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 타나 (100/126)


100. 타나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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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과 엘리제 일행이 미로니카 황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궁이 발칵 뒤집힌 상황이었다.

미카일이 데몬과 엘리제의 말을 발견하자 마구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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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 사라지셨네. 아무래도 납치되신 것 같아!”

그 말에 엘리제가 깜짝 놀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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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

같은 시각, 황후 프시케는 여전히 어두운 방에 결박되어 있었다.

눈앞에는 그녀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하얀 옷의 성자 헬리오가 서 있었다.

늘 그렇듯 인자한 표정에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오랫동안 기다려 온 즐거운 순간을 맞이한 듯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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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남들보다 특별한 나 자신을 사랑했어요. 그 우월감과 만족감이 주는 쾌감은 컸습니다. 기꺼이 봉사할 수 있었지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구원하러 다닐수록, 존경과 우러름이 가져다주는 쾌감은 더 커졌습니다.”

헬리오는 프시케 앞에서 궤변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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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들보다 나은 존재임을 확인하고, 그들이 나보다 하찮고 힘없는 존재임을 확인할 때마다 나의 특별함이 그들에게도 각인되어 갔습니다.”

그래서 신성력을 사용하고, 빈민들을 구원하러 나서고, 남을 위한 삶을 살았다.

자신이 특별한, 남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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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성하께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프시케의 눈에 실망과 충격으로 눈물이 차올랐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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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나의 이 외로움을 당신이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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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황후 폐하와 둘뿐이니 솔직해지도록 하겠습니다.”

헬리오가 프시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다정한 그 행동에 치가 떨려 프시케는 고개를 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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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와 같은 우월감, 솔직히 느끼지 않으셨나요?”

이제 프시케는 턱까지 떨려왔다. 자연히 말이 끊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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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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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제가 유일하게 직접 기른 아이 이야기를요.”

 

*

타나는 귀한 아이였다.

자식이 없어 신께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또 올리던 부부는 어느 날 상서로운 꿈과 함께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그것이 신의 은총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딸은 신이 주신 천사와 같다고.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안젤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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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사랑하는 우리 딸.”

매일의 낮과 밤, 모든 순간에 부부는 아이에게 사랑한다 속삭이고 따뜻하게 보듬고 안아주었다. 아이로 인해 부부는 행복했으며 삶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들은 안젤라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그만큼 소중하게 키웠다.

그래서였다.

헬리오가 그 아이를 선택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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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들. 제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생사는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지요.”

신성력은 치유의 힘을 가진 마법이지만 어느 순간 한계를 넘자 헬리오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신성력이 반대로 생명을 거두어가는 힘도 가질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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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최강의 신성력은 곧 파괴의 힘도 갖게 되더군요.”

빛은 당연히 어둠을 동반한다. 아니, 어둠이 빛을 존재케 한다.

헬리오는 강력한 신성력을 얻게 된 순간 그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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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신성력이 곧 흑마법입니다.”

인간은 보호하는 힘에도 반응했지만, 파괴하는 쪽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강력한 힘에 굴복하는 인간들 앞에서 헬리오는 그동안 느꼈던 우월감 이상의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더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권능을.

다음으로는 궁금했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들의 최선이.

그렇게 사랑하는 자신들의 아이로 인해 그들이 죽게 된다 해도, 그들은 아이를 여전히 신의 축복이라 부르고 천사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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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사람의 목숨과 딸아이를 두고 선택하라 했지요. 우습게도 그들은 심장이 터지는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딸아이를 살리더군요.”

자식을 향한 부모의 희생을 보고 우습다고?

프시케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입에서 절로 경악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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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안 돼. 당신은 미쳤어!”

프시케가 절규했다.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눈에서는 굵고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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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처음엔 제게 그렇게 말하더군요. 하지만 후엔 결국 제게 울며 감사해했어요. 딸아이는 살려주는 은혜를 베풀었으니까.”

부모를 모두 처참하게 죽인 후에 남아 있는 작은 아이의 귀에는 사랑스럽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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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구원자라고.”

분노와 소름으로 뒤덮인 프시케의 몸이 경직된 채로 멈추었다.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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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마!!!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헬리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고통스러워 프시케는 귀를 막고 싶은 지경이었다.

백지처럼 순수했던 아이는 그가 물을 들이는 대로 색이 변할 터였다.

성녀가 될 수도, 요부가 될 수도 있었으나 헬리오는 그녀를 흑마법사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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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또 다른 나의 분신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끔찍하게 망쳐놓고 분신이라고? 이게 사람이 할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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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그는 잔혹한 악마임이 틀림없었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영혼은 타락해 버린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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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기실 저는 아이에게 제 이름의 일부를 줄 만큼 나름 아꼈던 것을요.”

여러 생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무력을 가해본 적 없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생의 처음으로 누군가가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스러웠다.

결박된 손이 아니었더라면 이성을 잃고 헬리오를 향해 달려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그의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며 네가 사람이냐며 소리 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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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짓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지?”

더욱 혐오스러운 것은 아이의 부모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아이를 세뇌시켰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이들이 속았듯이 아이는 헬리오를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성인으로 여겼다.

그녀에게 그는 구원이었다.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자신을 거두어 길러준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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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저주가 있을 거야…….”

프시케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연이은 충격과 분노로 얼굴이 뜨거운 눈물로 엉망이 되었다. 붉게 충혈된 초록 눈은 헬리오를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결심으로 핏발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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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네,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헬리오가 두 팔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그런 후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어 자신의 팔을 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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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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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시케가 황궁에서 사라졌다.

미카일의 말에 엘리제는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데몬이 쏟아지는 그녀를 더욱 단단히 받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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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에 잠긴 붉은 눈은 말이 없었다. 그토록 빨리 움직여서 프시케를 데려갈 사람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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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황궁에 성하께서는 계시는가?”

미카일이 데몬의 물음을 듣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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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예상이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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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군.”

배신의 충격으로 낯빛이 노랗게 변한 미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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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 후에 움직이려 했거늘.”

한발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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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고 있음을 간파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토록 기민하게 그가 행동한 것이겠지.’

데몬의 잘생긴 미간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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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충격이 컸을 미카일을 데몬이 우선 위로하였다.

엘리제는 프시케가 너무나 걱정되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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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를 인질로 대체 무얼 요구할 생각이실까요? 원하는 걸 주어서라도 황후 폐하를 안전하게 모시고 와야 해요.”

하루만 더 자신이 빨리 꿈을 꿨더라면 프시케가 안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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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께서는 안전하실 것입니다.”

데몬이 확답을 내렸다. 그의 말이 맞기를 바라면서도 엘리제는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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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예상이 맞다면, 그분의 목적이 황후 폐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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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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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인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엘리제와 미카일이 동시에 외쳤다.

***

예리한 칼날이 젊은 남자의 살갗을 베어나가자 붉은 피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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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짓을……!”

피비린내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동시에 프시케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순식간에 헬리오의 몸이 빛으로 감싸이며 상처가 사라지는 모습에 다시 한번 공포가 몸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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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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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신의 저주가. 저는 죽지 않는 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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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에 느꼈던 것과 차원이 다른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프시케는 암담함에 시야마저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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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내가 곧, 신입니다.”

헬리오가 멀쩡한 두 팔을 옆으로 벌리며 웃었다.

하얀 옷 위로 선명하게 남은 붉은 혈흔만이 조금 전 그에게 상처가 있었음을 입증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이토록 끔찍하고 소름 돋는 미소가 또 있을까.

가장 강력한 신성력과 동시에 흑마법을 가진 이.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

그가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것은 당연했다.

눈앞의 이는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미치광이였고.

죽여도 죽지 않는 괴물이었다.

프시케는 생전 처음으로 절망과 공포가 자신을 집어삼키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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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야, 프시케.”

이제 알려줄 때가 되었다는 듯이 속삭이며 헬리오가 프시케에게 한발 한발 다가왔다.

묶인 상태로 안간힘을 쓰며 뒷걸음질 치는 프시케의 몸이, 거친 바람에 떨리는 나뭇가지처럼 애처로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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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가지려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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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시케는 제 귀를 의심했다. 그동안 헬리오가 한 말들도 그러했지만 방금 들은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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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은 알겠지. 너도 나만큼이나 우월한 삶을 살았으니까.”

그녀 역시 황후로 선택받고 주변 이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아왔다.

솔직히 회귀를 처음 경험했을 때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것이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이 다였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특별함이 어떤 의미인지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고민했고, 홀로 공부하였으며 연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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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왜 회귀하는지 알고 싶었고, 그 문제를 풀고 싶었을 뿐이었어.’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특별하다고 해서 다른 이를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생각해도 된다고 여겼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반대로 그녀는 수십 번의 회귀를 반복하면서 미리 일어날 일들을 대비하고 조금이라도 현명한 치세를 펼치기 위해 애썼다. 사람들을 돕고 미로니카 황국을 잘 이끌어 나가고 싶은 그녀의 마음은 늘 진심이었다.

회귀를 반복할수록, 황후로서 그녀가 더욱 훌륭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프시케는 두 눈을 치켜떴다. 로안을 잃은 적도, 사랑에 실패한 적도 있어서 거듭되는 삶을 살아왔지만, 자신의 과거에, 수십 번의 회귀 속에 부끄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신념을 담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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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같은 괴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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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헬리오가 웃으며 프시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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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은 황후 폐하께서도 아시는 사실이지요?”

달아날 수 없는 그녀는 너무나 쉽게 헬리오의 손에 잡혔다. 그가 그녀의 턱을 쥐고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가 뱉은 말에 프시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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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너 역시 과거를 되돌리며 살았잖아.”

그가 그녀의 회귀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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