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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위험한 순간 (70/126)


70. 위험한 순간
2022.07.04.


검은 긴 머리에 크고 검은 눈, 하얀 얼굴에 피처럼 붉은 입술.

미로니카 황궁에 나타난 흑마법사는 작은 체구의 젊은 여인이었다. 검은 옷이 몸에 딱 붙어 여체의 굴곡이 여실히 드러났다.

동그랗고 하얀 어깨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위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요염한 표정과 아찔한 눈빛에 절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낫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사신의 그것과 같이 무척이나 크고 위협적이라 존재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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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그렇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사제들과 로안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역시 성하께서 직접 쌓아 올리신 결계가 잘못되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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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또한 완벽했던 거다. 다만, 저 간악하고 잔혹한 흑마법사가 교묘하게도 결계의 완성 직전 틈을 파고든 것이 분명해!’

하지만 결계의 틈을 찾아내어 파고들었다는 사실보다, 보는 이들을 얼어붙게 하는 것은 그녀의 강력한 힘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연기 속에서 나타났으며 발이 땅에 닿아 있지 않았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눈앞의 그녀가 본체인지, 아니면 흑마법을 이용해 만든 허상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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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런. 나의 어린양들이 공포에 떨고 있구나.”

순식간에 기사들을 뚫고 날아온 그녀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손이 주저앉은 로안의 뺨을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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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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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라!”

촤악. 모든 기사들이 방향을 돌려 무기를 들고 타나를 위협했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사실 기사들의 위협은 효과가 없는 듯했다.

조금 전 촉촉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로안의 뺨을 통해 느껴졌다. 그녀는 실체가 있는 존재였다! 로안의 벽안이 마구 흔들렸다.

분수에서 쏟아진 검은 물이 자신을 공격했던 순간과 그 물에 닿은 헬리오가 고통에 신음했던 모습이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목숨을 노리고, 사랑스러운 엘리제를 주술에 걸리게 했던 자가 드디어 로안의 앞에 실체를 드러낸 것이었다.

고통 속에 헐떡이던 엘리제를 기억하자 로안의 푸른 눈이 서서히 공포에서 분노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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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가 나와 엘리제, 황국을 파괴하려던 자다. 도대체 왜!’

분노가 일자 공포가 차츰 누그러졌다. 탁! 로안은 시퍼렇게 눈을 떠 타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뺨을 감싸던 그녀의 손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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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고개를 젖히며 타나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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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그래, 너무 고분고분하면 별로지. 길들이는 재미는 나도 바라는 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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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엄하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나의 황국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원하는 게 무어냐 묻는 음성에 분노와 공포가 뒤섞였다. 그 소리를 들은 프시케가 재빠르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주변의 기사들 역시 다시금 무기를 살벌하게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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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위험한 자입니다.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십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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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냐. 내버려 둬, 황후.”

검은 눈의 타나가 씨익 웃었다. 프시케가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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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화를 원하거든. 무작정 다 죽이는 게 취향은 아니라서. 재미없잖아.”

모두 다 해치우는 것쯤 별거 아니라는 듯 타나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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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답부터 해주지, 로안. 우선 원한으로 이러는 건 아니야.”

타나는 도리질을 하며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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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황국을 위협하고 로안의 목숨을 노려놓고?’

타나를 노려보는 프시케의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여러 번의 반복된 삶과 상황에서 로안을 지켜왔지만, 눈앞의 흑마법사는 처음 보는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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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가 너무 많아. 위험해.’

프시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엘리제, 헬리오, 타나까지…… 뭔가 이상하다. 이런 이야기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상념에 빠져 있는 중에도 눈앞의 타나는 할 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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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너희의 주인이 되고 싶을 뿐. 정확히는…… 바로, 너. 황제 로안의 주인.”

빨간 입술이 열리더니 궁지에 몰아넣은 먹이를 보는듯한 눈빛을 로안에게 고정하고 타나가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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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모시는 신께서 바라시는 바이거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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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델 왕궁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데몬과 함께 왕후 마마가 주신 제안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상의를 하다 함께 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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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님, 이제 곧 주무셔야 하는 시간입니다.”

마가렛이 말하며 내 목욕 준비를 해주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침대에는 토리와 로떼가 벌써 도롱도롱 코를 골고 잠들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데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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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으로 돌아가서 쉬시나요?”

일어나는 그를 내가 붙잡았다.

그가 방으로 돌아가 씻고 난 후 다시 돌아올 것을 알고 있는데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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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엔 어떻게 따로 있었나 모르겠네.’

같이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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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래서 다들 결혼하고 싶어지나 봐!’

하지만 당장 결혼하자 말할 수는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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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늘 밤도 곁을 지킬 것입니다.”

데몬이 난처하게 웃었다.

내 방에서 밤새 있고 싶으면 반드시 누워야 한다고 내가 주장한 뒤로는 꼭 저런 표정이다.

물론 흑마법 조심하느라 마가렛까지 같이 방에 있어야 해서 처음에는 그가 카우치를 사용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절대 모시는 이와 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날 수 없다 주장하는 마가렛 덕분에 데몬과 내가 한 침대에 눕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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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유능한 마가렛.’

비록 토리와 로떼를 사이에 두어야 했지만 그렇다 해도 잠들기 전 고개만 돌려도 그의 수려한 얼굴이 지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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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침대가 비좁아서 그러시면…….”

하긴. 그는 키도 크고 어깨도 엄청 넓지. 그리고 내 침대엔 이미 토리랑 로떼도 가운데에 떡 자리 잡았고. 생각해보니 불편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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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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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서 그러시면 제 쪽으로 더 바짝 오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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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몬이 아니라는 말도 없이 그저 큰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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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내가 말을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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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오늘은 우리, 각하 방에 가서 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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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침대도 더 크겠지. 그래, 처음부터 왜 그 생각은 못 했을까?

그런데 데몬의 붉은 두 눈이 무척이나 커져 있고, 입도 반쯤 열려 있다. 얼른 귀를 보았더니, 역시나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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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우시구나! 귀여우셔!’

매번 그가 귀만 빨개질 때마다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건 나뿐일 거란 생각에 묘하게 뿌듯하다. 지금도 또 가슴이 몽글몽글 뜨거워졌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가 두려우리만큼 내 두 손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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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귀엽다는 생각 취소!’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눈빛은 전혀 귀엽지 않고 진지하고 섹시했다. 긴장과 기대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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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님.”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천천히 나의 이름이 불렸다. 진동이 울려 뜨거워진 심장이 더욱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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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늦은 시각…… 남자의 공간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는 것이,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어머나! 지금 내가 유혹하는 것으로 들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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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에요.”

맘 같아선 하고 싶지, 유혹!

하지만 내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하더라도 그렇게 안 받아들이실 거면서?

내 대답을 듣더니 붉은 눈이 마구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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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이 당신의 마음보다 크고 뜨거울 것을 장담합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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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말씀은 다음으로 미루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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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설마 지금 나랑 밀당하는 건가? 방금 마음이 뜨겁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놓고 미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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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방에 데려가시더라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아요.”

흥. 어쩐지 좀 심술이 났다. 이건 마치 내가 더 좋다고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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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천천히, 소중하게 대하고 싶습니다.”

지난번엔 내게 상처 입힐 만큼 질주하게 될까 두렵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지금 마음이 어떻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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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런 의미도 알면서 각하의 방에 가고 싶다면요?”

물론 처음 했던 말은 내 방 침대가 좁으니까 데몬 방에 가자는 거였다.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마치 나만 안달하는 것 같아서 되레 그를 안달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말했을 때, 데몬은 뭐라고 대답할까? 난 솔직히 내게 더 조바심 내주면 좋겠어.

얄궂은 마음일지는 몰라도 그가 내게 자꾸만 고백하고 귓가에 속삭여주면 좋겠다.

나를 너무나도 원한다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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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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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요?”

방에 가면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할 일이 생길 거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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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당신이 모든 걸 허락했다는 뜻으로 제가 해석해버리면 어쩌시려고요.”

어쩌긴요. 그걸 바라는 건데요.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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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께서는 그러지 않으실 거잖아요.”

날 바라보는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

***

불길한 기운이 프시케를 감쌌다. 눈앞의 타나가 방금 자신이 원하는 것은 로안이라 말했다. 그게 신의 뜻이라며. 하지만 황국의 황제를 원한다니, 결국 황국을 갖겠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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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분께서 오늘 일찍 황국을 떠나셨는데! 한나절이 꼬박 지났으니, 지금 성하께 연락을 드려 모셔와도 시간이 부족해.’

성하께도 도움을 청해야겠지만 타나가 공격이라도 해온다면 더 빠르게 황국을 지킬 자가 필요했다. 사실 프시케와 로안은 아까부터 같은 이를 마음속으로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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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

크레미언 대공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시에델에 있는 그를 데려와야 한다. 지난 연회 때 오로지 한 손만을 사용하여 무너지는 황궁을 떠받쳐 올렸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타나라고 말하는 흑마법사가 막강하긴 하지만, 데몬이라면 우선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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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서구를 보내면 빠르면 한 시간 내에 연락이 닿을 것이고, 데몬이 말을 달려 최대한 빨리 황국에 와 준다면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야.’

판단을 마친 프시케는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 너머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자신의 시종과 눈이 마주쳤다.

이전부터 크레미언 대공과 황후 사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던 자였다. 프시케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고개를 세 번 끄덕였다.

뜻을 알아들은 시녀가 황후의 명을 받들기 위해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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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엘리제 님의 허락 없이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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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제가 허락하면 주저 없이 제게 닿으실 거란 말인가요?”

붉은 눈이 마구 흔들렸다. 마치 오늘 나를 왜 이렇게 흔드냐는 듯이.

그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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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아니, 근데 왜 그렇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요?

마치 내게 몹쓸 짓을 할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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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이런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네? 그렇게 치면 저는 엄청나게 사과드려야 하는데요!

내 마음과 머릿속은 불순한 마음 그 자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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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하는 사람과 닿고 싶은 것이 어떻게 불순하겠어요.”

그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지. 나는 솔직히 좋은데요, 나를 원하고 계시다니.

자, 그래서 이제 제게 항복이신 거죠?

이만하면 만족스러워서 이제 그를 곤란하게 하는 장난은 그만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벌떡 일어나서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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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혹시 지금……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붉은 눈이 불꽃과 같이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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