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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221화 (221/227)

제 221 화 천년 전의 천검종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이요?”

엽운은 눈을 반짝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조라는 호칭을 얻은 노인은 신혼이 세 개로 나뉘어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상태인데, 그런 그가 어찌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을 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천검종은 세워진지 천 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대진제국에 파도를 일으킬 만큼 강력한 종문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참고로 천검종의 전적에서 대진제국이라는 네 글자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 천검종은 아주 작은 종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도조는 엽운의 의구심을 눈치 챈 듯 콧방귀를 뀌었다.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상한 건 아닐겁니다. 천검종 천 년 간의 기록을 읽어보아도 진나라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는 없었고, 저는 대진제국이라는 이름을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진나라 밖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천검종은 세대를 거치며 점점 약해졌지. 당시의 천검종은 엄청난 패기를 가지고 있었고 8대 종문과 맞서려 했으나 일이 어긋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하여 대진제국에 얌전히 숨어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음에도 전례없는 파도를 일으켰지. 천 년 뒤 이 작은 진나라에까지 숨어 들어오게 될 줄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게다.”

도조의 목소리에는 감회가 서려 있었다.

“8대 종문이요?”

엽운은 노인의 입에서 나온 네 글자를 날카롭게 포착했다.

“그래. 8대 종문 말이다. 인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8개의 문파이지. 먼 옛날 만년 전 부터 존재했고, 소문에 의하면 선마대전이 일어났을 때에도 그 중심에 있었을 정도로 실력이 엄청났다고 하지.”

도조가 천천히 말했다.

엽운은 크게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8대 종문의 수위는 어느 정도 입니까? 원영경 이상이 차고 넘치나요?”

“원영경?”

도조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원영경이 대수냐. 네 녀석들은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볼 뿐이지. 원영경을 돌파하면 천하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을 줄 아는 구나. 흥, 원영경은 아무 것도 아니다. 수위가 원영경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가장 강력한 천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말 그대로 십사무생이지. 원영경의 정점에 달한 수사 만명 중에서 한 명 정도가 그 천겁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겁을 이겨낸 사람은 선이라고 불리 울 수 있게 되는데, 그마저도 진정한 선이 아닌 땅의 선이 되며 이것이 바로 지선경이다.”

엽운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지금껏 원영경보다 높은 수위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이는 선인의 경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진정한 선인이 아닌 지선이었다.

지선이라는 것은 아마 땅에 떨어진 신선이라는 뜻 일테니, 진정한 선인과는 차이가 클 것이다.

“그럼 지선경의 위로 진정한 선인의 경지가 있는 것입니까?”

엽운이 다급하게 물었다.

“흥, 어디 그리 쉽겠느냐. 지선경을 거치면 선인의 겁을 이겨내야 한다. 원영경의 천겁은 인간의 대겁이었으니, 지선경 이후에 내려오는 것은 선인의 대겁이겠지. 그리고 그 경계는 천겁경이라 불리우지. 천겁경에서 수위를 한 단계씩 올리려면 엄청난 재난을 이겨내고 진정한 선인의 대겁을 버텨야만 진정한 선인의 경지를 엿볼 수 있지. 하지만 이조차 진정한 선인이 되는 것은 아닌데, 이것이 바로 비승경이다. 비승경을 돌파하고 나면 허공을 가르고 진정한 선인이 될 수 있다.”

도조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목소리는 낭랑했다.

엽운은 입을 떡 벌린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도조는 그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문을 열어 한 폭의 엄청난 광경을 보여준 것 같았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줄곧 천검종의 천고전적에는 원영경이 거의 수련의 끝자락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어쩌면 더 강한 경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그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은 없다고 했다.

모두 그렇게만 알고 있었고, 선마지심을 얻은 뒤 금갑신병의 추격에도 굴하지 않던 청년 남녀를 보고나서야 원영경 위에도 수 많은 경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 청년 남녀는 고작 원영경의 수위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오늘, 도조는 수행의 등급에 대해 세세히 말해주었고, 그제서야 원영경이 끝이 아니며 심지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선이라는 것은 선인의 길을 걷는 것이다.

지선의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하면 어찌 스스로가 선인의 길을 걷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지선의 경지에 도달하여 선경의 힘을 엿보는 정도는 되어야 간신이 수선의 길을 걷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시야란 원래 이런 법이다.

엽운은 자신의 시야가 완전히 열렸다고 생각했다.

이미 대진제국을 넘어 교월왕조를, 그리고 심지어 8대 종문과 요족, 선인까지 볼 수 있었다.

“8대 종문 장교들의 수위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선마의 전쟁에서도 중심에 있었다면 분명 비범한 실력을 가졌겠네요.”

엽운의 눈에 동경이 가득했다.

언젠가 진나라를 벗어나 대진제국을 지나 교월왕조에 가 드넓은 대천세계의 진정한 강자들은 얼마나 강한지 보게 될 것이다.

“8대 종문의 장교라면 수위가 적어도 천겁경의 정점에는 도달했을 것이고, 비승까지 반 걸음도 남지 않았겠지. 그 녀석들은 천하에서 최강의 반열에 드는 수사들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진제국을, 아니 더 나아가 왕조 하나를 궤멸시킬 수 있다.”

도조가 천천히 말했다.

엽운의 가늘게 뜬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천겁경, 첨겁경이라. 난 언제쯤 천겁경에 도달할까.”

도조는 그의 말을 듣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애송이, 야망이 있구나. 천겁경이 지금 네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경지인줄 아느냐? 지금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빨리 수위를 올려 축기경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단을 정련해야하며, 적어도 원영경에는 도달해야 교월왕조의 도읍에 가서 내 두번째 신혼을 찾을 수 있을 게다.”

엽운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도 참, 지금 저는 연기경 2중의 수위고, 원영경까지는 한참 멀었는데, 운이 기가 막히게 좋은데다 천도의 보살핌을 받는다 해도 원영경까지 최소 백 년은 남았을 겁니다.”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말아라. 내가 옆에서 가르친다면 원영경은 지극히 평범한 경지일 뿐이다. 천도의 보살핌 따위도 필요 없지. 분명 천도의 보살핌에 대한 전설을 서책에서 읽어봤겠지. 천도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은 종국에 어떤 성취를 이루는지 알고 있느냐?”

도조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설마 선인경에 도달하게 되나요?”

한 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도조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염병할 애송이, 상상도 잘하는구나. 고작 천도가 보살필 뿐이고, 하늘의 사생아도 아닌데 어찌 선인경에 도달하겠느냐? 천도의 보살핌을 받는 수사는 아무런 난관도 없이 지선경에 도달할 수 있는데, 지선경을 돌파하는 것 역시 천도의 보살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운과 실력이 따라줘야 하지. 애송이, 네 경계는 고작 연기경 2중이지만 실력은 연기경의 정점의 제자를 쓰러뜨리기에 충분하다. 이런 재능은 몹시 드문 편이니, 천도의 보살핌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이 몹시 좋다고 할 수 있지.”

도조가 느릿느릿 말했다.

엽운은 하하 웃었다.

그저 아무렇게나 지껄였을 뿐이다.

선인경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아마 수억 수만의 수사들 중에서도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수위가 백년 안에 원영경을 돌파하고 지선경에 이를 수 있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르신, 하루 종일 이야기 하셨는데, 아직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은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엽운은 별안간 이를 떠올리고 웃으며 물었다.

도조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천검종은 분명 진나라의 국경 안에 세워졌지. 하지만 진정 그 뜻을 이룬 곳은 사실 대진제국이다. 생각해 보거라. 만약 절세의 고수들이 판을 치지 않는다면 어찌 천검이라는 이름을 내걸었겠느냐? 천검, 하늘을 검으로 삼다니, 얼마나 패기가 넘치는 이름인가.”

“그럼 당시의 천검종에서 가장 강한 이의 수위는 어느 정도였죠?”

엽운이 다급하게 물었다.

마음속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당시 천검종의 목표는 8대 종문과의 승부를 짓는 것이었다. 종문에는 고수들이 구름떼처럼 많았고, 천재들이 수도 없이 배출되었다.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수위가 이미 천겁경에 도달했으며, 비록 8대 종문의 장문인과는 차이가 좀 났지만 그래도 이 하늘 아래에서는 이미 패왕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었지.”

도조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보아하니 이 부분의 기억은 전혀 소실되지 않은 것 같았다.

엽운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경악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겁경이요? 어르신, 방금 천겁경이라 하셨습니까? 잘못 말씀하신 건 아닌지요.”

도조가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어찌 잘못 말했겠느냐. 천겁경의 수위가 아니라면 어찌 8대 종문과 자웅을 겨룬단 말이야?”

“그럼 그 뒤엔 어떻게 되었죠? 어째서 천검종의 전적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는 것일까요. 왜 진나라로 와 잠자코 지내게 된 것인가요?”

엽운이 경악하며 물었다.

도조는 한참을 침묵했다.

“반란!”

곧 그는 몹시 엄숙한 목소리로 이 두 글자를 꺼냈다.

‘반란?’

엽운은 한 동안 눈살을 찌푸린 채 대답이 없었다.

“천검종이 가장 부흥하던 때에 종문 내에서 반란이 일어나 두개의 파벌로 갈라졌다. 한쪽은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었지. 8대 종문 중 하나인 월신궁파가 사자를 보내 압력을 가했고, 그들은 이에 따라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은 종주를 중심으로 한 주전파였는데. 그들의 목표는 월신궁을 빼앗아 8대 종문 중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도조는 엄숙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두 세력 간에 충돌이 발생한 겁니까? 그러다 패배한 쪽이 진나라로 돌아와 천 년 전의 영광을 모두 잃은 채 여기서 숨죽이고 있는 것인가요?”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보수파는 월신궁의 도움을 받아 주전파의 고수들을 모조리 죽였고, 금단 수사 몇 명이 남아 그들보다 더 약한 제자를 데리고 진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어쩌면 동문끼리 일말의 정이 있어 보수파가 그들을 뒤쫓아와 죽이지 않고 놓아준 것일지도 모르지.”

도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가득했다.

“이것이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입니까?”

엽운은 선조의 마음속 적막함을 느낄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 천검종의 진정한 비밀은 이게 아니고, 대진제국의 국경 내에 주전파가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위력의 공법과 선기, 신단묘약, 선기와 법보 등 모든 것을 그곳에 숨기고 후대의 사람들이 그곳의 문을 열기만을 기다려왔다!”

도조는 별안간 목소리를 높이며 우렁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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