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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왜 여기서 말을 꺼내면 안 돼요? (65/128)


#65화. 왜 여기서 말을 꺼내면 안 돼요?
2022.06.13.


차에 탄 무혁은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핸들 가죽에 손이 거칠게 쓸리며 무혁의 손에 피가 맺혔다.

그의 화를 여실히 보여주듯 그의 주먹엔 핏줄이 살벌하게 불거져 있었다.

3개월.

재희가 박정수와 사귀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박정수가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재희를 대했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되자 격통 같은 분노로 속이 들끓었다.

재희와 박정수에 대해 윤 비서가 보고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당시 박정수와 헤어진 재희가 왜 그토록 몸이 아팠었는지 그 이유를, 예식장에서 잠깐 재희가 굳었던 이유를 알게 되자 박정수에 대한 살의가 치솟았다.

재희는 분명 박정수가 말하는 그 남자들끼리의 대화를 들었을 터였다.

애정에 굶주린 재희는 분명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박정수의 검은 속내를 알자마자 충격에 이별을 고했을 거고.

아무리 몰랐다 하더라도, 그런 박정수를 아무리 비즈니스라지만 결혼식에 부른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박정수와 언제든 마주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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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그 싹을 잘라버려야겠어.’

무혁은 박정수와 재희의 접점 자체를 없애 버려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다시는 재희가 박정수를 보며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지 않도록.

무혁은 지체없이 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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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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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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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세상에. 무슨 일이에요? 손에 난 상처는 뭐고요?”

경자는 급하게 나간 재희가 귀가하자 반갑게 맞아 주다 손에 난 상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재희가 손을 뒤로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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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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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긴요. 가만 기다려 보세요. 얼른 구급상자를 가져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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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잠깐 혼자 있고 싶어요.”

그렇게 말한 재희는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왔다.

지친 얼굴로 문에 기대 멍하니 서 있던 재희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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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옷부터 갈아입고 생각하자.’

서둘러 외투를 벗던 재희는 문득 시계를 바라보았다.

10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휴대전화 액정을 켰지만, 무혁에겐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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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찍 들어오겠다고 말했으면서.”

재희는 욕실로 향하면서도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씻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재희는 초조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시계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줄곧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경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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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모님. 카모마일이라도 좀 내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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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시간 늦었는데 들어가 보세요.”

재희가 억지로 웃으며 경자를 퇴근시킨 뒤 베란다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고층이라서 무혁의 차가 보일 리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내다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차를 바라보던 재희는 아까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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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자리에서 부정하지 않았지.’

박정수의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뭔가를 해 줘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무혁, 강무혁 그 자체여서 재희는 그를 사랑한 거였다.

무엇보다 과묵하지만, 가끔 자신에게 내비치는 감정과 말. 모두 진심임을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가끔 그가 자신에게 내비치는 격렬한 그 감정은 피부가 따갑게 박혔으니까.

그래서 재희는 무혁이 그 자리에서 바로 박정수의 말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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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 무혁 씨에게 직접 듣는 게 나아.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으니까.’

박정수와의 일을 먼저 끄집어내 무혁과 대화하는 건 재희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도 무혁과 좀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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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차분히 기다려 보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현관에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파에 기대 깜박 졸던 재희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재희는 걸음을 서두르며 현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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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구두를 벗던 무혁의 동작이 멈췄다.

무혁이 고개를 들자 초조한 얼굴로 서 있는 재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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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자고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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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찍 온다고 아침에 말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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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무혁이 짧게 대답하며 구두를 마저 벗었다.

평소와 미묘하게 다른 무혁의 반응에 재희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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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박정수에게 뭔가 들은 게 있는 걸까.’

박정수는 분명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쏙 빼고 말했을 테니, 재희는 조금 초조했다.

무혁이 허리를 펴자 머뭇거리던 재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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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네요.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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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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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박정수와 나눈 그 대화.

그게 어떻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까.

무혁은 입이 무거운 만큼 재희에게 말해 주는 것도 적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오늘따라 재희는 더욱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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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들어와요.”

재희가 먼저 들어가자 무혁 역시 순순히 그녀를 따라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재희가 걸음을 멈추자 무혁 역시 멈췄다.

재희는 무혁을 관찰하듯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관찰하는 재희를 무혁은 늘 그랬듯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이윽고 재희가 손을 뻗어 무혁의 슈트를 꼭 쥐더니 그대로 가슴에 코를 폭, 묻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무혁의 등이 움찔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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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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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셨어요?”

유라가 무혁이 술에 잔뜩 취했다고 해서 JX 클럽까지 갔던 거였다.

그런데 지금의 무혁은 술에 취한 것치고는 너무나도 멀쩡했고, 무엇보다 그에게선 술 냄새는커녕 음식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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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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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불러낸 거구나.’

일부러 그 이야기를 듣게 하려는 유라의 속셈을 알게 되자 재희는 조금 웃음이 나왔다.

유라가 처음부터 제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왜 자신에게 적대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재희는 그 이유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다.

알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지금 자신의 남편은 무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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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오늘은 유라가 재희를 불러낸 목적이 여실히 보였다.

이간질.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유라는 재희와 무혁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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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와 결혼해도 힘든 일은 여전하구나.’

문득 든 생각에 재희는 쓰게 웃었다.

그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혁과 결혼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 벗어난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박정수의 출현, 혜란의 미움, 유라의 견제, 그리고 아들을 낳으라는 할머니의 간섭.

환경만 바뀌었을 뿐, 재희가 감당해야 할 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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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결혼을 후회하진 않아.’

무혁과의 결혼은 후회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와 결혼하는 건 변함이 없을 터였다.

이 넓은 품이 소중하니까.

또 그만큼 무혁을 사랑하니까.

그런데도 조금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혁의 옷자락을 쥔 재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혁은 팽팽하게 당겨지는 옷자락을 보다 제 품에 안긴 재희를 감싸 안았다.

재희가 무혁을 마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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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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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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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씨.”

대답이 없자 무혁이 제 품에서 재희를 떨어뜨리며 마주 보았다.

재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는 시선.

재희는 그런 무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중하고 거짓 없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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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어.’

무혁의 진중한 눈동자를 마주 보게 되자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던 결심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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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아까 그 대화에 대해 물어봐야 할까’

재희는 문득 두려워졌다.

아까 일을 입에 올리는 순간, 지금까지 무혁과 함께해 왔던 시간이 없던 일처럼 사라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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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때 같아.’

문득 첫 회식을 끝내고 무혁의 등에 업혔을 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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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때도 그랬다.

무혁에게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말을 꺼내는 순간 이 일상이 깨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겁이 난 재희는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이 피한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못 들은 척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피해버린다면, 영영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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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저기.”

재희의 말을 기다리며 그녀의 손을 잡고 가만히 쓸어 주던 무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까슬한 감촉 때문이었다.

무혁이 재희의 손을 휙 잡아당겼다.

덕분에 놀란 재희는 말을 도로 삼켜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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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처는 뭡니까.”

분명 아침까지 없었던 손바닥에 선명하게 난 상처에 무혁이 사납게 물었다.

왠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재희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무혁은 놔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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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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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별 게 아닙니까.”

무혁이 마치 찢어진 상처를 본 것처럼 되물었다.

재희가 제 손을 잡은 무혁의 손을 짚으며 고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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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어져서 바닥에 쓸린 탓에 까진 것뿐이에요. 큰 상처도 아닌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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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진 상처라도 잘못하면 세균에 감염돼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료해 줄 테니 잠시 앉아 계십시오.”

그렇게 말한 무혁이 구급상자를 꺼내기 위해 선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파에 앉아 구급상자에서 신중하게 약과 붕대를 고르는 무혁의 뒷모습을 보며 재희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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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혹시 한유라 씨랑 박정수와 친해요?”

그 말 한마디에 무혁의 동작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러나 이내 다시 약과 붕대를 챙기기 시작했다.

재희는 기민하게 그 찰나의 동작도 모조리 잡아냈다.

재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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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 무혁 씨가 박정수와 가까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라윤 갤러리까지 찾아온 박정수와 만났던 일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또, 더는 한유라가 자신과 무혁의 사이에 끼어들어 이간질하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 무혁과 박정수와 나눴던 대화도 그렇고, 한유라에 대해서도 무혁과 분명하게 매듭짓고 싶었다.

마음이 조급해지자 한번 터진 말문은 좀처럼 닫히지 않았다.

재희는 답지 않게 서두르느라 빠른 속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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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을 못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박정수랑 저, 같은 대학을 나왔거든요. 과는 달랐지만, 교양과목이 겹쳐서 자주 마주쳤었어요. 그래서 무혁 씨만큼은 아니어도 박정수에 대해선 잘 알아요. 박정수는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혹시 사업 때문에 끊어 낼 수 없다면 적어도 친구로 지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유라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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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무혁의 묵직한 목소리에 재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무혁이 약과 붕대를 들고 다가와 재희 옆에 앉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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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박정수와 한유라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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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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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둘보다는 재희 씨 상처가 먼저입니다.”

그렇게 말한 무혁이 재희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꼼꼼하게 둘러 주었다.

재희는 신중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붕대를 둘러 주는 무혁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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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친구 험담은 듣기 싫다는 걸까.

재희는 자신의 상처에 집중하며 붕대를 감아 주는 무혁을 보며 얼어붙었던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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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서 말을 꺼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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