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89화 (189/227)

제 189 화 제자를 선택하다

무영봉주 소호의 수위는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축기경 6중 천인경에 도달했는데, 천검종 전체에서도 몹시 귀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평소 드높은 자리에 있어 만날 수 있는 이가 드물었다.

푸른색 옷을 입은 소호의 풍채는 빼어났고, 태도 역시 몹시 의젓했다.

그 날 엽운이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소호는 높은 곳에 뒷짐을 지고 섰다.

“안녕하십니까 봉주님!”

단상 위 여덟 명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일제히 외쳤다.

순간 아랫쪽에 있던 모든 제자들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일제히 참배했다.

소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일어 나거라.”

제자들은 몸을 일으켜 소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

“오늘은 무영봉의 신입 내문 제자들이 스승을 만나고 입문하게 되는 날이다. 무영봉에서 3년에 한 번만 있는 성황이라 할 수 있지. 오늘 여기 8명의 전주와 흑백 장로는 모두 제자를 고를 수 있다. 운 좋게 뽑힌 사람은 훗날 무영봉의 정예 제자가 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질 것이고, 그 앞날은 한계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소호는 제자들을 내려다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봉주 대인, 이번에는 도합 71명의 제자들이 연심시마단을 복용했고, 전부 통과했습니다. 매우 드문 일이지요.”

호법장로 흑운자가 옆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소호는 깜짝 놀란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 조차도 71명이 전부 시험을 통과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확실히 드문 일이구나. 보아하니 이번 제자들은 충성심이 우리의 예상보다 훌륭한 모양이다.”

소호의 시선이 천천히 제자들을 훑어보다가 엽운을 발견하였고, 잠시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곳에 한참을 머물렀다.

“봉주 대인, 다른 지시 사항이 없다면 제자 선택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백송자의 목소리는 아주 높고 날카로웠다.

소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단상 위의 의자에 앉았다.

“8명의 전주님들은 제자를 고르십시오.”

백송자가 말했다.

8명의 전주들은 무영봉 8개 신전의 책임자이다.

각각의 신전은 무영봉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이 중 4개의 신전은 바깥일을 담당하며 풍, 화, 뇌, 전 으로 구분되고, 나머지 4개는 후방을 담당하는데, 각각 금, 목, 수, 토 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우리 풍신전이 먼저 하도록 하지요.”

푸른 옷을 입은 노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다가오며 아랫쪽의 제자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신입 내문 제자들의 갈망 가득한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8대 신전의 선택을 받은 제자는 71명 전부가 될 수는 없었고, 이 중 3명만이 선택을 받게 된다.

좀 전까지 그들은 제자를 고르는 일이 그저 명령을 때우는 것일 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듯 거침없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밑에 있는 소년들은 모두 8대 신전에서 수행을 하면 무영봉에서 스스로 수련을 하는 것이나 아무 스승이나 찾아 가르침을 받는 것 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인은 바로 조금 전에 낙 사형이라고 불리던 인물이었는데, 그의 이름은 낙천성으로 축기경 5중의 고수이다.

풍신전을 관리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수련과 대련, 그리고 전투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풍, 화, 뇌, 전, 이 4대 신전의 모든 제자들은 전력을 다해 공격과 방어 전법을 수련하는데, 그들은 무영봉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수행 방면에서는 그들이 가장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낙천성이 번개처럼 빠른 눈빛으로 제자들을 훑어본 뒤 아무렇게나 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에서 빛 3개가 쏘아져 아랫 쪽의 내문 제자 3명의 몸에 닿았다.

“이 세 사람으로 하지.”

세 제자의 머리 위에 한 줄기 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멍하니 있던 세 사람은 곧 크게 기뻐하며 사람들 틈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들은 몹시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는데, 풍신전의 선택을 받은 이상, 이는 어찌 되었든 훗날 그들이 전력을 다해 수행에 몰두하기만 한다면 수련 자원은 더 이상 걱정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선의 길에서 재능과 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수련 자원이다.

풍, 화, 뇌, 전의 4대 신전에 들어갈 수 있다면 하늘이 큰 복을 내린 셈이다.

세 사람은 쏜살같이 나와 나란히 서 일제히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사존께 인사드립니다!”

“자, 됐다. 일어나거라. 너희들은 우리 풍신전에 들어와 기명을 담당하는 제자가 될 것이고, 반년이 지난 뒤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 제자가 될 것이다. 우리 풍신전의 규칙에 대해서는 나중에 누군가가 알려줄 것이고, 지금은 우선 옆에 서 있으면 된다.”

낙천성은 손을 흔들며 담담히 말했다.

“네!”

세 사람은 일제히 인사를 올리곤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공손한 자세로 섰다.

이 세 명의 수위는 각기 달랐는데, 그 중 두 명은 연기경 4중에 달했고 한 명은 연기경 3중 이었다.

이들은 제자들 사이에서 그래도 실력이 제법 출중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낙 사형, 단숨에 쓸만한 제자 세 명을 골라내시다니, 그럼 저도 뒤쳐질 수 없지요.”

암홍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는데, 그는 화신전주인 열행운이었다.

“열 사제, 말이 조금 지나치군. 나는 그저 아무렇게나 세 명을 골랐을 뿐, 그다지 신경 써서 고른 게 아니야. 이 제자들의 자질은 그래도 제법 나쁘지 않은 편이라 선택받기엔 충분하지. 게다가 그저 기명 제자를 고르는 일이니 그렇게 까지 진지하게 할 필요 없다네.”

낙천성은 뒷짐을 지고 서서 웃으며 말했다.

“낙 사형 말씀이 사실이네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이 아우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열행운은 웃으며 아랫쪽의 제자들을 훑어보더니 곧 손을 들어 허공에 점을 세 번 찍었다.

3개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더니 제자 세 명의 머리 위에 희미한 불꽃이 생겼다.

세 명의 제자는 크게 기뻐하며 일제히 달려나가 단상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사존을 불렀다.

열행운은 군말 없이 그저 두어 마디만을 남기고 그들에게 옆쪽에 서 있으라 지시했다.

이어서 뇌신전과 전신전 역시 빠른 속도로 세 명의 제자를 골라 외곽의 4대 신전은 모두 선택을 마쳤다.

엽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4대 신전이 제자들을 그리 진지하게 선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일수도 있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그저 기명 제자를 뽑는 것뿐이니 어느 세 명을 뽑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무영봉의 내문 제자는 모든 외문 제자들에게 신성한 존재나 다름없었고, 그들의 일생일대의 목표라 할 수 있었다.

내문 제자가 될 수만 있다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며 수위 역시 빠르게 올라 한계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 입운전에 서서 시험을 받고 스승을 만나 입문을 하고 나서야 무영봉의 고위층에게 내문 제자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엽운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재능과 실력임을 알고 있었다.

이 제자들 중 연기경 6중에 도달한, 아니 심지어 7중 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제자가 나온다면 8대 신전의 전주들은 모두 필사적으로 영입하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모용무정 정도의 재능을 가진 자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71명의 제자들은 수위가 가장 높아봐야 연기경 4중에 지나지 않았다.

보기에는 썩 괜찮은 실력 같지만 8대 신전에게, 특히 외부의 4대 신전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이 정도 재능과 실력을 가진 제자는 차고 넘친다.

금, 목, 토, 수 등 4대 신전은 병참과 관리를 맞고 있으며, 전투는 그들의 특기가 아니었다.

금신전은 영기를 제작 하였고 목신전은 단약을 제조한다.

그리고 수신전은 치료나 군체 술법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토신전은 진법을 연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 4대 신전은 제자들을 선택할 때에 수위를 중요시 하지 않았으며, 각자 다른 방면의 재능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이런 것들은 한 순간에 알아볼 수 있는 재능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더욱 무작위로 세 명의 제자를 뽑았다.

기명 제자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엽운의 예상을 벗어난 것은 그와 단진풍, 그리고 여명홍 세 사람은 8대 신전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오신융과 두 명의 제자가 뽑혔다는 사실이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우리의 수위가 아무래도 너무 낮은 모양이군. 난 연기경 2중이고 엽운과 명홍은 모두 1중이니, 저들의 눈에는 들지 않는 거겠지.”

단진풍은 어깨를 으쓱이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8대 전주들이 눈이 멀은 거겠죠. 엽 사형은 비록 수위가 연기경 1중이긴 해도 진짜 실력만 따지면 우리들 중 가장 강할 겁니다.”

여명홍은 엽운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

엽운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난 누가 나를 가르치던 상관없어. 사실 내가 보기에 수선의 길에서는 모두의 길이 다 같은 건 아니야. 자신의 길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진정 용맹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말은 저들의 안목도 별 볼일 없다는 뜻이겠네요.”

“안목? 저들에게 안목 따위는 필요 없어. 그냥 수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아무렇게나 고르는 것뿐이라고.”

단진풍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윗쪽에는 선택을 받은 스물네 명의 제자들이 8개의 대열로 나뉘어 공손히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8대 신전의 선택을 받았으니 훗날 앞길이 분명 창창하리라.

“자, 8대 신전의 선택이 모두 끝났으니 우리 두 늙은이들이 두 명의 제자를 뽑아 보실까?”

흑운자는 고개를 돌려 백송자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좋지. 저번에는 우리가 기명 제자를 뽑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한 사람당 한 명씩 뽑아볼까.”

백송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흑백 두 장로님의 수위는 우리 무영봉에서도 특출 나고, 대겁을 지나 천인경에 오르신 분들이니, 두 분께 선택받은 제자는 분명 전생에 닦은 복이 있겠군요.”

수신전의 전주 능청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두 장로께서는 우리 사숙이란 말이지, 두 분은 총 열댓명의 제자를 거두어 들이셨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장로님들이 제자를 받은 게 그저 좀 데리고 놀 생각으로 그러신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정말일 줄은 몰랐단 말이야.”

목신전의 전주 목우는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

비록 중년이 되었지만 풍채는 더욱 짙어졌다.

흑백 장로는 손사레를 치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 두 사람이 제자를 거두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봉주 대인께서 우리도 참가하길 원하셔서 두 명의 제자를 받을 뿐이다.”

“그런데, 이래가지곤 안 되겠네요. 두 장로님은 저희 사숙 뻘이신데, 제자를 받는다면 그 운 좋은 두 녀석은 우리와 맞먹게 되는 거 아닙니까?”

목신전주 목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기명 제자일 뿐이니 그런 촌수는 따질 것도 없다. 만약 그들이 내 시험을 통과하여 정식 제자가 된다면 훗날 너희들보다 떨어지는 존재가 되진 않을게야. 그때가 되면 동년배라고 불러도 무방하겠지.”

흑운자는 웃으며 아랫쪽을 바라봤다.

별안간 그와 백운자 두 사람이 허공에 점 몇개를 찍었고, 두 개의 빛이 그들에게서 쏘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엽운은 옆쪽으로 두 개의 빛이 날아오는 것을 보았는데, 놀랍게도 단진풍과 여명홍을 향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흑백이로에게 선택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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