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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73화 (173/227)

제 173 화 미친 노인의 전수

다시 영전에 들어오니 엽운의 마음속에 감격이 몰아쳤다.

그에게 있어 칠 장로의 영전에 잘못 들어온 일은 선마지심을 얻은 이후 또 한 번의 기우였다.

만약 칠 장로의 영주 잔액이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전은 여전히 넓었고 눈을 들어 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또 뵙습니다 칠 장로님!”

엽운은 허공을 향해 몸을 굽혀 인사를 했다.

목소리는 허공에서 오랫동안 울렸다.

“보아하니 네 수위가 많이 높아졌구나. 예상 밖이로다.”

칠 장로는 허름한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천천히 나왔다.

엽운은 감격에 찬 눈으로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어라, 네 몸속의 금단단광이 없어진 것 같구나. 완벽히 흡수한 것이냐? 아니지아니지, 저번에 봤던 그 단광이 무언가 큰 변화를 맞이한 것 같군. 여전히 그 기운이 느껴져. 하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조금도 찾을 수가 없구나.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금단 단광은 너 같은 연기경 1중의 애송이가 연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칠 장로는 의아한 얼굴로 엽운의 주위를 두어 바퀴 돌았다.

“칠 장로님께서 저번에 말씀하셨죠. 금단단광이 체내에 들어온 것은 제 몸이 금단을 전수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요. 아마 제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단광이 서서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엽운은 눈썹을 씰룩였다.

금단단광은 선마지심에 의해 흡수되었는데, 칠 장로는 커녕 자신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칠장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있었다.

엽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칠 장로는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언제 또 그의 정신이 나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저번에 그가 했던 말 역시 제정신으로 한 소리인지, 정신이 나간 채로 한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칠 장로는 분명 금단단광이 몸에 들어오는 것은 엽운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라 말했고, 만약 단광의 인정을 받게 되면 천촉봉의 금단 대능을 전수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 제자도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엽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칠 장로는 한참 노려보았고, 이는 엽운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만약 칠 장로가 선마지심을 발견한다면 귀찮아질 것이다.

“저번에 내가 너에게 시간 날 때 마다 들리라 하였는데, 어찌 한 번도 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몇 달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연기경 1중을 돌파하였구나. 게다가 체내에 번개의 영기를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얼음과 불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구나. 정말 이상한 일이다.”

칠 장로는 빠르게 엽운의 몸 속 비밀을 꿰뚫어 보았다.

“아니다. 그림자 따위가 아니야. 네 놈은 세 종류의 영기를 흡수했구나. 정말 불가사의하다. 천백 년 동안 동시에 세 종류의 영기를 수련한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거늘.”

칠 장로가 경악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세 종류의 영기에게 인정받아 열심히 수행했고, 작은 성과를 냈을 뿐입니다.”

엽운이 겸허히 말했다.

“작은 성과는 개뿔, 천하에 영기가 몇 종류나 있는지 아느냐. 한 종류만 수행하는 것도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 이것은 초보자의 우연일 뿐 성과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콧방귀를 뀌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 세 종류의 영기를 사용해 적을 상대할 수 있다면 제법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칠 장로의 눈에는 개뿔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오, 소흡성결을 수련했구나. 정말 해낼 줄이야. 그렇다면 각종 영기를 흡수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 하지만 소흡성결은 포악하기 짝이 없는 공법인데, 어찌 버텨낸 것이냐? 이상하구나.”

칠 장로는 엽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도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흡성결은 확실히 포악하더군요. 수행을 하면서 몇 번이나 몸이 터져 죽어버릴 뻔 했습니다. 혹시 칠 장로님께서 제게 전수해 주실만한 좋은 방법 같은 게 없을까요?”

엽운은 다급히 화재를 돌리며 칠 장로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소흡성결을 수련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 네가 성공했다면 몸에 차오르는 영기를 받아낼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고, 받아낼 수 없다면 몸이 터져 죽는 것이 정상이다.”

칠 장로는 고개를 저으며 먼 곳을 바라봤다.

엽운은 별안간 가슴이 철렁했다.

나지막이 물었다.

“칠 장로님. 혹시 천검종에 전해져 오는 뇌계 선기 중에...”

“뇌운전광검을 말하는 것이냐? 그 검법은 오래전에 이미 실전되었고, 제 3식은 바로 나의 스승께서 완성시킨 것이다. 비록 위력은 나쁘지 않다만 진정한 뇌운전광검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뇌운전광검이 하급 선기들 틈에 있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엽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칠장로가 질문에 대답했다.

엽운은 크게 놀라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뇌운전광검 제 3식 신뇌멸세가 칠 장로의 스승이 만든 것이라면 그 후의 수법을 칠 장로에게서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망할 애송이. 날 그렇게 쳐다봐도 소용없다. 뇌운전광검을 만든 선배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선기는 전수되지도 않았다. 우리 스승님께서도 그저 선배의 공격을 참고하여 간신히 제 3식을 복원한 것뿐이고, 그 마저도 겉모습만 따라했을 뿐 그 위력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칠 장로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어르신께서는 혹시 이 뒤의 수를 알고 계십니까?”

엽운은 단념하지 않고 말했다.

칠 장로는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 뒤로는 두 개의 기술이 더 있는데, 제 4식의 이름은 뇌신의 검이며 제 5식은 심판의 벌이다. 나도 그저 이름만 알 뿐이고 사용법은 모른다. 정말 아쉬운 일이지.”

“뇌신의 검, 심판의 벌!”

엽운이 중얼거렸다.

이 두 기술은 이름만 들어도 비범한 기술임이 분명했다.

상상해보라. 뇌신의 검을 휘두른다면 그 위력이 어떠하겠는가.

그리고 심판이라는 두 글자, 심판은 하늘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심판의 벌이라면 하늘을 대신하여 세상을 벌하는 것이니, 이런 살인적인 기술은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맞다. 전해지는 말로는 뇌신의 검을 극한까지 수련하면 뇌신이 세상에 내려온 것처럼 검이 천지를 가르고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심판의 벌은 천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어, 천겁처럼 세간을 벌하는 힘이라 한다.”

칠 장로의 말은 엽운의 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두 기술이 전해져 내려왔다면 천검종은 진나라 일각에서 쪽방살이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게다.”

칠 장로는 별안간 슬픔에 잠긴 듯 했고, 두 눈이 탁해지기 시작했다.

엽운은 이 두 기술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야는 더욱 넓어졌고 가슴이 요동쳤다.

만약 완전한 뇌운전광검을 얻게 된다면 실력이 어디까지 성장할까?

“빌어먹을 애송이, 거기 멍하니 서서 뭐 하느냐? 어서 술을 가져오지 않고? 몇 달 동안 그 자리에서 머저리같이 서 있기나 하고 말이야. 네가 무슨 나무인 줄 아느냐. 거기 틀어박혀 움직이지도 않게?”

별안간 옆에 있던 칠 장로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우뢰같이 귀를 울렸다.

엽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칠 장로는 영혼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은 듯 또 다시 혼란 속에 빠져버렸다.

엽운은 비록 이 곳에 한 번 밖에 와보지 못했지만 약주가 있는 장소는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빠르게 움직여 약주가 있는 곳에서 약주 두 단지를 들고 돌아왔다.

칠 장로가 한 손으로 술을 낚아채 한 번 흔들자 두 개의 술 단지가 터져버렸다.

하지만 단지 속 약주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곤 조금씩 떨리더니 한 데 모여 물줄기를 이루어 그대로 칠 장로의 입으로 들어갔다.

“시원하다, 시원해! 이렇게 시원한 적이 있었나!”

칠 장로는 드높은 목소리로 길게 환호했다.

“좋아, 좋아. 애송이 너도 여기서 3달을 노닥거리더니 수위가 빨리도 올랐구나. 보아하니 그것도 하나의 수련인가 보구나.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데도 수위가 그렇게나 빨리 오르다니.”

칠 장로는 엽운을 한 번 보더니 연신 큰 소리로 웃어댔다.

엽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칠 장로님. 이 제자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칠 장로가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이상 한 시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칠 장로는 촉기경의 고수이기에, 만일 실수로라도 공격을 날렸다간 엽운은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가긴 어딜 가. 내게 술을 가져다주었으니 검법을 하나 전수해주마.”

칠 장로는 콧방귀를 한 번 뀌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이 혼란에 빠져있는 듯 했다.

떠나려던 엽운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렸다.

칠 장로가 어떤 수위인가, 그가 전수해주는 검법은 분명 범상치 않을 것이다.

“이 검은 얼음의 영기를 통해 촉진시키는 것이며 이름은 빙봉천리 라고 한다. 잘 보거라!”

칠 장로는 나지막이 소리치더니 입에서 약주를 뿜었다.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자 약주가 얼어붙어 얼음이 되고 한 자루 얼음의 검이 되어 손에 쥐어졌다.

얼음의 검이 천천히 흔들리더니 별안간 수만 개의 빛나는 얼음 빛이 뿜어져 나와 근방 수십 장 범위를 전부 뒤덮었다.

잠깐 사이, 근처 수십 장이 온통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였고, 태양에 비쳐 아름다운 빛을 반짝였다.

엽운은 이 검의 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검법이었는데, 한 번 베는 것으로 근처 수십 장 내의 모든 것을 얼려버릴 수 있다.

상대의 수위가 높다면 얼음 속에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얼음계 영기로 상대의 반응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가능한데, 그 후 다시 이어서 일격을 날리면 승산이 크게 늘어난다.

“잘 봤느냐? 잘 못 봤으면 꺼지거라. 잘 봤어도 꺼지고. 나는 검법을 딱 한 번만 전수해 준다. 깨달음을 얻는다면 복이 있는 것이고 깨닫지 못한다면 머저리인 것이니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칠 장로 손에 얼음의 검이 순간 액체로 변했고 다시 약주가 되어 입 속으로 들어갔다.

엽운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 검의 신비함만이 가득했다.

이 일격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엽운의 눈으로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단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면 완벽히 깨우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검법은 일반적인 제자들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반드시 얼음의 영기를 통해 촉진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엽운은 한참 동안 조용히 서 있다 별안간 두 눈을 떴다.

두 눈에서 빛이 스쳤다.

손가락을 검처럼 만들어 앞을 향해 내질렀다.

짙은 푸른색의 얼음 빛이 폭발하더니 공간 전체에 순식간에 응결됐고, 곧이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의 흐름이 되어 근방 열 장 범위를 뒤덮었다.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연기가 피어올랐다!

단숨에 얼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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