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97화 (197/227)

제 197 화 물아양망

칠 장로를 옆에 둔 엽운은 걱정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두 손에 극품영석을 들고 소흡성결을 전개했다.

빛이 번쩍였고 금색의 극품 영석에서 영기가 파도처럼 밀려와 미친 듯이 체내에 주입되었다.

엽운은 즉시 자신의 몸이 강해짐을 느꼈고, 예전과 달리 체내에 충만한 영기를 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

쉬선심법이 시작됐고, 속도는 몹시 빨랐다.

한 주향의 시간 만에 손에 쥔 두개의 극품 영석이 한참 작아졌다.

칠 장로는 한 편에 술 단지를 들고 있었다.

눈이 천천히 혼탁해지기 시작했지만, 엽운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찬사가 가득했다.

이토록 빨리 영기가 흡수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왕년에는 칠 장로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영기를 흡수하였고, 빨리 연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엽운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졌다.

이런 흡수 속도를 가졌는데 체내의 진기가 어찌 부족하겠는가?

엽운은 쉬선심법을 수련하였기에 육신과 진기를 함께 수련하여 동시에 성장시켜야 했고, 때문에 그의 경계가 아직 연기경 1중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그의 천분으로 이 정도 진기와 경계에 대한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쯤 적어도 연기경 4중의 수위를 가졌을 것이다.

칠 장로는 비록 엽운과 자주 맞닥뜨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안목으로는 몇 번 보는 것만으로 엽운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녀석의 육신은 아주 강하며 경계는 몹시 견고했고, 진기 역시 웅장하기 그지없다.

몇 년 동안 줄 곤 제자를 하나 들이려 했지만 눈이 너무도 높아 평범한 제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리하여 지금까지 지체 된 것이다.”

그러다 엽운이 나타났고, 칠 장로가 엽운을 처음 봤을 때, 놀랍게도 이 애송이에게서 금단 수사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을 느꼈다.

잠깐 스치는 기운에 지나지 않았지만 엽운의 당시 수위와 경계로 금단 수사의 기운을 한 가닥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리고 엽운은 시험을 통과한 뒤 화운비장의 시험에 참가하여 번개의 영기와 각종 영기를 얻었고, 뿐만 아니라 연기경 1중의 수위로 모용무흔과 맞붙었다.

비록 칠 장로는 이를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일찍이 전해 들었다.

게다가 며칠 전 엽운은 다시 한 번 영전에 찾아와 칠 장로에게 빙봉천리라는 검법을 배워갔다.

칠 장로는 진작에 엽운을 제자로 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이번에 시 장로가 천검종의 태상장로 도쟁영의 법령을 이용해 엽운의 비밀을 알아내고 가지고 있는 보물을 자신이 써먹으려 했다.

칠 장로는 순식간에 뛰쳐나가 시 장로 일행을 내쫓고 엽운을 제자로 받겠다고 말했다.

그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건 나중에 얘기할 생각이었다.

“애송이,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

칠 장로는 수련중인 엽운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켰다.

엽운은 극품 영석의 영기를 진기로 바꾸는 대신 육신을 단련하는데 썼고, 그의 경맥과 골격을 다시 한 번 강화시켰다.

지금의 중요한 것은 육신을 단련하고 쉬선심법의 1단계 금강지체를 극한까지 수련하여 천둥 번개에도 흔들리지 않는 금강의 육체를 갖는 일이었다.

영기가 체내에 주입되었고, 쉬선심법을 따라 한층 더 육신을 강화시켰다.

칠 장로의 극품 영석은 몹시 순수했고, 안에 담긴 영기는 아주 깨끗했기에 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

엽운은 체내의 구석구석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순수한 영기 덕분에 육신이 강화되면서 느껴지는 통증도 거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엽운은 물아양망의 경계에 들어섰다.

그것은 천지가 온통 웅장하며 깨끗한 영기로 가득차고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지는 상태이다.

이것은 최상의 상태라 할 수 있고, 가장 나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수련 중 물아양망에 들어서는 것은 일말의 천도의 규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수련이란 천도를 닦는 것이니 천도의 규칙을 엿볼 수 있게 된다면 훗날 수행에 헤아릴 수 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나쁜 상태라 하는 것은, 물아양망의 상태에 들어서면 모든 감각이 차단되어 바깥 세상에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다가오는 것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아양망의 상태에서는 육신의 강도를 빼면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기에, 만약 적이 이를 발견하면 단칼에 엽운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나쁜 상태라고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엽운은 이런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영전에 있었고 옆에선 칠 장로가 지키고 있었다.

천검종을 통틀어 칠 장로를 귀찮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엽운이 물아양면의 상태에 돌입하는 순간 영전 왼편의 허공이 조금씩 일렁이더니 한 사람이 떨어져 내려왔다.

“칠 사형, 정말 빠르십니다.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군요.”

그의 목소리에서 경탄이 느껴졌다.

“소호,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거냐?”

칠 장로는 술단지를 쥔 채 눈살을 찌푸렸다.

“칠 사형, 좀 전에 제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엽운이 당신의 제자가 된 것은 분명 복에 겨운 일이지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엽운이 당신의 제자가 되었음을 알리지 않는다면 그는 지금 무영봉에서 스승이 없는 제자의 신분이 됩니다. 그럼 훗날 수행 자원을 얻거나 장무각 등에 들어갈 때 큰 제약이 생길 것입니다.”

찾아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소호였다.

칠 장로가 떠난 뒤 급히 그를 쫓아왔지만 한참 늦게 도착한 것이다.

“장무각에서 선기와 공법을 얻는 것이 내가 직접 가르치는 것과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칠 장로는 소호를 곁눈질하며 천천히 말했다.

소호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요. 수행에 관한 칠 사형의 지혜와 깨달음은 남들은 훨씬 능가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당신의 가르침이 있다면 엽운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되겠지요. 제 말은, 엽운이 당신의 제자로써 무영봉을 거닐 수 없다면 이곳저곳에서 여러 가지 일로 귀찮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칠 장로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소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칠 사형,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엽운은 당신의 제자이니 저는 그의 수련에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제 십살진을 수행해야 하니, 어찌 보면 저도 그에게 무언가를 전수하게 되는 셈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무영봉에서는 제 기명 제자의 신분으로 다니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무영봉 안에서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겠지요.”

“기명 제자라고?”

칠 장로가 미간을 씰룩였다.

“예. 기명 제자 말입니다. 훗날 때가 되면 사실 엽운은 당신의 제자였다고 알리는 겁니다. 그 동안은 제 기명 제자의 신분으로 무영봉에 있게 해주십시오.”

소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작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엽운은 그가 눈여겨 본 소년이고 훗날 그의 앞길에 한계란 없을 것인데, 사사로운 문제로 제약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아까운 일이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겠군. 애송이의 수련이 끝나면 네가 있는 곳으로 꺼지도록 해주마.”

칠 장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엽운이 그의 의발을 계승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소호는 크게 기뻐하고 몸을 굽혀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칠 사형께 감사드리겠습니다.”

칠 장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직 더 볼 일이 있나? 없으면 가도록 해라. 술 마시는데 방해하지 말고.”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한 소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아쉬움이 섞인 눈빛으로 안절부절 못하며 엽운을 한 번 쳐다봤다.

곧 몸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엽운은 수련하는 동안 칠장로가 엽운이 소호의 기명 제자가 되도록 합의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 이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손에 쥔 극품 영석의 영기를 절반 이상 흡수하고 나니 육신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체내에서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던 진기에 변화가 생겼음을 발견했다.

진기의 품질은 더욱 좋아졌고, 진기의 용량이 더욱 늘어났다.

그리고 육신의 강도와 강인함 뿐 아니라 진기의 수용도 역시 한 단계 상승했다.

미칠 듯이 기뻤다.

줄곧 자신의 육체와 진기는 이미 극한까지 단련 되었으며 연기경 2중에 도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수위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육신과 진기는 한 단계 더 강해졌고, 연기경 2중의 돌파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엽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눈을 들어 먼 곳을 보니, 영전의 끝자락이 눈에 보일 것 같았다.

“애송이, 이 정도 끌어올리는데 이틀이나 수련하다니, 이래서 어디 쓸모가 있겠느냐? 우둔한 녀석들이야 숱하게 봐왔지만 너 정도로 미련한 놈은 처음 본다.”

엽운의 가슴이 후련해질 무렵 옆에서 분노에 가득 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다급히 몸을 돌리자 칠 장로가 화가 난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부님,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냐고? 넌 이틀이라는 시간을 썼고, 내 극품 영석도 두개나 썼지. 그래놓고 육신과 진기를 이 정도 밖에 성장시키지 못한 것이냐?”

칠 장로는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새끼손가락의 끝부분을 짚었다.

엽운은 어안이 벙벙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에 쥔 두 개의 극품 영석은 이미 새하얀 먼지가 되어있었다.

두 손을 살짝 움직이자 희뿌연 먼지가 흩날리며 영전의 한가운데를 가득 메웠다.

극품 영석은 몹시 진귀하며, 경계에 대한 깨달음이 충분한 보통의 연기경 초기의 제자가 이를 흡수한다면 적어도 두 단계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극품 영석이 엽운의 손에 쥐어지니, 진기의 품질과 양이 조금 성장한 것이 고작이었고, 육신의 성장은 그보다도 못했다.

“사부님, 사부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이것은 제 천분이 비범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저 정도 재능이 있는 자만이 사부님의 제자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엽운은 칠 장로가 진짜로 화가 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고, 웃었다.

“웃기는 뭘 웃어. 따라와라 망할 녀석아. 아직 하루의 시간이 더 있으니 경계의 깨달음에 관해 가르쳐주마. 나중에 무영봉에서 내 체면이 구겨지지 않게 말이야.”

칠 장로는 콧방귀를 뀌었는데, 눈빛에서는 상찬이 느껴졌다.

엽운은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표정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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