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불안한 마음2022.03.03.
[12시 전엔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재희는 하품을 참으며 무혁의 답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2시 전에 들어올 수 있다던 무혁은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들어오지 않았다.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던 재희는 결국 플로어 스탠드만 켜놓은 채 거실에서 하염없이 무혁을 기다렸다. 피곤한 무혁을 붙잡고 괜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그냥 아침에 하는 게 나을까. 수도 없이 고민하는 사이 결국 이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냥 다음에 이야기해야겠어. 피곤할 텐데 괜히 시간을 뺏을 수 없으니.’
그래도 기다린다고 했으니 재희는 무혁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무릎을 모으고 앉아 생각에 빠진 사이 재희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깜짝 놀란 재희가 고개를 들자 언제 온 것인지 무혁이 재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요?”
“지금. 늦었습니다.”
살가운 인사에 딱딱하게 대답하는 무혁에게 조금 적응된 재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하겠어요. 얼른 씻고 자요.”
역시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재희가 말했지만, 무혁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할 말이 뭡니까.”
“내일 다시 얘기해요. 시간이 늦었어요.”
“지금 해도 됩니다.”
“피곤하잖아요.”
“그것보단 재희 씨 말 듣는 게 더 중요합니다.”
물러섬 없이 단호한 무혁의 말에 재희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씻고 와요. 그 후에 얘기해요. 시간은 오래 안 뺏을 거예요.”
무혁은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순순히 욕실로 향했다. 씻고 나온 무혁이 안방 침대에 앉아 있는 재희 옆에 자리 잡았다. 재희가 가만히 기대어 오자 무혁은 기꺼이 품을 내주었다. 그리고 재희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물었다. 꽃향기가 은은하게 나는 재희의 체향을 맡으며 무혁이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게…….”
재희는 어떻게 말을 꺼낼까 망설였다. 성격이 느린 재희는 할 말을 정리하느라 항상 말을 꺼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무혁은 단 한 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채근하지도 않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며 재희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재희가 입을 열었다.
“오늘 라윤 갤러리에 다녀왔어요.”
멈칫, 순간 무혁의 손이 굳었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무혁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또 어머니께서 억지를 부렸습니까.”
“아니요.”
“그럼.”
재희는 달래듯 제 허리를 안은 무혁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곧 라윤 갤러리에서 5월의 연회와 50주년 특별 전시회를 준비한다고 해요.”
재희는 혜란이 했던 말을 적당히 걸러서 무혁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5월의 연회와 50주년 특별 전시회 준비를 도우란 말과 그리고 혜란이 가족에게 라윤 갤러리를 물려주고 싶어 한다는 말까지. 묵묵히 듣던 무혁이 말했다.
“재희 씨는 가고 싶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재희 씨가 원치 않으면 거절해도 됩니다.”
“무혁 씨는요?”
“…….”
“무혁 씨 생각은 어때요? 제가 갔으면 좋겠어요?”
재희의 질문에 무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재희가 조금 초조한 기분으로 무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무혁이 입을 열었다.
“재희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전 무혁 씨의 생각은 물은 거예요.”
“재희 씨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재희 씨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재희는 가만히 한숨을 삼켰다. 물론 자신의 일이니 재희가 결정하는 건 맞았다. 혜란과는 아마 쉽게 친해질 수 없겠지만 라윤 갤러리의 뜻깊은 행사에서 함께 일한다는 건 미술학도였던 재희에겐 큰 기회였다. 더군다나 혜란의 말에 거역할 자신이 없었던 재희는 무혁이 말려도 라윤 갤러리에 갈 생각이었다. 이미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재희가 무혁에게 듣고 싶은 그런 대답이 아니었다.
‘무혁 씨의 솔직한 생각이었는데.’
무혁은 항상 재희의 생각을 물었고, 그에 맞춰 대답해주었다. 가끔 재희가 고집을 부려도 물러서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주로 재희가 생각을 말하면 수긍했다. 평소라면 재희도 그냥 넘어갔겠지만, 오늘 이상하게 무혁에게서 다른 대답을 듣고 싶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만 아니라면, 어느 대답이라도 좋았다. 무혁이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라윤 갤러리에서 보았던 낯선 여자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혜란의 모습이 줄곧 마음에 걸려서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친분이 있는 사이였겠지만, 재희는 이상하게 예감이 좋지 않았다. 결국, 이도 저도 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재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만약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억지를 쓰신다면 주저 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저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진심임을 재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꾸만 불안할까. 자신을 든든하게 감싸 안아주는 남자의 품을 잃을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 뭔가 미묘하게 자꾸만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재희는 애써 그 생각을 지웠다. 무혁과 자신의 사이는 아무 문제 없었다. * * * S 백화점 본점 H 매장. 피 같은 연차에 아침부터 강제로 백화점에 끌려온 강우진은 프라이빗 룸 소파에 턱을 괴고 앉아 연신 하품을 했다. 쇼핑을 하고 싶다면 퍼스널 쇼퍼를 집으로 불러도 될 것을 혜란은 굳이 우진을 끌고 평일 사람이 많은 시간대를 골라 매장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들어선 순간부터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혜란이 자랑하듯 다정하게 우진에게 팔짱을 꼈다.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는 혜란의 성격을 잘 알기에 우진은 말없이 그녀의 욕심을 채워주기로 했다. 물론 다른 목적도 있었지만.
“얘, 우진아. 이제 저기로 가자.”
꽤 즐거운 쇼핑이었는지 혜란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네. 네.”
우진이 군소리 없이 일어나 혜란을 에스코트해주었다. 명품 주얼리 부티크에서 목걸이를 고르고 잠시 쉬는 혜란 곁에 우진이 앉았다. 그러곤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왜?”
무뚝뚝한 무혁과 다르게 우진은 살가운 성격이었다. 기분도 곧잘 맞춰줘서 혜란은 우진을 꽤 예뻐했다.
“라윤 갤러리 5월의 연회랑 50주년 특별 전시회 준비, 형수님도 도우라고 했다면서요.”
재희 얘기가 나오자마자 혜란의 미간이 좁혀졌다.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우리 회사 대표가 형이란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하여간 그 애는 입이 싸다니까. 마음에 안 들어.”
“에이. 형수님이 엄마 갤러리에서 일하게 됐는데 형이 모르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불쾌한 기색이 가득한 혜란을 보며 우진이 살살 달래가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이에요? 정말 형수님이 라윤 갤러리에서 일해요?”
“그래, 맞아. 거절할 줄 알았더니 다니겠다고 연락이 오더구나.”
“형수님을 싫어하지 않았어요? 그런 뜻깊은 날 준비를 엄마가 형수님한테 도우라고 할 줄은 몰랐지.”
혜란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싫어도 어쩌겠어. 언제까지 집에서만 있을 수 없잖니. 강 씨 집안에 시집 왔으면 강 씨 집안의 격에 맞아야 하지 않겠니. 그러려면 여러 사람과 안면도 터야지. 이때 아니면 그 애 주제에 언제 만나보겠니.”
* * *
-……라고 하시더라고. 엄마도 다른 못된 생각을 가지고 제안한 건 아니신 것 같아.
무혁은 우진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지난번 무혁이 갤러리까지 찾아가 따진 뒤로 혜란은 무혁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간간이 재희의 안부 전화는 받는 듯했지만, 그뿐이었다. 혜란은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면 한없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아니면 선을 긋는 성격이었다. 그런 혜란이 싫어하는 재희를 라윤 갤러리에 부른 것 자체가 무혁으로서는 어머니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형. 엄마가 형수님에게 심하게 군 건 맞지만 의심은 정도껏 하는 게 어때. 형도 알잖아. 엄마 그렇게 못된 사람 아니란 거.
“끊어.”
무혁은 우진의 전화를 냉정하게 끊었다.
‘우진이 말대로 정말 그런 의도라면 다행이겠지만.’
무혁은 생각에 잠겼다.
* * *
[재희야아. 난 네가 너무너무 보고프다. 그리고 배도 고파아아.]
막 외주 작업물을 전 회사 팀장인 지혜에게 메일을 보낸 재희는 희수의 메시지를 보며 작게 웃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한번 만나고 그 후 간간이 통화는 했지만, 그 사이 희수의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었다. 거의 한 달 만에 받게 된 희수의 메시지를 보며 재희가 곧장 답장을 보냈다.
[뭐가 먹고 싶어?]
[아주 매운 닭발!]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학생 때 자주 갔던 닭발집으로 약속이 잡혔다.
“아아. 살 것 같아.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먹을 시간이 있어야지. 망할 회사. 사람을 아주 마른걸레 쥐어짜듯 부려먹는다니까. 언젠간 꼭 그만두고 만다.”
회사 욕을 하면서 희수는 감격한 얼굴로 열심히 닭발을 먹었다.
“천천히 먹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항상 하는 소리여서 재희는 웃으며 계란찜을 희수 앞으로 밀어주었다. 닭발이 절반 정도 사라지자 재희가 희수에게 라윤 갤러리에 출근하게 됐다는 말을 꺼냈다.
“할 거야?”
많은 게 생략된 질문이었지만 그 모든 걸 단번에 알아들은 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할 거야.”
희수가 막 입에 가져가려던 닭발을 내려놓았다. 재희는 티슈를 뽑아 희수에게 건네주었다. 희수는 할 말이 많은데 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았다.
“괜찮겠어? 시어머니가 너 별로 안 좋아한다며.”
“그래도 도와달라고 말씀까지 하셨는데 거절하기도 그렇잖아.”
“라윤 갤러리야 꿈의 직장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한테나 그렇지. 시어머니 갤러리에 며느리가 직원으로 들어간다는 건…….”
“나도 잘 생각해보고 결정 내렸어. 무혁 씨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고.”
“반대 안 했어?”
“응. 무혁 씨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 안 말려. 오히려 하라고 하지.”
“신재희. 너 솔로 앞에서 네 남편 자랑해?”
“아냐. 그런 거.”
“자랑이 아니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는 남자가 흔한 줄 알아?”
“그런가.”
재희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자 그 모습을 보던 희수가 물었다.
“왜? 뭐 걸리는 문제라도 있어?”
“그게.”
자갈처럼 걸리는 마음을 말하려던 재희가 입을 다물었다. 무혁이 언제나 진심인 걸 알면서도 꺼끌꺼끌하게 남아 있는 마음 하나에 섣불리 입을 열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이 꺼끌꺼끌한 마음이 무엇인지 재희도 모르니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지잉- 테이블에 올려둔 재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휴대전화로 향했다. 발신인을 확인한 희수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할머니]
“받지 마.”
희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
“받지 마. 신재희.”
끊임없이 울리던 휴대전화가 이윽고 잠잠해졌다. 그러나 5초도 못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얕은 한숨을 내쉬며 재희가 휴대전화를 들자 희수가 눈을 치켜떴다. 그런 희수를 보며 재희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내가 받을 때까지 전화하실 분이야.”
“미친 할망구.”
희수의 욕설을 흘려넘기며 심호흡을 한 재희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넌 뭐 하느라 전화를 안 받는 거냐.
“무음으로 해서 몰랐어요.”
재희의 말에 못마땅한 얼굴로 있던 희수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할머니의 전화를 받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재희를 처음 본 탓이었다. 그것도 저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둔한 것이 행동이라도 빨라야지. 너, 그렇게 느려서 우리 강 서방 내조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
-지금 바로 집에 오거라. 줄 것이 있으니.
희수가 고개를 저으며 가방을 챙겼다. 할머니가 저렇게 나오면 재희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걸 몇 년 동안 이골나도록 겪어본 희수여서 이젠 먼저 가방을 챙기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재희의 대답에 희수가 가방을 챙기다 말고 눈을 찢어질 것처럼 커다랗게 떴다.
“죄송해요. 할머니. 지금 약속이 있어서 나와 있어요.”
-뭐야?
“중요한 약속이라서 당장 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저녁에 갈게요.”
-이 망할 것이! 결혼하더니 정신이 아주 나갔구나. 잔말 말고 당장 와라!
“죄송해요. 할머니. 이따 저녁에…….”
-기어이 내가 강 서방 집에 직접 찾아가야 정신 차릴 테냐!
“…….”
-한 시간 이내로 오거라.
뚝. 할머니는 재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재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희수를 쳐다보았다.
“미안해. 희수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 가 봐야 할 것 같아.”
“……재희야.”
희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재희를 바라보았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할머니의 말을 거절하는 재희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 아직 할머니의 말을 거절할 정도까진 안 되나 봐.”
“괜찮아.”
희수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휴대전화를 든 재희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희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분명 재희는 온 힘을 다해 용기를 긁어모아 처음으로 할머니의 말을 거절했을 터였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른 가 봐. 나는 나중에 만나도 되니까. 할머니한테 싫은 소리 듣기 전에 얼른.”
희수와 헤어진 뒤 재희는 차에 올랐다.
“이 실장님. 연희동으로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이 실장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연희동 본가 앞. 차에서 내린 재희는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고 대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인사드리러 갈 때가 마지막 방문이었다. 아직도 이 집 앞에 서면 명치 부근이 체한 것처럼 답답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혁과 결혼을 한 일이 꿈이어서 허무하게 부서질까 봐 겁이 났다. 집 앞에서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던 재희가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유. 아가씨. 어서 와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집에서 유일하게 재희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영산댁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음에도 영산댁은 그대로였다.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고마워요. 저기서 할머니 기다리고 있을게요.”
재희는 할머니에게 혼이 날 때나 명령을 들을 때 항상 앉았던 소파 끄트머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영산댁의 말에 재희의 걸음이 멈췄다.
“큰 사모님께서 아가씨 오면 바로 방에 오라고 하셨어요.”
“네?”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고 하세요. 얼른 들어가 보셔요. 아까부터 기다리셨어요.”
할머니의 방은 재희에게 금지된 구역이나 다름없었다. 재희가 근처에만 가도 할머니는 부정 탄다며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오라니. 재희는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 할머니를 기다릴 때보다 더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