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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212화 (212/227)

제 212 화 수운만타

엽운은 천라응신초가 마지막 동굴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가 운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총 세 개의 통로가 중 마지막 통로에 천라응신초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소령의 안내가 없었더라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라응신초의 존재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 통로에는 총 열 갈래 길이 있는데, 척 보기엔 모두 같은 길처럼 보였고 그 어떤 차이도 없었다.

지금까지 엽운의 운수를 봐서는 열 갈래 길을 전부 뒤지지 않고서는 천라응신초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앞이 천라응신초가 있는 곳이야. 영수 한 마리가 지키고 있어서 몹시 어려울 거야.”

별안간 발걸음을 멈췄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어떤 영수인데?”

소령은 그를 노려봤다.

괜찮다니, 이 녀석은 영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건가?

일반적인 연기경 제자들은 9급 요수를 마주치면 당장 도망쳐야 한다.

얼마전 아직 9급 요수가 되지도 못한 신우취왕에게 연기경 4중의 제자들은 속수무책이었고, 마주한 순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우취왕은 몇백년 동안 9급 요수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실력은 일반적인 9급 요수들 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천라응신초를 지키는 것은 영수였다.

신우취왕처럼 천겁을 이겨내고 영지를 깨우친 영수가 아니라 해도 보통의 연기경 제자로서는 당해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1급 영수는 연기경 7중의 제자와 엇비슷한데, 천겁을 이겨내고 영수가 된 존재는 1급부터 축기경의 수위에 해당한다.

엽운은 눈앞의 영수가 어떤 등급인지도 모르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정말 괜찮아. 영수가 천라응신초를 지키고 있다 해도 이 곳은 무영봉 시련의 땅이고, 이 곳에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거의 다 무영봉의 천재들일 텐데, 종문에서 어찌 쉽사리 영수에게 죽임을 당하게 두겠어?”

엽운은 소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흥, 우리가 무영봉의 천재 제자라니. 네가 어딜 봐서 천재야?”

소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엽운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나 엽운은 일 년 동안 빠르게 수위를 올렸고, 속도는 당시의 모용무정보다도 빨라. 내가 천재가 아니면 누가 천재겠어?”

“자, 허풍은 거기까지만 하고, 먼저 수호 영수가 어떤 녀석인지 봐봐.”

소령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천라응신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와서 수호 영수를 보지는 않았다.

소령은 만약 그것이 1급 영수라면 엽운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엽운이 모용무흔과 싸웠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 이야기를 듣고 이상할 정도로 기뻐했다.

하지만 만약 수호 영수가 2급이라면 더 볼 것도 없이 도망쳐야 할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2급 수호 영수는 축기경 2중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한다.

하지만 축기경 1중과 2중은 원래 그 차이가 몹시 크기 때문에, 엽운의 실력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했다고 한들 그녀는 엽운이 축기경 2중의 수위와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라 믿었다.

통로에서는 약간의 열기가 느껴졌을 뿐, 앞서 다른 통로들처럼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높거나 하지는 않았다.

백 장도 안되는 짧은 거리를 지나오자 통로의 끝자락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통로 끝에는 석실이 하나 있었는데, 석실은 척 보기에 조금 큰 것 같았다.

너비는 족히 백 장은 되어 보였고, 높이는 열 장 가까이 됐다.

산 속에 이런 석실이 있다는 것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가 바로 진화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온갖 진귀한 약초가 있는 곳이야. 빨리 찾아보자. 영수가 한 눈 팔려있을 때 천라응신초를 찾아내면 좋겠네.”

소령의 예쁜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곳은 결국 영수가 지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너무 재미없지. 난 수호 영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꼭 보고 싶은데.”

엽운은 기대를 품은 눈빛으로 빙긋 웃어보였다.

수위가 연기경 2중을 돌파하였으며 실력은 몇 배나 향상 되었지만 제대로 된 상대가 없어 시험해 볼 수 없었는데, 마침 수호 영수가 있었고, 영수의 등급이 아주 높지만 않다면 실력을 검증해 볼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엽운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이것이 신입 내문 제자의 임무인 이상, 아무리 등급이 높아봤자 결국 신입 내문 제자의 임무이며 절대로 완수할 수 없게 만들어 두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동안 모용무정과 진천운이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수호 영수가 그렇게 성가신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니, 조심하기만 한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소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령아, 너는 통로의 입구에서 기다려. 섣불리 들어오지 말고. 내가 가서 천라응신초를 찾아올게.”

“천라응신초를 알아볼 수 있겠어?”

소령이 정신없이 물었다.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9급 임무잖아. 임무를 받을 때 정보 하나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는데 그 안에는 천라응신초의 모습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으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소령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건 잊고 있었네.”

엽운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헝크러뜨린 뒤 가볍게 한 번 웃고 석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너비가 백 장이 넘는 석실에 약초 따위는 없었고, 석실 깊은 곳의 벽쪽에 백 그루가 넘는 화초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외 다른 곳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석실의 오른쪽에 영수 한 마리가 곤히 잠든 채 숨소리를 내었다.

엽운은 조금 전 허풍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등급을 알 수 없는 영수 앞에서 몹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엽운, 빨리 나와. 그 녀석은 평범한 영수가 아니야. 2급 요수 수운만타수라고.”

바로 그때, 소령의 희미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음을 통해 물었다.

“수운만타수? 바닷 속 깊은 곳에 사는 그 수운만타수를 말하는 거야? 이 녀석, 하루 종일 농담만 하고 말이야. 수운만타수는 바다에 사는 영수인데 어떻게 화룡굴에 있겠어?”

“내가 농담할 기분인 것 같아? 우리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기로 이 수운만타수는 분명 바다에서 잡아온 녀석이라 했어. 보통 수운만타수는 불과 고온을 특히 싫어하는데, 높은 온도는 녀석의 실력을 억눌러 전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어. 하지만 이 녀석은 달라. 놈은 고온과 화염을 두려워하지 않아. 고온에 능력이 억제되지도 않고, 오히려 높은 온도를 통해 몸을 자양해 실력이 더 향상 됐어.”

소령은 애가 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온 몸이 새카만 이 녀석이 수운만타수일 줄은 몰랐으며 고온과 화염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온을 통해 신체를 강화시킬 줄은 더더욱 몰랐다.

아무리 세상이 넓다고 해도 이는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는 잠시 주위를 훑어보았고, 쉽게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천라응신초는 수운만타의 등 뒤로 스무장 정도 떨어진 구석에 있었는데, 옅은 푸른색을 띄었고 어렴풋이 파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너나 도망쳐. 난 천라응신초를 가져와야겠어. 최대한 수운만타수를 놀라지 않게 하면 될거야.”

엽운은 손을 내저으며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천라응신초와 네 장에서 다섯장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평소라면 두어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운만타수를 깨우지 않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가능한 싸움을 피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천라응신초를 먼저 얻은 다음에 싸우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상대가 되지 않아도 곧바로 도망치면 그만이다.

수운만타수는 다른 약초를 지켜야하니 멀리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엽운은 한 걸음씩 걸어갔다.

수운만타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이는 그가 생각하기에 최적의 거리였는데, 갑작스러운 공격을 마주하기에 딱 좋은 거리였고, 천라응신초를 가져오기에도 너무 멀지 않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반 주향의 시간 만에 이윽고 수운만타수를 지나쳐 천라응신초의 앞에 도착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손을 움직여 천라응신초를 뿌리째 뽑았다.

새파란 천라응신초가 그의 손에 쥐어졌고, 곧 뇌음화룡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통로를 향해 다급히 달려갔다.

“우우!!”

바로 그때, 수운만타수가 깨어났고, 엽운을 보더니 울부짖었다.

입이 쩍 벌어지더니 물결이 뿜어져 나왔는데, 이는 엽운이 아닌 통로를 향해 날아갔다.

소령의 외침이 들렸고, 곧 통로가 수막으로 가로막혔다.

물결이 요동치며 통로의 안과 밖을 모두 막았다.

엽운은 순식간에 동굴의 입구에 다가가 진기를 주먹에 응집시킨 뒤 매섭게 수막을 내리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막은 힘을 흡수하기라도 하는 듯 주먹에 아무런 반동도 느껴지지 않았고, 부서지지도 않았다.

엽운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변이된 수운만타수의 실력은 확실히 비범했고, 몹시 강했다.

몸을 돌려 그의 가늘고 긴 몸뚱이를 바라봤다.

한 장 정도 길이의 수운만타수는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는데, 삼각형의 눈동자에서는 싸늘한 냉기와 살의가 느껴졌다.

영수가 영수라 불리게 된 이유는 그것이 영지를 깨우쳤기 때문이고, 약간의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엽운은 조용히 서서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수운만타수는 열 장 정도 떨어져 있었으니, 무슨 동작을 취하던 곧바로 반응할 수 있다.

“놔...내려놔...”

몹시 듣기 싫은 목소리가 수운만타수의 목구멍에서 전해져왔다.

천겁을 이겨내고 영수가 된 존재가 아니었기에, 영지를 깨우치긴 했지만 인간의 말로 소통을 하기는 몹시 어려웠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미 뽑았으니 내려놔도 소용없을 거야. 수형, 내 체면도 있으니 그냥 가져가게 해주는 건 어때?”

“우오오!!”

수운만타수는 엽운의 말을 알아들은 듯 울부짖었다.

몸을 움츠리자 입에서 수 척 길이의 파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엽운의 향해 날아왔다.

화살같이 날카로운 푸른 물줄기는 연기경 제자가 버틸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난 있었고, 아무리 엽운이라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물줄기에 맞으면 중상을 입을 것이다.

그는 이 변이된 수운만타수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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