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9 화 진화 연체
엽운에 의해 도조라는 이름을 얻은 그는 다른 생각이라곤 없는 듯 곧바로 흐르는 빛줄기가 되어 중생전혼탑으로 들어갔다.
이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일이다.
“어르신, 제가 중생전혼탑에 금제를 걸어 당신을 완전히 봉인하거나 연화시킬까봐 걱정되진 않으십니까?”
도조의 목소리가 중생전혼탑 안에서 들려왔다.
그는 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애송이, 난 신혼의 일부만이 남았고, 온전한 상태도 아니다.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네 중생전혼탑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백년도 되지 않아 영혼이 소멸하여 더 이상 버티지 못 할거다. 그렇게 되느니 네 성품을 한 번 믿어보는 쪽에 거는 게 훨씬 났지.”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안목이 좋으십니다. 그게 장점인 것 같네요.”
“까불지 마라 애송이. 우쭐대지 말란 말이다. 방금 말했듯이 내 신혼은 그래봐야 백 년 정도 버틸 수 있을테니, 정말 나를 도우려거든 최대한 빨리 수위를 올려야 할 거다. 백 년 안에 나의 나머지 두 신혼을 해방시켜 세 개의 혼이 하나가 되야만 회복할 수 있다.”
도조는 기대를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월왕조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요족의 땅은 너무도 넓으니 어르신의 영혼이 봉인된 곳을 찾기란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운에 기대야겠군요. 백 년 안에 제가 금단 대도에 들어선다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죠.”
엽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조의 신혼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였다.
도조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교월왕조의 도읍은 그래도 쉽다만, 요족의 땅은 인류의 땅보다 두 배는 크니 그 곳에서 내 신혼을 찾기란 몹시 어렵겠지. 그런데 백 년 안에 금단 대도에 들어선다면 기회가 있다느니 하는 말은 개소리다. 금단 대도가 그리 대단한 경지도 아닌데 어디 백 년이나 걸리겠느냐. 내가 보니 너에게 충분한 수련 자원만 있다면 20년도 되지 않아 금단 대도에 들어설 것이고, 백 년이면 원영경을 돌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려면 어르신의 가르침이 필요하겠네요.”
백년 안에 금단 대도에 이르겠다는 말은 그저 겸손을 떠는 것이었다.
대량의 자원과 선마지심의 도움을 받고도 금단 대도에 들어서는데 백 년이 걸린다면 죽느니만 못한 것이다.
도조가 말한 것처럼 20년 안에는 분명 금단경을 돌파할 것이다.
게다가 엽운의 마음속에는 10년 안에 금단 대도에 들어서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느껴졌는데, 그렇게 해서 수련에 성공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거라. 너의 중생전혼탑은 실패작이라 할 수 있지만 신혼을 자양하는데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군. 딱 이 부분에서만 보면 높은 등금의 보물이라 쳐줄 수 있겠어. 내 신혼은 뿔뿔이 흩어졌으니 한동안 정성껏 회복해야한다. 특별한 일이 없거든 나를 깨우지 말거라.”
도조는 이 중생전혼탑의 장점을 하나 발견하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쓸모가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잘 회복하십시오. 저는 가서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조는 중생전혼탑에서 물아양말의 경지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 대답이 없었다.
앞쪽의 통로를 바라봤다.
도조가 중생전혼탑에 들어감에 따라 통로가 천천히 밝아졌고, 이어서 그의 머리 위에서 옥처럼 새하얀 종유석이 불길을 타고 점점 빨개지는 것이 보였다.
종유석은 붉은 색으로 변했고, 점점 짙어졌다.
엽운은 어렴풋이 이 붉은 종유석이 언제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앞쪽의 통로에서 빛이 반짝였고, 붉은색 빛이 사방을 밝혔다.
엽운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는 순간, 도조가 나타난 자리에 종유석이 떨어졌는데, 각각의 종유석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땅에 떨어지는 순간 폭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다 통로에서 막혔고, 충격파는 화염과 뒤섞여 통로에서 솟아오르며 양쪽으로 거세게 밀려왔다.
엽운의 속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의 뒤에서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오며 엄청난 충격파와 타오르는 불길이 그를 집어삼킬 듯 다가왔기 때문이다.
화룡굴은 정말 위험한 곳이 맞았다.
진기를 뿜어 잔상을 남기며 앞쪽을 통로를 향해 달렸다.
반 주향의 시간 만에 통로의 끝에서 숲처럼 푸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 나갔다.
화룡굴에서 어떻게 초록색이 보이는지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쉬익!”
몸이 허공에서 잔상이 되고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었다.
매섭게 달려가 거대한 수관을 들이받았다.
거센 화염이 통로해서 뿜어져 나왔고, 화연이 거대한 수관을 스쳤다.
모든 녹색 빛이 사라지고 새카맣게 변했다.
다행히 아주 빠르게 움직였고, 수관에 부딪히자마자 뛰어올라 불길과 충격파를 피했다.
엽운은 자신의 머리 위로 온통 새카맣게 변해버린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 화염에는 진화가 담겨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스치는 것만으로 수관을 이 정도까지 불태울 수는 없다.
등이 식은땀으로 젖었고, 마음속에서 뒤늦게 두려움이 몰려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거센 불길에 휩싸여 죽거나 중상을 입어 수위가 감퇴되었을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생각하던 녹색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 눈에 아주 잠깐 동안 초록빛이 보였던 것은 이 자리에 나무가 있기 때문이었고, 주위는 전부 절벽이었으며 녹색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무가 한 그루 밖에 없었던 덕에 진화가 더 옮겨 붙을 곳이 없어 빠르게 물러난 것이다.
엽운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의 다른 세 면에는 세 사람이 동행할 수 있을 만한 너비의 동굴들이 보였다.
동굴은 어딘가 누르스름한 색을 띠며 반짝이고 있었는데, 천백 년 동안 줄곧 사람이 드나들며 손으로 동굴의 벽을 만져 누런 자국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세 동굴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윽고 오른쪽에 있던 동굴로 들어갔다.
아무렇게나 동굴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오른쪽 동굴의 입구가 더 번들거리며 윤이 나는걸 보니 분명 이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고, 그렇다면 이 동굴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이 된다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망설이지 않았고, 빠르게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이전의 동굴과는 달리 불빛이 하나도 없었다.
동굴의 천장에는 열 장 마다 은은한 빛을 내뿜는 투명한 구슬이 있었는데, 무슨 재질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화염은 없었고, 약간의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열기만이 있었다.
엽운은 동굴에 한참 있었지만 불편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나아갔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동굴의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
아직 수백 장 밖에는 오지 않았고, 진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음에도 견딜 수 없는 열기가 느껴졌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더위를 참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일곱에서 여덟 장 정도를 걸었는데,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이 짧은 수십 장을 오는 동안 곳곳에 옥병 조각과 아직 완전히 흡수되지 않은 영석 파편을 보았다.
그 말은 사람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열기 속에서 계속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이 열기 속에서 수련을 하여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바닥에 앉아 쉬선심법을 더욱 빨리 작동시켰다.
진기가 체내에서 끊임없이 흐르며 모공 하나하나를 비집고 나왔고, 얇은 진기 보호막을 만들어 열기를 잠시 차단했다.
하지만 열기는 너무도 강력해 웅장한 진기로도 계속 막아낼 수는 없었다.
진기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아무리 진기를 움직여보려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손을 뒤집자 상품 영석 두 개가 나타났다.
소흡성결을 시전하여 영기를 흡수하고 쉬선심법을 통해 연화를 거쳐 진기를 보충했다.
잠깐 사이 두 개의 상품영석이 소리를 내며 가볍게 터져 먼지가 되었다.
이 속도는 정상적인 수련을 할 때 보다 훨씬 빨랐고, 곧바로 뇌음화룡계에서 백개의 상품 영석을 꺼낸 뒤 미친 듯이 흡수했다.
이렇게 흡수해도 보충되는 속도는 소모되는 속도에 미치지 못했고, 진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길어야 이틀 안에 체내의 진기가 전부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 진기를 수용 할 수 없었던 경맥이 조금 확장된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수용량이 조금 더 증가되는데,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확실히 변화가 생겼다.
엽운은 간담이 서늘했다.
사존인 칠 장로가 했던 말을 기억했는데, 만약 계속해서 진기가 늘어나게 되면 육신의 강도와 진기를 나란히 성장시켜 단번에 연기경 2중을 돌파하기가 몹시 어려워진다고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쉬선심법으로 영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바꾸었는데, 연화시킨 진기로 보충하지 않고, 몸 바깥을 둘러싼 보호막에 주입했다.
영기의 일부분을 육신에 녹여 천천히 회복했고, 아주 조금씩 강화시켰다.
이렇게만 하면 지금처럼 진기가 부족한 상황에선 쉽게 경맥을 확장시키고 수용량을 늘릴 수 없게 된다.
약간의 영기를 육신에 흡수시키는 것은 몸을 조금씩 단련시켜 천천히 강해지기 만들기 위해서이다.
머지않아 진기와 육신은 같은 차원에 도달할 터, 그때가 되면 전력을 다해 연기경 2중을 돌파할 것이며, 이는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