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85화 (185/227)

제 185 화 다시 찾은 무영봉

여명홍은 큰 어려움 없이 시험을 치렀다.

자신의 장기인 방어와 끊임없는 진기를 이용해 8급 요수를 가볍게 막아냈고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고, 버텨내거나 탈락하는 것뿐이었다.

엽운처럼 8급 요수를 죽일 수 있는 제자는 그와 단진풍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30명의 시험이 모두 끝났는데, 결국 열한명만이 시험을 통과하여 무영봉에 들어가 심성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시험을 통과한 제자들은 환호했고, 탈락한 제자들은 넋이 나간 채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내문 제자 시험은 매번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외문 제자라 해서 외문에 쭉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영원히 내문 제자 시험 자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제자들 중 어떤 이들은 종문에서 버림받아 천검종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자, 엽운과 단진풍을 포함한 열한 명은 이제 나와 함께 무영봉으로 간다.”

목 장로는 환호하는 제자들을 보며 별안간 말을 꺼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영봉에는 내일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방금 전에 지금 출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목 장로는 그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시죠. 그런데, 목 장로님이 상부의 명령이란 핑계로 거짓말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엽운은 웃음을 지었다.

“안심해라. 란 장로 일행이 증언할 수 있을게다.”

목 장로는 입가를 씰룩이며 화를 억눌렀다.

“잘 됐네요!”

엽운은 란 장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순우연은 걸어 나와 엽운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너희는 모두 시험을 통과했다. 마지막 남은 심성 시험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그저 너희가 한 마음으로 천검종을 위한다면 통과하는 것이다. 분명 너희들 모두 무영봉에서의 최종 시험을 통과하여 내문 제자가 될 것이니라. 훗날 천촉봉으로 돌아오는 것을 잊지 말아다오. 이 곳은 너희들의 집이니까.”

“대장로님과 란 장로님의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저희가 성취를 이루면 두 분의 가르침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려 뒤에 있던 제자들을 바라봤다.

“그렇지?”

“맞습니다. 대장로님과 란 장로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자들은 낭랑한 목소리로 일제히 대답했다.

순우연과 란 장로는 서로를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좋겠구나. 너희들은 목 장로를 따라가거라. 이번에 너희가 최종 시험을 통과한다면 내문의 장로들과 고위층이 제자로 거두어들일 것이다. 무운을 빌겠다.”

“감사합니다 장로님!”

엽운과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하곤 목 장로를 바라봤다.

목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제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따라 오거라.”

몸을 돌려 연무전의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가거라. 연무전에는 전송진이 하나 있어 무영봉으로 갈 수 있을 거다.”

순우연은 손을 흔들며 눈앞의 소년들을 바라봤다.

어쩌면 이들 중 훗날 명성을 떨칠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송진은 연무전의 깊은 곳에 있었는데, 한 번에 약 이십 명쯤을 전송시킬 수 있는 아주 간결한 형태의 전송진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돌기둥도 없었고, 찬란한 빛을 발하는 수정으로 장식이 되어있지도 않았으며 그저 간결한 전송진만이 하나 있었다.

시험을 통과한 열한 명의 제자들은 목 장로의 안내에 따라 아무 말도 없이 전송진 안으로 들어갔다.

목 장로를 비롯한 열세 명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부드러운 흰색 빛에 뒤덮였고, 곧 온 세상이 혼돈에 잠겼다.

그 어떤 시간의 개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어쩌면 단지 한 순간일 수도 있었고, 어쩌면 십수일일 수도 있었다.

주위의 빛이 사라졌고 엽운 일행의 앞이 밝아졌다.

하늘을 찌르는 울창한 고목들 사이 긴 오솔길 하나가 전송진과 이어져 있었다.

“여기가 바로 무영봉이다. 전송진을 떠나면 다들 입을 다물고 가능한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너희들의 수위와 지위로 무영봉에서 미움을 사면 영문도 모르고 죽임을 당할테니...”

목 장로는 앞장 서 전송진을 나서다 고개를 돌려 당부했다.

엽운은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저는 이미 미움을 산 것 같은데요.”

목 장로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곤 음산한 눈빛으로 엽운의 얼굴을 보다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만만하구나. 자신의 수위가 제법이라 생각하진 말거라. 그리고 무영봉주의 눈에 들었다 해서 제멋대로 굴어도 된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이 무영봉은 천촉봉처럼 네가 날뛸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목 장로님은 봉주대인을 무영봉주라 부르시는 걸 보니 무영봉 사람이 아닌 모양입니다.”

엽운은 그를 보다 말을 꺼냈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이냐? 소호 대인을 무영봉주라 부르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목 장로는 힐끗 쳐다보곤 냉소했다.

“그건 아니지요. 장로님께서 무영봉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만약 무영봉 사람이라면 훗날 적지않게 마주칠텐데, 장로님의 말투와 태도를 보아하니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영 껄끄러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엽운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갔다.

목 장로는 어리둥절하다 이내 콧방귀를 뀌곤 가버렸다.

굽이치는 오솔길은 그리 길지 않았고, 반 주향 뒤 아주 오래 듯한 고풍스러운 대전이 눈에 보였다.

대전의 위쪽에 있는 편액에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입운전!”

“입운전은 너희들의 심성을 시험하는 곳이다. 시험을 통과하면 내문 제자가 되는데, 이번 시험은 너희 천촉봉 뿐 아니라 다른 봉우리에서 온 제자들도 함께 시험을 칠 것이다.”

목 장로는 엽운에 대한 앙금에 일부러 말을 멈추지 않고 입운전을 소개했다.

“어, 실례지만 목 장로님, 그래서 총 몇 명이 있죠?”

여명홍이 물었다.

“무영봉 아래에는 총 5개의 봉우리가 있고, 각 봉우리의 시험 정원은 30명인데, 그 중 몇 명이 시험을 통과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목 장로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후 엽운 일행은 입운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 볼 땐 별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문 앞에 서니 모두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운전의 대문은 10장 남짓한 높이를 가졌고, 엄청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목 장로님, 돌아오셨군요.”

입운전의 문 앞에 서 있던 흰 옷의 제자 몇 명은 목 장로를 보곤 줄지어 마중을 나왔다.

“진양이구나. 이 열한 명의 제자들은 천촉봉의 시험을 통과하여 심성 시험을 보러 온 녀석들이다. 네게 맡기마.”

목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곤 뒷쪽에 있는 엽운과 제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흰 옷을 입은 제자 진양은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목 장로님, 안심하십시오. 목 장로님이 데려오신 제자들은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목 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저 규칙대로 하면 될 거다.”

진양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딘가 깊은 뜻이 있는 듯한 눈초리로 엽운 일행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입운전 시험의 안내를 맡은 제자로, 내문의 진양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너희를 그에게 맡길 것이고, 그가 너희들을 데리고 남은 시험을 마칠 것이다.”

목 장로는 엽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그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목 장로님.”

엽운은 공수하며 덤덤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목 장로는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이어서 진양의 어깨를 두드리곤 몸을 돌려 눈 깜짝할 사이 멀리 사라져버렸다.

진양은 앞으로 나와 천천히 제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내가 담당한다. 이번 심성 시험은 아주 중요하며 고위층의 장로님들이 친히 출두 하실테니 알아서 잘 행동하도록 하고, 부디 속임수 따위는 쓰지 말거라.”

“감사합니다 진 사형!”

여명홍과 나머지 제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넌 이름이 뭐냐? 보아하니 넌 목 장로님과의 관계가 제법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진양은 몸을 돌려 엽운을 봤다.

“진양 사형, 제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 이름은 엽운이며 연기경 1중의 수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

“엽운, 연기경 1중이라고? 목 장로님이 너를 아주 눈여겨보시는 것 같던데, 고작 연기경 1중일 줄은 몰랐구나.”

진양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좀 전까지 엽운의 수위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제 와 다시 보니 수위는 정말로 연기경 1중에 지나지 않았다.

진양의 시선은 다른 제자 한 명을 향했다.

“연기경 4중이라, 수위가 나쁘지 않군. 넌 이름이 뭐냐?”

“진 사형께 아뢰오니, 제 이름은 오신융 입니다.”

지목을 당한 제자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 다급히 대답했다.

“오진융.., 제법이구나. 너희 천촉봉 조는 네가 맡거라.”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했다.

오진융은 또 다시 어리둥절해 하며 저도 모르게 엽운을 바라봤다.

진양은 이를 보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싫은가?”

“저는...”

오진융은 잠시 망설이며 입가를 씰룩이다 다급히 대답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진 사형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좋다. 다들 나를 따라 입운전에 들어오도록. 너희는 이미 많이 늦었다. 다른 이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거다.”

진양은 다시 한 번 엽운을 보곤 제자들을 이끌고 입운전을 향해 걸어갔다.

오진융은 다급히 그를 따라갔다.

엽운의 옆을 지나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엽 사형.”

엽운은 빙긋 웃으며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제자들은 진양을 따라 열 장 높이의 대문을 지났는데, 안쪽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양옆으로 갈라진 50명에서 60명 쯤 되는 인파였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재질인지 알 수 없는 수정같은 통로가 은은한 빛을 뿜으며 매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수정이 깔린 통로의 끝은 높은 고지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온 몸이 새카맣고 검은 머리와 검은 수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온 몸이 새하얗고 흰 머리와 흰 수염을 하고 가지고 있어 대조를 이루었다.

“흑백이로께 인사 올립니다. 이번에 천촉봉에서 심성 시험에 참가하러 온 제자들 입니다. 전부 총 열한명입니다.”

진양은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을 감싸 쥐며 보고했다.

“좋다. 양옆으로 갈라 서거라!”

두 목소리가 같이 울려 퍼졌는데, 한 쪽은 온화하고 한 쪽은 날카로웠다.

두 목소리는 한데 엉켜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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