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재희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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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재희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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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재희의 결심
2022.06.27.
연희동.
이 집에 20년 이상 살았음에도 재희는 여전히 선뜻 대문을 넘어서기가 참 어려웠다. 재희가 대문을 올려다볼 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자, 이 실장이 다가왔다.
“사모님. 내키지 않으신다면 다시 돌아갈까요?”
“아니에요. 어차피 와야 할 곳인걸요.”
이 실장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재희가 웃어 보이고는 벨을 눌렀다.
당연히 영산댁이 받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터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재혁이었다.
-네. 누구세요.
“재혁아. 나야.”
-어. 누나. 어서 와.
재혁이 냉큼 문을 열어주자 덜컹, 대문이 열렸다.
발걸음을 떼려던 재희가 이 실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돌아갈 때 연락할게요.”
“저는 그럼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문에 들어서자 현관문 앞에서 내내 기다리고 있던 재혁이 후다닥 다가왔다.
“누나. 오랜만이야.”
“응. 잘 지냈어? 지금은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야?”
“어? 어, 그냥 뭐. 오늘은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할머니 기분이 안 좋으신가 보구나.”
눈치챈 재희가 웃으며 말하자 재혁이 민망한 얼굴로 뒤통수를 긁었다.
으레 할머니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면 항상 재혁은 약속이 있어도 집에 있었다.
할머니의 화가 재희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막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동생의 마음 씀씀이를 재희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재혁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재희는 재혁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말했다.
“재혁아.”
“어?”
“그때 그 일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라면 이제 안 그래도 돼.”
“…….”
“이제 난 괜찮아.”
“누나.”
“네가 할머니를 막아줘야 할 만큼 약하지 않아. 난.”
“그게 아니라.”
“들어가자. 아마 오늘이 내가 이 집에 오는 마지막 날일 테니까.”
“뭐? 누가 그게 무슨 소리야.”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듯 재희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재혁이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왔니?”
거실에서 차를 마시던 홍연화가 저조한 기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 안녕하셨어요. 아버지는요?”
“있겠니? 네 아버지는 오늘도 나가셨다.”
신채근은 어머니와 동생의 기일이 되면 항상 외출했다가 늦은 저녁에 돌아오곤 했다.
그걸 몇 년 동안 겪은 홍연화의 기분 역시 저조했다.
“얼른 어머님께 가봐.”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건지.
홍연화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할머니 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재희의 시선이 부엌에 멎었다.
부엌에는 부지런히 음식 재료 밑 준비를 하는 영산댁이 보였다.
잠깐 가서 도와야 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재희 역시 이 시간이면 부엌에서 열심히 밑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와 동생의 기일이지만,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올해만큼은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만큼은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욕심이라도 상관없었다.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일을 만끽하고 싶었다.
할머니 방 앞에 선 재희가 얕게 심호흡을 하자 재혁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누나. 나 여기 있을게.”
“괜찮아. 재혁아. 네 볼일 봐.”
“이게 내 볼일이야.”
물러서지 않겠다는 재혁의 의지에 재희가 희미하게 웃으며 할머니 방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들어오거라.”
재혁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뒤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등을 꼿꼿하게 세운 할머니가 보였다.
“안녕하셨…….”
“거기 앉거라.”
인사를 받아주기는커녕 말허리를 싹둑 자르며 할머니가 명령조로 말했다.
역시나 방 안 어느 곳에도 방석 따위는 없었지만, 재희는 개의치 않았다.
길게 있을 생각도 없어서 대충 적당한 위치에 앉았다.
재희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할머니가 혀를 차며 농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서 빨간 천과 파란 천이 묶인 한약 두 상자를 꺼내 재희 앞으로 밀었다.
재희는 굳이 묻지 않아도 그게 무슨 한약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말없이 한약 상자를 응시하는 재희에게 할머니가 말했다.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냐?”
“……네.”
“쓸모없는 것이. 비싼 한약까지 먹었으면 그 값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할머니는 재희를 한심한 눈으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전보다 더 비싸고 귀한 약재가 들어간 거다. 하루 세 번 시간 맞춰서 잘 챙겨 먹거라.”
“…….”
“그리고 네 어머니와 남동생 기일이니 음식도 좀 하고. 참석은 못 해도 음식은 해야지. 이따 우리 손주 사위도 좀 부르고. 건축사가 되고 싶다는 재혁이에게 좋은 자리 하나 어디 줄 수 없나 물어봐야 하고 말이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던 재희는 허벅지 위에 올린 손을 말아쥐었다.
‘이런 집에 무혁 씨를 불러들일 순 없어.’
더 이상 무혁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상견례 자리에서 보인 모습, 처음 한약 받으러 왔을 때 보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재희가 입을 열었다.
“할머니. 그 사람은 바빠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지 않느냐. 저녁에 와서 식사할 겸 겸사겸사 오면 된다.”
“저녁은 저와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못 와요.”
“뭐야?”
“그리고 이 한약 역시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
재희가 단호하게 말하며 한약 두 상자를 할머니 쪽으로 밀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느냐?”
단번에 할머니의 목소리에 날이 섰지만, 재희는 허리를 곧게 세웠다.
예전 같으면 어깨를 움츠렸을 테지만 재희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 때문에 무혁 씨까지 이 집안에 휘둘릴 필요 없어.’
계속 자신이 할머니에게 끌려다니면 무혁 역시 끌려다닐 수도 있었다.
물론 무혁 성격에 끌려다닐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집안의 일은 자신의 선에서 적당히 자르고 싶었다. 안 그래도 바쁜 무혁이 여기까지 신경 쓰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아이 문제는 무혁 씨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가, 네가 정녕 미쳤구나. 미쳤어!”
“출가외인이라고 하잖아요. 제 가정이 생겼으니 거기에 충실해지려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재희가 한약 두 상자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할머니를 올곧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항상 고분고분하게 굴던 재희의 반응이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할머니의 눈매가 노기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여느 때라면 고개를 숙였을 재희였지만, 오늘은 할머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재희가 차분한 표정으로 담담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오늘 이후로 더는 이 집에 오지 않을 거예요.”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할머니가 던진 찻잔이 산산이 깨지며 바닥에 넓게 흩어졌다.
재희는 뜨거운 김을 피우며 치맛자락을 적시는 찻물을 보다, 할머니에게 시선을 두었다. 놀라서 가슴이 빠르게 뛰었지만, 재희는 눈동자는 차분했다.
“이 짐승만도 못한 것이 있나! 다시 한번 지껄여 보거라! 네가 지금 뭐라고 했는지!”
“아이는 우리 둘이 알아서 할거고, 오늘 이후로 더는 이 집에 오지 않겠어요.”
재희가 물러서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자, 할머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늘 이 말씀 드리려고 온 거예요.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재희가 등을 돌려 막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퍽, 등에 뭔가 날아와 부딪치더니 둔탁한 통증이 엄습했다.
“……!”
순간 느껴지는 통증에 재희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등 뒤에서 할머니가 노기 서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이 막돼먹은 것이 있나! 그게 감히 나한테 할 말이냐?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천지 분간을 못 하는구나! 내가 오늘 네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겠구나!”
할머니의 손에 벼루가 잡혔다.
이미 흥분한 할머니는 제 손에 뭐가 쥐어졌는지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할머니가 벼루를 던지려 하는 순간, 문이 쾅 열리며 재혁이 뛰어 들어왔다.
“할머니!”
재혁의 목소리에 할머니의 손이 멈췄다.
재혁이 얼른 재희를 제 뒤에 숨기며 버티고 서자 할머니의 얼굴이 당혹감이 서렸다.
“오랜만에 누나가 왔는데 왜 또 그러세요! 그것도 오늘 누나 생일인데!”
“비키거라. 재혁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할머니가 엄한 표정으로 강하게 말했지만, 재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어 재혁의 시선이 할머니가 쥔 벼루에 멎었다. 재혁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 그거 누나에게 던지려고 한 거예요? 할머니 진심이에요?”
“네가 낄 자리가 아니래도!”
할머니가 타일렀지만, 재혁은 비켜서기는커녕 더 단단히 버티고 섰다.
“언제까지 누나를 손에 쥐고 흔들려고 그러세요? 이 집에서 누나는 항상 힘들었는데, 인제 그만 좀 내버려 두면 안 되냐구요!”
항상 헤헤 웃으면서 저를 따르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손주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를 지르자 할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저, 저것이 너한테 시키더냐? 저 망할 것이 너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냔 말이다.”
재혁은 기가 막혀서 입을 벌렸다.
대들고 있는 건 저인데도 할머니는 곧 죽어도 재희 탓으로 돌리며 소리친다.
옛날부터 그랬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해도 항상 재희 잘못이라며 다그쳤었다.
어릴 땐 그게 마냥 좋아서 우쭐했고, 재희를 괴롭혀도 혼나지 않으니 일부러 더 심술을 부린 적도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 신채근에게 무섭게 혼나고 나서야 재혁은 주변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100% 재혁의 잘못이어도 다 재희 탓이었다.
시험을 망쳐도, 달리기 시합에서 졌을 때도, 할머니의 기대와 간섭이 숨 막혀서 고등학생 때 방황하느라 수능을 망쳤을 때도, 심지어 입맛이 없어서 한 끼 걸렀을 때도 전부 재희 잘못이었다.
“할머니 진짜 지금…….”
재혁이 뭐라고 말을 하려던 순간, 뒤에서 재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제가 시켰어요.”
재희가 등 뒤에서 나오려 하자, 재혁이 막으려 했다.
그러나 재희는 단호하게 재혁의 팔을 잡아 제지했다.
“재혁아. 내 일이야.”
“그래도…….”
“괜찮아.”
재혁이 머뭇거리며 몸을 물리자 재희는 할머니는 똑바로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저한테 소리 지르면 재혁이한테 빨리 들어와서 막아달라고 했어요. 할머니는 재혁이한테는 꼼짝도 못 하시니까요.”
“뭐, 뭐라고?”
“어차피 뭘 해도 내 탓일 테니까 이왕 못된 사람이 될 거라면 재혁이를 이용하려구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재희의 안색은 창백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재혁이 좋은 자리 하나 얻어줄 수 없는지 무혁 씨한테 말해볼 거라고 하셨죠? 아뇨. 할머니는 말씀도 못 꺼낼 거예요.”
“…….”
“제가 막을 거니까요.”
“네, 네가 지금, 지금…….”
“무혁 씨는 제 말이라면 다 들어주거든요. 그러니까 저한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재혁이를 위한다면요.”
재희의 반항에 할머니는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크게 분노했다.
“네, 네가 지금 우리 재혁이 두고 협박을 하는 거냐? 지금, 네가, 내 앞에서?”
예전이라면 흥분한 할머니의 모습에 재희는 지레 겁을 먹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봐도 이상하게 마음은 차분했다.
아마 오늘 이후로 더 이상 이 집에 오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인 듯했다.
“할머니도 지금까지 재혁이 앞세워서 절 협박하셨잖아요.”
“뭐라고?”
“저 입시 기간 때도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으면 재혁이 공부 도와주라고 하셨잖아요. 재혁이 잘못되면 대학이고 뭐고 보내지 않겠다면서요.”
재희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재혁이 눈을 크게 떴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할머니. 사실이에요? 누나가 아버지한테 용돈 받기로 하고 나 과외해 주는 거라고 나한테 말씀하셨잖아요.”
“재혁아. 오해다, 오해야. 저것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
할머니가 해명하려 했지만, 이미 할머니에 대한 불신이 커져 버린 재혁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할머니가 쩔쩔매는 모습을 재희는 차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재혁이의 공부를 도와주고 나면, 잠잘 시간도 쪼개가며 입시에 매달렸다.
‘비밀 친구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으니까.’
자신에게 그림을 알려준 비밀 친구와의 혼자만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더 절절하게 입시에 매달렸었다.
무혁과 결혼할 때도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컸었다.
그런데 결혼 후에도 여전히 이 집에 매여 있으니 인제 그만 지긋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인제 그만할…….”
그러나 재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대로 오른 할머니가 버럭 고함쳤기 때문이었다.
“이 망할 것이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 네가 감히 내 새끼 재혁이와 나 사이를 이간질이나 하고 있어?”
“누나! 윽!”
검은색 물체가 재희를 향해 날아왔다. 물체는 재빠르게 재희 앞을 막아선 재혁의 어깨에 부딪혔다. 미처 재희가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재혁의 어깨에 부딪혔던 벼루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었다.
재혁이 통증에 어깨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재혁아. 아이고. 내 새끼!”
벼루를 던진 할머니가 놀라 주저앉은 재혁을 부축하려 하자, 재혁이 할머니의 손을 뿌리쳤다.
“그만 좀 하세요!”
재혁이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소리를 질렀다.
그동안 할머니가 한 거짓말은 물론 벼루를 재희에게 던진 할머니에게 큰 실망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그 벼루 누나가 맞았으면 어쩔 뻔했어요? 할머니 진짜 왜 이러시는 건데요!”
“재혁아. 오해다. 오해. 저것한테 던진 게 아니라…….”
“오해요? 누나한테 던진 게 오해라구요? 그럼 저한테 던진 거네요.”
“재혁아.”
“할머니. 당분간 할머니 보고 싶지 않아요.”
재혁이 몸을 일으켜 냉정하게 돌아서자 충격을 받은 할머니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헤헤 웃으면서 할머니, 할머니 했던 귀여운 손주가 자신에게 화를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누나. 가자.”
평소라면 말렸을 재희였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으로 드리는 인사가 될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재희가 재혁과 함께 방을 나갔다.
탁.
문이 냉정하게 닫히자 큰 소란에 밖에서 눈치 보던 영산댁과 홍연화가 서둘러 들어와 부축했다.
“아이고. 큰 사모님. 괜찮으세요?”
“어머님. 일어나실 수 있으시겠어요? 이게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의 부축에도 할머니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자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아이고……. 아이고…….”
할머니는 충격받은 얼굴로 허망하게 곡소리를 내었지만, 재혁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