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눈물 나도록 행복했어요. (52/128)


#52화. 눈물 나도록 행복했어요.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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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노을 서점 앞에 무혁이 서 있었다.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얼굴까지 오른 열기를 식힌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언젠가 노을 서점에 무혁과 함께 꼭 오고 싶다는 생각하기 무섭게 그를 보자 재희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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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분명 외근 중이라고 했는데 여긴가.’

재희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출입 금지 줄이 쳐진 노을 서점 외에는 주변 건물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공사 진행 중인 건물도 없었고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

도무지 무혁이 올 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의외의 장소에서 무혁을 본 당혹스러움과 별개로 재희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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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착각이었을까.

노을 서점을 바라보던 무혁의 어깨가 아주 잠깐 굳은 듯했다.

무혁의 고개가 천천히 돌려졌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재희는 걸음을 조금 빨리하여 무혁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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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 중이라고 하더니, 여기였어요?”

재희가 반가운 얼굴로 물었지만, 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드물게 조금 크게 뜬 눈으로 재희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었다.

평소라면 대답을 해줬어야 할 무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금 주눅이 든 재희가 얼른 변명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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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외근 중이었어요. 5월의 연회에 전시될 작품을 보러 왔거든요.”

한참 뒤에야 무혁이 억눌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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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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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품이 완성되기 전이라 시간이 좀 남아서요. 그래서 여기에 오랜만에 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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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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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답이 없지. 내가 뭘 실수했나.’

평소에도 생각을 읽기 힘든 남편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더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재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무혁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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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계단에서 제가 말했던 비밀 친구 기억나요?”

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몽마르트트에서 말한 것뿐만 아니라 재희가 흘리듯 하는 말도 무혁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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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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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 친구와 만난 곳이 바로 여기예요.”

재희가 무혁의 커다란 손을 보드랍게 감싸 쥐었다.

이리 와보라는 듯 재희가 장난스럽게 무혁의 손을 잡아당겼다.

석상처럼 꿈쩍도 안 할 것 같은 남자의 커다란 몸이 여자의 가벼운 손짓에 너무나도 쉽게 움직였다.

출입 금지 줄이 쳐진 곳까지 간 재희가 무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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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서점이라고 해요. 15살 겨울에 처음 왔던 곳인데, 그때 갈 곳이 없어서 여기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었거든요.”

재혁을 잃어버리고 집에서 쫓겨나듯 나와서 방황하던 겨울이었다.

날도 추운 데다 겨울비까지 내려서 더 아프고 힘들었던 최악인 겨울.

그 당시 갈 곳이 없었던 재희는 오들오들 떨면서 이 낡은 서점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였었다.

낡은 서점이라 어쩐지 선뜻 발을 들이기 무서웠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자니 가진 돈도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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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는데 왜 여기서 떨고 있느냐. 추우니 와서 몸 좀 녹이고 가련.”

 
그런 재희를 서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준 이는 서점 할아버지였다.

당신도 추웠을 텐데, 서점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망설이는 재희를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결국, 견딜 수 없이 추웠던 탓에 재희는 서점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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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을 들인 이 노을 서점은 정말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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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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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처음 서점 안에 발을 들였을 때의 공기, 냄새, 풍경, 그리고 기분을.

낡은 건물만큼이나 안도 무척 허름하고 낡았지만, 극세사 이불을 뒤집어쓴 것처럼 포근했다.

묵은 책 내음과 낡은 난로에서부터 번져나가는 훈기, 겨울비로 인한 눅진한 습기.

왠지 모르게 위로해주는 듯한 안락함에 재희는 참았던 눈물이 차올랐다.

이미 위험한 곳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래도 재희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따뜻하다는 걸 알면서도 재희는 일부러 출입문이 바로 앞에 보이는 책장에 기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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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게 문 가까이 앉았는데 그때 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겨울이라 해는 짧았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라 하늘이 흐려서 해는 더 빨리 졌다.

서점 할아버지는 지붕에 달린 처마등에 불을 밝혔다.

그때 재희의 눈동자에 비친 주황빛 처마등이 마치 노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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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 그 주황빛이 마치 노을 같았어요. 왜 여기가 노을 서점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서점 할아버지는 추위에 떨었을 재희에게 따뜻한 우유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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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마셔 보거라. 몸이 금세 따뜻해질 거다.”

 
재희는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웅얼거리며 우유컵을 받아들었다.

서점 할아버지는 말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치 마음껏 울라는 듯이.

재희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힘들어서도, 서러워서도 아니었다.

그냥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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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비밀 친구를 만났어요.”

숨죽여 울고 있을 때, 책장 너머에서 조금 식은 피자 한 조각이 담긴 접시가 밀어졌다.

책장 너머의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재희는 따뜻한 우유와 그 피자 한 조각을 먹었다.

단순히 따뜻한 우유 한잔과 피자 한 조각이 아니었다.

재희에게 그것들은 위로였고 상처받은 마음을 덮어주는 연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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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 아직까지도 비밀 친구의 얼굴도 나이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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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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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보여주지 않더라구요. 결국, 오래 알고 지냈지만 제가 아는 건 비밀 친구의 이름과 목소리뿐이었어요.”

무혁은 재희를 무거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재희가 몇 번이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은근히 뜻을 내비쳤으나, 무혁은 끝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그땐 이 정도의 거리가 딱 좋다고 생각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재희가 검지로 출입 금지 줄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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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궁금해요. 어떤 얼굴일까. 나이는 몇 살일까. 입시 미술 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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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데, 서운하거나 화나지 않았습니까.”

무혁의 질문에 재희가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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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비밀 친구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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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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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그런 절 많이 생각해준 게 비밀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서운해하거나, 더 욕심을 낸다면 틀림없이 벌을 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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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희는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는 노을 서점을 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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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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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희가 무혁을 슬쩍 돌아보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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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헤어진 게 아직도 미안해요.”

무혁은 재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들어 노을 서점을 응시했다.

재희가 들려주는 과거 이야기.

자신과 재희 사이의 이야기.

몽마르트르에서도 들었지만, 이곳 노을 서점 앞에서 재희에게 듣는 비밀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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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라.’

무혁은 궁금해졌다.

이곳 노을 서점에서 보낸 그 겨울이 재희에게 어떤 겨울이었는지.

즐거웠는지, 행복했는지.

아니면…… 소중했지만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겨울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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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웠습니까.”

무혁이 혼란한 제 심정을 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물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재희는 그 속에 담긴 무혁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재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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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 대답에 재희를 보는 무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어진 재희의 말에 무혁의 어깨와 등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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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어요. 눈물 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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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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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전 돌아갈 거예요. 너무 행복했으니까요.”

노을 서점에서 보낸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했었다.

그때 재희는 참 많이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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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무척 행복해요. 이젠 무혁 씨가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재희가 장난스럽게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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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에게 들었는데요, 노을 서점이 곧 다시 문을 연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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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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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서점이 문을 열면 우리 같이 꼭 여기 다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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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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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게 소중한 곳이니까, 더 소중한 사람인 무혁 씨랑 꼭 같이 오고 싶어요.”

무혁은 재희를 응시했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얼굴엔 그 겨울의 아픔이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노을 서점이 다시 영업하길 기다리며 설레하는 얼굴.

무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무혁의 손을 잡고 있던 재희는 강한 힘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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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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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때.”

무혁이 말을 짧게 끊었다.

무혁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재희를 응시하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그의 망설이는 모습에 재희는 놀란 눈으로 무혁을 바라보았다.

무혁은 짧게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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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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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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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이라 생각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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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장독수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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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나? 작품은 저기 있네.”

작업을 마친 장독수는 낡은 스툴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재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름진 손은 물감으로 얼룩덜룩했지만 장독수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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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작품을 좀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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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고 온 거 아닌가. 마음껏 보시게나.”

장독수가 웃으며 흔쾌히 허락하자, 재희는 작품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5월의 연회의 이번 콘셉트는 고풍스럽고 부드러운 봄이었다.

응당 작품 역시 부드러운 화풍이 어울릴 것 같으나, 장독수의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겨울이 막 지나간 정제되지 않은 거친 봄을 보는 듯했다.

잠시 이 작품을 어떻게 전시해야 할지 고민하던 재희가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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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고민해서 소중한 이 작품이 묻히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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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생 좀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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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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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장독수는 인사하고 나가려는 재희를 불러세웠다.

재희가 돌아보자 장독수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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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심술이 꽤 고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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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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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았으니 조금만 견디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장독수가 시선을 거두자 재희는 아리송한 얼굴을 했다.

장독수가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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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한 뒤 작업실에서 나오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재희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노을 서점에서 장독수의 전화를 받고 돌아가려는 재희를 무혁이 작업실까지 데려다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무혁은 재희가 볼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기세였다. 그러나 바쁘게 울어대는 그의 휴대전화 때문에 재희는 무혁을 다시 회사로 겨우 돌려보냈다.

윤 비서의 애타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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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이라니. 그게 뭘까.’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재희는 생일 때까지 궁금증을 꾹 참기로 했다.

선물을 뜯어보기 전까지의 설레는 마음을 즐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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