혜란은 잔 두통이 남았지만, 기꺼이 재희의 말을 듣기 위해 자세를 바로 했다.
“제가 여기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무혁 씨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뭐?”
재희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이름이 흘러나오자 혜란이 눈을 크게 떴다.
“자세히 말해보겠니?”
“노을 서점이라고 있었어요. 제가 학생 때 자주 찾아갔던 낡고 허름한 서점이었어요.”
“노을 서점?”
“노을 서점은 제 10대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전 거기서 처음으로 겨울이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겨울이 따뜻하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혜란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노을 서점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굉장히 다정한 분이셨고, 거기서 제 비밀 친구도 만났어요. 굉장히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노을 서점을 생각하며 전 온 마음을 다해 그 그림을 그렸어요.”
재희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느 사이트를 열어 혜란에게 내밀었다.
의아한 눈으로 휴대전화 액정을 본 혜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건……!”
혜란이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비공개 SNS에 삽화와 똑같은 그림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삽화와 똑같은 화풍의 그림이 여러 장 올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이 그린 똑같은 화풍의 그림이었다.
“그 삽화는 학원 다닐 때 처음으로 자유 주제로 그린 그림이었어요. 최선을 다해 그렸고 SNS에 올렸었어요. 비록 무단도용 당해서 SNS를 삭제했지만요.”
빠르게 그림을 훑어보던 혜란이 이마를 짚으며 휴대전화를 책상에 올려두었다.
애써 생각을 정리하려는 기색이었지만, 쉽지 않은지 혜란의 미간은 더욱 좁혀졌다.
“그럼 왜 그때 항의하지 않았니? 무단도용이었으니 얼마든지 큰소리 낼 수 있었을 텐데.”
혜란의 말에 재희는 쓰게 웃었다.
“무서웠으니까요.”
“무서웠다고?”
의외의 대답에 혜란이 이마에서 손을 떼며 황당하다는 얼굴로 재희를 쳐다보았다.
“그때 전 학생이었고, 괜히 큰 소란을 일으키면 할머니에게 혼날까 봐 무서웠어요.”
“…….”
“무단 도용당한 건 억울했지만, 당시 전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했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조사했을 당시, 한 비서는 무단도용으로 항의하기엔 나이가 어렸을 거로 추측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그림이 도용을 당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게 혜란으로서는 당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상견례에서…….’
혜란은 문득 상견례에서 보았던 할머니의 태도가 떠올랐다.
손녀가 그 자리에서 모욕을 당하는데도 역정을 내기는커녕 가만히 있었던 할머니였다.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 집에서 재희의 편은 한 명도 없었을 거였다.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SNS를 닫는 게 전부였어요. 무혁 씨가 이 그림을 저에게 보여줬어도 전 아마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유라 씨가 거짓말만 하지 않았다면요.”
“…….”
“제게 노을 서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곳이에요.”
비공개 계정에 올린 자신의 그림을 보는 재희의 눈동자가 잠시 추억에 젖었다.
이윽고 재희는 또렷한 시선으로 혜란을 바라보았다.
“노을 서점은 무혁 씨와 제가 처음 만난 곳이니까요.”
“뭐? 잠깐만. 설마 지금 말하는 노을 서점이란 게…….”
“네. 서점 할아버지, 그러니까 무혁 씨 종조부께서 계시던 곳이었어요.”
맙소사, 혜란이 이마를 짚으며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유라가 말했던 내용은 자신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재희는 자신이 조사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속사정까지 알고 있었다.
KJ 그룹 내 극비사항이었던 내용까지.
당시 무혁은 종조부가 있는 서점에 꽤 길게 머물렀었다.
아무리 자식에게 관심 없는 혜란이어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그땐 별생각이 없었는데.’
생전 안 하던 짓까지 하며 무혁이 노을 서점에 머물렀던 이유가 재희 때문이었다면.
어떤 이유로 둘은 잠시 헤어졌었고, 맞선 자리에서 다시 만난 거라면.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이 남편인 강진 때문이었다면.
‘그 영감탱이.’
작은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강진이 노을 서점을 사들였다.
그때 무혁과 강진이 처음으로 크게 싸웠고, 무혁은 얼마 뒤 유학까지 떠났다.
그게 다 재희 때문이었다면.
‘그래. 그럼 무혁이가 그렇게 결혼을 밀어붙였던 이유도 다 설명이 되지.’
무혁은 한번 제 것이라 생각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성격이었다.
무엇보다 재희가 보여준 그림들.
의심하려야 할 수 없는 가장 큰 증거물들이었다.
‘그래. 넌 그런 아이였지. 평소엔 조용하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나서는 아이.’
그래서 혜란은 재희가 마음에 들었다.
재희의 해박한 미술 지식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설 줄 아는 성격. 그런 성격인 건 라윤 갤러리 사교모임에서 충분히 확인했었다.
재희라면 제 목숨보다 소중한 라윤 갤러리를 그 누구보다 잘 지켜줄 것 같았다.
“아직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당장 그려보라고 하셔도 그릴 수 있어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이보다 더 큰 증거가 어딨겠니.”
혜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재희에게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혜란의 품에 안긴 재희가 당황했는지 살짝 굳었다.
“고맙다. 재희야. 사실대로 말해주어서.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어머님.”
“그동안 널 구박해서 미안했다. 이렇게 가까이에 귀한 사람이 있었는데, 못 알아본 내 잘못이 크구나.”
혜란은 재희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였다.
재희는 살짝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사실 혜란은 유라를 아끼고 있었으니,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혜란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안아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재희는 우습게도 지금 혜란의 품이 꼭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마의 품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5월의 연회 잘 부탁한다.”
혜란은 눈가가 살짝 붉어진 재희를 보며 빙긋 웃었다.
“네가 바로 이번 연회의 주인공이니까.”
* * *
장제우는 착잡한 눈으로 완성된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쾅, 거칠게 문을 여닫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울었는지 눈이 발갛게 됐지만, 독기 가득한 얼굴로 유라가 들어오고 있었다.
장제우는 마른 침을 삼키며 얼마 전에 무혁이 한 말을 떠올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유라 씨. 그림은 완성됐어요. 이제 포장만 하면…….”
“아악!”
장제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라가 캔버스를 집어 들더니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것만으로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제 가방까지 캔버스 위에 집어 던졌다. 장제우가 힘들게 그린 그림 위로 내용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오자마자 이게 무슨 짓입니까. 5월의 연회에 내보일 그림이래서 겨우 완성했는데. 그림이 훼손이라도 되면 어쩌려고요.”
“5월의 연회? 웃기지 마. 그년 때문에 다 망쳤는데 무슨 5월의 연회!”
항상 여유만만했던 유라였다.
그런데 장제우는 섬뜩하고 악에 받친 유라의 기세에 오늘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본 기분이었다.
장제우는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다 망쳤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신재희, 그년이 감히 날 물 먹였다고! 내가 그 아줌마 눈에 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아줌마라니. 지금 누굴 말하는…….”
“김혜란, 그 잘나신 라윤 갤러리 관장을 말하는 거지, 누굴 말하는 거겠어!”
혜란의 경멸 섞인 시선과 서늘한 목소리를 떠올리자 유라는 다시 화가 치솟았다.
어떻게 만들어둔 판인데, 신재희가 다 깨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혜란의 눈 밖에 나버리기까지 했다. 깨져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앞으로도 영영 혜란의 눈에 들 일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재희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유라는 더 화가 났다.
“이게 다 그 아줌마가 삽질해서 벌어진 일이야. 중간에 오기 부리지 않고 무혁 오빠랑 나랑 만나게 해 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무슨 소리긴! 그 아줌마가 잘만했다면 라윤 갤러리가 내 손에 굴러떨어졌을 거란 얘기야!”
당황한 장제우가 굳은 사이, 유라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터 우스웠어. 그 비싼 땅에 갤러리 따위를 세워서 놀리는 것도. 나에게 떨어졌다면 바로 허물어 버렸을 거야.”
“라윤 갤러리는 명성이 자자한 최고의 갤러리입니다. 그런데 허물어 버렸을 거라니. 라윤 갤러리 관장님과 친한 거 아니었습니까.”
“웃기지 마. 친하다니. 무혁 오빠만 아니었으면 내가 그 아줌마한테 예쁨받으려고 노력할 리가 없잖아.”
유라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며 서성거렸다.
해외를 자유롭게 다니던 유라는 혜란이 불러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었다.
기껏 한국까지 들어왔는데 혜란의 말동무나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무혁 오빠가 그 별 볼 일 없는 여자랑 결혼하게 됐다는 말만 안 했어도.’
엄마인 유화연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유라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제 것을 뺏기는 건 죽도록 싫어하는 유라였다.
그런데 무혁을 재희에게 뺏긴 것도 모자라, 저를 예뻐하던 혜란까지 등을 돌렸다.
“정말 그 아줌마가 날 생각했다면 이럴 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책임지고 둘을 이혼시켰어야지.”
유라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이를 갈았다.
그러다 유라의 시선이 엉망이 된 그림에 멎었다.
“그래.”
유라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5월의 연회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네?”
“그 아줌마, 5월의 연회가 아주 중요한 모양인데, 내가 더 빛나게 해주면 그 재수 없는 마음 나한테 다시 돌리겠지.”
“지금 무슨 소리를…….”
유라는 그림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그림 자체는 많이 훼손되지 않았다. 흡족한 얼굴로 유라가 말했다.
“장제우. 5월의 연회, 갈 준비해. 약속한 대로 참석하게 해줄게.”
유라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가 진해졌다.
“진짜 일러스트레이터가 누군지 알 게 뭐야.”
장제우는 자신을 돌아보는 유라를 보며 등에서 소름이 돋았다.
분명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인데 섬뜩했다.
“선수 치는 사람이 먼저 아니겠어?”
예쁘게 눈웃음까지 짓는 유라의 눈동자는 독기로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