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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98화 (198/227)

제 198 화 천생일검

두 사제는 서로 마주보고 앉았고, 엽운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천신봉에서 칠 장로의 지위를 똑똑히 보았는데 심지어는 종주 대인마저 몇 번이고 그를 추켜세울 정도였다.

천신봉에서 칠 장로는 단박에 남월봉주 정여수의 수련이 한계에 봉착해 더 이상 돌파할 수 없음을 꿰뚫어 보았는데, 그녀는 칠 장로의 성의 없는 지적에도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적성봉주 우광원에게도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가 거절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엽운은 두려워하는 시 장로의 모습을 보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칠 장로가 천검종에서 떠도는 소문처럼 고작 영전을 지키는 미친 노인네가 아니며 드높은 수위와 천도 법칙에 대해 특별한 깨달음을 얻은 고수임을 보았다.

“연기경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칠 장로는 역시나 쓸데없는 소리 없이 바로 질문을 했다.

엽운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고, 한동안 고민하다 말했다.

“연기라고 하니, 당연히 진기를 정련하여 진기의 품질을 높이고 더욱 거대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칠 장로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다. 연기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기의 정련이다. 진기의 정련이 극한에 달하면 자연히 돌파의 열쇠를 찾을 수 있게 되며 그리하여 족쇄를 풀고 새로운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면 연기경 7중을 깨우치게 되며 신체가 진강의 정련을 통해 영혼의 불꽃을 응집시키고 축기경의 기초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스승님의 말씀은, 지금 제가 다른 것은 제쳐두고 진기의 정련에만 몰두하면 된다는 뜻입니까?”

엽운이 궁금한 듯 물었다.

“원칙적으론 그렇겠지. 하지만 너는 쉬선심법을 선택했기에 그렇게 하려고 해도 되지 않을게다. 쉬선신법의 관건은 너도 알다시피 육신과 진기를 동시에 수련하여 안과 밖을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위를 올릴 수 없게 되어있지. 따라서 이 공법은 천백 년 동안 수련하려는 사람이 몇 없었다. 들여야 하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영 부족하기 때문이지.”

칠 장로는 다소 감개무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 초기에는 들이는 공에 비해 수확이 한참 부족하지만 나중에는 무궁무진한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군요.”

칠 장로는 칭찬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맞다. 천도는 대체로 공평한 편이지. 너는 진기를 수련하느라 육신의 수행을 포기하다시피 했고, 따라서 경계의 상승이 몹시 빨랐겠지. 하지만 축기경의 후기에 도달하면 진기의 수련에만 집중했다간 결국 몹시 번거로운 일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게다. 금단을 이루어 낼 확률을 거의 팔할은 줄인다고 볼 수 있지. 반대로 말하면 쉬선심법 같이 안과 밖을 동시에 수련하는 공법은 축기경에 도달하게 되면 훗날 금단을 이루게 될 가능성을 몹시 높여 줄테지. 금단을 돌파하기만 하면 굴레에서 벗어나 그 누구도 당해내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칠 장로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금단의 위에는 원영이 있고, 원영 위에도 수많은 경계가 있다.

자신이 환상 속에서 봤던 젋은 남녀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진정 수련이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경지가 금단경과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길에서 굴레를 벗어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네 수행에 있어 육신에 필요한 것은 대량의 약물과 영석을 통한 자양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레 천천히 좋아지겠지. 그리고 진기의 수행은 잠시 내려두어도 좋고, 서두를 필요없다. 참고로 네 진기는 이미 불가사의할 정도로 웅장하고 순수하다. 만약 여기서 더 끌어올렸다간, 육신의 수행으로 이를 쫓아가려면 지금보다 수백 배의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할 것이다. 득보다 실이 많은 셈이지.”

칠 장로가 천천히 설명했다.

엽운은 어리둥절해 하며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크게 기뻐하며 몸을 일으키더니 칠 장로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칠 장로는 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소년은 몹시 총명하여 짧은 몇 마디 말에도 연기경의 수행에 대한 정확한 깨달음을 얻고 기뻐했다.

줄곧 엽운은 육신과 진기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육신의 성장이 가능하다면 성장시키고, 그렇지 못하면 가능한 진기를 끌어올리려 했으며, 어찌되든 실력만 향상된다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오산이었던 것이다.

쉬선신법처럼 안과 밖을 동시에 수련하는 공법은 신체의 겉과 속의 수위가 서로를 보완해야 하며, 함께 성장해 똑같은 수준에 도달해야만 기발한 효과를 이끌어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만약 엽운이 이토록 중요한 점을 깨닫지 못하고 육신과 진기를 따로 극한까지 수련했다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이 몇 배는 늘어났을 것이다.

지금 칠 장로의 가르침을 받은 그라면 열흘에서 보름 안에 연기경 2중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혼자서 수련했다면 이 시간은 3달 정도 늦춰졌을 것이며, 심지어는 반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훗날 수행을 이어나가면 수위를 올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을 것이다.

수련은 약간의 노력만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도에 대한 깨달음과 자원을 제외하고도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수행의 길은 세상의 다른 것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수축과 이완이 필요한 법이며 정확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엽운은 지금껏 노력을 기울여 수행해왔지만 방법이 잘못됐었다.

특히나 쉬선심법을 수련한 이후 사용한 방법은 더욱 잘못됐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갔다간 수행에 큰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다행히 칠 장로의 문하에 들어와 가르침을 받았다.

순식간에 칠 장로의 말을 이해했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 감격에 가득 찬 마음으로 인사를 올렸다.

“알아들었느냐?”

칠 장로가 웃으며 물었다.

“알아들었습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훨씬 명량해졌다.

“알아들었으면 됐고, 그럼 이제 꺼져도 좋다!”

칠 장로는 손을 내저었다.

곧이어 그는 몸을 일으키고 술단지를 가볍게 집어 들더니 크게 몇 모금 들이켰다.

엽운은 이미 칠 장로의 성질머리에 익숙해졌기에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공법의 수행을 조금 알려주셨으니, 또 신통 기법을 몇 개 알려 주실거죠?”

칠 장로가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저번에 너에게 빙봉천리를 가르쳐주었는데, 얼만큼 이해했느냐?”

엽운이 말했다.

“이미 기본적인 것은 이해했지만, 수위가 조금 부족할 뿐입니다. 축기경에 도달할 수 있다면 분명 말 그대로 천리를 얼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빙봉천리라는 기술은, 네가 특수한 얼음 영기를 주입할 수 있다면 그 위력이 열 배는 강해질 거다. 그러나 특수한 얼음 영기란 얻기 몹시 어려운 것인데다, 일반적인 제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찾아보기도 힘들지.”

칠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엽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빙령수우는 특수한 얼음 영기에 해당 됩니까?”

“빙령수우? 그렇지. 그런데 그런 물건은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빙봉천리의 위력을 몇 배 씩 높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껏해야 두 배가 고작이지.”

엽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문 시험 자격 쟁탈전에서 한 제자를 통해 빙령수우를 얻었는데, 최근 들어 이를 연구할 시간이 없어 뇌음화룡계에 던져둔 채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

“사부님, 빙봉천리라는 기술은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기술이고, 뇌운전광검은 더 발전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3식은 어차피 후대에 만들어져 그저 흉내만 내는 기술이니, 진정한 고수를 만났을 때 사용하기엔 그 위력이 한참 모자랍니다. 스승님께서도 제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만한 신통을 알려주시지 않는데, 제약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굴욕을 당하게 되면 어르신의 명성에도 흠집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칠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다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그래, 하나 알려주마.”

엽운은 크게 기뻐했다.

칠 장로의 수위가 어느 정도 인지는 시 장로가 낙담하며 떠나버린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전수해준 기술이라면 분명 비범할 것이다.

“보아하니 검법에 능한 것 같구나. 그렇다면 검법을 하나 알려주마. 이 기술은 그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다 할 수 있고, 변화무쌍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게다. 모든 것은 각자의 깨달음과 능력에 달려있지.”

칠 장로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졌다.

이 기술은 그에게 큰 의미를 갖는 듯 했다.

엽운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고, 어딘가 멍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거나, 변화무쌍할 수도 있다니, 두 개의 전혀 다른 문장으로 어찌 한 검법을 표현한다는 말인가?

“이 기술의 이름은 천생일검이다. 아주 간단하니 잘 보거라.”

별안간 칠 장로가 몸을 움츠렸고, 그의 기세가 달라졌다.

마치 천지와 하나가 되기라도 하려는 듯 했다.

그가 손을 들자 손에서 검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간결하게 쏘아져 나갔다.

순간 엽운은 천지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한 힘이 칠 장로의 진기로 응집 된 검에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폭발했다.

이 일격의 위력은 이미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엽운은 이 검으로 공격을 했다면 영전의 태반이 부서져버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게 대체 무슨 위력인가?

아무리 축기경 정점의 수위라 해도 이 영전의 태반을 파괴 할만 한 위력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엄청난 위압이 공중에서 응집되었고, 검 위에서 흩어졌다.

엽운은 마음속에 거대한 돌산이 자리한 것처럼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옷이 흠뻑 젖었다.

곧이어 칠 장로의 손에서 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엽운은 주변의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고, 몸이 가벼워졌다.

방금 전 가슴속에 자리한 거대한 돌덩이가 사라진 듯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위력의 검이네요!”

엽운은 숨을 내쉬며 경외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칠 장로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천생일검의 시작이다. 진정한 공격은 꺼내지도 않았지. 그리고 진짜 공격은 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한 번 찌르는 것뿐이다.”

엽운은 들뜬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고 방금 전의 검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전, 이 검에서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지? 그게 맞다. 이 검은 원래 아무런 변화도 없는 단순한 일격이기 때문이지.”

칠 장로는 엽운의 마음을 읽은 듯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거죠?”

엽운이 저도 모르게 물었따.

“이 검은 원래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까. 하지만 숙련 된 사람은 자식의 검법, 도법, 창법, 심지어는 천도의 깨우침까지 이 검에 융화시킬 수 있다. 네가 각종 변화들을 이 검에 융화시켜도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간신히 수련해 성공한 셈이지!”

칠 장로는 먼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엽운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머릿속은 방금 전 칠 장로의 말로 가득 찼고, 마침내 믿을 수 없는 하나의 검이 떠올랐다.

천생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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