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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68화 (168/227)

제 168 화 가전 보물

높은 가격을 부른 자가 영패를 얻는다!

많은 제자들이 이에 호응했다.

대부분의 제자들에게는 이 방법이 가장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많은 제자들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미 영패를 얻었는데도 엽운에게 빼앗겼고, 어떤 이들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경매에 참여해 영패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엽운은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분명 높은 가격을 부르는 자가 가져간다고 했지만, 어떻게 가격을 매기는지는 내가 정한다. 영석은 가장 돈이 안 되는 물건이고, 중품영기 같은 건 너희들이 꺼내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겠지. 하나 가져보기도 힘든 물건이니까. 그러니까 너희가 곤란하지 않도록 아주 진기하고 희한한 물건만 받겠다. 도저히 없다면 그땐 영석으로 계산해야겠지.”

영석도 싫고, 영기도 싫고, 특별한 물건만 받겠다고?

제자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해괴망측한 물건을 가져서 어디다 쓰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수선인이 어찌 진기하고 기괴한 물건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 참, 설명하는 걸 깜빡했네. 희한한 물건이라는 건, 특별한 효능이 있지만 특별히 실용성은 없고, 시장에서 보기도 어려운 이상한 꽃이나 약초, 혹은 광물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이야.”

엽운이 덧붙였다.

말이 끝나자 제자들은 즉시 눈을 반짝였다.

그가 말한 희한한 물건은 없을지언정, 별 다른 효능이 없는 약초나 광물은 늘 가지고 있다.

그들은 종문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온갖 분별할 수 없는 것들을 맞닥뜨렸는데, 책을 통해 찾아보고 나서야 그 물건의 이름과 속성을 알 수 있었다.

버리기에는 좀 아까운 물건들이 남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저에게는 오백 년 된 은록초가 하나 있습니다. 이것을 복용하면 짧은 시간 동안 사슴처럼 높이 뛸 수 있습니다.”

앞줄에 서있던 제자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떤 부작용이 있지?”

엽운이 웃으며 물었다.

“복용하고 나면 온 몸이 은은한 은색으로 변해 열 번의 호흡을 할 동안 지속됩니다.”

“피식!”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수선자에게 있어 순록의 도약력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열번 호흡할 시간밖에는 지속되지 않고 온 몸이 은색으로 변하기까지 한다니, 계륵만도 못한 물건이다.

“뭘 웃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말아라. 고수들끼리 싸울 때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만약 열 번의 호흡 동안 사슴의 도약력을 가질 수 있다면 회피와 추격에 도움이 될텐데, 승패는 바로 이런 작은 부분에서 갈리는 법이라고.”

제자는 얼굴을 붉히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마따나 아주 조금 강해진다는 건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됐고, 그 은록초인지 뭔지 얼른 집어넣어. 괜히 창피 당하지 말고.”

옆에 있던 흑포 제자가 웃으며 말했다.

“너....”

제자는 잔뜩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가 쓸모없데? 은록초라고 했나? 오백 년이나 된 물건이라니, 내가 가져가마.”

제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곧 그는 크게 기뻐하며 저물대에서 은색 약초를 하나 꺼내들고 달려왔다.

엽운은 은록초를 건내 받고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뇌음화룡계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에서 영패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

제자는 영패를 받고 그 자리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은록초 하나를 정말 영패랑 바꿨다고?

“왜? 후회하나?”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제자는 곧 정신을 차리고 감격이 가득한 눈으로 엽운을 바라보며 횡설수설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엽 사형...”

곧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손에 쥐어진 영패를 보는 것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영패를 가슴에 안고 조심히 주위를 살폈다.

“안심해라. 네가 내 손에서 영패를 받아간 이상, 그건 당연히 네 거야. 아무도 뺏지 않을 거고 아무도 뺏을 수 없어.”

그가 조심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말했다.

엽운의 말에 영패를 훔치려던 녀석들은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엽운의 수위가 어떠한가, 만약 그가 나선다면 보호 부적을 깨뜨릴 틈도 없이 죽고 말 것이다.

“좋아. 나한테는 총 30개의 영패가 있는데, 우리 세 사람 분을 제외하고 또 하나가 빠졌어. 형제들, 서두르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30개의 영패를 100명이 넘는 사람들끼리 쟁탈해야 한다니, 곧바로 사람들은 격앙되었다.

“아주 좋아. 단진풍 네가 경매를 맡아봐. 어디 우리가 흥미를 느낄만한 좋은 게 있는지 말이야.”

단진풍에게 이리 나오라 손짓했다.

단진풍은 단단히 벼룬 듯 주먹을 문지르곤 크게 웃으며 걸어 나가 소리쳤다.

“좋다. 한 명씩 오거라. 서두를 거 없으니까 뭐라도 꺼내보라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다퉈 저물대에서 온갖 요상한 물건을 꺼냈는데, 제각각의 색깔이 눈에 보였다.

“이것은 빙한수정입니다. 물속에 던져 넣으면 3장 너비의 강을 얼릴 수 있습니다. 얼음의 두께는 3척 정도 되고요.”

“이것은 화운초인데, 화염의 영기를 수련할 때 제법 도움이 됩니다. 만약 영패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저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화운초가 뭐 어쨌다고. 이 시커먼 흙덩이가 보이느냐? 이건 대지식양이라고 하는데, 토계 영기의 근원이지.”

“대지식양 이라고? 네놈이 대지의 식량이 되는 건 아니고? 손톱도 못 가릴 만한 흙으로 뭘 하겠어?”

“다들 비켜라. 감히 엽 사형에게 그딴 쓰레기들만 내놓다니, 엽 사형이 쓰레기도 거두어 가실 줄 아느냐? 꺼져라!”

“입만 놀리지 말고, 자신 있으면 뭐든 꺼내보던지.”

“잘 봐라, 무릎을 꿇게 만들어 줄테니.”

제자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보물을 꺼냈다.

문득 한 줄기 흰 빛이 스쳤고, 곧이어 좀 전에 다른 제자들에게 비키라고 말했던 제자의 손에서 옥처럼 새하얀 범선이 나타났다.

옥처럼 새하얀 이 법선은 겨우 세 촌 정도의 크기였는데, 온통 흰색에 정교하게 장식이 되어있어 몹시 생동감이 느껴졌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아주 사실적이었다.

백색의 빛이 범선에서 뿜어져 나와 눈을 부시게 했다.

“이건 뭐냐?”

단진풍이 물었다.

“너희들, 통천수로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

흑색 도포를 입은 제자가 득의양양하게 물었다.

“통천수로라고? 하늘로 통한다는 전설 속 그 통로 말이냐? 소문에 의하면 하늘로 가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수로고 하나는 육로라고 하더군. 두 길은 서로 다르지만 끝까지 갈 수만 있다면 하늘에 발을 들여 천도를 깨우친다고 하던데.”

“맞다. 그래도 안목이 제법이구나.”

흑포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서 말했다.

“통천수로는 아무 배나 건널 수 있는게 아니야. 화옥용주와 유명귀선 만이 건널 수 있지.”

“네 말은, 이게 화옥용주라는 말이냐?”

“맞다. 보는 눈이 있구나. 이것은 우리 가문에 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보물 화옥용주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집안의 가세가 많이 기울어 천도에 오르기가 쉽지 않더군. 그래서 내겐 아무짝에 소용없다. 화옥용주를 엽 사형에게 드리고 영패 하나랑 바꾼다면 제법 괜찮은 거래지.”

“송휘주. 이름에 배 주자가 들어간다 해서 아무렇게나 헛소리를 짓거려도 되는 줄 알아? 만약 이게 정말 하늘의 통로를 건널 수 있는 화옥용주라면 너희 송씨 가문은 진작에 출세했을텐데, 그런 출신의 녀석이 천검종에 와서 외문 제자나 하고 있다고?”

똑같이 흑포를 입은 제자 한 명이 싸늘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전림 네가 뭘 알아. 이 정도로 특별한 보물은 당연히 세간에 비밀이고 꽁꽁 숨겨져 있는데, 어찌 외부인이 알겠느냐. 오늘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걸 꺼내 놨을 거 같아?”

흑포 제자 송휘주는 고개를 돌려 엽운을 보며 이어서 말했다.

“엽 사형, 어떻습니까? 영패 하나 값은 하지요?”

엽운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다음!”

송휘주는 어리둥절하더니 크게 소리쳤다.

“엽 사형. 제가 하는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이 화옥용주는 정말 저희 집안에 내려오는 보물입니다. 천 년 동안 아무도 알지 못한 보물이죠. 사형의 수위가 원영경에 도달한다면 하늘로 향하는 길의 위치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제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게 될 겁니다.”

“너 이녀석, 엽운이 바보인 줄 아느냐? 아니면 개가 네 뇌를 뜯어먹기라도 했나? 내력도 알 수 없는 이따위 쓰레기를 영패 하나랑 바꾸자니, 그리고 엽운의 수위가 원영경에 달하면 하늘로 향하는 길의 존재를 느끼게 될 거라고? 하늘의 길에 들어가려면 분명 더 높은 경지에 올라야 할거다.”

“단 사형 말씀이 맞습니다. 하늘의 길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경지는 원영경의 정점입니다. 저는 송휘주 녀석을 죽여 버릴 것을 건의 드립니다. 감히 엽 사형을 속이려 했으니까요.”

흑포 제자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맞습니다. 놈을 죽입시다.”

한 무리의 제자들이 순식간에 고함을 질렀다.

“엽 사형,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진심입니다.”

송휘주가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영패를 얻지 못한다면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할 자격을 받지 못한다.

그의 수위는 연기경 3중의 정점이니 시험에 참가한다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엽운이 손짓하자 송휘주가 혼비백산하며 기어왔다.

“말해봐, 어디서 온 거지?”

엽운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휘주는 숙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저희 집안 대대로...”

“말 안해? 다음.”

엽운은 즉시 그의 말을 끊었다.

송휘주는 다급해져 한치도 지체하지 않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화옥용주는 3년 전 어떤 늙은이의 노점에서 산 것입니다. 그때는 왜 이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그마치 중품영석 30개나 주고 샀습니다.”

“30개의 중품영석을 영패 하나랑 바꾸겠다고? 너 이 녀석 장사에 소질이 있구나.”

단진풍의 말에 송휘주는 멋쩍은 듯 말했다.

“엽 사형께서 희한한 물건을 찾으신다길래 한 번 꺼내봤습니다.”

송휘주는 화옥용주를 손에 쥐고 낙담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엽운이 화가나 죽여 버릴까봐 겁이 났다.

“기다려!”

별안간 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희주는 자리에 멈춰섰다.

마음속에 번져오는 공포를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렸는데, 몹시 곤란한 표정이었다.

그를 불렀다는 건 분명 방금 전 자신이 거짓말로 엽운을 속인 것에 대한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보호 부적을 깨뜨려 도망쳐야 하나?

송휘주는 괴로운 얼굴로 화옥용주를 든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모조품, 이리 가져와라. 받겠다. 영패 하나를 주마!”

엽운의 목소리는 송휘주의 귀에서 천둥처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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