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75화 (175/227)

제 175 화 내문 시험

“맞다. 오늘은 내문 제자 시험이 있는 날이니, 무흔 너는 엽운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은 시험에 참가할 준비를 하도록.”

목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려 다른 제자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목 장로님, 무슨 뜻이지요?”

란 장로와 순우연은 어리둥절해 하며 궁금한 듯 물었다.

“엽운은 대묘에서도 살아 돌아왔고, 또 무영봉주님께도 잘 보였는데, 시험을 칠 필요가 있단 말인가? 설마 너희들, 무영봉주의 안목을 의심하는 게야?”

목 장로는 그들을 한 번 바라보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란 장로와 순우연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천촉봉 외문의 주사이며, 이 외문 제자들에게는 드높은 존재이지만, 무영봉주 소호와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수위로 보나 지위로 보나,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천검종의 4대 봉주는 모두 촉기경 후기의 실력이라고 전해지는데, 각자 다음 종주의 자격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그런 소호가 눈여겨 본 사람을 어찌 고작 내문 제자들이 헤아리겠는가?

순간 엽운을 바라보는 란 장로와 다른 이들의 눈이 완전히 변했다.

그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창창한 미래를 가진 소년일 수도 있다.

적어도 천검종의 정예 제자가 될 것인데, 모든 정예 제자들은 촉기경의 수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목 장로님의 말씀은, 무영봉주께서 엽운을 눈여겨보고 계시니 시험을 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군요.”

순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히 말했다.

“자, 너희들은 다른 제자들을 준비시켜라. 이번 시험은 전과 다르다. 수위와 깨달음뿐만 아니라 심성도 볼 것이다.”

목 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란 장로와 순우연은 어리둥절하며 저도 모르게 물었다.

“심성 말입니까?”

“그렇다. 내문 제자는 곧 천검종의 미래이며 걸출한 인재들이니, 재능과 잠재력 외에도 심성이 천검종의 전통에 적합한지, 천검종을 위해 헌신할 것인지 또한 살펴봐야한다.”

“굳이 볼 필요가 있겠습니까? 모든 천검종의 제자들은 입문할 때부터 그런 각오를 가지지 않습니까.”

란 장로와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천검종을 위해 헌신할 수 없다면 어찌 천검종의 제자가 되겠는가?

“이번 시험에서 심성의 평가는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진다. 먼저 실력과 깨달음의 잠재력을 시험한 뒤, 두 항목에서 모두 합격을 하면 무용봉으로 가 심성 시험을 치르게 된다.”

목 장로가 설명했다.

“심성 시험을 무영봉에서 치른다는 말씀입니까? 이번 내문 제자 시험은 천촉봉의 고층에서 시행되는 것이 아닙니까?”

란 장로가 다급히 물었다.

“이번 시험에서는 모든 제자들이 무영봉으로 간다. 종문에서 신입 내문 제자들에 관해 계획이 있다고 하더군.”

목 장로는 숨김없이 말했다.

“맞습니다. 이번에 4대 봉주들 사이에서 아주 괜찮은 계획이 있는데, 저희 같은 신입 내문 제자들만 참가할 수 있지요.”

모용무흔이 별안간 말을 이어 받으며 이야기했다.

란 장로의 안색이 잠시 변했다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슨 계획 입니까? 모아하니 무흔이 잘 아는 것 같은데.”

“내문 제자가 되기 전까지 그들은 이를 알 자격이 없습니다. 엽운과 저는 저 옆으로 가 얘기를 좀 나누겠습니다.”

모용무흔은 란 장로는 쳐다보지도 않고 엽운을 향해 말했다.

엽운은 어리둥절해 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

“무흔 사형도 참 재밌습니다. 제가 무영봉주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저의 수위가 아직 낮음을 알기에 봉주 대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을까 걱정해서였습니다. 그저 외문 제자일 뿐이니,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내문 제자가 되고 나면 무흔 사형과 반드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겁니다.”

모용무흔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엽운 사제, 목 장로님의 말씀을 못 들은 것인가. 시험을 치를 필요 없이 곧바로 내문 제자가 되는 것이다.”

엽운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규율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무흔 사형께서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시험에 참가하여 스스로의 실력으로 통과하고 싶습니다.”

말을 마치며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용무흔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웃음을 지었다.

“무흔, 이...”

목 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모용무흔을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참가하게 둡시다.”

모용무흔은 손사래를 쳤다.

란 장로와 다른 제자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목 장로의 표정을 보니 모용무흔에게 몹시 공손하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마치 모용무흔이 이번 시험의 책임자인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엽운 네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모두에게 무영봉주의 안목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선 안 돼.”

무흔은 군중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엽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입니다.”

내문 제자의 실력 시험은 아주 간단했고, 두 가지만 시험하면 된다.

첫번째로 경계를 시험하게 되는데, 경계가 연기경에 도달해야만 시험을 칠 자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연기경을 시험하기 위해선 연무전의 깊은 곳에 있는 수정 거울에 진기를 주입해야 한다.

매끈한 거울 위에는 7개의 고리가 있는데, 안에서 부터 바깥까지 총 7개의 고리는 각각 연기경의 7중 경계에 해당한다.

만약 가장 바깥쪽 고리가 빛난다면 연기경 1중인 것이고, 두 개의 고리가 빛난다면 2중인 것이다.

만약 가운데에 있는 7번째 고리가 빛난다면 모든 고리가 전부 빛을 내게 된다.

물론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기경 7중의 수위로 아직까지 내문 제자가 되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

란 장로와 순우연만 해도 진작에 내문 제자가 되었고, 그 수위는 연기경 7중에 달했는데, 비록 그들이 가진 수련 자질은 평범했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은 제법 괜찮았기에 천촉봉의 외문으로 보내져 주사를 맡게 된 것이다.

수정 거울은 몹시 매끄러웠으며, 거대한 거울의 직경은 세 척을 넘고, 온통 흰색인데다 투명했다.

“이것은 경계를 시험하는 시진의 거울이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진기를 주입시키면 거울 위에 너의 경계가 나타날 것이다.”

란 장로의 목소리는 다소 차가웠으며,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30명의 제자들은 모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울 위의 고리가 밝게 빛나기만 하면 첫번째 관문은 통과한 샘이다.

“내가 먼저 하지!”

단진풍이 별안간 튀어나왔다.

그의 성질머리라면 당연히 참을 수 없을 것이니, 첫번째로 달려 나온 것이 당연했다.

비록 첫번째 순서가 아니었지만 그가 먼저 뛰쳐나온 것에 대해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모든 제자들은 시험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데, 아직 확실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먼저 시험을 치는 것을 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진풍, 또 소란을 피우는 게냐.”

란 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단진풍이 천검종에 들어올 때, 란 장로는 수 많은 혜택을 누렸다.

단진풍을 잘 돌보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은 당연히 그를 앞장세울 생각이 없었다.

“상관없습니다. 누가 먼저 하든 똑같지 않습니까. 먼저 하게 둡시다.”

순우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어차피 모두가 시험을 보게 될 텐데, 빨리 끝내고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죠.”

단진풍은 워낙 제멋대로였기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손바닥을 시진의 거울에 대고 진기를 주입하면 한 눈에 훤히 보일 것이다.”

란 장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단진풍을 향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진풍은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시진의 거울로 다가가 손바닥을 얹었다.

곧 진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전부 거울 속으로 주입되었다.

순간 시진의 거울 위에 있던 고리가 빛을 내기 시작했는데, 첫번째 고리가 눈부시게 빛났다.

“연기경 1중 응기경이다! 눈부신 광채를 발하고 진기가 넘치는 것을 보니 정련이 아주 잘 된 것 같구나.”

란 장로는 눈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듣자하니 저 녀석, 이번 자격시험 때 연기경을 돌파했다는데, 진기가 이 정도로 정련됐을 줄이야. 재능이 제법 훌륭하군.”

순우연 역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만족스러워하는 사이, 별안간 시진의 거울 위 두번째 고리가 환한 빛을 내 연무전의 시험장을 밝게 비췄다.

“연기경 2중 주천경 이라고? 이 녀석, 그 짧은 보름의 시간 동안 응기를 성공했을 뿐 아니라 주천 팔맥을 뚫었다는 말인가? 이...이게 가능한 일인가?”

란 장로와 나머지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들은 단진풍의 경계가 연기경 2중에 도달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찬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지만 목 장로와 모용무흔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단진풍이 언제 응기를 성공해 연기경 1중에 도달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놀랍게도 시진의 거울 위 두번째 고리를 밝혔다.

이 녀석은 그 짧은 시간 만에 연기경 2중 주천경을 돌파하고야 만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단진풍은 밝게 빛나는 시진의 거울을 보며 큰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다.

“연기경 2중. 이 정도 경계라면 첫번째 시험은 끝났겠지.”

손을 때고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엽운. 내가 아무도 몰래 주천경을 돌파했을 줄은 몰랐지.”

엽운의 옆으로 다가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눈을 비볐다.

엽운은 빙긋 웃었다.

확실히 단진풍이 이렇게 빨리 연기경 2중을 돌파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엽운은 몹시 기뻤다.

일찍이 단진풍을 형제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사형, 언제 주천경을 돌파하신 겁니까? 저는 요 며칠 내내 주천경을 돌파하려고 애를 썼는데, 마지막 경맥을 도저히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명홍이 달려와 정색을 하며 물었다.

“어떤 일들은 재능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재능이 충분하다면 잠을 실컷 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고, 재능이 부족하다면 고생을 해야겠지. 보통 사람보다 열배, 아니 백배의 시간을 들여 수련을 해야되는 것이다.”

단진풍은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명홍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심오하게 말했다.

“단 사형 말씀이 맞습니다. 아무래도 제 노력이 부족한 것이겠죠. 만약 매일 한 시진 씩 더 수련했다면 지금 쯤 이미 주천경을 돌파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너, 하루에 얼마나 수련을 하지?”

단진풍이 궁금한 듯 물었다.

“열 시진 정도 하는 것 같네요.”

여명홍이 점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단진풍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 녀석은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것인가?

매일 열 시진 씩 수련을 한다니, 정말 미친 녀석이 분명하다.

엽운은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여명홍은 대진제국에서 왔고, 비록 성격이 조금 분열된 느낌은 있지만 몹시 부지런하며, 부지런한 사람은 없던 재주도 만들어 낸다는 말은 정말 그에게 딱 알맞는 표현이었다.

“여 사제, 수선의 길에 끝은 없어, 시작만이 존재하지. 늘 착실히, 그리고 천천히 수련한다면 훗날 자연히 수위가 하늘을 찌르게 될 거야.”

“엽 사형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여명홍은 눈을 반짝이며 엽운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는 시진의 거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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