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 그녀를 깨운 목소리 (35/126)

35. 그녀를 깨운 목소리2022.03.03.

16549605116036.jpg‘나잖아!’

아니, 사실 나는 엘리제의 몸에 들어온 것이니 저 아이는 엘리제지. 잠깐, 설마 저 아이가 ‘엘리제’의 동생이거나 딸이거나 뭐 그런 건 아니겠지? 혼란스러운 사이.

16549605116042.jpg“엘리제.”

누군가 부드럽게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부부가 서 있었다.

16549605116042.jpg“엄마! 아빠!”

아이가 달려가 두 사람에게 안겼다.

16549605116036.jpg‘!’

엘리제 맞네. 그러니까 나 지금 엘리제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는 건가? 금세 눈앞의 장면이 흐릿하게 변하며 주마등처럼 시간에 따라 사건들이 흘러갔다. 엘리제의 어린 시절과 대공가의 하녀였던 시절이 순식간에 스치듯 지나갔다. 곧이어 여러 장면이 교차되나 싶더니, 낯익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16549605116036.jpg‘어! 여긴 황궁인데?’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그곳은 엘리제의 방이었다. 그러니까 내 방. 그런데 어두운 방 한쪽, 침대 위에 누군가가 있다. 밀착되어 있는 두 사람은 엘리제와 로안이었다.

16549605116036.jpg‘뜨헉!’

당황으로 말문이 막혔다. 은밀한 장면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16549605116036.jpg‘아니, 어쩜 와도 이런 순간으로 온 거야? 이거 꿈이야, 기억이야?’

실제 장면이 아닌 의식 속이라 그런지 눈을 감아도 보여! 어째서 이런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자니 로안이 엘리제의 기억을 돌리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엘리제를 바라보는 푸른 두 눈이 애정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표정까지.

16549605116036.jpg‘저러니, 엘리제 역시 로안에게 넘어갔겠어.’

그러나 이제 와 무슨 소용인가. 이제 그녀의 영혼은 없는데. 대신 떡하니 내가 있다. 현실에서 온 스물넷의 내가. 이 소설을 읽은 독자였던 내가!

16549605116036.jpg‘데몬을 그리워하는 내……, 아차! 데몬!’

의지와 상관없이 보이는 장면들 덕에 정신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물찾기 하던 중에 세차게 비가 내렸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어떻게 되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미카일이 분명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정신이 들었는데 왜 이 상태지?

16549605116036.jpg‘혹시 나 한 번 더 죽었나?’

죽어서 주마등처럼 옛 기억이 지나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작품 속에서 죽었으니 이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16549605116036.jpg‘잠깐만, 근데 죽은 거면 엘리제의 기억이 아니라 내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야 정상아냐?’

엘리제의 영혼은 이미 소멸되었으니.

16549605116036.jpg‘그럼 아직 죽은 것이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와 반대로 마음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데몬, 그가 보고 싶다. 그리고 마가렛과 미카일, 그 따뜻한 이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자 어디선가 작게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희미해서 미처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16549605149838.jpg“제발, 제발 눈을 떠…….”

누구지? 간절하게 누군가 내가 깨어나길 바라고 있었다. 이전에 주술에 의해 쓰러졌던 나를 애타게 바라보았던 로안이 떠올랐다. 아마도 로안이겠지. 내가 깨어나길 바라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데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16549605116036.jpg‘혹시 그도 나를 걱정하고 있을까…….’

그의 걱정을 바라는 것이 미안하긴 하지만,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자 몸에 점차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16549605149852.jpg“흑, 흑. 엘리제 님.”

이제 마가렛의 목소리도 들렸다. 내 걱정에 울고 있잖아.

16549605149858.jpg“괜찮아지실 겁니다.”

위로하는 미카일의 목소리도 들려.

16549605116036.jpg‘데몬은?’

아……. 없나 봐. 다시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진다. 수명이 다해 꺼지는 전구처럼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의식을 놓으면 이제, 정말 끝이라는 것을. 아직 이 따뜻한 사람들 곁에 더 있고 싶지만 빠져가는 기운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내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49605149867.jpg“저를 두고 가지 마십시오.”

몸을 간질이는 저음. 꺼져가는 내 심장을 뜀박질하게 만드는 감미로운 음색. 그였다. 그가 자신을 두고 가지 말라고 내게 분명 속삭였다.

16549605116036.jpg‘들었어! 나 들었다고! 분명히 들었다!!’

순간, 몸에 다시 피가 도는 기분이 들었다. 잃어버렸던 감각들도 돌아왔다. 몸을 덮고 있는 침구의 느낌, 머리에 올려진 수건의 느낌도. 그리고 내 손을 잡은 크고 따뜻한 두 손도.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얼굴에 숨이 멎고 말았다. 내 손을 잡은 이가 분명 로안일 거라 생각했는데! 심장이 마치 다시 태어난 듯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조각 같은 이마와 짙은 눈썹, 곧게 뻗은 수려한 콧날과 매혹적인 입술, 날렵하게 각진 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눈과 마주친 것은. 물기가 가득 어린 붉은색 두 눈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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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49605116042.jpg“엘리제 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한밤중에 시종장이 로안에게 달려왔다. 엘리제를 걱정하다 겨우 눈을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밤새 간호하며 곁을 지키고 싶었으나 기도 의식의 기간 중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이틀간 그녀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애가 있는 대로 타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는 소리에 로안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옷을 입고 엘리제의 방으로 달려갔다. 밤새 그녀를 간호하던 마가렛과 미카일, 그리고 궁의와 데몬이 함께 있었다.

16549605178981.jpg“엘리제, 괜찮느냐?”

로안이 엘리제의 침대로 다가가다 멈칫하였다. 지금은 함부로 그녀를 안아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16549605116036.jpg“예. 괜찮습니다.”

이틀을 앓더니 그녀의 얼굴이 수척해졌다. 어딘가 눈빛은 더 깊어진 듯 보이고.

16549605178981.jpg“엘리제의 상태는 어떻지?”

옆에 선 궁의가 열이 내렸으니 금세 기운을 되찾을 것이라 말했다. 로안은 안심하고 곁에서 간호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후, 엘리제를 쉬게 해주자며 궁의와 함께 방을 나갔다.

16549605149852.jpg“엘리제 님, 걱정 많이 했어요.”

16549605116036.jpg“미안해, 마가렛.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서 죄송해요.”

마가렛이 안도의 눈물을 훔쳤다. 엘리제 역시 다시 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16549605149867.jpg“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16549605149858.jpg“제가 곁에 있었으면서도 이렇게 아프시게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상냥한 사람들 같으니. 데몬과 미카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엘리제가 입을 열었다.

16549605116036.jpg“저, 그냥 몸살이 아니었던 거죠?”

16549605179025.jpg“!”

미카일과 마가렛이 깜짝 놀랐다. 단순한 몸살이 아니라는 것은 미카일과 데몬도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16549605149867.jpg“무엇인가 보거나 느끼셨습니까?”

데몬이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16549605116036.jpg‘아……. 나는 이 표정이 왜 이렇게 좋지?’

목소리까지 역시 너무 좋아! 아차, 이렇게 그에게 빠져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엘리제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 데몬이 자신의 손을 잡고 제발 곁을 떠나지 말아 달라 중얼거렸던 것은 죽을까 봐 걱정했다는 뜻인데. 단순한 몸살이라면 그가 그렇게까지 걱정했을 리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엘리제의 지난 기억들을 볼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은 아니더라도 제법 중요한 일들은 알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을 설명하면 이들은 눈치챌지도 모른다. 그녀가 진짜 엘리제가 아니라는 걸.

16549605116036.jpg‘지금 이렇게 밝혀도 좋을까? 내가 사실 엘리제의 몸에 들어온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과연, 이 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충격을 받거나 자신에게 실망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특히 데몬이.

16549605116036.jpg“지난 기억들이 조금 떠올랐어요.”

아직은 확신할 수 없으니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16549605149852.jpg“어머! 엘리제 님!”

마가렛이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뻐했다. 미카일 역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질문을 했던 데몬은 아무 말이 없었다.

16549605149852.jpg“잘 되었어요! 그럼 이제…….”

16549605116036.jpg“근데 마가렛, 절대 비밀로 해줘야 해.”

16549605149852.jpg“예?”

마가렛은 엘리제의 사정을 모르니 당연히 그녀가 기억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16549605149852.jpg“어째서요? 황제 폐하께서 무척이나 기뻐하실 일…… 아!”

말하면서 마가렛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16549605149852.jpg“혹시,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데도 지금의 상황이 싫으셔요?”

황제의 첩으로 있는 지금의 처지가? 마가렛은 엘리제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황제의 첩인 것도 거부하고 대공가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몬을 좋아하는 엘리제의 마음이야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억이 돌아온다면 이전의 엘리제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16549605116036.jpg“맞아. 바로 그래서야.”

16549605149852.jpg“그 생각은 못 해 봤어요.”

마가렛의 표정이 난처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런다고 하여 자신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 엘리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저 도우면 될 일이었다.

16549605149852.jpg“네.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이어진 엘리제의 말에 세 사람이 깜짝 놀랐다.

16549605116036.jpg“그리고, 나는…….”

  ***

16549605234955.jpg“엘리제가 깨어났다고?”

자이드 역시 바튼을 통해 어제 늦은 밤 엘리제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16549605116042.jpg“예. 이제 전하께서도 안부를 전하러 가시면 되겠습니다. 어쨌든 보물찾기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사실 엘리제가 이번 고비를 넘기고 깨어날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고 싶어도 그녀 곁을 지키는 이들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16549605234955.jpg“그래. 이제 때가 되었구나.”

16549605116042.jpg“예. 가겠다고 미리 엘리제 님 쪽에 이야기를 해놓겠…….”

16549605234955.jpg“미로니카의 황제께 내가 뵙고 싶어 한다 전해다오.”

16549605116042.jpg“예?”

깨어난 것은 엘리제인데 어째서 황제를 보러 가겠다는 거지? 의아했으나 바튼은 자이드가 시키는 대로 황제의 시종에게 말을 전하였고, 마침 시간이 된다는 전갈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이드가 보좌관 바튼과 함께 로안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엘리제가 깨어난 덕분인지 로안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로안은 웃으며 자이드를 반겼다.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는 간단한 인사치레 후 자이드가 본론을 꺼냈다.

16549605234955.jpg“황궁에 머무는 동안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어 감히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폐하께서 아끼시는 엘리제 님이 혹시 전에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셨는지요?”

로안은 갑작스러운 자이드의 질문에 크게 당황하였다.

16549605178981.jpg‘나와 엘리제의 사이를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나?’

푸른 눈이 금세 가늘어졌다. 자신의 아름다운 엘리제를 탐하려는 자들이 황국에도 득실했다.

16549605234955.jpg“실은 저희 왕국에서도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은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 있는 자이드의 말에 로안의 눈이 다시 커졌다.

16549605178981.jpg“기억을 되찾았다고 했소?”

반가운 마음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왕태자는 나를 돕고 있구나!

16549605234955.jpg“그렇습니다. 저희도 오랜 시간 그분의 기억을 찾아드리기 위해 애썼고, 많은 시도 끝에 결국 기억을 되찾으셨습니다. 그분께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 싶어 지나친 상관일 수도 있으나 조심스레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자이드의 말대로 오지랖이 분명했다. 하지만 로안은 그 말을 듣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신의 엘리제를 기억을 잃기 전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기 때문에.

16549605234955.jpg‘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이드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16549605178981.jpg“그래서 왕태자께서 제안하실 것이 무엇이오?”

16549605234955.jpg“엘리제 님을 저희 왕국의 그분과 만나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분명 기억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16549605178981.jpg“그게 누구시오?”

궁금증으로 마음이 조급해진 로안을 자이드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16549605234955.jpg“저의 어마마마십니다.”

16549605178981.jpg“!!”

로안은 깜짝 놀랐다.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시에델 왕국의 왕태자가 고국의 왕족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고 있었다. 자이드의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바튼도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16549605116042.jpg‘전하, 도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하지만, 자이드는 자신감 넘치게 웃고 있었다. 그의 당당함은 남들은 모르는 확신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가 엘리제에게서 분명히 느꼈던 ‘향기’.

16549605234955.jpg“왕국의 왕후께서 자리를 비우시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니, 엘리제 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저희 시에델 왕국에 초청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크레미언 대공가에서 엘리제를 되찾아온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다시 또 이번에는 다른 왕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로안은 당황했다.

16549605178981.jpg‘하지만, 엘리제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다.’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로안이 고민하는 얼굴로 자이드를 바라보았다.

16549605178981.jpg“왕태자께서 친히 그런 제안을 먼저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하오. 짐도 엘리제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소. 하지만 이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오.”

16549605234955.jpg“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다만.”

로안이 귀를 기울였다.

16549605234955.jpg“어마마마께서도 기억을 되찾기 위해 오랜 세월 고생하셨고, 주변의 가족들 역시 함께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부디 폐하께서는 그 힘든 시간을 겪지 않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로안은 자이드의 말에 크게 흔들렸다. 사실 엘리제의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대로 영영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부정적인 생각이 수시로 치솟았다. 이번에 그녀가 아플 때 역시 그녀의 방조차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어서 얼마나 애가 탔던가.

16549605178981.jpg“진지하게 고민하고 곧 답을 주겠소.”

16549605234955.jpg“저는 그럼 이만 돌아가서 폐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자이드가 나가고 로안은 홀로 이마를 짚었다. 이것을 누구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좋을지 고민이었다. 엘리제 당사자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시에델로 가고 싶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해도 자신은 상처받고 속상할 것이니까.

16549605178981.jpg‘황후에게 물으면 당연히 보내라고 할까?’

황후라면 엘리제를 잠시라도 궁에서 내보내고 싶어 할 테지. 겉으로는 아닌 척 입에 발린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엘리제를 곁에 두라고.

16549605178981.jpg‘어쩐다……. 연회에서 엘리제를 황비로 맞이하겠다고 선포하려 하였거늘.’

연회가 아수라장이 되는 바람에 그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자신이 엘리제를 황비로 맞을 생각임을 안다면 더 이상 황후는 자애로운 황후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16549605178981.jpg‘차라리 대공과 상의를 해볼까?’

충직한 그라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얼마간의 고민이 조금 더 이어지고 황제가 시종장을 불렀다. *** 데몬은 어젯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엘리제가 앓는 내내 그의 마음이 마구 소용돌이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제 그녀가 깨어났으니 다행이지만 휘저어지고 뜨거워진 마음이 좀처럼 식지를 않았다.

16549605149867.jpg‘이런 감정이 얼마 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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