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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64화 (164/227)

제 164 화 악마의 술법

“정말이지, 입만 살았구나. 종률전은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목소리 하나가 난데없이 허공에서 터져나왔다.

진화성은 잔뜩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누가 감히 수작을 부리는 게냐. 나와라.”

“진 사형, 굳이 모르는 척 할 필요 있나. 다들 익숙하잖아.”

엽운의 목소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울렸다.

웅장한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귓가에 들려왔다.

그림자 하나가 수십 장 너머에서 순식간에 날아왔다.

엽운은 뒷짐을 지고 서서 단진풍의 옆에 떨어졌다.

“네놈이구나!”

진화성은 싸늘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엽운의 뒤에는 비범한 기운을 풍기는 요수 한 마리가 있었다.

모두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황금색 광채로 뒤덮인 독수리가 바로 취봉의 왕인 신우취왕 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듯 했다.

수백 년 동안 신우취왕을 본 제자들은 적지 않았지만, 화령의 천겁을 이겨내고 나타난 신우취왕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안목이 크게 떨어지는 제자들이 아니라면 이 금빛 깃털로 뒤덮인 요수의 실력이 적어도 9급에서 8급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되는 요수가 얌전히 따라온다니, 그 말은 엽운의 실력이 아마 8급 요수보다 강할 것이란 뜻인데, 그렇다면 이 취봉 전체에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취봉은 고작 수십 리 정도의 너비인데, 진화성은 어찌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는 엽운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 사형, 분명 벌써 많은 영패를 얻어 시험 자격을 얻었을 텐데, 이제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 우리 둘 다 시험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당장 한 번 붙어볼까?”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고작 신입 외문 제자 녀석이 감히 그 따위 소리를 하다니, 그냥 건방진 건지 아니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인지는 몰라도 멍청하기 짝이 없구나.”

진화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엽운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듣자하니 진 사형은 자포 제자에서 흑포 제자로 격하 됐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으려나. 이 동생한테 한 번 얘기해주시지 그래. 어쩌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잠시 어리둥절해진 진화성은 곧 발끈하며 말했다.

“간도 크구나. 감히 나를 비웃다니. 넌 죽은 목숨이다.”

자포 제자는 너무도 귀한 존재라 천백 년 동안 격하 된 이가 거의 없었기에, 이는 진화성의 역린이 되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엽운과 단진풍을 만나게 된 지금, 그들은 계속해서 이를 건드려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순간 진화성의 마음속 분노는 이미 숨길 수 없이 전부 드러났다.

엽운은 어깨를 으쓱이며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네 놈들은 매번 이런단 말이야. 말은 더럽게 많은데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결국 무력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잖아. 그럴 거면 그냥 덤비던가.”

“엽운, 조심해라. 이 녀석의 실력은 이미 연기경 5중의 정점에 달해 엄청 성가시다고.”

단진풍이 뒤에서 나지막이 주의를 주었다.

“괜찮아. 연기경 5중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볼 참이었거든.”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저 놈들이 날 기습해오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

단진풍은 놀랍게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네. 네가 아직 연기경 1중의 수위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저런 조무래기들이 함부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엽운도 마찬가지로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역시 네가 날 좀 안다니까.”

단진풍은 엽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진화성을 포함한 세 사람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크게 분노했다.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는 땅강아지 녀석들이... 분명 덤비라지 않느냐? 어찌 아직도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게냐?”

엽운과 단진풍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 사형, 아직도 눈치 못 챘어? 당신을 따라하는 거잖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연거푸 큰 소리로 웃었다.

진화성의 분노는 극에 달해 더 이상 두 사람의 조롱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날리며 주먹을 내질렀다.

엽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냉소했다.

“잘 왔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움직이며 진화성의 주먹을 향해 마찬가지로 주먹을 날렸다.

철권이 맞부딪히며 굉음이 울렸다!

“쾅” 하는 소리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뒤를 향해 날아가고, 엄청난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진화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 엽운의 주먹에서는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고, 위력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진화성은 비록 흑포 제자로 격하되긴 했지만 여전히 연기경 5중의 정점이다.

연기경 5중 인왕경은, 인왕이라 불리는 만큼 말 그대로 인간 중에 왕이라고 할 수 있었으며, 온 몸의 정혈이 응집되어 한 방울의 혈액이 일반인의 온 몸에서 끌어 모은 피보다 강했다.

수위가 인왕경에 도달하여 온 몸의 피와 살, 그리고 뼈와 근육이 전부 단련 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수선의 길을 밟을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위에 도달하면 신체의 모든 부분을 무기로 삼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육신을 가지게 된다.

영기와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엽운과 주먹을 맞댔을 때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진화성은 세세히 엽운의 경계를 살펴봤다.

분명 연기경 1중인 응기경이 확실하고, 이는 연기경의 가장 기초적인 경계임에도 이 만큼이나 강력한 진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주먹에 담긴 힘은 이미 연기경 4중의 제자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 네놈은 도대체 어디서 온 녀석이냐?”

진화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엽운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

“진 사형도 참, 고작 한 합 만에 징징거리다니, 그게 자포 제자의 풍채인 거야?”

진화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 같이 덤빈다. 반드시 저 놈을 죽여라.”

두 명의 흑포 제자들은 즉시 움직였고, 진화성과 합을 맞추어 엽운과 단진풍을 품 자 모양으로 애워 쌌다.

“이것 봐, 하루 종일 말만 하더니 갑자기 한 번에 덤비질 않나. 거기다 우릴 어찌나 업신 여기는지, 정말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거야?”

엽운은 어깨를 으쓱이며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보호 부적을 깨뜨려 도망쳐도 소용없다. 내가 이곳에서 나가면 어차피 넌 죽은 목숨이다.”

진화성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어디 한 번 얘기해봐. 어떻게 흑포 제자로 격하된 거야?”

진화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기이한 형상의 영기가 다시 한 번 나타났다.

“죽여라!”

목소리는 몹시 차가웠고, 마치 지옥의 깊은 곳에서 온 악마 같았다.

몸이 별안간 구름처럼 나부끼기 시작했다.

요상한 모양의 영기가 휙휙 거리며 마치 귀신이 곡하는 듯한 소리를 내자 곧 어두운 그림자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우리 천검종은 명문대파인데, 이런 곳에 그런 악마의 기술을 쓰다니, 흑포 제자로 강등 될 만 하군. 분명 이런 술법을 연구해서 그런 것이겠지.”

엽운은 눈에서 빛을 번쩍였다.

진화성이 이런 악마같은 술법을 시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공법과 선기는 모든 이들이 쓰는 것인데, 선과 악이 어찌 나뉘겠느냐. 오늘 네가 나의 귀영수라도에 죽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라 할 수 있다.”

진화성의 모습은 이미 허공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곧 귀신의 그림자로 변했다.

손에 쥔 영기는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어 몹시 구역질이 나는 모습이었다.

“치매망량이여, 파괴하라!”

엽운은 숨을 들이마시곤 번개를 번쩍이며 자영검을 꺼내들었다.

번개가 번쩍이더니 전기 뱀이 춤을 추었다.

맑은 하늘에 번개가 내려와 세상을 멸망시키는 신뇌가 되어 매섭게 대지를 두들겼다.

번개는 천도의 벌이며, 모든 악귀를 멸하기에 망령과 귀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번개의 힘이었다.

“쾅!”

거대한 폭음이 울리더니 대지 위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는데, 근방 십리 내에서도 그 진동이 느껴지며 사방이 흔들렸다.

신뇌멸세의 번개가 지나가자 층층겹겹의 영혼 그림자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연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이는 신우취왕을 도와 천겁을 막아내며 흡수한 번개의 힘이 번개의 영기가 된 후 처음으로 꺼낸 뇌운전광검 제 3식 신뇌멸세였다.

이 일격의 위력은 이미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만약 이 공격이 취봉의 꼭대기에 맞았다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뇌운전광검의 위력이었다.

게다가 제 3식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후세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기술일 뿐인데도 이렇게 강력한 위력이 있었다.

진정한 신뇌멸세였다면 그 위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진화성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조금 전 엽운이 내지른 신뇌는 그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것이며, 고작 연기경 1중의 제자가 놀랍게도 이같은 공격을 펼친 것이다.

참고로 귀영수라도는 오래 전 깊은 동굴에서 얻은 것으로, 비록 가치는 어떤지 몰라도 그 위력 만큼은 대단해, 일반적인 수사들은 이 무시무시한 귀영을 마주하는 순간 혼란과 공포에 빠져 수위의 2할은 날아가 실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엽운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뇌를 이용해 순식간에 귀영수라도를 깨끗이 없애버린 것이다.

진화성은 어둡게 변해버린 귀영수라도를 보며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입가가 조금씩 떨려왔다.

“넌 대체 어디서 온 놈이냐? 변방의 시골에서는 절대 이런 놈이 나올 수가 없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진 사형은 헛소리를 참 많이 하네.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뭐가 중요해. 얌전히 영패를 내놓은 다음 부적을 깨뜨려 시험에서 빠지면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아 맞다. 그리고 몸에 있는 영석이니, 보물이니, 단약이니 하는 것들은 전부 내놓고 가고.”

진화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곧 그의 흑색 도포가 터져나갔고, 키가 반촌은 커졌으며, 두 눈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자포 제자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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