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208화 (208/227)

제 208 화 탑에 들어간 도조

“요족은 어디에 있습니까?”

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요족? 요족은 이 대륙에 있지. 아마 교월왕조를 지나고 두 개의 왕조를 더 지나면 있을 게다.”

도조는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엽운은 하마터면 입에서 피를 뿜을 뻔했다.

지금껏 천검종에서 나가본 적도 없으며 교월왕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교월왕조를 지나고 다시 두 개의 왕조를 더 지나야 한다니.

말만 들어서는 꼭 3에서 5일 쯤 걸어가면 되는 것처럼 쉬어보였다.

“도조님, 도대체 뭐하시는 분입니까? 우리 천검종 제자 대부분은 진나라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을 것이며, 제가 보기엔 고위층마저, 아니 심지어는 종주 대인도 교월왕조에 가본 적이 없을 겁니다. 그래봐야 대진제국에 가 본 게 고작이겠지요.”

엽운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천검종의 태상 장로라는 것이다.”

노인은 또 다시 사색에 잠긴 듯 눈살을 찌푸렸다.

엽운은 눈을 까뒤집으며 말했다.

“천검종이 세워진지는 천 년이 넘었는데, 대진제국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교월왕조를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들어본 적이 없고요. 어르신의 그 농담은 하나도 재미없단 말입니다.”

도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애송이, 네가 뭘 알겠나. 천검종에서 대진제국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그러더냐? 그때 그 두 머저리들이 아니었다면 천검종은 진작에 대진제국에서 한 자리 꿰찼을 거다.”

엽운이 궁금한 듯 물었다.

“두 머저리는 누구입니까?”

노인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내 영혼은 세 개로 나뉘어 그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단지 두 머저리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천검종이 대진제국에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만 기억난다.”

엽운은 개의치 않았다.

만약 도조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천검종은 그의 상상과 전혀 다를 것이다.

어쩌면 종문의 배후에 엄청난 힘을 가진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르신, 제가 요족의 구역과 교월왕조에 가서 당신의 영혼을 찾도록 도와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노인은 눈에서 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애송이, 그래도 제법 똑똑하구나. 훌륭하다, 훌륭해. 역시 우리 천검종의 인재야. 안심하거라. 맨입으로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을테니. 내 영혼이 하나가 되는 날은 네가 천하를 누비고 교월왕조에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되는 날일 게다.”

엽운은 개의치 않는 듯 두어 번 콧방귀를 뀌었다.

이 늙은이는 분명 제멋대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 분명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수위는 엽운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일텐데, 그렇다면 어찌 이곳에 봉인되어 있겠는가?

“참, 선조님. 요족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요.”

엽운은 요족에 대해 큰 흥미를 느꼈다.

이 대륙에 오랜 세월 동안 소문이 자자하던 이 종족은 아무래도 정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웃음을 머금고 있던 도조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고, 곧 그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애송이, 천하는 3계로 나뉜다. 천계, 요계, 마계로 나뉘지.”

“어라, 도조님이 잘못 말씀하신 것 같네요. 천계, 인계 그리고 요계 아닙니까. 마계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엽운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도조는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말했다.

“빌어쳐먹을 애송이. 듣기 싫으면 묻지를 말거라. 성가시게 말이야. 몇 살 먹지도 않은 게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엽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늙은이, 천검종의 태상 장로씩이나 되어서 이렇게 막말을 하다니.

“3계는 천계, 요계와 마계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인계는 요계의 한 부분일 뿐이며, 요계에 비하면 인계는 그저 3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도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인계가 3분의 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요족이 잔뜩 있을 텐데, 어째서 천백 년 동안 전설만이 있고 진짜 요족은 보이질 않는 것입니까?”

엽운이 호기심에 물었다.

또 다시 그의 말을 끊었지만, 이번에는 도조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대부분의 요족은 모두 봉인되어 소수의 요족 후예들만이 세상에 출몰하기 때문이지.”

“봉인 되었다고요? 어째서죠?”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눈앞의 이제껏 본 적 없던 대문을 열면 이 세상의 빙산의 일각을 보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어찌 알겠느냐? 나도 화열에게 들었을 뿐이다. 아마 만 년 전에 큰 전쟁이 벌어진 뒤로 요족이 봉인되었을 거다. 봉인된 것인지 스스로 봉인한 것인지는 화열도 모르는 것 같더군.”

도조가 천천히 말했다.

“그렇군요. 요족이 전설에만 존재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그럼 요계가 봉인을 풀고 다시 이 대륙에 돌아올 수도 있습니까?”

엽운은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늘 아래 영원히 봉인되는 것은 없지. 만 년이 지나면 아무리 강한 봉인력이라도 점점 약해질 것이고, 요족은 언젠가 다시 세간에 나올 것이다.”

노인은 어딘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고, 목소리는 무거워졌다.

엽운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도조님, 그렇게 근심 가득한 표정 짓지 마십시오. 요족의 봉인이 풀려 세상에 다시 나오면 당신의 실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요. 이런 큰일은 당연히 저 위에 있는 강자들이 해결하는 것이니, 우리는 그저 열심히 수련하면 그만입니다.”

도조는 엽운을 한 번 쳐다보곤 별안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 말도 맞지. 요족이 강림한다면 자연히 목숨을 건 혈전이 벌어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그 누구에게도 독선이란 없겠지. 오직 힘만이 영원할 뿐.”

도조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앞의 이 노인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고작 원영경의 수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천검종이 세워진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정도 수위의 고수가 있었던가?

“그럼, 마계는 또 무엇입니까?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마계? 그거야 말로 전설에나 존재하는 것이지. 나도 그저 들어만 보았다. 아마 만년전 총신대전이 있기 전에 이미 사라진 것 같은데, 파멸을 당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우리가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애송이,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느냐?”

도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뭐죠?”

엽운이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당연히 빠르게 수위를 올리고 교월왕조의 도읍과 요족의 구역에 들어가 내 영혼을 되찾는 것이지.”

노인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엽운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제 수위로 교월왕조의 도성에 당신의 영혼을 찾으러 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꼴입니다. 그렇게 위험한 짓은 하고 싶지 않네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도조는 엽운이 이런 때에 이런 말을 할 줄은 미쳐 몰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잠시 어리둥절해하다 다급히 말했다.

“애송이, 이리 돌아 오거라. 지금 네 수위는 평범하지만, 내가 있다면 빠르게 수위를 올릴 수 있을게다. 머지않아 축기경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 보장하지.”

이제 막 떠나려던 엽운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 저는 이제 고작 연기경 1중입니다. 머지않아 축기경에 도달한다니, 허풍이 좀 심한 것 아닙니까.”

“이 노인네가 너를 속이기라도 하겠느냐? 축기경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몇 년만 수련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금단쯤은 되어야 조금 어려운 정도겠지. 헌데 그 마저도 아주 간단하다.”

노인은 성을 내며 엽운을 향해 손짓했다.

엽운은 두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정말입니까? 그런데 진짜라 한들, 제가 줄곧 여기에 남아서 당신의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도조가 말했다.

“누가 너더러 여기 남으라 했느냐? 네가 이 늙은이를 데리고 다니면 매일매일도 가르쳐줄 수 있다.”

엽운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도조님께서는 신혼의 일부만 남았는데 어찌 저를 따라다니신단 말씀입니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신혼이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양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 영혼이 충분히 강력하기만 하다면 내가 네 영혼의 깊은 곳에 들어가 천천히 자양할 수도 있지.”

노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하마터면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그건 안 됩니다.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엽운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화운이었다.

화운은 천년 동안 누군가의 몸을 빼앗을 계획을 짰는데, 이 노인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안심하거라. 난 몸을 빼앗거나 하는 일은 할 줄 모르니 말이다. 내 신혼은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네 육신으론 버틸 수 없다. 신혼을 자양할 수 있는 보물을 찾아오거든 내가 그 안에 들어가겠다. 이렇게 하면 옆에서 내 수위에 대해 가르침을 줄 수 있겠지.”

도조는 두어 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다른 요구사항이 있습니까?”

엽운은 마음이 움직였다.

도조의 진정한 수위는 제쳐 두더라도, 수선의 길과 대천세계에 대한 그의 인지만 해도 몹시 대단했다.

만약 그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면 꽤나 유익할 것이다.

“요구 따위는 없다. 신혼을 담을 수 있는 영기만 있으면 된다.”

도조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말했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별안간 머릿속에서 보물 하나를 떠올리고 곧바로 손을 뒤집자 투명하게 빛나는 작은 탑 하나가 그의 손에서 나타났다.

중생전혼탑!

영롱한 중생전혼탑은 대묘에서 화운으로부터 빼앗은 것이다.

화운은 이 중생전혼탑에 기대어 천년 동안 신혼을 보충하여 영혼이 소멸하지 않도록 하였고, 심지어 조금 강해지기 까지 했다.

도조를 이 안에 넣을 수 있다면 그의 영혼도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어라, 네 녀석, 제법 그럴 듯한 물건을 가지고 있구나. 중생전혼탑이라니. 그런데 네 중생전혼탑은 심각할 정도로 조잡하구나. 가히 그 이름을 욕되게 하는 수준이야.”

도조는 깜짝 놀라더니 곧 경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도조께서 이 보물을 알아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심각할 정도로 조잡하다니. 그래서 들어 가실겁니까?”

“당연히 들어가야지!”

도조가 다급하게 말했다.

혹여나 엽운이 나쁜 마음을 먹을까 걱정하지 않는 듯 했다.

엽운이 말했다.

“참, 이 중생전혼탑이 대체 뭐하는 물건입니까?”

“중생전혼, 이 네 글자를 보고도 모르겠느냐? 사람이 죽고 나면 영혼이 흩어지는데, 이렇게 흩어진 영혼이 이 탑 속에 흡수되어 굳어지면 천천히 신혼이 정련된다. 그렇게 되면 몸을 빼앗아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인내심만 있다면 천천히 영혼을 회복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몸을 빼앗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된다. 이것이 전혼의 특효이지.”

도조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했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중생전혼탑에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다.

지금껏 엽운에게는 별 쓸모가 없었는데, 이렇게 된 김에 이 늙은이의 신혼을 자양하는 곳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그럼 좋습니다. 일단 들어가시지요. 저는 여기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도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흐르는 빛줄기로 만든 뒤 순식간에 중생전혼탑 속으로 들어갔다.

“하하, 드디어 신혼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았군. 기다려라 화열. 언젠가 반드시 네놈을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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