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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65화 (165/227)

제 165 화 수정탑의 수비

진화성이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몸이 반 촌 가량 커졌고, 옷이 마구 터져 나갔다.

근육 한 조각 한 조각이 폭발적인 힘을 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육신은 분명 한 층 강해진 것 같았고, 두 눈에서 불이 번쩍였다.

엽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화성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기세도 크게 변했으며 어딘가 위험한 기운이 허공에 맴돌았다.

“이게 자포 제자의 진정한 실력인가?”

진화성은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았다.

원래는 그런대로 밝았던 낯짝이 흉악하게 변했고, 체내의 기류가 피부 아래에서 요동치는 것이 눈에 선명히 보였다.

한 번씩 요동칠 때 마다 피부에 짙은 붉은색 자국이 생겼고, 온 몸이 채찍으로 두들겨 맞은 듯 붉은 핏자국이 줄줄이 남아 보는 이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엽운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딘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만약 진화성이 완전히 변화하도록 내버려 두면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엽운은 원래 망설이거나 적을 얕잡아 보는 인물이 아니다.

손에 쉰 자영검을 살짝 흔들자 보라색 물결이 일렁이며 허공에 검을 만들어 곧장 날아갔다.

“놈을 막아라!”

진화성은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엽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 자영검이 빛나는 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소리쳤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한 마리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두 명의 흑포 제자는 잠시 망설이다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은 번쩍이며 각자 최강의 공격을 꺼냈고, 양측에서 다가왔다.

엽운이 콧방귀를 뀌며 자영검을 살짝 휘두르자 앞에 360개의 빛 고리가 생겨났다.

보라색 빛의 고리는 순식간에 커지다 이내 끊어졌고, 두 개의 초승달 모양의 빛이 되어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 두 사람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 모두 연기경 3중의 정점에 달한 수위를 가지고 있기에 이 두 개의 초승달에 담긴 파괴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도무지 그들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엽운은 공격을 할 때만큼은 절대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 공격은 연기경 4중의 제자들도 쉽게 받아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속도의 초승달은 두 사람의 배에 닿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초승달 모양의 공격이 몸에 닿자마자 사라져 용두사미로 끝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엽운은 돌아보지도 않고 자영검에서 빛을 뿜으며 진화성을 찔렀다.

“별 거 없잖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곧 입가에 흉악한 미소가 번졌고, 다시 한 번 덤비려 했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순간,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곧 앞으로 고꾸라졌다.

순간 몸이 배 부분에서 두 동강이 나서 두 다리만 땅 위에 서 있고 상체는 앞으로 쓰러졌음을 깨달았다.

엄청난 고통이 온 몸에서 전해져왔고 피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엽운은 단 한 번의 참격으로 그들을 두 동강 내버렸는데, 심지어는 한참 뒤에나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생기가 빠르게 사그라들고 정신이 흐려졌다.

두 사람의 눈에는 절망과 공포가 가득했다.

그들은 가까스로 눈을 들어 엽운을 보았다.

엽운은 가볍게 검을 휘둘러 진화성을 베고 있었다.

일격에 두 사람을 베어 죽여도 위험한 예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진화성을 죽여야 한다!

엽운은 얼굴을 굳혔다.

자영검이 만들어낸 빛은 모여 보라색 천검을 이루어 허공을 갈랐다.

“무엄하구나.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진화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보라색 천검을 바라보았다.

곧 두 손바닥을 올려 한 줄기 빛이 쏘아져 나와 방어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보였다.

“쾅!”

보라색 천검은 매섭게 보호막을 베었다.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천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방어막은 산산조각이 나 서서히 사라졌다.

엽운은 자신의 일격이 통하지 않자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뒷짐을 지고 선 채 자영검을 옆에 띄워 두었다.

진화성이 이미 완전히 변신을 마쳐 그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알기 전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었다.

진화성은 전에 비해 키가 한참 커졌고, 덩치도 훨씬 거대해졌다.

상체에 난 붉은 자국은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냈다.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군.”

진화성은 자신의 두 손을 보았는데, 놀랍게도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보아하니 당신의 수위가 한 층 올라간 것 같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진 사형. 고작 수위 한 단계 올리자고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 필요가 있는 거야?”

“입만 산 녀석. 오늘 너에게 자포 제자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마. 그리고 연기경 6중 진강경이 어느 정도 인지도 보여주지.”

진화성의 싸늘한 목소리에는 조롱과 독기가 서려 있었다.

연기경 6중 진강경!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화성의 수위가 이 짧은 시간 만에 연기경 6중 진강경으로 올라 설 줄은 몰랐다.

진강경은 온 몸의 진기가 한 단계 더 가다듬어 원래 액체에 가까운 진기를 바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체내의 진기는 수량과 질에 상관없이 한 단계 강해지며, 영기를 사용할 때도 위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연기경 1중은 진기를 응결시키는 것이고, 2중은 경맥을 뚫어 진기를 움직이는 것이며, 3중은 진기를 이용해 형상을 만들어 공방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4중은 벽곡이라 하여 그때부터는 오랫동안 먹고 마시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

연기경 5중 인왕경에 도달하게 되면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두 응결되어 아주 강해지고 인간의 정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수선의 기초에 지나지 않고, 진기를 바람으로 만들어내야만 진정으로 강력한 진기를 방출하여 상대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엽운은 진화성의 수위가 연기경 6중 진강경에 도달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거 곤란한데!”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굳혔다.

비록 나문성을 죽인 적도 있었지만, 그때의 나문성은 절정의 상태도 아니었고 이미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게다가 자신을 얕보고 있던 틈을 타 구유정령의 거울로 진기를 봉인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구유정령을 꺼낼 생각이 없었다.

취봉에는 보는 눈이 많기에 몸에 지닌 보물들을 꺼내놓는 것은 좋지 않다.

지닌 보물들은 하나같이 진귀하기 짝이 없는 물건들이기에, 알려지게 되면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위가 높은 상대를 만났을 때 상대하기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위가 연기경에 오른 이후로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연기경 6중의 진화성이라면 분명 좋은 실험 상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력이 강해졌다 하더라도 연기경 6중을 이긴다는 확신은 없었다.

단진풍은 일찌감찌 한 쪽으로 물러섰다.

엽운의 공격은 더 이상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진화성은 더욱 놀랍게도 곧바로 연기 6중의 수위에 올랐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제야 혼자서 진화성을 상대하려한게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깨달았다.

진화성은 한 걸음씩 다가오며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엽운이 자신의 손에 놀아나다 머리가 쪼개져 죽은 모습을 이미 본 것 같았다.

“어떠냐,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줄테니 부적을 깨뜨리고 떠나라. 그런데 그래봐야 소용 없겠구나. 어차피 고작 이틀 밖에 살지 못 할텐데 말이다.”

진화성은 걸어가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진 사형이 그렇게나 큰 공을 들여 연기경 6중에 올랐는데, 어찌 안 보고 물러갈 수 있겠어? 고생한 게 너무 아깝잖아.”

“그럼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진화성은 냉소를 지으며 한 발짝 더 다가왔다.

한 걸음에 몇 장씩 와 순식간에 엽운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망치 한 자루를 꺼내어 높이 치켜들더니 정면을 향해 내리쳤다.

진강이 주입 된 망치의 위력은 평범한 진기가 주입 된 무기보다 몇 배는 강했다.

수위가 원래도 엽운보다 높았으나, 지금은 진강경에 도달해 전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공격은 번개처럼 움직여 태고의 신병처럼 매섭게 떨어졌다.

엽운의 동공이 움츠러 들었다.

망치의 위력은 너무도 절륜했고, 결코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감히 힘을 숨길 수 없었고, 더욱이 얕보지도 않았다.

몸에 화염이 타오르며 수 장 위로 떠올랐다.

화염 속에는 짙은 푸른색의 얼음이 화염 너머로 냉기를 뿜고 있었는데, 마치 근방 수십 장의 공간을 전부 얼려버릴 것 같았다.

열염폭운과 빙백쇄혼 두 영기가 순식간에 앞을 지켰다.

화염과 얼음은 완벽히 융합되어 한 몸이 되었고,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화염은 엄청난 열기를 담아 진화성에게 날아갔고, 얼음은 싸늘한 한기를 담고 공간을 얼리며 진화성의 공격을 늦췄다.

진화성은 앞을 가득 매운 화염과 그 화염 속의 얼음을 보았다.

화염은 사방을 휩쓸며 날아와 그를 불태우려 했고, 휘두르던 망치 위에서는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한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오장육부를 얼리려 했다.

겉은 뜨거웠고 속은 차가웠다!

진화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엽운이 비범한 보물들을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멈출 생각은 없었다.

진강이 뿜어져 나가 몸을 보호했고, 망치는 계속해서 엽운의 머리를 향해 세차게 내리쳤다.

엽운이 아무리 많은 수를 가졌다 한들, 경계의 차이는 영기로 매꿀 수 없는 것이라 믿었다.

그를 베어 죽이기만 하면 하늘을 가득 메운 화염과 얼음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 되고 위력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그가 쉽게 거두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모든 보물을 빼앗은 모습을 벌써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두 개의 중품 영기와 자영검을 말이다!

순간 진화성의 입가에 어렴풋이 냉소가 맴돌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화염 속에서 보여선 안 되는 물건을 보았다.

온통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보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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