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202화 (202/227)

제 202 화 소령의 수난

화룡굴?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이런 이름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수청훤이 이어서 말했다.

“화룡굴은 무영봉에서 제일가는 시련의 땅이란다. 그 곳은 진화가 기승을 부리는 무서운 곳이라 영혼을 단련 할 수 있어.”

엽운은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그렇다면 소령이 위험에 처해있는 게 아닙니까?”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소령의 수위로 어찌 진화를 막는 가였다.

게다가 그것은 영혼을 태우는 진화였다.

“소령의 수위로는 분명 막아낼 수 없겠지. 하지만 조급할 것 없단다. 우리 령이는 보물을 하나 둘렀으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고,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야.”

수청훤은 어딘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천천히 이야기했다.

엽운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봉주 대인께서는 어째서 소령을 화룡굴로 보내신 겁니까?”

지금 그는 소호에게 불만을 가졌다.

지금까지 기명 제자 이면서도 그를 사존이라 불렀지만, 지금 만큼은 그를 봉주 대인이라고 부를 만큼 불만이 극에 달했다.

수청훤은 엽운의 불만을 알아차린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일은 네 사존과는 무관하단다. 다른 이가 협박을 했어. 네 사존은 다른 방법이 없었고 령이를 화룡굴에 보낼 수밖에 없었지. 그렇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생기게 되거든.”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귀찮은 일이죠? 감히 사존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 정도라면, 설마 시 장로인가요?”

이 말을 들은 엽운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곧바로 시 장로의 얼굴을 떠올렸다.

수청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녀는 엽운이 이렇게나 빨리 알아챌 줄은 몰랐다.

“맞아. 3일 전, 네 사존이 너를 데리고 천신봉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결국 시 장로는 바라던 바를 이루지 못했고, 넌 칠 장로님의 제자가 되고 무영봉에서는 네 사존의 기명 제자 신분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지. 하지만 시 장로는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다 해서 감히 칠 장로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어. 그래서 구실을 만든 게다. 사대봉주의 제자 시험을 핑계로 령이를 화룡굴에 보낸 거야. 그 아이가 거기서 버텨낼 수 있다면 손을 떼기로 한거지.”

엽운의 눈은 이미 살기가 가득했다.

그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버티지 못하면 령이는 죽는겁니까?”

“그건 아닐거야. 어쨌든 령이는 신분이 다르니까. 만약 버티지 못하면 진화에 의해 영혼의 손상을 입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축기경을 돌파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게 되지. 게다가 영혼이 손상을 입게 되면 연기경에서도 수위를 올리기가 몹시 어려워진단다.”

수청훤은 한이 서린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아주머니와 사존께서는 시 장로 그 노인네의 계략에 놀아나고 있다는 뜻입니까?”

엽운의 목소리는 불만투성이였다.

“어떤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단다. 만약 나와 네 사존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었고. 시 장로는 어떻게든 공격할 수단을 찾아서 네 사존을 탄핵시키려 했을 거야. 그럼 이 무영봉주라는 자리도 보장할 수 없게 되지. 무영봉주의 자리를 잃는 걸로 끝난다면 상관없겠지만 무영봉주의 지위는 네 사존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이니 이 같은 신분이 사라지면 온갖 계략과 공격이 이어질 것이고, 그때는 네 사존의 수위가 아무리 높아도 우리 가족은 당해내지 못 할거야.”

수청훤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정말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정도로 분한 일을 당하고도 전혀 분노에 차 허둥거리지 않았다.

“시 장로 이 노인네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우리와 맞서려는 것입니까?”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수청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종주 대인의 임기가 끝나면 천검종의 규칙에 따라 은퇴하여 태상 장로가 되겠지. 그럼 종주 자리에 출마할 수 있는 실력자는 총 네 명이 남아.”

“사존과 모용무정, 구양문천, 그리고 누가 있죠? 적성봉주 우광원 입니까? 아니면 남월봉주 정여수?”

엽운이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시 장로의 일파인 제자가 한 명 있어. 그의 이름은 진천운이지.”

수청훤이 말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천훈?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군요.”

수청훤이 말했다

“그는 나도 들어본 적 없던 인물인데, 요 몇 년 사이 갑자기 떠오른 인물이야. 수위가 아주 높고 종문에 많은 이익을 위해 완수할 수 없는 임무까지 완수했다고 해. 그 명성은 사대봉주와 모용무정에 필적하지. 무엇보다 이 자는 모용무정과는 달리 온화한 성품을 지녔고 위엄이 있으며 동문 자제들을 형제자매로 여긴다 하더라고. 그는 특히 올해부터 천검종에서 조금씩 이름을 떨쳐 사람들의 경복을 받고 있어.”

엽운은 그 자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면 지금껏 천촉봉에서 외문 제자로 있느라 사대봉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줄곧 모용무정이 저희 천검종 제일의 천재이며 대봉주의 유력한 후보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군. 게다가 시 장로 그 노친네가 키워낸 인물이라니.”

엽운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수청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몇 년 간 다들 4대 봉주들과 모용무정에게 시선을 집중했고, 이 진천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는데, 그가 몇 년 사이 갑작스레 급부상 한 것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어.”

“그럼 소령은 언제쯤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

엽운은 별안간 화제를 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화룡굴의 시험은 열흘이고 사흘이 지났으니 아직 7일이 남았구나.”

수청원은 잠시 멍하니 있다 천천히 대답했다.

“소령 외에 또 누가 있죠?”

엽운이 계속해서 물었다.

수청훤이 말했다.

“4대 봉주들은 각각 연기경의 제자를 한 명씩 화룡굴로 보냈어. 모용무정은 모용무흔을 보냈고, 시 장로는 연기경 5중의 제자를 한 명 보냈는데, 이름이 아마 군약란 이던가? 여자아이였지.”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군약란이요? 아주머니, 지금 군약란이라 하셨습니까?”

수청훤은 궁금한 듯 물었다.

“맞아. 아마 군약란이라 했던 것 같아. 엽운, 네가 아는 아이니?”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저희와 함께 외문 제자 시험에 참가했었어요. 그때 그 아이의 수위는 저보다 한참 높았고, 시험도 식은 죽 먹기로 통과했죠. 나중에 소문을 듣자하니 고위층의 눈에 들었다는 것 같던데, 그 후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어요. 그녀가 시 장로에게 거두어졌을 줄은 몰랐네요.”

“맞아. 그 소식을 듣고 네 사존과 나도 한 번 알아봤는데, 이 아이는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연체경 5중에서 연기경 5중을 돌파했어. 그런데, 그녀가 무슨 비법이 있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경계를 봉인해버렸지. 그런 뒤 다시 처음부터 정련을 시작하더니 그로부터 3일 뒤 다시 나타나 시험에 참가한 거야. 소문에 의하면 그녀의 진짜 수위는 이미 축기경 이하에서는 제일이라고 하고 모용무흔 녀석도 비교가 안 된다고 해.”

수청훤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이 같은 일도 전혀 조급한 기색 없이 말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약란이라면 그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훗날 그녀의 수위에 한계가 없을 것임은 짐작했지만, 반 년 만에 이 정도 수련을 해낼 정도로 뛰어난 줄은 몰랐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녀가 경계를 봉인하고 처음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청훤은 그녀의 수위가 모용무흔보다 좀 더 높을 것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녀는 축기경 초기의 고수들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사이 천검종에 이렇게나 많은 천재들이 나올 줄은 몰랐네. 모용무정부터 시작해서 진천운, 모용무흔, 엽운, 거기다 이제 군약란 까지. 듣자하니 종주 대인께서도 소년 한 명을 데리고 있다 하셨는데, 그도 아주 뛰어나고 수련에 매진한다고 하던데, 아직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어.”

수청훤은 맑은 눈을 반짝였고, 그녀의 얼굴은 몹시 청아했다.

엽운은 조용히 서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소령만 괜찮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수청훤의 말대로 소령은 보물을 지니고 있어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엽운 역시 마음을 놓고 조용히 수청훤의 옆에서 그녀가 바삐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옆운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던 평온함을 느꼈다.

마치 며칠 내내 길을 걷다 마침내 숙소를 발견한 여행자처럼 모든 고단함을 뒤로한 채 아무 걱정없이 쉬었다.

엽운과 수청훤은 천검종의 일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이따금씩 소령이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하며 입가에 웃음을 띄었다.

조용히 이를 듣고 있던 엽운은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덧 해가 중천이었다.

석영이 지고 저녁노을이 드리울 무렵 한 사람의 그림자가 마당에 나타나더니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제자 엽운, 사존께 인사드립니다!”

엽운은 그를 맞이하며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엽운 왔구나. 일어나거라.”

소호는 다소 굳어져 있던 얼굴에 웃음을 띄며 엽운을 일으켜 세웠다.

“오셨네요. 엽운이 당신을 하루 동안 기다렸어요.”

수청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소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원의 돌의자에 앉았다.

“엽운, 너를 기명 제자로 들여 미안하다만, 무영봉에서 다니다 보면 그 신분이 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사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사존의 기명 제자가 되는 것은 저에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천신봉에서의 일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저는 당신의 정식 제자가 되었겠지요.”

소호가 웃으며 말했다.

“칠 사형의 제자가 되면 앞으로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거다. 내 제자가 되는 것 보다 천 배는 좋을 거야.”

엽운이 물었다.

“칠 장로님이 저를 제자로 들인 것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분께서는 도대체 어떤 이상한 점이 있으십니까? 보아하니 다들 그 분을 존경하고 계시던데, 시 장로조차 그 분을 어찌하지 못하기도 했고, 심지어 약간의 경외도 느껴졌던 것 같았습니다.”

소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칠 사형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느냐?”

엽운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 말했다.

“설마 축기경 7중인가요?”

“그렇다! 게다가 칠 사형은 20년 전에 이미 축기경 7중에 도달했지. 뿐만 아니라 그 분은 수위를 억제당해 경계를 돌파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금단 대도에 들어섰을 거야. 20년 전 그는 우리 천검종 역사상 원영경을 돌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재였지. 모용무정도 그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을 것이다.”

소호의 눈에는 경외가 가득했다.

그는 무영봉주임에도 칠 장로를 숭배하는 것 같았다.

보고 있던 엽운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칠 장로가 20년 전에 이미 그 정도로 굉장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분께서는 왜 아직도 축기경 7중에 머물러 있고...그리고...왜 가끔씩 정신이 조금 온전하지 못하신 것 입니까?”

엽운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소호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그는 엽운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20년 전의 약속이지. 벌써 20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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