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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223화 (223/227)

제 223 화 목표는 군자당

도조의 말은 엽운의 앞길과 수행 목표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었다.

지금 유일한 목표는 수위를 최대한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선마지심과 도조의 도움을 받아 축기경을 돌파하기만 한다면 천검종 전체에서 그를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라 믿었다.

그것은 자신감, 깊고 깊은 자신감 이었다.

빠르게 수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대량의 수련자원 외에도 선기나 공법 역시 아주 중요했다.

쉬선심법의 수련을 이미 완성하여 몹시 거대한 진기를 가지게 되었으며 육신은 더욱 강해졌다.

금강처럼 흔들림 없는 육체를 가지게 되었고, 연기경 4중 이하의 공격은 막아낼 필요도 없게 되었으며 반동만으로도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수위에 있어 금강지체는 적을 상대하기에 조금 부족한 공법이 되었다.

축기경 초기의 고수와 맞서기 위해서는 대마지체를 이루어 고대의 신마처럼 천겁에도 흔들리지 않는 육체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대마지체를 수련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쉬선심법에 기록된 내용과 엽운의 추측을 통해 미루어보자면 수위가 연기경 6중, 심지어는 연기경 7중은 되어야 수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마지체를 수련하고, 연기경 6중 7중에 달한 수위까지 더해진다면 축기경 3중에서 4중, 심지어 5중의 공격 까지도 두렵지 않게 될 것이며 그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적어도 축기경 5중은 되어야 할 것이다.

엽운에게 있어 대마지체는 아주 먼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희망이 있는, 그리고 또 가장 갈망하고 있는 목표였다.

당분간 부족하지 않은 수련 자원을 가지고 있었고, 화운의 대묘에서 얻은 보물은 적어도 연기경 정점에 도달할때 까지 충분했다.

그가 필요한 것은 선기였다.

공격 선기 뇌운전광검, 그리고 천생일검과 하나가 되어 완벽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방어기술 말이다.

이처럼 그럴 듯한 선기를 얻기란 쉽지 않았고, 공헌도를 얻어 장무각에 들어가야 했다.

평범한 내문 제자였다면, 장무각에 들어가 그에게 맞는 선기를 고르려면 윗선에 보고를 올리고 허가를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특히나 7품 이상의 선기를 고르려면 더욱 일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지금 엽운의 신분은 무영봉주 소호의 기명 제자이다.

비록 모든 기명 제자가 정식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봉우리에서는 그저 평범한 내문 제자보다 조금 높은 지위에 지나지 않겠지만, 무영봉에서는 결코 낮지 않은 신분이라 할 수 있었다.

소호는 한동안 제자를 들이지 않았고, 십 년 동안 10대 제자조차 완성시키지 못했으며 기명 제자 역시 거의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엽운의 신분은 결코 낮지 않은 셈이 된다.

이런 신분이 있다면 장무각에 들어가는 것은 훨씬 쉬워질 것이며, 5품 이상의 선기나 공법을 고르지 않는다면 상층에 보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6품 이하의 선기나 공법은 사실 천검종 역시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엽운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제 막 내문 제자가 되어 공헌도가 부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엽운은 한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공헌도를 타인에게 양도받을 수 있다면 굳이 임무를 통해 얻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군자당, 용당, 천기조, 이 셋은 다들 부유한 것 같으니, 놈들에게서 뺏으면 되겠군.”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집을 나섰다.

그의 성격상 상대가 그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먼저 공격하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특히 천기조에 대해서는 그저 손정묘에게 그들이 엽운을 귀찮게 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그들의 대문을 두들기고 귀찮은 녀석들을 요람 속에서 몽땅 죽여버리는 것이 좋을까?

이는 엽운의 방식이 아니었고, 성격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용당의 부당주라는 용음생은 비록 오만하고 언사도 꽤 거슬렸지만, 두 사람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는 않았다.

게다가 용당은 그저 그를 끌어들이려 했을 뿐이며 적어도 아직까지는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군자당은 천촉봉에 있을 때부터 종응과 진화성에게 들었던 이름인데, 두 사람은 군자당의 제자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으며, 일찍이 그와 원한을 맺었다.

그리고 며칠 전, 군자당의 2인자 명사일은 엽운과 싸움을 벌였고, 수위가 부족했다면 이미 수위를 몽땅 폐기당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큰 원한이라 할 수 있는데, 엽운이 이 원한을 내려놓더라도 명사일이 있는 한 군자당은 엽운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무영봉에 오자마자 군자당을 죽여버리는 건 너무 날뛰는 것일까나?”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지었다.

곧 눈에서 빛이 반짝였고, 서서히 살의가 응집되었다.

그와 군자당의 원한은 이미 뿌리를 내렸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한다.

명사일의 성품으로 보니 분명 양화룡 역시 좋은 녀석은 아닐텐데, 겉으로는 겸허한 군자처럼 굴더라도 분명 위선자일 것이다.

군자당의 명성은 드높았고, 소문에 의하면 양화룡의 수위는 몇 년 전에 연기경의 정점에 올랐다고 하며 지금쯤 축기경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엽운은 군자당의 공헌도를 빼앗기로 결심했지만 무모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소령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호와 수청원을 다시 만나 군자당에 관련된 것들을 좀 더 알아보고, 내친김에 소호같은 무영봉의 고위층들이 군자당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까지 살펴볼 셈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이렇게 해야만 승산이 있었다.

엽운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집이 있는 곳은 비교적 외진 곳이며 옆에는 절벽이 있었고, 절벽 아래에는 자욱한 안개가 일렁이는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 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3개월 뒤에나 돌아온다.

흑백이로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세 달 뒤 그들의 수위는 어느 정도 높아져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세 달 뒤 연기경 후기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결국 연기경은 평범한 제자들에게 충분한 자원, 적합한 공법과 스승만 있다면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엽운은 며칠간 조용히 수련을 했고, 체내의 진기는 이미 믿을 수 없을 만큼 응집되었으며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육신과 진기를 동시에 수련하는 일에 소홀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 그의 육신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육신과 진기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 연기경 3중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연기경 3중을 돌파하는 것은 몹시 간단한 일이다.

수위가 연기경 3중 화형경에 도달하면 예전처럼 체내의 진기를 그저 마구잡이로 뿜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군도를 만들어낼 수도, 장검을 만들 수도 있고 어쩌면 신룡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진기를 손발을 놀리듯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며, 그 위력 또한 더욱 강해진다.

엽운의 몸은 수위를 올리는 방식이 평범한 제자들과 완전히 달랐는데, 일반적인 제자들은 한 경계를 돌파하기 몹시 어려우며 이를 견고히 다지고 정점까지 끌어 올리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엽운은 본래 몹시 강력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며 진기는 더욱 거대하기에 다르다.

특히나 연기경은 한 경계를 돌파하면 경계가 안정되고 쉬선심법이 스스로 움직여 빠르게 정점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만 다음 경계를 돌파하는 지점에 잠시 정체되어 돌파하기가 어려울 뿐이었다.

이날 엽운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잤다.

천검종에 들어온 이래 이렇게 하루를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오늘 만큼은 긴장을 내려놓고 긴박한 수련으로 인한 압력을 숙면을 통해 해소했다.

집을 나선 엽운은 여유롭게 걸어 저녁 무렵에야 무영봉의 뒷산에 있는 수청훤의 집 앞에 도착했다.

“엽운입니다. 사존과 아주머니를 뵈러 왔습니다.”

엽운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졌고, 수청훤의 마당에 전해졌다.

대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자 곧 가녀린 모습이 문 앞에 나타났고, 한 소녀가 웃음을 잔뜩 머금고 그를 맞이했다.

“엽운, 내가 돌아온 지 이틀이나 됐는데, 좀 일찍 오지 그랬어.”

소령은 펄쩍 뛰며 다가왔다.

엽운을 만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린 소녀의 본성을 드러냈다.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널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아주머니를 뵈러 온 거거든.”

소령은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흥, 우리 엄마를 보러 왔단 말이지. 그럼 일찍 말하지 그랬어. 우리 엄마는 집에 안계셔. 잘 가.”

그녀는 콧방귀를 두어 번 뀌었지만 돌아가지 않고, 그저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엽운을 노려봤다.

엽운은 웃음을 지으며 자연스레 소녀의 작은 손을 잡고 문턱을 넘어 마당에 발을 들였다.

수청훤이 살고 있는 두 층짜리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의 입구에서는 수청훤이 웃음을 지으며 엽운을 보고 있었다.

엽운은 소령의 손을 놓고 재빨리 걸어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뭐야, 왜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거야?”

소령은 옆에서 엽운의 뒷통수를 탁 쳤다.

엽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수청훤은 살며시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일어나렴. 아무래도 나는 아주머니라는 말이 더 좋구나. 사모님이라는 말은 아홉 명에게 듣고 있으니,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단다.”

엽운이 말했다.

“저도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게 더 친근한 것 같아요. 여기에만 오면 꼭 집에 온 것 같다니까요.”

수청훤이 말했다.

“오늘은 제법 말을 잘 하는구나. 밥을 얻어먹으러 온 건 아니겠지.”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면 뭐 때문에 왔겠어요.”

“우리 엄마 음식은 천하제일인데, 마침 때를 잘 맞췄네.”

소령은 소청훤의 팔을 덥석 끌어안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저번에 아주머니 요리를 맛보고 다른 사람이 한 음식을 먹으니까 꼭 초를 씹는 것 같아서 삼키기가 힘들었다니까.”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수청훤이 웃으며 말했다.

“됐어. 이번에 온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단다 요녀석아. 분명 군자당 때문이겠지.”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곧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고, 심지어 혼잣말조차 한 적이 없는데 수청훤이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설마 눈앞의 수려한 여인은 타인의 수위를 한 눈에 꿰뚫어볼 뿐 아니라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인가?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그런 술법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정말로 독심술이 있다면 아무래도 너무 무시무시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기묘하여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가끔씩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 읽을 수 있단다.”

수청훤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엽운의 귓가에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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