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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72화 (172/227)

제 172 화 다시 만난 칠 장로

엽운은 작은 방 안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앞에는 족히 천개가 넘는 상품영석이 쌓여있었다.

시험에서 연기경을 돌파하는데 성공한 이후 아주 약간의 진기를 정련해냈지만 아직 진기의 질과 육신의 강도를 더 올려줄 수 있는 쉬선심법을 제대로 수련해보지는 못했다.

쉬선심법이 시작되자 체내의 진기가 천천히 요동쳤다.

상품영석을 손에 쥐고 소흡성결을 즉시 발동시켰다.

거센 물줄기같은 무언가가 손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경맥을 가득 채워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만들었다.

“연화!”

전혀 긴장하지 않았는데, 이런 장면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지금 이정도의 영기는 선마지심이 나설 필요도 없이 바로 연화시키면 된다.

쉬선심법이 점점 빨라지며 영기는 연화되어 진기가 되고, 연화를 통해 생긴 힘은 육신을 강화했다.

잠깐 사이 체내에 영기가 가득 찼다.

온 몸에 힘이 넘치고, 쉬선심법이 점점 익숙해지며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소흡성결이 다시 발동되며 또 다시 영기가 밀려들어왔고, 연화를 거쳐 흡수되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온 몸에 진기가 축척되어 더 이상 흡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 더 쉬선심법을 발동시키며 진기를 압축하고 정제하였고, 진기의 질을 더욱 높였다.

연기경에서 다루는 것은 진기이며, 진기의 질이 높아질수록 실력이 더욱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촉기경 이하에서는 영혼의 존재란 무의미하기에 경계마다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진짜 차이는 진기와 영력의 질, 그리고 강도에 있었다.

연기경 1중임에도 강제로 수위를 연기경 6중까지 끌어올린 진화성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진기의 품질 때문이었다.

몸은 선마지심의 개조를 받았고, 또 번개의 영기를 통해 강해졌기에 같은 등급 제자들의 육식보다 족히 백배는 강했다.

따라서 수용할 수 있는 진기의 양과 품질 역시 몇 배는 강했다.

소위 하나의 경계는 하늘과 땅의 차이라지만, 그것은 영혼을 만들어낸 촉기경 이후의 이야기이며, 연기경과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

선마지심을 통해 강력한 몸을 얻게 되었고, 충분한 영석까지 있기에 진기의 품질과 양을 늘리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오히려 육신의 강함이었는데, 육체로 경계를 끌어올리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육신의 강도는 경계에 비례하며, 육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경계의 상승은 느려진다.

한 단계가 올라갈 때 마다 천도에 대한 깨달음이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신을 수행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육신을 수행하는 데 막대한 자원이 들어가기도 하고, 훗날 경계를 올릴 때도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엽운은 전혀 개의치 않고 쉬선심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몸과 진기의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이미 선마지심의 도움 없이 대량의 영기를 연화시킬 수 있었고, 이를 응집시켜 훌륭한 질의 진기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계는 결국 연기경 1중이기 때문에, 상품영석 수백 개를 써 없앤 뒤에도 체내의 진기가 이미 극한에 달해 더 이상 끌어올릴 수 없었다.

“선마지심, 아직도 안 나오고 뭐해.”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선마지심은 이미 마음이 통했고, 외침을 듣자 천천히 가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선마지심은 더 이상 횡경막의 혈에 머무르지 않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에 숨었다.

선마지심과 소흡성결을 발동시키자 남은 상품영석이 일제히 옅은 빛을 뿜었다.

무수히 많은 영력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갔고, 선마지심은 모두 흡수했다.

선마지심은 마치 밑 빠진 독처럼 수백 개에 달하는 상품영석의 영기가 들어가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세밀히 수련에 임했다.

한참이 지나고 선마지심이 훌륭한 품질의 영기 하나를 뱉어 냈는데, 흡수할 필요도 없이 쉬선심법을 발동시키자 완벽하게 진기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놀랍게도 이 영기는 엽운의 몸 속 진기의 양을 조금도 늘리지 않았고, 원래의 진기와 하나가 되어 진기의 품질을 한 단계 향상시킬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선마지심의 신비였다.

수련은 열흘 동안 계속 되었고, 정신을 차렸을 무렵 체내의 진기가 솟구치며 밀물처럼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실력이 수련을 하기 전 보다 적어도 두 배는 늘었다고 믿었다.

비록 수위는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경 1중에서 연기경 1중의 정점까지 열흘이라는 시간을 들였는데, 이정도 속도는 사실 빠른 것도 아니었다.

역사상 수많은 천재들이 이보다 빠른 속도로 수련을 마쳤다.

그러나 연기경 1중에 이 정도로 거대하고 훌륭한 질의 진기를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마당을 나서며 기지개를 켜고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천촉봉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위가 연기경 2중을 돌파하겠지. 그때가 되면 란 장로 같은 연기경 7중의 고수에게도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 거야.”

천촉봉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선마지심을 얻고 난 후로 실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저 외문 제자가 되기만을 바라던 게 어느새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고작 몇 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고,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뇌운전광검이 3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제 3식 신뇌멸세는 후인이 전인의 기술에 기인해 만들어낸 것이며 원래 뇌운전광검의 위력보다 한참 떨어졌다.

수위가 상승함에 따라 엽운은 가지고 있는 선기가 너무도 적다 느꼈다.

장무각에 들어가 다시 한 번 공법을 고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외문 제자가 마음대로 장무각에 들어가 공법과 선기를 고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내문 제자가 된 후 종문에서 장려를 받거나 임무를 완수해 얻게 되는 공훈점을 이용해 장무각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구매해야 된다.

당장 급선무는 하루빨리 내문 제자 시험을 통과해 백의를 입은 내문 제자가 되는 것이다.

내문 제자 시험은 아직 4일에서 5일 정도 남았는데, 엽운은 별안간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심지어 지난번 실수로 들어간 영전에 돌아가 칠 장로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채로 종일 약주를 조리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약주를 이야기니, 엽운은 뇌운화음계 속에 아직 약주의 잔액이 반 병 정도 남아있음을 떠올렸다.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약주를 통해 순간적으로 진기를 회복할 필요가 없어졌다.

약주의 최대 효능은 정신을 회복시켜주는 것인데, 수위가 촉기경에 달하면 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다.

엽운은 발걸음이 내키는대로 천천히 움직였고, 어느새 영전의 문 앞에 서 있었다.

“거기 서라. 누구냐.”

낮은 목소리가 엽운을 사색 속에서 끌어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영전 입구에 두 명의 흑포 제자들이 조용히 서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화가 난 듯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형, 저는 엽운이라고 합니다. 칠 장로님을 뵈러 왔습니다.”

“엽운? 네가 바로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 돌아왔을 뿐 아니라 내문 시험 자격 쟁탈전에서 1등을 한 그 엽운이냐?”

흑색 도포를 입은 경비는 순간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바로 저 입니다.”

엽운은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종응과 진화성을 죽였다는데, 그들은 보호 부적을 깨뜨릴 틈도 없었나?”

다른 한 명의 경비가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사실 기회는 있었습니다만, 어째서 도망가지 않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도망가지 않는다면 죽이는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건 바로 저였을 테니까요.”

“좋아! 잘 죽였다. 그 진화성은 한 때 자포 제자였는데, 격하를 당하고도 그렇게나 날뛰며 독선적으로 굴더니, 깨끗히 죽어버렸군. 잘 됐네.”

검은 옷의 경비가 별안간 분노하며 소리쳤다.

“사형께서는 그에게 원한이 있습니까?”

엽운이 궁금한 듯 물었다.

“조금 있지. 당시 나와 그 놈은 똑같은 흑포 제자였는데, 녀석은 운이 좋게도 자포 제자가 되었지. 그리고 나는 칠 장로님의 눈에 들어 영전 수위가 된지 이미 5년이나 됐어. 내 팔자가 이렇다니까.”

흑포를 입은 경비는 별안간 암울해하기 시작했다.

흑포 제자가 된 것이 그의 가장 큰 성취였던 것이다.

“사형, 좌절하지 마십시오. 수행에 선후가 어디 있겠습니까. 혹시 모르지요. 몇 달 안에 사형께서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내문에 들어 정예 제자가 되실지도요. 천검종 천 년의 역사에 대기만성하신 선배들이 적지 않습니다.”

엽운은 웃으며 위로했다.

그는 오늘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기에 흑포 제자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네.”

흑색 도포를 입은 경비의 기분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엽운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수선인은 진기를 잃고 공법을 잃고, 또 자원을 잃을 수도 있지만, 절대로 잃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강자의 마음, 용감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이었다.

“두 사형께서 칠 장로님께 제가 한 번 뵙고 싶다는 말을 전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엽운이 공수를 하며 물었다.

“사제, 날 곤란하게 만드는군. 칠 장로님의 성격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우리가 말씀을 드리러 가면 혼만 잔뜩 나고 말거야.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오는 게 좋겠어. 명분을 만들어서 오는 게 제일 좋고.”

흑포를 입은 경비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칠 장로의 괴팍한 성격이라면 그도 겪어봤다.

만약 그럴싸한 명분도 없이 찾아갔다간 두들겨 맞고 쫓겨나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칠 장로님이 이전에 주신 도움은 제가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 다음에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엽운은 영전 방향으로 인사를 올리고 몸을 돌렸다.

“기다려라. 여기까지 왔는데, 기어 들어오거라..”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곧 몸을 돌렸고, 두 눈에 기쁨이 차올랐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엽운은 하늘을 향해 인사를 올리곤 두 명의 경비에게 공수를 한 뒤 영전의 깊은 곳을 향해 들어갔다.

흑포를 입은 경비는 엽운의 뒷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칠 장로가 주동적으로 누군가에게 들어오라 한 것을 처음 보았다.

이 엽운이란 놈은 정말 다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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