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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222화 (222/227)

제 222 화 검의를 깨우치다

천검종의 선인이 대진제국의 국경 내에 보물을 남겨두었다니, 그것은 화운비장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보물일 것이다.

아마 8대 종문의 장교들과 맞먹는 천겁경의 고수들이 숨겨놓은 것 일텐데, 그곳에 남겨둔 공법과 단약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엽운은 도조가 말한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이 이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너무도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천검종이 그곳에 숨겨진 보물과 공법을 얻는다면 분명 수십 년 안에 다시 일어나 대진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어르신,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안 믿을 줄 알았다. 천검종 천 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전적에도 이에 대한 기록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네 수위가 축기경에 도달하면 대진제국으로 갈 것이니, 거기서 보물을 찾을 수 있을게다.”

도조가 천천히 말했다.

“설마 그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아십니까? 아니면 다른 비밀이 있는 것입니까?”

궁금한 듯 물었다.

수위를 빠르게 축기경까지 올리고 대진제국의 도읍에 가서 천겁경의 고수들이 숨겨둔 보물을 찾을 수 있다면 훗날 그가 도달하게 될 수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천검종의 보물은 아주 은밀한 곳에 숨겨져 있는데다 그 안에는 여러 장치들이 많아 진입법이나 기관의 술을 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천겁경의 수위를 가진 사람도 다칠 수 있다.”

도조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했다.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문을 여는 방법을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좋습니다. 제가 축기경에 도달하면 대진제국으로 가죠.”

도조의 목소리가 별안간 엄숙해졌다.

“네 수위는 고작 연기경 2중일 뿐이지만, 낼 수 있는 힘은 이미 연기경의 정점에 도달했다. 축기경 1중의 수위도 너의 적수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네가 천도의 보살핌을 받는 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운이 몹시 좋은 편이고 가히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네가 연기경의 정점에 이르면 그때 대진제국으로 가도 될 것이다.”

“어째서죠?”

엽운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대진제국에는 고수가 아주 많지만, 그조차도 상대적인 이야기이다. 축기경의 고수 쯤 되면 대진제국에서도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인물들일테니 타인의 주의를 끌기 쉬울 것이지만, 연기경의 수위라면 차고 넘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니지. 그러니 우리가 숨겨진 보물과 두번째 신혼을 찾기 조금 더 편리할 게다.”

도조가 천천히 말했다.

엽운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다.

도조는 이미 모든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았고, 이번 일에 대해 이미 완전히 계획을 세워둔 듯 했다.

지금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자신의 수위를 빠르게 연기경 정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기경 정점에 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선심법은 육신과 진기의 성장이 병행되어야 하며 어느 한 쪽이라도 부족하면 경계를 올릴 수 없게 되기에 균형을 맞추어야만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쉬선심법을 수련한 이후 매 단계의 승급에서 몹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연기경을 돌파한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으며, 연기경 1중에 들어서는 진기가 이미 가득했지만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경계에 대한 깨달음은 일찍이 완성되었지만 연기경 2중을 돌파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고, 결국 가르침을 받고 나서야 육신과 진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으며, 화룡굴의 엄청난 압력을 통해 간신히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 그에게 충분한 자원과 큰 압력이 있었지만 단박에 수위를 정점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구나 축기경에 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할지는 하늘만이 아는 일이었다.

축기경과 연기경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연기경은 경계에 대한 약간의 깨달음만을 요구하며 진기를 어느 정도 수련하면 승급할 수 있다.

그러나 축기경은 다르다.

축기경부터 진기는 이미 부차적인 것이 되고 천도에 대한 깨달음이 더욱 중요해지며, 한 단계씩 올라가려면 경계에 대한 충분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자, 난 일단 휴식을 취하겠다. 내 영혼은 무수히 많은 해를 버티느라 몹시 허약해졌기에 요양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급한 일이 생기거나 수련을 하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나를 깨우지 말거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 수위가 연기경 정점에 도달한다면 그 날로 바로 출발할 수 있다.”

도조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그의 영혼은 화룡굴에서 천백 년 동안 달궈져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었고, 강한 의지에 기대어 버티고 있었다.

지금은 중생전혼탑에 들어가 해이해졌고, 더욱 피로를 느끼게 되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달은 밝고 별은 드문드문했다.

밤이 깊었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히 마당에 앉아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혔다.

주위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풀벌레나 개미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깥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집에 금제를 걸었기 때문이다.

바깥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버렸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바깥에 사람들도 안쪽의 무엇도 볼 수 없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바깥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보라색 빛이 손에서 나타나 잔잔하게 흔들렸고, 빛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겹겹이 밀려와 엽운을 뒤덮었다.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겹겹이 쌓인 물결 속에서 무표정하게 있는 엽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공간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천천히 눈을 뜨자 한 줄기 빛이 번쩍이며 자영검이 천천히 움직였다.

곧이어 자영검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오며 빛이 터져 나왔고, 천둥소리가 울리며 서리가 뿜어져 나왔다.

이 일격에 엽운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 수단이 전부 담겨 있었다.

뇌운전광검의 제 1식과 제 2식, 빙봉천리, 그리고 기초적인 검법 등 모든 것을 담았다.

하지만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영검이 떨림이 점점 심해지며 겁운이 하늘에서 나타났고, 곧이어 번개가 자영검 위에 떨어졌다.

엽운은 뇌운전광검 제 3식 신뇌멸세도 이 공격에 녹여낸 것이다.

하지만 신뇌멸세를 간신히 익혔고, 아직 완벽히 통달하지 못했기에 쉽사리 천생일검에 융합시킬 수는 없었다.

천생일검과 기술들을 융합시키려면 모든 기술의 수련이 극한에 달해야하며 완전히 통달하여 한 수 한 수를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뇌운전광검의 제 1식과 제 2식은 엽운이 완벽히 통달했고, 이미 마음속 깊이 새겼지만, 제 3식은 매번 시전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어찌 천생일검과 융합시키겠는가.

하지만 실망이나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오른손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었다.

주체할 수 없이 떨려오며, 물결같은 파장이 일렁이던 자영검에서 별안간 빛이 사라지고, 더 이상 떨려오지도 않았다.

보라색 장검을 앞으로 내질렀는데, 몹시 느린 듯 보였지만 사실은 아주 빨랐다.

이 검에는 천하를 발아래에 두고 그리고 용감하게 나아가며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 듯 한 엄청난 기세가 담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생일검의 신묘한 점이었다.

다양한 공격을 융합시켜 검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것 외에도 수련자의 각기 다른 마음가짐에 따라 변화가 생긴다.

시야가 완전히 열림에 따라 그의 야망 역시 천 배는 높아졌다.

그의 목표는 천검종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더 먼 곳의 교월왕조와 심지어는 8대 종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따라서 이 검에는 자연스럽게 용감한 기세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품은 “검의” 였다.

이를 완벽히 제어할 수만 있다면 기세는 그의 검의가 될 것이고, 검의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면 마침내 그것이 한 사람의 검도가 되는 것이다.

엽운은 자영검을 살짝 거두었다가 다시 천천히 내밀었다.

보기에는 평범하고 밋밋해보였지만 모든 검이 사뭇 달랐다.

이 자리에 도조나 칠 장로가 있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엽운이 이토록 검도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모든 검이 진보하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력이 점점 강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엽운의 “검의”는 빠르게 형성되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검도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 검의 만으로도 실력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달이 서쪽을 향해 천천히 졌고, 동쪽의 하늘에서 동이 텄다.

그리고 붉은 빛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더니 아침노을이 내려와 대지를 물들였다.

엽운은 긴 숨을 내뱉으며 검을 거두고 몸을 일으켰다.

밤새 검을 연마했지만 조금의 피로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정신이 몹시 맑았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통쾌함이 느껴졌다.

신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루어낸 검의는 실력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그의 경계마저 끌어올렸다.

체내의 진기는 더욱 선명해졌고, 육신은 검의에 따라 변화를 맞이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검법의 수련이 극한에 달하게 되면 천지의 만물 중 검이 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몸 역시 검이 될 수 있다는 말인데, 몸이 검이 된다는 것은 검의 중에서도 최강의 오의라 할 수 있었다.

검도라는 것은 모두가 입에 담는 말이었지만, 그저 검을 향한 동경이 담긴 말일 뿐이었다.

진정한 검도는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며 그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내 공격 기술은 이미 충분하고, 쉬선심법이 있으니 공법에 대한 갈구도 그다지 없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방어 기술과 더 강한 몸이야. 물론, 단술을 연구해보기에도 좋은 시기겠지. 뇌음화룡계에 그렇게 많은 보물이 있는데, 그것들로 단약을 만들지 못한다면 너무 낭비일테니까.”

엽운은 집을 나서며 저 멀리 안개 속에 숨겨진 무영봉을 바라봤다.

백점의 공헌도를 가지고 있는데, 척 보기에는 적지 않은 것 같지만 장무각에 들어가 충분한 등급의 선기를 고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구나 이 백점의 공헌도를 훌륭한 품질의 단약이나 희귀한 보물과 바꾸는 것은 더욱 꿈같은 이야기며, 불가능한 일이었다.

“듣자하니 공헌도는 임무를 완수해서 얻는 것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가능하다던데, 두 사람을 찾아가 조금 나누어주는 게 나으려나?”

엽운이 별안간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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