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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질투에 집어 삼켜진 (51/126)


51. 질투에 집어 삼켜진
2022.04.28.


앉을 자리로 돌아온 엘리제는 아예 양쪽 구두를 모두 벗어버렸다. 차라리 그편이 넘어지지 않고 더 안전할 것 같았다. 그 사이 마가렛은 서둘러 그녀의 구두를 가지러 방으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엘리제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영애들이 수군거렸다. 사실 그녀들은 엘리제 옆에 앉은 데몬에게 반해서 눈을 떼지 못했었는데, 조금 전 엘리제가 구두를 벗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반짝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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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저거 발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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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 두 분께서 춤추실 때 살짝살짝 보이는 발찌에 사실 감탄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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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덕분에 더욱 눈에 띄는 거 같아요. 저는 구두에 붙은 장식인 줄 알았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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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누가 발찌를 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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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요?”

보일 듯 말 듯 드레스 자락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보석이 감질나게 느껴졌다.

탐난다는 눈빛으로 그녀들이 엘리제의 발목을 노려보았다.

그 광경에 루시아의 고운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결심한 눈빛으로 자이드를 바라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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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라버니. 도와주세요. 대공 각하를 꼭 갖고 싶어요.”

루시아가 대공을 욕심내는 것은 좋으나, 엘리제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이드는 어린 누이를 잘 구슬려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교적인 방법으로 데몬과 루시아를 엮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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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방법을 찾아보마. 표정이 아직 좋지 않으니 잠시 앉아서 쉬고 있어라.”

자이드는 루시아를 달래놓고 두 번째 춤을 엘리제에게 청하기 위해 움직였다. 엘리제 옆에 데몬이 있지만 왕태자가 권하는 춤을 귀빈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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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엘리제와 춤을 추면 혼자 남은 대공에게 루시아가 접근하기도 수월할 거고.’

자이드는 눈웃음을 흘리며 데몬과 엘리제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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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 모습을 황홀한 눈으로 다른 여인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악공들이 이미 연주를 시작해서 몇몇 커플이 벌써 연회장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앉아 있는 엘리제 앞에 마침내 자이드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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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를 축하드립니다, 엘리제 님. 두 번째 춤의 영광은 제게 주시겠습니까?”

부드럽게 웃는 아름다운 왕태자를 엘리제가 올려다보았다. 그녀 옆에 선 데몬의 얼굴은 무엇이든 벨만큼 차갑고 무시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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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만, 왕태자님. 보시다시피 제가 신발이 없어서요.”

엘리제가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자 하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그녀의 말대로 맨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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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맨살과 함께 반짝이는 장신구가 자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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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

깜짝 놀라는 그에게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엘리제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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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전 춤을 출 때 구두 굽이 부러져서 사실 발목도 살짝 불편해졌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데몬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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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 님께서 오늘 춤을 더 추시는 것은 무리입니다.”

아, 그래. 여기 이 남자는 엘리제의 호위 역할이었지. 마치 보호자이자 감시자처럼 그녀를 감싸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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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발찌라니, 이렇게 유혹적인 선물을 준 것이 누구일까?’

미로니카의 황제겠지. 잘생긴 왕태자의 표정이 사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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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대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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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곡의 음악이 더 흐르고 엘리제와 데몬, 자이드와 루시아 네 명을 제외한 시에델의 귀족들은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더 추었다.

한참 뒤 모두 성공적으로 데뷔 무대를 마쳤다고 생각한 왕과 왕후가 연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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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데뷔를 한 시에델의 영애와 영식 모두 성인이 된 것을 짐의 이름으로 축하한다.”

왕 페르만이 먼저 운을 떼고 그레이스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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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왕가의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합니다.”

그레이스가 따스한 눈빛으로 엘리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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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후는 오늘 데뷔한 엘리제 양이 동의한다면 그녀를 양녀로 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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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례적인 발표에 모두 깜짝 놀랐다. 왕이 큰 공을 세운 이에게 신분이나 가문을 하사한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왕족으로 만드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레이스가 겸손하게 말을 했을 뿐, 그녀는 명실공히 현재 시에델에서 가장 정령의 힘이 강한 자이다.

왕 페르만은 그레이스에게 선택된 배우자에 불과할 뿐 정령의 힘이 없었다.

정령의 힘을 가장 중시하는 왕가에서 왕족을 새로 들이려 한다.

그렇다면, 이 발표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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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모두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그녀는 왕족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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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놀라 입을 벌렸고, 그중에 엘리제가 제일 많이 놀랐다. 왕후로부터 데뷔하면 좋을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왕족이 될 거라니 그건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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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가 시에델의 왕족이 된다고?’

이 소설, 이대로 괜찮은 건가?

빙의한 이후로 원작과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이제는 완전 다른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프시케를 사랑해야 하는 데몬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원작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았던 이웃 나라 시에델에 자신과 데몬이 와 있었으며, 이제 조무래기 역할이었던 자신이 시에델의 왕족이 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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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주가 아니고, 데몬이 남주가 아니니까 상관이 없는 건가?’

어차피 원작은 여주인공인 프시케와 남주인공인 로안이 여러 역경을 겪고도 결국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니까.

혼자 진지하게 생각에 빠져 있는데, 데몬이 엘리제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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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시겠습니까?”

아마도 그녀가 왕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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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맙게도 그가 염려하고 배려하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

하루아침에 엘리제는 시에델에서 가장 뜨거운 유명인사가 되었다. 어딜 가나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였다.

여신과 같은 외모부터 그녀의 멋진 호위, 황홀한 춤 솜씨와 발목에 차고 있던 매력적인 액세서리, 마지막으로 정령의 힘을 가진 것과 시에델 역사상 처음 있는 왕족으로의 승격까지.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 놀라울 정도로 시에델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뉴스들이었다.

영애들은 그녀들끼리, 영식들은 그들끼리, 귀족들은 귀족들끼리 자신들의 관심사에 맞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나라가 떠들썩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엘리제의 ‘거절’이었다.

엘리제는 왕후 그레이스의 양녀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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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마마의 제안에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거기까지 들었을 때, 그레이스는 엘리제가 자신의 제안을 승낙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자신의 딸이 된 엘리제를 향해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엘리제의 뒷말이 그레이스의 착각을 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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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왕후 마마의 양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레이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자이드도 무척이나 놀랐다. 둘 다 엘리제가 거절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기에 충격이 컸다. 그런데 잠시 생각한 엘리제가 뒤이어 한 말이 더 기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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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당장의 목표가 출가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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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라고요?”

엘리제가 말한 ‘거절의 이유’에 그레이스는 혼란스러웠다.

출가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첫째, 신께 귀의하여 성직자의 삶을 살기 위한 출가.

둘째,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리기 위한 출가.

셋째, 가족과 떨어져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출가. 말하자면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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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째 출가를 말하는 거지? 설마, 종교적으로 뜻이 있었던 것인가?’

그녀가 남들 모르게 숭고한 뜻을 가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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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면, 조금 전 데뷔를 했는데 당장 결혼시켜 달라는 건가??’

보통의 시에델 여인이 가주에게 요구하는 출가는 결혼시켜 달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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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었구나! 안 그래도 자이드와 이어주고 싶었는데.’

두 번째 의미라고 생각한 그레이스는 손뼉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지금 보니, 깜찍한 엘리제가 그녀의 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며느리가 될 운명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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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설마 세 번째 독립의 의미는 절대 아닐 것이다.’

경제력도 능력도 없는 여인이 어떻게 혼자 살겠다고, 남편도 없이 출가하겠다 하겠는가.

그런 여인은 시에델에 없다. 아니, 시에델이 아니더라도 그럴 여인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엘리제는 ‘그런 여인’도 ‘이 세상 여인’도 아니었다.

그레이스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이 엘리제의 입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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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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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의 지위도 마다하고요???”

황망함에 그레이스가 외쳤다.

이 무슨 소리인가? 데몬을 제외한 연회장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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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엘리제가 목표한 것은 설마 했던 세 번째 의미의 출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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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차를 가져올게요!”

방으로 돌아와 카우치에 몸을 기댔다. 조금 전까지 긴장 속에 있었더니 온몸이 저리다.

데몬이 아니었다면 방까지 어떻게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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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렀다.’

대책 없이 일단 결심한 바를 뱉었다.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 떨고 있었다.

로안의 첩에서 벗어나는 목표만 생각했을 때, 시에델에서 나를 양녀로 받아주는 건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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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엘리제 님. 뜨거우니 천천히 드셔요.”

마가렛이 찻잔을 내밀었다. 향긋하고 따스한 기운에 점점 현실감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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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으신 거죠?”

마가렛도 이해가 되질 않나 보다. 하긴 아까 내가 대답했을 때 왕후 마마도 황당하다는 표정이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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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마가렛도 내가 승낙할 거라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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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신분은 간절히 원해도 쉽게 얻을 수 없으니까요.”

차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로 웃으며 마가렛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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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심지어 왕족의 신분을 거절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혹시, 나 실수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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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로이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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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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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목에 채워지는 건 대공 각하께서 주신 발찌 하나면 충분해.”

미로니카에서 시에델로 나라만 바뀌고 내가 매여 있는 것이 똑같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왕후 마마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상황도 아닌데 ‘당장 목표가 생존입니다’ 할 수는 없으니 독립의 의미를 지닌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출가가 목표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마마와 자이드가 다시 생각해보라며 나를 붙잡아서 그 후로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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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황제 폐하의 첩이든, 시에델 왕국의 왕녀든 어딘가에 잡힌 느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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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로안의 첩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픈걸.’

이 소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자유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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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랑도 하고 싶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아, 사랑이라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데몬이 떠올라 가슴 근처가 간질간질하다.

어쨌든 그와의 사랑을 이루는 데에 시에델 왕녀 자리는 짐이 될 것 같았다.

이 작품 속에서 귀족이든 왕족이든 여인들이 가문을 위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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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마가렛이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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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승낙하시면 어쩌나 저는 걱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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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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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가 되시면 시에델의 법을 따르셔야 하니, 제가 모시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러네!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마가렛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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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마가렛.”

남이 주는 신분 말고 내 힘을 갖출게.

좀 어렵고 돌아가는 길이겠지만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살아갈 힘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어디서든 자유롭지 못하고 원작의 내용에 얽매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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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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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힘낼게.”

그건 그렇고 난 이제 누군가 ‘넌 뭐냐?’고 신분을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지?

미로니카에서는 황제의 첩이고, 시에델에서는 데뷔만 했다. 엄청 어정쩡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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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시 대공 각하께서 하신 말씀이 맞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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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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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마마의 제안과 엘리제 님의 대답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계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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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께서??”

마가렛의 말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제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이 정도면, 데몬은 독심술을 할 수 있는 게 분명하다.

***

엘리제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루시아의 관심 밖이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데몬이 엘리제를 바라볼 때의 다정한 눈빛이었으므로.

괴로웠다. 편하게 숨을 쉬고 있는데도 목이 조이듯.

가슴 속에 뜨겁고 고통스러운 무언가가 치밀어 내장을 쓸어내리는 감각과 함께, 머리를 장악하고 있는 목소리가 자신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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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물을 없애야 해.’

왕후의 말만 믿고 엘리제의 춤 실력을 너무 우습게 보았다.

파트너인 데몬이 춤을 그렇게 잘 출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했던 일이 큰 파장을 가져올까 봐 걱정했더니, 정반대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되레 엘리제가 춤을 잘 추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자이드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확실하지 않았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금 당장 데몬의 시선을 엘리제가 아닌 자신에게로 돌리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뜨겁고 거친 낯선 감정이 자신을 온통 집어삼켰다.

엘리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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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루시아는 손톱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잘근잘근 손가락을 씹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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