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 가면 (85/126)


85. 가면
2022.08.25.


이제 막 실연한 황제에게 누구를 사랑하고 있느냐 물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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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것이 참으로…….”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당장에 첩이 황궁을 떠났다고 바로 황제에게 이제 누굴 사랑하느냐 묻는 황후가 되게 생기지 않았는가.

게다가 헬리오가 들은 음성의 내용은 솔직히 소름 돋을 만했다. 그녀가 직접 성검을 숨겨둔 창고의 열쇠를 엘리제에게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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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준 일이야 비밀에 부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로안에게 누굴 사랑하느냐 묻는다면…… 엘리제라 답하겠지.’

당장 어제 헤어졌는데 하루아침에 마음이 정리될 리가.

상처는 받았겠지만 아직 로안이 사랑하는 여인은 그녀이지 않을까 싶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하는 프시케를 향해 헬리오도 어렵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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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통은 황후 폐하라 답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뒷말을 아꼈다.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안이 얼마나 엘리제를 끔찍하게 아꼈는지. 헬리오의 표정을 보더니 프시케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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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황제 폐하께는 첩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어제 독립선언을 하고 몇 시간 전에 출궁한. 헬리오도 끄덕이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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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하다 보니 음성은 들었지만, 저 역시 정확한 답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황제의 첩이었던 엘리제이거나, 황후인 프시케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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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다른 이가 될 수도 있나?’

황제의 어머니는 이미 그가 어릴 적 돌아가시고 없었으며, 그의 주변에 이렇다 할 다른 여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혹시 앞으로 새로 후궁을 들인다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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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폐하께서 엘리제에게 그 전에 선물로 귀한 물건들을 주셨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헬리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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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랬다면 그 여인이 선물로 받은 것들은 간직한 채 출궁했을 것이고요.”

헬리오 역시 엘리제가 답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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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정답이지.’

열쇠가 그녀에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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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씁쓸하구나.’

사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헬리오조차, 황제의 사랑이 황후가 아닌 첩을 향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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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다.’

속상했다. 물론 로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사랑보다도 복잡했다. 무수히 많은 사건들과 아주 오랜 시간들이 쌓여 사랑도, 미움도, 연민도 모두 그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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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께서도 나의 사랑이 일방적이라 생각하시는구나.’

어쩌면 진정한 집착은 자신이 로안에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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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에게 성검이 있다면 이제 돌려받고 싶습니다. 신성국의 주인으로서요.”

본래 검의 주인이 검을 찾아가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돌려줘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 순간 프시케는 그러라는 말 대신, 자신이 오래도록 궁금했던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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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하, 여쭙기 조심스러우나 어찌하여 성검이 신성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게 된 것입니까?”

혹시 신성국에서 황국에 선물로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황제인 로안과 황후인 자신에게도 어떤 사건이나 연유로 선물을 받았는지 알려졌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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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이상하지?’

정말 희한하게도, 황후가 되는 날 프시케는 그런 연유나 설명 대신에 선황제로부터 전설 한 구절과 함께 상자를 받았을 뿐이었다.

태양빛 머리, 대지의 눈을 한 여인이 황궁의 주인이 되는 날 미로니카는 영원한 평화를 맞게 될 거라는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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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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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대체 이런 물을 누가 만든 거야?”

어두운 방에서 흑마법사가 검은 수정구슬에 드리웠던 한 손을 거두며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다른 한쪽은 펄럭이는 소매 안으로 팔 대신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번 더 시에델 왕궁으로 잠입하려던 타나는 곳곳에 놓인 정령수의 힘 때문에 루시아 근처로 검은 연기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레이스가 전과는 다르게 루시아의 곁을 지키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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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제물은 포기해야겠군.”

그렇다면 번거롭긴 하지만 지난번처럼 직접 미로니카 황궁에 가거나 손을 뻗치는 수밖에 없었다.

직접 나서지 않아도 데몬을 없애고 로안을 삼켜버리기에 루시아의 저주와 제물은 기막히게 적절한 재료였는데 포기하자니 참으로 아쉬웠다.

그리고 동시에 화가 났다. 누가 이렇게 귀찮게 정령의 힘을 담은 물 따위를 만들어서 자신을 방해하는 것인지. 알아낸다면 그자부터 없애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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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놔서 좋을 게 없지. 하지만 제법이군.”

정령의 힘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줄 안다니 그동안 정령의 힘을 가진 이들은 시에델에서 나오지 않거나, 스스로 정체를 숨겨 특별한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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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생각해보니 직접 죽일 필요까지도 없겠군.”

다른 곳에선 어차피 빨리 죽어버리니까. 하지만 그런 자가 시에델에 머물게 된다면 계속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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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왕후인가?”

자이드는 아닐 것이었다. 그의 정령의 힘이 막강하진 않았기에 지난번 흑마법의 제물로 선택 될 수 있었으니까.

이번에 자이드의 생사가 위험해지면서 그레이스 왕후가 새로이 각성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초로 두 번째나 세 번째 각성에 그녀가 성공했다면 하나뿐인 공주 루시아를 미리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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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도, 자이드도 아니다……라.”

타나의 눈이 휘어 올라가고 붉은 입술은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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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께 기도드려 볼 시간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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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 머리, 대지의 눈을 한 여인이 황궁의 주인이 되는 날…….’

프시케는 자신이 들었던 구절을 소리 없이 읊조렸다.

황금빛 태양과 푸르른 대지.

대대로 황가는 그 부분이 금색 머리에 푸른색 눈을 일컫는 것이리라 추측했다.

그래서 그동안의 황후들은 대체로 금발에 녹안, 금발에 벽안이었다. 로안의 어머니 역시 금발에 벽안인 미인이었다.

그러나, 로안의 아버지는 전설을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대체적으로 태양은 눈이 부시게 밝은 금색이었지만, 태양이 뜨고 지는 순간만큼은 달랐다.

붉게 타오르며 온 세상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대지의 색은 대지를 언제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지로 달라졌다.

계절에 따라서도 달랐고, 석양이 질 때는 붉기도 하였고, 황금빛이기도 했다.

석양이 드리워져도 대지를 이루는 숲은 녹음(綠陰)을 간직했다.

대부분은 지는 태양을 상서롭지 않다고 여겨 가능성에서 배제하였으나 선황제는 그런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석양과 녹음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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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로즈벨 후작가가 황가에 큰 힘이 되는 가문이어서 첫째 딸을 황후로 맞이하겠다 선황제께서 선언하신 게 아니었던 셈이지.’

붉은 머리에 초록 눈은, 로즈벨 가문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구절을 전해 듣고 성검을 선황제로부터 몰래 받으면서도, 프시케는 그저 선정을 베풀라는 선조들의 뜻이 담긴 구절일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첫 회기를 경험하고 단순한 전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운명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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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예언에서 말하는 여인은 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로니카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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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이유를 어쩌면 지금 이렇게 성검을 찾고 있는 이 세계 유일의 신성께서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헬리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실로 아이와도 같은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표정만을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선하고 다정하기만 하다고 여겼던 눈빛과 표정이 이렇게 보니, 전혀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마치 가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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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신성국 주인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성검이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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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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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승님이셨던 전대의 성하께서 그 검을 누군가에게 전하셨다는 사실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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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주셨는지, 왜 주셨는지는 모르시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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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성검이 필요하신 분께 드렸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저희에게 필요하니 돌려받고자 합니다.”

신성국 왕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타당한 요구였다. 하지만 프시케는 기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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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성하께서 성검을 사용하시는 것을 스승님께서 원치 않으셨던 것은 아닐까요?”

제자를, 후대의 성하를 너무나 아끼는 마음에서.

성검을 사용하고 대가를 치를 헬리오를 막기 위해.

그렇다면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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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께 먼저 신의 음성에 대한 답을 여쭙고, 엘리제가 맞다면 그녀를 부르겠습니다.”

엘리제에게는 열쇠만 있을 뿐, 검이 없으니 당장은 헬리오도 검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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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 후에는 어찌한다?’

프시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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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엘리제 님을 뵈러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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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저는 데몬에게 잠시…….”

대공가 가주의 방 앞에서 마주친 마가렛에게 미카일이 답하며 얼굴을 붉혔다.

처음에는 데몬의 방에서 엘리제가 함께 밤을 보낸 듯하여 들어가도 되는지 묻기 민망하였다. 그래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건가 싶었는데 가슴이 어딘가 간질간질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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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리를 한 것인가?’

살아생전 처음 한 도둑질에, 데몬을 따라 쉼 없이 이동하고 일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미카일은 눈을 감고 도리질을 세차게 한 후에 정신을 차리려 눈을 세게 떴다.

그랬더니, 동시에 가주의 방이 열리며 방 안쪽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밝아지는 시야와 쏟아지는 빛을 보고 미카일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주변이 천천히 움직였기에. 오직 마가렛을 중심으로.

열리는 문과 함께 빛이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부서지고 동시에 그녀가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밀색 머리가 황금빛 들판처럼 눈앞에서 출렁였다. 그의 심장도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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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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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미카일.”

낮고 익숙한 음성이 미카일을 현실로 끌어들였다.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이 보이자 정신이 들었다. 데몬은 밝은 표정으로 미카일을 환영하고 있었다. 방 안에 기운을 차린 엘리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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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님, 앉으세요. 마침 차 마시려던 참이었어요. 마가렛, 사제님께도 차 부탁해요.”

그녀가 곱게 웃으며 미카일에게 인사하고 곧 마가렛을 향해 부탁했다. 미카일은 얼떨떨하게 엘리제가 안내하는 대로 앉았다. 마가렛의 맑은 구슬과 같은 목소리가 신실한 사제의 귓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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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제발 낮춰주셔요, 엘리제 님. 시에델로 가시면 곧 성녀가 되실 분께서 제게 존대라니요. 부디 전처럼 편히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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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알았어.”

이제 평민 엘리제가 되었어도 마가렛과는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를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공가를 위해 일하는 가신 가문 사람이어서 그렇지, 본래 마가렛은 귀족이다.

엘리제는 시에델에서 데뷔만 하였을 뿐, 아직 확실한 신분은 평민이었다.

그런데도 엘리제에게 말을 놓으라고 하는 마가렛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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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탁이니 마가렛도 함께 차를 들어줘.”

꼬리가 내려간 큰 금안으로 엘리제가 부탁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던 데몬이 말없이 마가렛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제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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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감사히 그리하겠습니다.”

엘리제와 마가렛이 서로를 향해 웃었다.

정신을 놓고 멍하니 마가렛을 바라보던 미카일이 작게 움찔댔다.

그러자 그를 바라보던 데몬의 고개가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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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조금 전 마가렛을 바라보며 움찔한 미카일은, 이제 그의 옆자리에 마가렛이 조심스레 앉자 붉어진 얼굴로 어울리지도 않은 가면을 쓴 것처럼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어떤 것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인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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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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