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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70화 (170/227)

제 170 화 3개의 각기 다른 보물

제자들은 조금 전 까지 영패를 얻기 몹시 어렵다 생각했고, 이처럼 간단하게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방금 대력금강환을 꺼내 두들겨 맞을 뻔한 어처구니없는 녀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패를 얻었다.

순간 군중들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너도 나도 하나씩 온갖 물건을 꺼내들고 달려왔다.

물론 백 명이 넘는 제자들이 모두 영패를 얻을 수는 없으니, 엽운 일행은 한 명씩 선발하여 도합 27개의 영패를 나누어 주었고, 온갖 해괴한 물건을 얻었다.

마지막 영패를 나누어 줄 차례가 되었을 때에는 딱히 엽운의 눈에 띄는 물건이 없었는데, 제자 한 명이 300개의 상품영석을 꺼내들었고 엽운은 이를 단진풍과 여명홍에게 넘겼다.

30개의 영패가 모두 나눠졌다.

영패를 얻은 제자들은 서로를 축하하며 손뼉을 치고 환호했고, 그렇지 못한 제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어차피 나머지 제자들 역시 그들의 실력으로 영패를 얻는다는 것은 허망한 꿈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엽운은 27개의 영패를 나누어 주며 온갖 이상한 물건들은 한 무더기나 얻었다.

대부분은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물건들이었지만, 어딘가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또 조금 흥미롭기도 하여 영패와 바꿨다.

생각하기에 조금 쓸모가 있을 것 같은 물건은 총 세 개 였는데, 하나는 당연히 빙영수우였다.

빙영수우가 있다면 그가 수련한 얼음계 영기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며, 위력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두번째는 금선은초라는 식물인데, 이 물건은 엽운이 고서에서 읽어본 적이 있었다.

수위가 촉기경에 달한 뒤, 영혼과 정신을 수련하는데 쓰인다.

비록 금선은초는 영혼을 심도 있게 정련하지는 못하며 그저 조금 굵직하게 만들어 줄 뿐이지만, 수위가 촉기경에 달한 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영혼이기에 영혼을 단련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

따라서 촉기경에서 수위를 더 올리려면 영혼의 힘을 끌어내야 하고 진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마지심의 도움을 통해 엽운의 수위는 빠르게 성장했고, 고작 몇 개월 만에 연체경 3중에서 연기경 1중까지 올라왔다.

이 정도 속도라면 천검종 전체에서도 몹시 드물고, 가히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천재라 불리는 이들과는 아직 차이가 나지만, 그의 진짜 힘은 연기경 5중에서 6중의 제자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실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몇달 만에 이룩한 성장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세번째 물건은 화옥용주가 아닌 온통 투명한 수정구슬 이었다.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모를 수정구슬이었는데, 특별한 효능은 없었다.

하지만 근방 백 장 이내 천지 영기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 구슬은 영기수정구 라고 불린다.

일반적인 제자들에게 백 장 내의 천지 영기의 파동은 별 다른 작용이 없다.

천지의 영기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언제나 파동을 내는 것이지만, 제자들은 이종의 영기를 수련할 수 없기에 영기의 파동은 그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어차피 한 종류의 천지 영기만 흡수할 수 있는데다, 영기가 가득 차 온몸에 퍼져있다면 천 장 밖의 영기도 느낄 수 있기에 백장 내의 영기를 감지하는 영기수정구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 수정구슬은 대부분의 제자에게 계륵 중에서도 계륵이라 할 수 있으며, 도무지 쓸모가 없다.

엽운처럼 여러 종류의 영기를 수련한 제자에게도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백 장 너머 영기의 파동을 감지하여 각기 다른 영기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한들, 어떤 종류의 영기인지는 알 수 없기에, 섣불리 흡수했다간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의 영기를 수련한 사람이 얼음의 영기를 흡수하면 얼음과 불이 부딪혀 수위가 크게 떨어지고 중상을 입거나 영혼이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엽운은 달랐다.

어떤 종류의 영기든 흡수하기만 하면 선마지심이 자신의 영기로 전환시켜준다.

그가 수련한 번개, 불, 얼음 이 세 종류의 영기가 아니더라도 선마지심을 이용하면 보통의 진기로 전환시킬 수 있다.

영기수정구가 있다면 엽운은 백 장 너머의 각종 영기를 감지할 수 있고, 이를 흡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온갖 영기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적은 노력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게다가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그는 점점 다양한 영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번개의 영기는 가장 중요한 공격 수단이며, 한 단계 성장할 때 마다 뇌운전광검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물론 다른 효능이 있는지는 아직 살펴보지 않았지만, 시간이 있을 때 천천히 연구해보면 된다.

이 3개의 물건이 있다면 27개의 영패는 그 값을 한 샘이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백 명이 넘는 제자들이 한 데 모여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쾅!”

한 줄기 옅은 빛이 대지의 사방에서 떠올라 하늘을 향해 쏘아졌고, 곧 하늘 전체가 밝아졌다.

“이번 시험의 영패 쟁탈전은 끝났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영수의 지도에 따라 취봉을 떠나거라.”

란 장로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웅웅 소리를 내며 맴돌았다.

란 장로는 연기경 정점의 수위로, 이 외문 제자들에게는 최강의 존재라 할 수 있다.

그가 한 마디 외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으며 영혼을 다치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엽운의 귓가에서 울리는 란 장로의 외침은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고, 아무런 압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엽운은 고작 연기경 1중의 수위이지만 육신과 영혼의 강도는 다른 연기경 제자들 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더욱 강하기까지 했다.

대묘에서 만난 나문성은 연기경 정점의 수위였지만 육신의 힘은 엽운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금, 엽운의 육신과 영혼은 더욱 강해졌기에 연기경의 수사 중에서는 그를 당해낼 수 있는 존재가 없을 것이다.

엽운의 마음속에서 저도 모르게 감격이 밀려왔다.

몇 개월 동안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니, 선마지심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 몽롱한 정신 속에서 금갑신병에게 쫓기던 청년 남녀가 그리워졌다.

그들의 풍채는 엽운의 혼을 쏙 빼놓았다.

하늘에서는 독수리를 닮은 영수 한 마리가 천천히 나타나 앞을 향해 날아갔다.

백 명이 넘는 제자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엽운을 바라봤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엽운은 이미 1인자 였다.

이 경지까지 수행을 한 이들이라면 분명 바보는 아닐텐데, 어찌 엽운보다 앞서 가려고 하겠는가?

엽운은 본래 기고만장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겸손하기가 더 힘든 법이다.

종문의 수행은 늘 이러하다.

겸손하게 얌전히 행동하면 누군가의 눈에 들어 발탁 될 수 없고, 오만하여 날뛰면 수련 자원을 얻을 수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번 날뛰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문 제자 시험에서 성적이 좋을수록 종문의 관심을 사 중점적인 육성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엽운은 멀지 않은 곳에서 어렴풋이 모호한 뒷모습이 빠르게 나아가는 것을 보았다.

만약 그가 따라가려면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할 정도로 빨랐다.

그런데 그 뒷모습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모용무정!

엽운은 모용무정을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내심 그를 쫓아야하는 목표로 여겼었다.

몇년 전 이미 촉기경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수위일까?

천년 만에 천검종에서 나온 천재는 도대체 얼만큼 강할까?

엽운의 마음속에는 호기심이 가득했고, 그를 만나기를 기대했다.

영수의 안내에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취봉에서 빠져나와 천촉봉의 외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무전의 광장에는 백 명이 넘는 제자들이 각기 다른 자태로 나란히 서 있었다.

영패를 얻은 제자들은 웃음을 지으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영패를 얻지 못한 제자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그 중 어떤 이들의 눈에서는 질투가 느껴졌다.

또 어떤 이들은 부지런히 수행하여 다음 시험을 준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 영패를 얻은 제자들은 이리 나와라!”

란 장로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렸다.

옆에는 순우연 대장로도 서 있었다.

30명의 제자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일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의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대장로 순우연과 란 장로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번 시험을 통과한 인원이 모두 30명이라니, 불가사의한 일이다.

참고로 이전까지 영패 쟁탈 시험은 정원의 절반 정도만 통과해도 많이 통과한 수준이었는데, 수위가 높은 제자들은 영패를 가능한 끌어 모아 훗날 내문 제자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곤 했다.

“너희 모두 영패를 얻은 것이냐?”

란 장로가 경악하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저희 모두 영패를 얻었습니다.”

열댓 명의 제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어찌 이렇게 많을 수가 있지? 종응과 진화성은?”

대장로 순우연은 주위를 훑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수위가 가장 높은 제자 두 명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냐?”

란 장로가 화가 난 목소리로 차갑게 소리쳤다.

엽운은 사람들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제 손에 죽었습니다.”

“네가?”

란 장로와 순우연은 깜짝 놀라 일제히 소리쳤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제가 가진 보물을 빼앗으려 했고, 취봉을 떠나서도 끊임없이 저를 쫓아와 죽이겠다 했습니다. 그렇게 까지 저를 몰아세우니, 저도 봐주지 않았습니다!”

엽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종응은 연기경 4중의 수위를 가졌고, 진화성은 자포 제자에서 격하 된 인물이다. 비록 그의 수위가 연기경 4중에서 5중 정도이긴 하지만 목숨을 걸고 잠재력을 끌어올리면 연기경 6중은 될 터인데, 고작 연기경 1중인 네 녀석이 어찌 그들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냐?”

란 장로가 소리쳤다.

엽운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설마 란 장로님께서 복수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그들은 사람을 죽여도 되고 저는 반격도 해서는 안 됩니까? 아무리 가치 있는 인재라 한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입니다.”

엽운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란 장로를 바라보며 칼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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