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약도 없는 병2022.03.14.
“크레미언 대공과 엘리제의 전담 시녀도 함께 보내고 싶소.”
황제의 말에 자이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자기 애첩이 지금 누굴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눈앞에 있는 황제는 데몬을 향한 엘리제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이드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데몬은 황제의 명을 받아 엘리제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가는 것뿐이니.
‘설령 그가 엘리제에게 마음이 있다 한들, 다른 그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미로니카 황제 아래에 있는 미로니카의 대공일 뿐인 것을.
“예. 알겠습니다. 폐하.”
서로를 바라보는 로안과 자이드 모두 만족스럽게 웃었다.
*** 자이드의 초청으로 데몬과, 엘리제, 마가렛은 며칠 내로 시에델 왕국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가기 전에 폐하께 단단히 확인을 받고 가야지!”
엘리제는 비장하게 다짐하고 결국 로안에게 확답을 받았다. 시에델에는 황제의 첩 엘리제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엘리제’로 가는 것이라고. 거기서 무엇을 하든 내 마음이라고.
“가서 기억을 찾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로안은 못마땅했지만, 어차피 시에델에 가서 엘리제가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막을 수 없을 테니 차라리 허락하는 편이 나을 거라 판단 내렸다.
“좋다. 하지만 늘 데몬과 동행해야 한다.”
대신 철저한 감시를 데몬에게 맡기면 되겠지. 엘리제에게는 자유를 주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물리치면 될 것 아닌가. 어차피 애초에 그녀를 욕심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이었던 거니까. 데몬은 그 역할을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자유를 얻게 되어 엘리제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에델로 향할 수 있었다.
‘가서 황후 폐하께서 내준 숙제도 하고, 기억도 찾아야 하지만 그래도 좋아!’
어쩐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었다. 게다가 데몬과 함께 간다! 그의 진심은 아직 모르겠지만, 엘리제는 행복했다.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기뻐해도 되겠지?’
아주 조금은 말이야. 아니, 솔직히 많이!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왔다. 무척 신이 났지만 절대 티를 내선 안 된다. 엘리제는 시에델로 출발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로안은 엘리제를 매일 불러 당부하였다.
“부디 건강히 잘 다녀와야 한다, 엘리제.”
“…….”
“짐이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
“…….”
“아니, 사실 가고 싶지 않을 테니 그냥 여기 있어라. 초청을 취소해달라 청하겠다.”
“…….”
“엘리제, 널 보내는 내 마음을 너는 아느냐?”
“…….”
악, 또 시작되었다. 저기요, 황제님. 사실 나 보내기 싫은 거죠? 그래도 난 갈 거예요! 엘리제가 출발의 날을 더욱 손꼽게 된 데는 로안의 탓이 컸다. *** 데몬은 당분간 꽤 오래 자리를 비우게 될지도 몰라서 대공가에 들러 짐을 챙기고, 하임과 제레미에게 일 대부분을 맡겨 놓고 황궁으로 돌아왔다.
‘부디 시에델에 답이 있어야 할 텐데.’
아직 그녀를 살리는 방법을 찾기 전이다. 시에델에 얼마나 오래 있게 될지 알 수 없었으며, 자이드 왕태자는 안심할 수 없는 자였다.
‘여러모로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그녀를 바로 곁에서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고, 황제가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 다행이었다.
‘이럴 때는 그의 성정이 고마울 지경이군.’
로안은 황가의 일원으로 태어난 자답게 군림하는 것을 좋아하고 참을성이 없었으며, 자신의 것을 빼앗기기를 무엇보다 싫어하는 욕심 많은 자였다.
“욕심 많은 자들은 하나같이 어리석기 마련이지요.”
대공가에 짐을 챙기러 갔을 때 하임과 제레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주한 데몬 앞으로 하얀 사제복 차림의 미카일이 나타났다.
“조심히 다녀와. 자이드 왕태자도 너와 마찬가지로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했었지?”
“맞아. 이번에 시에델에 가서 그 이유도 함께 알아낼 생각이네.”
“무언가 알게 되면 연락해. 여기서 나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고 있을 테니.”
“고마워, 미카일. 혹시 대공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하임을 좀 도와주겠나?”
“물론이지.”
정직한 친구가 부드럽게 웃었다. *** 마침내, 출발 당일. 자이드는 먼저 고국에 가서 손님맞이를 준비하겠다며 바튼과 어제 시에델로 출발하였다. 로안은 황궁의 기사와 병사들을 시켜 엘리제 일행이 시에델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호위를 명했다. 물론 데몬 하나만 있어도 걱정할 것 없을 테지만 그래도 로안은 엘리제를 위해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폐하. 건강히 계세요, 황후 폐하.”
“그래 엘리제. 꼭 기억을 되찾아 돌아와다오.”
“좋은 소식 기다릴 테니 건강히 잘 다녀오게.”
엘리제와 황제 부부가 인사를 마치자 마차가 출발하였다. 시에델이 미로니카에 바로 인접한 나라라고는 하나,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아침 일찍 출발한 데몬과 엘리제, 마가렛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가며 밤낮없이 달리니 다음날 오후에는 시에델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국경에 근접하자, 멀리서도 보이는 푸른 들판과 높은 산맥, 파란 하늘 아래 파란 궁전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구나!”
엘리제가 창문을 통해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며 외쳤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엘리제의 은빛 머리가 아름답게 흩날렸다. 그녀의 달콤한 장미 향이 데몬에게 와락 쏟아졌다. 치명적인 향기에 데몬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 향기를 아무나 맡을 수는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군.’
얼마 뒤, 마침내 그들이 시에델에 도착했다. 하루 전 미리 와서 상황을 전한 자이드가 시에델의 왕, 왕후와 함께 궁전의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시에델에 온 것을 환영하오.”
“오시느라 고생하셨소. 크레미언 대공, 그리고 엘리제 님.”
시에델의 국왕 페르만과 자이드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세 사람은 아름다운 왕궁과 기대하지 않았던 환대에 깜짝 놀랐다. 데몬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이렇게 환영해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태자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모두 안으로 드시지요.”
국왕 페르만과 왕후 그레이스는 모두 웃는 모습이 인자하고 아름다운 지도자였다. 엘리제와 마가렛은 두 사람의 환대와 첫인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왕후인 그레이스는 엘리제에게 특별히 더 친절했다.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들어서인가?’
다정하고 살가운 왕후의 태도에 엘리제는 마치 현실 속 엄마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머무실 귀빈실로 먼저 모시겠습니다. 여독이 있으실 테니, 저녁 식사 때 제대로 인사를 나누도록 하지요.”
왕후 그레이스가 말하며 그들을 각자의 숙소로 안내했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자이드가 한쪽 눈을 찡긋 감아 웃으며 엘리제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시에델의 모습이 마음에 드십니까? 전에 말씀드렸던 정원도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아! 맞다. 그랬었지?’
함께 미로니카 황궁을 구경하며 온실을 지날 때 자이드가 시에델의 온실과 정원도 아름답다며 자랑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자기 자랑을 잊지 않는 사람이구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빙긋 웃으며 멀어지는 자이드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 모습을 데몬이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았다. 붉은 두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 마가렛과 나는 시에델의 관리에 의해 왕국의 가장 좋은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데몬이 나와 마가렛을 방까지 바래다주고 갔다. 다른 방들을 지나가며 슬쩍슬쩍 살펴보았는데 우리가 들어가는 방이 가장 크고 한눈에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분들 손님 모실 줄 아는 분들이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준비된 방은 역시나 무척이나 아름답고 우아한 곳이었다.
“우와! 여기 스위스 같아!”
방만 좋은 것이 아니라, 창밖으로 보이는 빼어난 자연경관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와! 나 그동안 고생한 거 여기서 다 보상받나 봐!
“어디라고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나라 이름에 마가렛이 생소한지 물었다.
“어, 어, 저기 예전에 봤던 책에서 그런 곳이 있다길래.”
흥흥.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푹신하고 포근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 정말 좋다, 마가렛. 이번엔 제발 별일 없으면 좋겠어.”
전에 대공가에서도 이렇게 멋진 방과 풍경에 반해서 마냥 좋아했던 때가 있었지. 그리고 그 이후에 겪었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떠올랐다. 절로 돋는 소름에 몸을 떨었다.
“괜찮으실 거예요. 이번엔 저도 있잖아요!”
마가렛이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위로해주었다. 밝게 웃는 마가렛의 얼굴만 보아도 기운이 솟는 기분이다.
“그래! 좋은 일만 있을 거라, 그렇게 생각할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찾은 나라인데 내게 돌아올 기억이 더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나 혼자뿐이었다.
‘근데 이미 소멸된 영혼인데, 지난번 기억은 어떻게 떠오르게 된 거지?’
의아했지만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으니 홀로 풀어야 할 수수께끼였다. *** 저녁 시간, 시에델의 왕궁 식당. 최고급 식기에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어찌나 음식이 맛있는지, 여기에 손님으로 왔다는 것도 깜빡하고 식사를 즐길 정도였다.
“음식이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왕인 페르만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주 맛있었어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든 것이 정말 만족스러워요. 음식도 숙소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잘해주겠지? 그리고 진짜로 감동할 만큼 좋기도 하고. 그런데.
‘응?’
아까부터 내 쪽을 향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맞은편에 앉은 루시아 공주가 내 옆의 데몬을 자꾸 힐끔거리고 있었다. *** 데몬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쩐지 익숙하다. 동공이 열리고, 초점이 살짝 흐려졌으며,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다. 꿀이라도 바른 듯 진득한 시선이 이어진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고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의 눈빛!
‘데몬이 내 눈에만 멋진 것이 아니구나.’
역시 사람 눈은 다 비슷한가 보다. 하긴 그가 좀 많이 멋지긴 하지. 좀 많이 잘나고, 좀 많이 잘생기고, 좀 많이 섹시하긴 하지. 왕태자 자이드도 아름답지만 데몬은 그와는 전혀 다른 남성미와 거친 매력,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음색과 태도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인물이니까. 현실에서 원작 읽을 때는 왜 데몬의 매력을 진작 느끼지 못했지? 미스터리다.
‘내 최애가 미카일이었던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내가 어리고 순진했던 것 같아.’
몇 년 더 살았다고, 이제 순진한 달콤함보다 어쩐지 거칠고 치명적인 매력이 더 끌린다. 어쨌든 아름다운 이국의 공주가 아무래도 데몬에게 한눈에 반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주 눈을 떼지 못하네. 게다가 데몬을 바라보는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틀림없다. 틀림없어. 어쩌나 약도 없는 병인데.’
내가 걸려봐서 안다. 하긴 공주를 지키는 멋지고 섹시한 기사 역할에 그가 딱 어울리긴 하지. 인정은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옹졸해지고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남자를 누구와 나누어 가질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그는 공식적인 내 남자는 아니다. 그러니 넘보지 말라 감히 생각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아, 만인의 연인인 데몬을 마음에 담은 나의 죄가 크다.’
상념에 빠져 있는데, 자이드가 소리를 높였다.
“미로니카의 황제께도 약속드렸듯이 계시는 동안 기억 찾기에 힘써드릴 것입니다.”
“친절한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안 그래도 궁금했던 차에 잘 되었다. 옆에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왕후 그레이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와, 미소가 진짜 엄마 미소야.
“그저 편안하게 마음을 가지시고 시에델에 대해 배워가시면 됩니다.”
시에델에 대해 배워? 그게 기억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나?
“제가 엘리제 님께서 기억을 되찾으시는 것을 주로 도울 것입니다.”
“왕후 마마께서 직접요? 영광이에요!”
의원이나 치료사와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기억을 되찾는 일을 왕후가 직접 도와준다니, 놀라웠다. 토끼 눈이 되어 있는데, 왕후 마마가 조심스레 날 불렀다.
“그런데 엘리제 님 혹시 춤추실 줄 아시나요?”
“네에?”
깜짝이야! 하필 가장 못 하는 걸 물어보신다. 설마 여기서 춰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너무 놀라실 것 없습니다. 못 추실 거라 예상했어요. 춤추는 법까지 잊으신 거지요?”
잊은 것은 아니지. 사실 제대로 배운 기간이 아주 짧을 뿐. 나는 진짜 엘리제가 아니니까.
“아니면, 춤을 사실 배워본 적이 없으시던가요.”
“!”
마치 내가 춤을 배운 적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말투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설마!’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에 내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엘리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여기서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게 혹시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데몬에게 아직 얘기 못 했는데!’
다른 사람의 반응은 두렵지 않았다. 나와 별 상관이 없으니까. 하지만,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너무나 중요했다. 특히 데몬의 반응이. 그들이 내가 진짜 엘리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웠다. 대비하지 못한 질문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쏟아지자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괜찮으십니까?”
초조해하는 게 티가 났나 보다. 데몬이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다정히 묻고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후 마마가 말을 이었다.
“겁내실 것 없습니다. 제가 하나씩 다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아, 네. 부탁드려요.”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 보네. 왕후 마마는 나한테 가르쳐주겠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건데.
“하나하나 새로 익히신다 생각하시고 제게 춤과 예법 등을 배우시면 됩니다.”
‘뭐지? 치료 방법의 일종인가?’
의아해서 무심결에 옆을 돌아보는데, 왕후 마마를 바라보는 데몬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슬리는 것이 있다는 듯이. 나는 아직 영문을 모르겠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왕후 마마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춤과 예법을 배우다 보면 기억이 되돌아오는 건가요?”
“아닙니다.”
아니, 그럼 뭔데요? 기억을 되살리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들은 왜 배워야 하죠?? 공부는 싫은데.
“그런 걸 가르쳐 드리려는 이유는.”
왕후 마마는 내가 진짜 마음에 들었나 봐. 저 미소는 분명 진심으로 보이는데?
“엘리제 님의 왕국 데뷔를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데뷔를…… 예??”
너무 놀라서 나는 그만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려 버렸다. 챙그랑! 아이돌도 아닌데, 여기서 데뷔를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