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211화 (211/227)

제 211 화 다시 만난 소령

소령은 화룡굴에서 엽운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조금 전 까지 화를 내던 그녀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엽운은 녹색 치마를 입은 소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저, 수련을 하면서 옷도 안 입고 있다니. 만약 누가 들이닥치면 어쩌려고 그래?”

소령은 얼굵을 붉히고 그를 노려보며 노발대발했다.

“다들 너처럼 들어오지 말라하는데도 쳐들어오고 그러는 줄 알아? 맞다, 근데 화룡굴엔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수청훤 아주머니한테 네가 화룡굴로 귀양을 갔다는 말을 듣고...”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령이 팔을 붙잡고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서 날 찾으러 온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터뜨렸다.

“난 그렇게 까지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아주머니께서 너에게 호신 법보를 하나 줬으니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하시길래 마음 놨지. 내문 제자가 된 후에는 임무를 하나 선택해서 완수해야 하는데, 화룡굴에 천라응신초를 채집하는 임무를 골랐어.”

소령은 입을 삐쭉 내밀고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를 찾으러 온게 아니라 천라응신초인지 뭔지를 채집하러 왔다는 거지. 응? 천라응신초? 너, 9급 임무를 받은 거야?”

입을 삐쭉거리다 별안간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그녀는 예쁜 얼굴로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엽운을 바라봤다.

“맞아. 9급 임무야. 보니까 포상으로 공헌도를 백 점이나 주는 것 같더라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령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9급 임무가 어떤 임무인지 알잖아. 설마 9급 임무는 너무 어려워서 완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모르는거야?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는 있어?”

어깨를 으쓱거리며 화가 난 표정의 소령을 바라봤다.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냥 조금 어려울 뿐이야.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백 년 동안 두 명이나 완수했잖아.”

“두 명 밖에 없다는 걸 알고는 있네. 그리고 백 년이 아니라 최근 오백 년이야. 그리고 그 두 녀석은 괴물 중에서도 괴물이라고. 하나는 모용무정이고...”

소령은 크게 화를내며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진천운이지. 시 장로와 한 통속이라던데.”

엽운은 소령의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가 진천운에 대한 얘기까지 하셨다니. 잘 됐네. 너도 알다시피 두 사람은 천검종에서 천년 동안 몇 없던 천재이며 그 앞날에는 한계가 없을 거야. 금단경을 돌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몇 명 꼽으라하면 그건 우리 아버지나 구양 아저씨가 아닌 모용무정과 진천운이겠지.”

소령의 얼굴에서 분노가 차츰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엽운의 팔을 끌어당겼다.

엽운은 빙긋 웃어보이곤 고개를 젖혀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서, 어째서 나를 못 믿는 거야?”

소령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수위가 벌써 연기경 2중인 거야? 엄청 빠르네.”

엽운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수위는 이미 연기경 4중이잖아. 나보다 더 빠른 걸. 맞다, 언제까지 여기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거야? 나랑 같이 천라응신초를 찾은 다음 같이 나가는 건 어때.”

소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돼. 이번 시련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내 마음대로 떠났다간 우리 아버지는 분명 시 장로에게 공격당할 거야. 그럼 아주 귀찮아지겠지.”

엽운은 눈을 번쩍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 장로, 또 그 시 장로 군. 천검종이 평온해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나 봐. 한 수선 종문에서 이렇게나 옥신각신 싸우다니. 만약 하루 만에 수위가 축기경에 도달한다면 난 반드시 시 장로를 찾아가 수선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모술수가 아닌 힘이라는 걸 가르쳐주겠어.”

소령은 겁에 질린 얼굴로 다급히 엽운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안 돼. 시 장로의 수위는 축기경 후기야. 우리 아버지와 엇비슷하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 아빠 말로는 시 장로 혼자라면 위협이 되지 않지만 그의 배후에 있는 천검종의 태상 장로 몇 명이 문제라고 했어. 그들은 어쩌면 이미 금단경의 수위일지도 모르고, 직접 개입한다면 천검종 전체에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금단경? 흥, 수위가 금단경이면 그렇게 날뛰어도 되는 거야? 수선의 길에서는 금단경도 별 것 아니야. 고수들의 눈에 금단경은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수준일 거라고. 금단 대도에 이른 사람들이 그렇게 권모술수나 부린다니, 그 따위 태상 장로가 어딨어?”

엽운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소령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어딘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통로를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엽운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나이는 분명 열다섯에서 여섯 쯤 되었다.

대묘에서 만났을 때 까지만 해도 천진난만하고 활기찬 모습의 순수한 소녀에 불과했는데, 잠깐 안 본 사이 걱정이 태산이었고, 그녀의 얼굴에서 열대여섯살짜리 활기찬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자. 화룡굴은 분명 네가 잘 알겠지. 나랑 같이 천라응신초를 찾으러 가자.”

엽운은 소령의 손을 잡고 다짜고짜 밖으로 나갔다.

소령은 잠시 버티며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추었고, 이내 손에 이끌려 동굴 밖으로 나갔다.

엽운은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꽉 움켜쥐었다.

곧 소령은 그를 따라 동굴 밖으로 나왔고, 그녀의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천라응신초는 대체 어디있는 거야? 이 네 개의 동굴들 중 어딘가에 있는 건가?”

엽운은 얌전한 모습의 소령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소령은 어리둥절해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참, 어떻게 앞의 동굴을 뚫고 여기까지 온 거야?”

엽운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설마 이곳이 웬만한 제자들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인가?”

“당연히 못 들어오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면 내가 여기서 옷을 벗..”

소령은 콧방귀를 뀌며 이야기하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이곳은 화룡굴의 핵심지야. 내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가 특별한 전송진을 열어주셨기 때문이지. 너도 전송진으로 들어온 거야?”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이곳이 화룡굴의 핵심일 줄은 몰랐고, 전송진을 통해서 들어와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만약 자신이 인내심을 가지지 못했고, 그리고 통로를 열만큼 운이 좋지도 않고, 또 어쩌다 도조를 만나지도 못했더라면 이 곳에 들어올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부터 이 곳은 평범한 제자들이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며 이 곳에 들어와 수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천검종 내문 제자들 중에서도 특출 난 인물들이나 중요한 정예 제자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막 승급한 내문 제자들은 전송진을 통해 화룡굴에 들어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엽운이 웃으며 되물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모용무정과 진천운도 전송진을 통해 들어온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외부에서 핵심부로 들어올 방법이 전혀 없거든.”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엽운은 눈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소령을 붙잡고 빠르게 몸을 날려 검게 그을린 고목 위에 떨어졌다.

소령은 온통 불에 그을린 고목을 보고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곧 그녀가 소리쳤다.

“누구야, 누가 이 삼천년 된 고목을 태워먹은 거야?”

무언가 생각난 듯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엽운을 바라보았다.

엽운은 두 손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난 전송진이 있는지도 몰랐어. 아무데나 돌아다니다 실수로 석실의 벽을 부쉈는데, 거기서 통로를 발견했지 뭐야.”

“그럼 이 고목은 어쩌다 불에 탄 거야? 이 고목이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이 나무의 이름은 삼라남이고 십 년 마다 열매를 맺는데, 열매는 신혼을 회복하는데 아주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어.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줄곧 삼라남을 보호하셨고, 삼라남은 여태껏 조금도 손상 된 적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이 모양이 됐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소령의 표정은 다급해보였다.

눈에서 근심이 느껴졌다.

엽운은 다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석벽을 깨고 통로를 발견했을 때는 거기에 진화가 있을 줄은 몰랐지. 게다가 내가 그 길을 지나갈 때 미친 듯이 타오르기까지 했어. 수위가 연기경 2중으로 향상되지 않았다면 난 이미 진화에 타 죽었을 것이고, 넌 두 번 다시 날 만나지 못했겠지.”

엽운은 도조에 대해서 알리고 싶지 않았고, 소령 뿐 아니라 칠 장로, 그리고 단진풍 같은 이들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것은 너무도 큰 비밀이기 때문에 세어 나가게 되면 그 뒷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진화? 이 통로는 나도 지나온 적이 있는데, 진화 같은 건 없었는 걸. 그냥 온도가 조금 높을 뿐이었어.”

소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된 거야. 내 눈치가 빠르지 않았더라면 넌 날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엽운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어서 말했다.

“맞다, 천라응신초는 어디 있어? 빨리 데려다 줘.”

소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천라응신초는 이쪽 동굴에 있어. 하지만 이 통로의 끝까지 가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인데다, 천라응신초는 몹시 진귀하여 영수 몇 마리가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지. 엽운, 이 임무를 포기하는 게 어때? 공헌도 100점은 아무 것도 아니야. 나한테도 있어.”

엽운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니, 이 임무는 반드시 완수해야 돼. 무영봉에 오자마자 네 공헌도의 도움을 받을 거였다면, 뭐 하러 왔겠어? 게다가 네가 아직 모르는 일이 있는데, 난 이미 칠 장로님의 제자가 되었고, 너희 아버지께서도 나를 기명 제자로 들이셨어. 내가 천라응신초를 찾는 임무를 포기하게 되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텐데, 그럼 두 사존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소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엽운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네 말은, 그러니까 네 말은 칠 장로님과 우리 아빠가 너를 제자로 들이셨다는 거야? 우리 아버지까지는 그렇다 치고, 칠 장로님은 어째서 너를 제자로 받으신 거야? 그분은 정신이 오락가락하셔서 아는 것도 없고 평소 뭘 하시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엽운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칠 장로님의 문하에 들어간 건 비밀이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너만 알고 있어야 돼. 심지어 단진풍이랑 다른 사람들도 모르거든. 그리고 나중에 무영봉에서 나는 너희 아버지의 기명 제자 신분으로 다닐 거니까 꼭 기억해 둬.”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엽운은 방금 전 소령이 말한 동굴을 쳐다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무영봉주의 기명 제자라면 9급 임무쯤은 반드시 완수해야지. 령아, 가자.”

소령은 엽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잠시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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