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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74화 (174/227)

제 174 화 큰 도움

칠 장로의 검법은 너무도 강력했다.

게다가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기술로 근방 수십 장의 상대를 모두 얼려버릴 수 있다.

만약 전투에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엽운이 어깨를 펴고 서자 마음 속의 격동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칠 장로님!”

엽운은 성심껏 몸을 굽혀 인사했다.

그를 보는 칠 장로의 탁한 눈빛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애송이, 역시 재능이 제법 훌륭하구나. 한 번 보고 바로 이해하다니. 보아하니 단칼에 천 리를 얼리는 이 기술은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장로님의 가르침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 제자는 감격했습니다.”

엽운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듣자하니 이미 시험을 통과해 내문 제자 시험 자격을 얻었다는 것 같던데, 지금 너의 수위와 잠재력이라면 내문 제자가 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내문 제자는 아무 것도 아니고, 정예 제자나 진전 수제자도 별거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수위를 올리는 일이다. 이 세상은 넓으니까 말이야.”

정신이 돌아온 칠 장로는 먼 곳을 바라보며 탄식을 했다.

“제가 듣기로는 우리 진나라 역시 작은 소국에 불과하며 대진제국의 휘하에 있는 나라라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진제국은 교월왕조의 산하에 있다고 하니, 바깥세상은 장로님 말씀대로 참 넓군요.”

엽운은 느낀바가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칠 장로는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약간 놀란 듯 말했다.

“애송이, 네 식견이 이토록 넓을 줄은 몰랐구나. 진나라의 왕실은 왕족의 통치를 지키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일반인들을 상대로 대진제국의 소식을 모두 숨겨왔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진나라가 천하의 중심인 줄 알고 있지. 네가 대진제국과 교월왕조를 알고 있다니, 제법이구나.”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저 무심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때 너무 놀라서 감히 믿을 수가 없었지요.”

이 소식을 여명홍에게 전해 들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데, 만약 칠 장로가 듣는다면 여명홍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분명 그랬겠지. 진나라는 그저 소국일 뿐이고, 대진제국의 휘하에는 진나라와 같은 나라들이 수십 개나 있다. 그 힘의 차이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 천검종만 해도, 진나라에는 제일 가는 종문이라 할 수 있지만 대진제국으로 눈을 옮기면 오백 위 안에도 못들 게다.”

칠 장로는 감개무량하며 말했다.

엽운이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말씀이십니까?”

칠 장로는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천촉봉 외문을 보면 연기경 정점만 해도 엄청난 수위인 것처럼 느껴지겠지. 만약 네가 내문 제자가 된다면 무영봉에서 연기경 정점은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며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라고만 느껴질게다. 하지만 네가 천검종의 진정한 고위층을 만나게 되면 천검종의 고수는 죄다 촉기경의 수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중 몇몇은 이미 은퇴한 녀석들도 있는데, 지금쯤 아마 금단경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저희 천검종에 금단 대능이 있습니까?”

엽운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물론이지. 애초에 천검종 자체가 별 것도 아닌데, 금단경이 뭐 대단할 게 있겠나? 네가 대진제국에 가게 되면 알게 될 게다. 금단경의 수사는 아무것도 아니며, 원영경에 도달해야만 그곳에서 고수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칠 장로는 형형한 눈빛으로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엽운이 대답하기도 전에 칠 장로가 이어서 말했다.

“네가 여기 서 있을 때는 천촉봉의 모습만 보일 것이고, 무영봉의 꼭대기에 서 있을 때는 무영봉 전체가 내려다보일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높은 곳에 서 있을수록 멀리 보인다는 이야기이지. 네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수선의 길에 끝은 없으며 모든 경지는 전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엽운은 멍하니 칠 장로의 옆에 서 있었다.

선마지심을 얻은 후로 세상이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음을 어렴풋이 느꼈고, 그 때 부터 시야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칠 장로의 말은 그로 하여금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고, 수선의 길에 끝이란 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말인 즉슨, 하늘로 향하는 길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다!

칠 장로의 말은 엽운의 시야를 완전히 열어주었고, 눈앞의 안개를 모두 걷어내 그가 더 먼 곳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앞날에 더 이상 막막함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위가 어떤 경지에 오르던 수선의 길에서는 그저 시작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선에는 끝이 없구나!

“칠 장로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이 제자는 이를 영원히 가슴에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마음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좋아, 이제 떠나도 좋다. 나중에 또 이 노인네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거든 다시 오거라.”

칠 장로는 엽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곤 고개를 끄덕였다.

엽운은 작별의 인사를 하며 영전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두 경비 제자를 지나며 웃음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상쾌한 기분으로 산을 내려왔다.

수선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힘이다.

하지만 힘의 기초는 경계이며, 경계를 올릴 수 없다면 힘은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경계는 나무통과 같고 힘은 나무통에 들어있는 물과 같다.

나무통이 클수록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칠 장로의 말은 비록 경계나 수위와 무관한 내용이었지만 경계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의 말은 수련을 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고 조급하게 굴지 않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고, 발걸음은 굳건히 앞을 향해 나아간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내문 제자 시험은 예정대로 시작되었다.

이번에 시험 자격을 얻은 제자들은 모두 30명인데, 시험 장소는 연무전 안이었다.

엽운과 같은 이들은 외문 제자가 된 몇 개월 동안 연무전 내부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통상적으로 연무전 바깥의 광장에 있곤 했다.

“이번 시험은 내문의 장로들과 제자들이 주관한다. 나와 대장로님은 그저 질서를 관리할 뿐이다.”

란 장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인 30명의 사람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외문의 장로들이 시험을 주최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째서 내문의 장로들이 친히 오게 된 것일까?

하지만 곧 그들의 얼굴에 흥분이 가득해졌다.

만약 내문 장로들이 시험을 주최할 경우,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 내문의 장로들의 눈에 띌 기회를 얻게 된다.

어쩌면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제자로 거두어질 수도 있고, 좋은 곳으로 추천을 받아 가게 될지도 모른다.

“자, 서두르지 말고 조용히 내문의 목장로님을 기다리거라.”

손사래를 치는 란 장로의 말투에는 예전과 같은 위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눈앞의 30명 가운데 훗날 내문 제자 중에서도 특출 난 인재가 나올 수도 있으니, 외문에서처럼 그들을 대할 필요는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순간 사방이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해졌다!

“뭐냐, 왜 이렇게 조용해진 거냐. 피가 끓어오르는 소년들답지 않게 말이야. 설마 아무런 감동이 없는 게냐?”

노쇠한 목소리가 연무전의 깊은 곳에서 들려왔고, 곧 흰 도포를 입은 노인 한 명의 모습이 보였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는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똑같이 백색의 도포를 입은 두 명의 제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본 엽운은 별안간 가슴이 철렁했다.

백색 도포를 입은 노인은 당연히 란 장로가 말한 목 장로일 것이고, 엽운이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목 장로의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제자들 중 한 사람은 놀랍게도 모용무흔이었다!

모용무흔은 천검종 천 년의 역사 속 제일가는 천재인 모용무정의 동생으로, 몇 개월 전 엽운 등 사람들의 틈에 섞여 외문 제자 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가 떠나며 한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만약 엽운의 수위가 연기경에 도달하면 그와 일을 할 자격을 주겠다 말했다.

당시 무용무흔의 신분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기대를 품고 있었다.

천검종 제일가는 천재의 동생인 그를 위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하지만 더 이상 그때와 같은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은 더 먼 곳을 보고 있었으며 시야는 이미 대진제국과 교월왕조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마음속에는 만 장이 넘는 높이의 큰 산이 자리하고 있었고, 천검종은 그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작은 언덕일 뿐이었다.

“엽운 사제. 또 보는군.”

모용무흔이 단박에 알아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흔 사형, 반갑습니다.”

엽운은 비굴하지도 도도하지도 않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무흔, 아는 사이인가?”

목 장로는 모용무흔이 소년 한 명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모용무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목 장로님. 저 자가 제가 늘 이야기하던 외문의 천재 엽운입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연체경의 수위였는데, 잠깐 안 본 사이 벌써 연기경 1중이 되었군요. 게다가 얼마 전 대묘에서 벌어진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 돌아왔을 뿐 아니라 무영봉주 소호까지 만나고 온 모양입니다.”

“아, 그를 말하는 건가!”

목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모르게 엽운을 두어번 쳐다봤다.

엽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모용무흔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화운비장에 다녀온 일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소호를 만난 것 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모용무흔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정말 무시무시한 듯했다.

란 장로와 순우연, 그리고 아직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제자들은 크게 놀랐다.

엽운이 종문의 시험에 참가했던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무영봉주 소호의 부름을 받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목 장로님은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엽운 이 녀석은 소호 사숙의 부름을 받았을 뿐 아니라 소호 사숙의 제자로 들어오란 제의까지 거절했습니다. 천촉봉에 들어와 자신의 실력으로 내문 제자 시험 자격을 거머쥐었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모용무흔은 멈추지 않고 끝내 말을 이어갔다.

엽운을 바라보곤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목 장로는 어안이 벙벙해져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란 장로와 나머지 사람들은 진작 넋이 나가 있었다.

엽운의 보는 그들의 눈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된 괴물인 것인가?

무영봉주 소호의 제의를 거절하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기뻐 날뛰며 곧바로 그를 스승으로 모실터였다.

“무흔 사형, 말이 너무 깁니다. 다 지나간 일인데 이야기해서 뭘 한단 말입니까? 오늘은 내문 제자 시험 날이니 나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모용무흔이 이 모든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은 더 이상 그에게 이미 비밀이 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엽운의 마음은 이미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알면 아는 것이고, 뭐가 중요한가?

내문 제자는 단지 보잘것없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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