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3 화 격전수운
수운만타수의 물줄기가 가진 위력은 너무도 강력했고, 감히 막을 수도 없었다.
엽운이 가진 가장 강력한 수는 아직 수련이 끝나지 않은 뇌운전광검 제 3식과 천생일검을 제외하면 육신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강한 육신조차 이 공격을 버틸 순 없었다.
엽운은 빠르게 움직여 간신히 물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물줄기는 입구를 막고 있던 수막에 적중했는데, 수막은 깨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았고, 조용히 녹아들었다.
수막은 바깥에 서 있던 소령조차 느낄 수 있을 만큼 한 층 강해졌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조용히 수운만타수를 바라봤다.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손에 빛이 번쩍였고, 자영검이 쥐어져 천천히 떨려왔다.
자영검의 빛이 물줄기처럼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긴 뱀 같은 모습의 수운만타수가 몸을 돌렸다.
삼각형 모양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엽운을 노려봤는데,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살기만이 느껴졌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순식간에 보라색 빛을 번쩍였다.
보라색 빛은 비단처럼 일렁이며 허공을 가르고 수운만타수의 머리를 베었다.
예상과는 달리 수운만타수는 회피 동작을 취하지 않고, 엽운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
보라색 빛이 머리 위에 떨어지는 순간, 입을 쩍 벌리며 옅은 푸른색 빛을 뱉어냈다.
맷돌만한 굵기의 물줄기가 머리 꼭대기에서 응집되어 그를 감쌌다.
“후욱!”
물줄기를 베어낸 자영검에서 어떤 반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줄기는 깊이 베어낼 수 없었다.
자영검은 물줄기를 반 정도 가르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마음속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물줄기는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참고로 수위가 연기경 2중에 달한 이후 실력은 일곱 배에서 여덟 배 정도 강해졌는데, 진기를 가득 담은 검으로도 물줄기를 베어낼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일격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엽운은 곧바로 마음속에 위험한 느낌이 샘솟는 것을 느꼈고, 재빨리 자영검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물줄기가 강력한 흡입력이라도 가진 듯 자영검을 붙잡고 놓지 않아 도저히 뽑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수운만타수의 뱀 같은 몸이 움츠러들더니 한줄기 빛이 되어 가슴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왔다.
엽운은 크게 놀랐다.
수운만타수의 물줄기조차 그토록 강력했는데, 지금 그는 한줄기 빛으로 변했다.
만약 여기에 부딪히게 되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공격을 피한다면 불리한 조건에 처하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2급 영수 수운만타수를, 그것도 변이된 수운만타수를 상대하면서 한 번이라도 밀리게 되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몹시 어렵게 된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손에 힘을 빼고 뒤를 향해 급히 물러났다.
지금 자영검을 포기하지 않고 망설인다면 분명 수운만타수의 공격이 가슴에 꽂혔을 것이며, 빛 속에 담긴 힘을 보면 부딪히는 순간 죽거나 중상을 입을게 뻔했다.
엽운은 몸을 뒤로 빼고 손으로 허공을 한 번 그었다.
곧 손끝에서 은은한 검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빠르게 앞을 향해 찔렀다.
천생일검!
엽운은 순간 일종의 기묘한 상태에 돌입하기라도 한 듯 위험한 순간에도 몹시 평온했다.
몸속에서 진기가 흐르는 것을 선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했고, 진기의 힘이 충만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뇌운전광검의 앞 두 공격을 천생일검에 녹여내 매섭게 내질렀다.
“땡!”
절대절명의 순간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천생일검을 날렸다.
맑은 소리가 들렸고, 검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흩어져 사방을 향해 날아갔다.
빛이 된 수운만타수는 멈춰섰고, 급격히 줄어든 위세로 계속해서 날아왔다.
하지만 엽운의 공격은 수운만타수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뇌운전광검의 두 수를 녹여내 위력을 급증시켜도 수운만타수를 죽이는 것은 꿈같은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두 차례 맞붙었고, 그것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일격에 수운만타수를 죽일 생각이 아니었고, 천생일검을 내지른 후 온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별안간 몸을 돌려 하늘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고, 수운만타수를 뛰어넘어 뒷쪽에 착지했다.
“죽어라!”
나지막이 소리치며 손에서 빛을 번쩍였다.
열염폭운과 빙백쇄혼이 순식간에 나타나 공중에서 바람을 가르며 그의 양 옆에 떨어졌다.
곧 푸른빛을 뿜어대는 얼음 화살이 쏘아졌고, 동시에 열염폭운환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놀랍게도 화염은 얼음의 화살과 하나가 되었는데,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얼음 화살이 불빛을 받아 몹시 아름다웠다.
이글거리는 화염과 얼음의 화살은 빠르게 날아갔고, 다시금 빛으로 변하려는 수운만타수를 향했다.
“우지직!”
맑은 소리가 들렸고, 화염과 얼음의 화살이 매섭게 수운만타수의 머리를 쳤다.
하지만 예상하던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얼음 화살은 부러져버렸고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2급 영수 수운만타수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현재 수위는 축기경 1중의 제자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이길 수도 있었다.
불의 영기와 얼음의 영기가 합쳐진 얼음 화살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고, 수운만타수의 이마에 작은 상처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엽운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몸을 움직여 피하려 했다.
그런데 화살이 그에게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못했지만 움직임을 조금 느리게 만들었음을 예리하게 발견했다.
방금 전까지 희미했던 움직임을 조금 더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눈살을 찌푸리며 순식간에 열염폭운과 빙백쇄혼에 진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다시 수운만타수의 머리를 향해 화염에 휩싸인 얼음 화살을 쏘았다.
“우지직!”
예상대로 얼음 화살이 다시 한 번 명중했다.
수운만타수는 명백히 영향을 받은 듯 했고, 허공에서 살짝 떨리며 속도가 느려졌다.
그제야 모습을 선명히 볼 수 있었는데, 뱀 모양을 한 생물이었다.
몸은 수박 하나 만큼 굵었는데, 머리는 뱀과 조금 달랐다.
삼각형 모양의 눈동자에서는 살의가 느껴졌고, 머리 위 두 군데가 볼록 튀어나와 있으며 그 위에는 두 개의 흰 점이 있었다.
분명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뿔일 것이다.
엽운은 놈이 어디에서 온 녀석인지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두 공격을 연달아 날리면서도 수운만타수를 죽이거나 어찌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저 수운만타수의 공격으로 부터 신속하게 빠져나올 시간을 좀 벌고자 했을 뿐이다.
두 번째 얼음 화살이 조각이 난 순간,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커다란 새처럼 몸을 돌려 수막의 옆에 떨어졌다.
“우우우!!”
수운만타수는 자신의 공격을 세 번이나 피한 것이 의아한 듯 분노와 살의가 가득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엽운은 수운만타수가 별안간 입을 쩍 벌리는 것을 보았다.
또 다시 푸른 물줄기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왔고, 물줄기는 허공에서 마치 한 줄기 강처럼 한 데 모이며 날아왔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자리에 서 있었고, 그 어떤 회피 동작도 취할 수 없었다.
손으로 검을 만들어 날아오는 물줄기를 향해 매섭게 내질렀다.
“빙봉천리!”
소리치자 체내의 얼음 영기가 전부 검 위에 모였다.
몸을 중심으로 근방 스무 장 내에 온통 옅은 안개가 꼈다.
수백 개의 푸른 물줄기가 순식간에 안개를 비집고 들어가 엄청난 힘을 싣고 엽운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안개 속에 들어오는 순간 갑작스레 멈춰버렸고, 놀랍게도 얼음이 되어 바닥 위로 툭툭 떨어졌다.
수운만타수의 공격을 완벽히 파훼했다.
안개가 빠르게 퍼지며 수운만타수를 뒤덮었다.
검을 거두고 안개 속으로 몸을 숨겼다.
보라색 빛이 한 번 번쩍이더니 자영검이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우지직!”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그제서야 방금 전 날린 검이 수운만타수의 공격을 파훼했을 뿐 아니라 그를 얼려버렸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수운만타수를 아주 잠깐 동안 얼렸을 뿐이었다.
엽운은 잠시 고민했다.
수운만타수마저 얼릴 수 있음을 알았더라면, 방금 전 자영검을 거두지 않고 다시 휘둘러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을 쏟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안개는 순식간에 걷혔고, 엽운은 수운만타수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입에서 푸른 혀가 낼름거렸고, 삼각형 모양의 눈동자에 변화가 생겼다.
한 쪽 눈은 짙은 푸른색이 되었고, 반대쪽 눈은 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엽운의 몸은 경직되었고, 알 수 없는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
변이된 수운만타수의 이어지는 공격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 직감했다.
만약 이 공격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일 것이다.
별안간 엽운의 표정에서 놀라움과 충격이 모두 사라지고 몹시 여유로워졌다.
손에 쥔 자영검이 조금씩 떨려왔고, 곧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검이 한 번씩 떨릴 때 마다 보라색 빛이 번쩍였고, 눈 깜짝할 사이 수천 번 흔들렸다!
“와라!”
엽운은 냉엄한 표정으로 손에 보라색 빛을 번쩍였고, 그의 옆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