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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94화 (194/227)

제 194 화 하늘을 찌르는 위압

천검종주는 놀랍게도 모용무정의 말에 따라 엽운의 의견을 물었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다들 제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십니까? 자 장로님과 무영봉주님의 말씀처럼 늘 처리하던 대로 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종주 대인과 시 장로님이 천년간의 규칙을 바꾸고 싶으시다면 이 제자는 당연히 불평하지 않고 협조하겠습니다.:”

엽운의 말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고, 온화하면서도 가시가 있었다.

그는 당연히 이전의 규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이 천년의 약속을 내버리고 규칙을 바꾸겠다면 그로써는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었다.

천검종주와 시 장로 일행 중에는 그 누구도 세상 물정에 흐린 이가 없었고, 엽운의 말이 귀에 들어온 순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표정을 바꾸었다.

“엽운, 너는 고작 내문 제자인데다 신입이기까지 한데,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

시 장로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청난 위압이 뿜어져 나와 엽운을 으스러뜨리려는 것 같았다.

그의 위압은 영혼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고, 위압에 닿는 이의 육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무릎을 꿇게 할 뿐이었다.

시 장로는 그저 엽운에게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

“시 장로님. 아무래도 조금 지나친 것 같습니다.”

자 장로는 이를 바라보다 나지막이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엽운이 이 정도 위압도 견디지 못한다면 어찌 천재라 불리우고 또 저의 제자가 되겠습니까.”

소호는 예상과 달리 손을 내저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시 장로를 바라봤다.

자 장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엽운이 시 장로의 위압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고로 시 장로의 수위는 결코 소호에 뒤지지 않는다.

그 역시 천겁을 지나 축기경 6중 천인경의 수위에 올랐다.

하나의 경계는 하늘과 땅의 차이인데, 엽운의 천분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어찌 그의 위압을 견뎌내겠는가?

자 장로는 엽운을 바라보았는데, 이 녀석의 표정은 조금도 심각하지 않았고 그저 덤덤한 모습이었다.

소호가 이렇게 말했으니, 옆에 있던 이들은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특히 천검종주는 조금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엽운이 시 장로의 위압을 견뎌낸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 정도 재능을 가진 제자라면 안심하고 육성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모용무정은 냉엄한 표정으로 엽운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서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맴돌았다.

“좋아. 이 정도의 위압도 당해내지 못한다면 훗날의 성취는 별 볼일 없을 거다.”

시 장로의 위압이 천천히 다가와 마침내 엽운을 뒤덮었다.

“시 장로님. 만약 신혼을 이용하여 엽운의 영혼을 망가뜨린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자 장로가 별안간 나지막이 말했다.

“맞습니다. 전력을 다해 그를 무너뜨리려는 속셈이라면 얼마든지 해보십시오.”

소호는 뒷짐을 지고 선 채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 장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정확히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위압으로 엽운을 뒤덮은 뒤 신혼의 공격을 퍼부어 그의 영혼을 파괴하려 했다.

그렇게 된다면 엽운의 수선 길은 태반이 망가지는 셈이다.

영혼을 회복하려 한다면 엄청난 기력과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며, 그의 의지력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영혼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자 장로의 한 마디는 그의 계획을 망가뜨렸다.

거기다 소호까지 가세했으니, 만약 그가 정말 어떤 수작을 부린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자 장로의 실력은 그보다 못하지 않았고, 똑같은 축기경 6중 이었다.

그리고 소호는 금방이라도 축기경 7중을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그는 절대 당해낼 수 없다.

엽운은 시 장로의 위압을 마주하고도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 정도 위압이라면 일반적인 연기경 제자는 확실히 당해내기 힘들 것이며, 극한의 의지력을 가진 사람만이 축기경 고수의 위압에 여유롭게 대응이 가능했다.

천검종을 통틀어 축기경 고수의 위압을 당해낼 수 있는 제자는 모용무흔 같은 괴물 정도가 고작이었고, 천검종 전체에도 몇 명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 장로는 자신이 있었다.

축기경 6중 천인경의 고수로, 그가 뿜어낸 위압은 보통 축기경 고수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엽운이 아무리 괴물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한들 고작 연기경 1중의 수위를 가졌는데, 어찌 당해낸다는 말인가.

엽운은 웅장한 기세가 자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위압 속에는 거스를 수 없는 의지가 담겨있었고, 마치 굴복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체내의 진기가 위압에 의해 요동쳤지만 도무지 몸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었다.

견딜 수 없는 압력이 거대한 산처럼 떨어졌고, 천천히 짓눌렀다.

숨을 쉴 때 마다 하늘에서 커다란 산이 떨어져 내려오는 것 같은 공포가 느껴졌다.

거대한 위압은 엽운의 머리 꼭대기에 응집되었는데, 버텨내지 못한다면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 조금씩 몸을 낮추다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시 장로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자신의 수위에 몹시 자신을 가지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엽운이 땅에 무릎을 꿇게 되어 큰 망신을 당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조사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자 장로의 눈빛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당시의 모용무정도 연기경 1중의 수위로 축기경 고수의 위압을 당해냈다는 말은 없었다.

천검종주의 눈에는 조금의 감정도 없었고, 그저 담담히 엽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소호는 비록 저렇게 말했지만, 위압이 정말 엽운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순간 표정이 굳어 긴장한 얼굴로 바라봤다.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모용무정은 여전한 모습으로 조용히 서서 냉랭하게 쳐다봤다.

오히려 구양문천은 무언가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강력한 위압에 깔려있던 엽운은 별안간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영혼과 의지력은 선마지심에 의해 강한 육신을 얻음과 동시에 몹시 강해졌고, 화운비장에서 온갖 단련까지 거쳤다.

선마지심은 단박에 그의 의지력을 변화시키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엽운의 통제를 받지는 않았지만, 영혼의 의지력은 시시각각 조금씩 단련되고 있었다.

이것은 쉬선심법과 비슷했는데, 수련에 성공하고 나면 그 뒤로 잠에 들어도 스스로 알아서 실행된다.

엽운은 단지 경계가 부족하여 신혼의 수련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인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영혼과 의지력으로 신혼 공격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 장로 정도의 위압은 그에게 조금의 상처도 입힐 수 없다.

엽운은 뒷짐을 지고 서서 살며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축기경 6중의 고수가 뿜어내는 위압조차 조금의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이는 모든 이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일이었다.

소호는 크게 기뻐했고, 자 장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검종주와 구양문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모용무정의 뒤에 서 있던 운 장로와 나머지 한 사람은 멍하니 엽운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소년은 어찌 이렇게 강력한 위압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것인가.

시 장로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결과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럴 리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니다, 놈은 내 위압을 차단하는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너무도 수상하다고. 자세히 조사해봐야만 한다. 종문에 반기를 드는 다른 제자들이 천검종에 잠입하지 못하게 말이야.”

시 장로가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그저 하찮은 어릿광대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모두들 조롱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각자 높은 지위를 가진 이들이었다.

방금 전 시 장로가 위압으로 엽운에게 망신을 주려고 했을 때, 자 장로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두 반대했다.

그 말은 그들이 이미 묵인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만약 엽운이 위압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의 잠재력이 얼마나 높던 철저한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엽운이 지닌 보물과 자원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지금 엽운은 시 장로의 위압을 견뎌냈고, 그렇다면 그의 천분과 재능이 몹시 높다는 말이 되며, 가히 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굳이 추궁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엽운은 연심시마단을 복용하였으니 충성심에는 문제가 없다.

“자,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모용무정은 엽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떠나려했다.

“기다려라.”

시 장로가 별안간 소리쳤다.

모용무정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제게 소리를 치시는 겁니까?”

“종주 대인, 도 사숙이 방금 전 저에게 전령을 보내셨습니다. 엽운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시 장로가 손을 들어 점을 하나 찍자 손끝에서 은은한 빛이 번쩍이더니 응집되어 새하얀 칼이 되었다.

“도 사숙? 그가 종문의 일에 직접 관여하는 건 좀 지나친 것 아닙니까?”

“지나치고 말고는 저희가 논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저는 그저 도 사숙의 태상령을 전달할 뿐입니다.”

시 장로는 빙긋 웃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도 사숙이 그렇게 간섭하시는 것은 부당합니다.”

자 장로는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냉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건 나와 무관합니다. 자 장로께서 생각이 있다면 직접 뒷산에 가서 도 사숙과 이야기 하십시오.”

시 장로는 눈앞에 빛으로 이루어진 칼을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도 사숙이 직접 관여하시는 것에 대해 나머지 두 분의 장로께서 동의하셨습니까? 그토록 높은 지위의 태상장로가 내문 제자 한 명 때문에 종문의 일에 관여하신 일은 우리 천검종 천년 역사 동안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소호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

이미 끝난 일인데, 배후에 있던 태상장로가 직접 간섭해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루하기 짝이 없군!”

모용무정은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엽운의 표정 역시 어두워졌다.

이 같은 변화는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이어서 한 사람의 모습이 먼 곳에서 곧장 날아와 순식간에 눈앞에 도달했다.

“도쟁영이고 나발이고, 감히 종문의 일에 간섭하려 하다니, 헛소리!”

푸른빛이 날아와 도 사숙의 새하얀 군도에 적중하는 것이 보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은 무수히 많은 점으로 변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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