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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시에델 숲의 비밀 (56/126)


56. 시에델 숲의 비밀
2022.05.16.


시에델의 왕족과 귀족, 엘리제 일행은 각자 파란 지붕의 마차를 타고 왕궁 동쪽에 위치한 정령의 숲으로 향하였다.

뿌우~. 뿔피리 소리에 맞춰서 숲의 한 가운데 공터에 마련된 무대 단상 위로 왕 페르만과 왕후 그레이스가 먼저 올라가 인사말을 했다.

시에델의 번영을 비는 사냥 대회에 참가한 이들을 응원하고, 미로니카의 두 귀빈에게도 감사를 전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대회의 규칙 설명이 이어졌다.

오늘 엘리제는 평소보다 간편한 민트색의 드레스를 입고 챙이 큰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우아한 은빛 드레스를, 루시아 공주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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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루시아가 붉은 옷이지 않을까 생각했더니.’

아니었다.

시에델의 사람들에게 파란색은 정령의 힘을 상징했다. 그래서 왕궁 건물부터 파란색 지붕과 물건이 많았다. 아마 루시아가 오늘 푸른색 옷을 입은 이유도 그 때문인 듯했다.

생각 중인 엘리제와 그 옆에 선 데몬을 주변의 모든 이들이 수군대며 바라보는 중이었다.

시에델의 누구든 지난 열흘 동안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한 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그 주인공들이 그들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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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엘리제 님과 대공 각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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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멋지셔요.”

검은 제복의 데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애들은 탄성을 지르며 이마를 짚었다.

엘리제를 바라보는 이들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모자가 어서 벗겨지길 기다렸다.

엘리제의 모습은 한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나 넓은 모자가 가려서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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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고자 하는 이들은 무대 앞으로 나오십시오.”

왕궁 시종의 말에 귀족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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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면 정오이니 시간은 5시간 후, 해지기 직전까지입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왕족과 귀족께서는 앞으로 나오셔서 필요한 장비와 도구를 챙겨 숲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공정성을 위해 왕가에서 준비한 도구와 장비를 사용해야 했다. 사냥을 위한 올가미와 사슬, 그물, 비상시를 위한 검, 산 채로 잡은 사냥감을 집어넣을 큰 우리와 수레 등 장비가 잔뜩 준비되어 있었다.

사냥감을 싣고 운반하는 일은 시종이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사냥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시종의 말과 함께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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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는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가장 앞에 있던 자이드가 엘리제 쪽을 돌아보고 웃더니 하얀 말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과 함께 그의 몸이 밝은 푸른빛에 휩싸였다. 모여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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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자이드의 힘이구나!’

왕태자가 귀족 영식 몇과 함께 말을 타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뒤를 시종 여러 명이 우리와 도구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며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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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녀오겠습니다.”

엘리제와 마가렛을 무대 바로 옆 막사로 바래다주며 데몬이 말했다. 사냥에 참가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화려한 막사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숲 이곳저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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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각하께서도 참가하시게요?”

엘리제가 놀라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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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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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하께는 정령의 힘이…… 없으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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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힘이 없어도 됩니다. 우승 조건은 사냥감을 산 채로 잡는 것이지 정령의 힘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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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력이나 정령의 힘 없이 산 채로 동물을 잡는다니! 위험할 거예요.”

당신이 다치실까 걱정돼요. 엘리제가 데몬에게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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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마력으로 저를 보호하면 됩니다. 저는 엘리제 님의 것이니 허락 없이는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상처 하나 생기지 않게 돌아오겠습니다.”

허락 없이는 다치지 않겠다는 말에 엘리제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데몬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더니 손등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쪽.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만이 남고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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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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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제에서 우승자가 갖게 되는 영광을 아무에게나 줄 수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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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의 영광이라면!’

그 말은 자신 외의 다른 누군가 엘리제에게 고백하는 것이 싫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령의 힘 없이 이번 사냥 대회에서 그가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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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 때까지 엘리제 님을 잘 보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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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 마십시오, 대공 각하.”

마가렛에게 당부를 마친 데몬이 막사를 나갔다.

붉어진 얼굴로 선 엘리제에게 마가렛이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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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근처 산책이라도 다녀오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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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우리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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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당황한 마가렛을 향해 엘리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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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가할 거야,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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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델 정령의 숲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녹음이 우거지고 향긋한 풀 내음과 꽃향기가 곳곳에 가득하였다.

졸지에 엘리제를 따라 사냥 대회에 참가하게 된 마가렛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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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조금 더 편한 옷차림을 준비해 드렸을 텐데요.”

엘리제의 드레스도, 자신의 옷도 사냥과 같이 활동적인 일에 알맞은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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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괜찮을 거야. 우리는 전혀 힘쓸 일이 없을 거거든.”

엘리제가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말했다. 청량한 바람과 숲이 만들어준 그늘 덕에 엘리제와 마가렛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막사에 있었더라면 근처를 기웃거리는 영애들과 영식들 덕에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 뻔했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인적 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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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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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이쪽은 숲이 깊지 않아 큰 동물들은 없을 것 같아요.”

참가자들의 사냥이 주로 이루어지는 깊고 우거진 숲의 반대쪽으로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아담한 숲과 언덕들이 있었다. 일부러 엘리제가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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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엘리제가 작게 부르자, 그녀의 품속에서 다람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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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불러와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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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렇군요!”

엘리제가 토리에게 하는 말을 듣고, 마가렛은 그녀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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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친구들을 불러서 데려가면 되겠네요!”

크기에 상관없이 동물을 산 채로 많이만 잡으면 되는 거라면, 작은 동물들은 엘리제가 얼마든지 부를 수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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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맹수처럼 큰 동물을 잡을수록 대회에 이길 확률이 높은 것 같았어. 하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

토리가 엘리제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곧 숲속 어딘가로 달려가 사라졌다.

엘리제와 마가렛은 토리가 달려간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달콤한 장미 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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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데?”

그녀가 각성하는 순간 느꼈던 향기와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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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근처 어디에 과일 나무라도 있나 봐요.”

점점 강해지는 향기를 따라 엘리제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숲과 덤불로 가려진 작은 동굴이 보였다. 희한하게도 동굴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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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지?”

엘리제와 마가렛이 다가갔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만큼 작고 얕은 동굴이었다.

동굴의 벽 작은 틈에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본 엘리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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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건!’

작은 틈에서 쏟아지는 빛 너머로 자신이 살던 현실 세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자이드는 만족스럽게 사냥 중이었다. 그가 정령의 힘을 통해 다룰 수 있는 것은 바람이었다.

강한 바람을 이용하여 사냥감을 한곳으로 몰고 꼼짝 못 하게 한 후에 준비한 도구를 이용하여 동물들을 산 채로 잡았다.

물론 겁을 먹고 도망가려는 동물들 때문에 상당한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활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잡으면 사냥감의 생명을 거두게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최선이었고 자이드가 단연 선두였다.

그의 뒤로 시종들이 끄는 수레에는 이미 사슴과 멧돼지, 여우 같은 제법 빠르고 큰 동물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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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조금 더 깊이 들어가겠다.”

뒤를 따르는 시종들에게 알렸다. 조금 더 이동하여 맹수들 사냥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사실 바람의 힘만 가지고는 맹수의 포획은 어려웠다. 조금 더 강한 정령의 힘도 있다고 들었지만 자이드는 바람의 힘 외에는 보질 못했다. 모후 그레이스 역시 바람을 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힘은 강했지만 시에델 내에서만 온전히 그 힘을 발휘했다.

안타깝게도 시에델 밖에서는 그저 위험한 순간을 보호하는 힘 정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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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자이드는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시에델이 답답했다.

조금 더 강한 힘이라면 좋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시에델의 힘을 외부로 알리고도 당당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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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서는 그 힘을 이용해 시에델은 더 강해졌을 것이고.’

영리한 왕태자가 원하는 것은 더 강력한 힘이었으나, 더 강력한 힘은 정령의 힘이 아닌 ‘마력’이었다.

파괴와 죽음의 힘, 마력. 정령의 힘은 마력과는 상반된 보호와 생명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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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맹수를 잡아보도록 하지!”

정령의 힘으로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그는 궁금했다.

***

엘리제는 눈앞의 빛에 넋을 놓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환상. 만져지는 실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틈에 손을 넣으면 아른거리며 형체가 일그러져서 마치 시공이 서로 통하는 지점처럼 보였다.

엘리제는 그곳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내 빛이 사라지며 다시 동굴에 어둠이 찾아왔다. 강력하던 달콤한 장미 향이 어느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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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게 뭐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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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은 모르겠어.”

엘리제와 마가렛 모두 처음 보는 현상이라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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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힘이라는 것이, 혹시 이곳 소설 속에는 현실 세계가 반영되는 것을 말하는 거였나?’

소설 속 입장으로 치면 자신이 살던 현실은 ‘이세계(異世界)’이다.

이세계의 물건이나 생명체 등 무엇이 소설 속으로 넘어오면 혹시 새로운 존재나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것을 이곳에서는 ‘정령의 힘’이라고 부른다면? 그렇다면 자신이나 그레이스가 정령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과, 시에델에 그 에너지가 오고 가는 틈이 있어서 이곳에 정령의 힘이 존재하는 것이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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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만 알고 있고 나중에 각하께 말씀드려서 함께 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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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엘리제 님. 그러는 것이 좋겠어요.”

마가렛과 엘리제는 왔던 길을 조심히 되짚으며 다시 막사로 돌아가는 숲길 쪽으로 나왔다. 그때 저 멀리 토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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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엘리제가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애완동물을 불렀고 곧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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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토리 뒤를 따르는 수십 마리의 다람쥐와 토끼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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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우우. 뿌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사냥 대회의 종료를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숲 전체를 울렸다.

참가자들은 잡은 동물들을 실은 수레를 밀며 하나둘 숲의 중앙 무대 근처로 모였다.

조금 전 도착한 자이드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자신 앞에 잡혀 있는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그는 맹수 중 하나인 표범 포획에 성공하여 더욱 뿌듯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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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구나, 자이드!”

그레이스와 페르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표범은 빠르고 사나웠으며 개체 수도 많지 않아 사냥 대회에서 포획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미 사람들이 우승자는 자이드라 공공연히 떠들어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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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대회의 우승자를 가려볼까요?”

대회의 진행을 맡은 시종이 외쳤다.
얼핏 세어도 자이드의 우리에 가두어진 사냥감의 수가 가장 많아 보였다.

그때, 저 멀리서 낮게 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데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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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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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악! 저, 저게 뭐야?”

사람들이 질겁하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데몬이 자신의 뒤로 엄청나게 큰 검은 그림자가 담긴 수레를 끌고 오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흑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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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공!”

깜짝 놀란 왕 페르만이 파랗게 질려 덜덜 떨면서 데몬을 불렀다. 그 옆에 그레이스도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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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산 채로 잡아 와달라 하였지만, 이, 이것은!”

곰과 호랑이, 표범들.

산 채로 으르렁대는 야수들을 실은 수레가, 데몬이 끄는 수레 뒤로 줄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형 맹수들에 시에델의 왕족과 귀족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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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십시오. 입마개와 목줄을 채우고 사슬로 감았으니 안전합니다.”

전혀 안전해 보이지 않아요!

데몬의 말에도 사람들은 그저 공포에 질려 소리 없는 비명만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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