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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59화 (159/227)

제 159 화 도겁

신뇌는 하늘에서 떨어져 신우취왕의 등을 매섭게 때렸다.

“쾅!”

천둥소리가 울리며 번개가 번쩍였다.

신우취왕의 등 깃털은 산산조각이 나 허공에서 흩날렸다.

하지만 신우취왕의 공격은 신뇌에도 멈추지 않았고, 여전한 기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는 엽운의 짐작을 조금 벗어난 일이었다.

신뇌멸세처럼 강한 기술이 신우취왕의 등 위에 떨어졌는데, 놀랍게도 그의 공격 궤도조차 바꿔놓지 못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두려운 기색은 없었다.

손에 쥔 자영검이 별안간 신우취왕의 머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그가 위로 뛰어올라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땡!”

자영검은 신우취왕의 정수리에 매섭게 적중했고, 청량한 소리를 내었다.

불똥이 튀는 것이 보였지만 결코 그의 머리를 뚫을 수는 없었다.

신우취왕은 잠시 저지를 당했지만, 계속해서 날아왔다.

저 정도 강한 육체를 가진 녀석이 부리와 발톱으로 공격해 온다면, 엽운의 육신이 아무리 강해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신우취왕의 공격이 엽운에게 적중하려는 순간, 엽운이 공중에서 잔영을 남기며 신우취왕의 공격을 피했다.

“신질봉우!”

이 영기에 다른 효과는 없었다.

그저 사용자의 신체를 민첩하게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따라서 연화시키기 몹시 쉬웠다.

엽운은 연기경 1중을 돌파할 무렵, 신질봉우도 같이 연화시킨 것이고, 조금의 시간도 들이지 않았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중품 영기의 보조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엽운의 속도는 족히 2할이 넘게 빨라졌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우취왕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엽운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신질봉우가 그의 속도를 올려준 순간은 정말 볼만한 광경이었다.

심지어 몸이 제비처럼 가벼워졌음을 느꼈고, 공중에서 조금의 막힘도 없이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엽운은 공중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각도로 몸을 틀었고, 자영검을 다시 불러들인 뒤 다시 내질렀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구름이 다시 한 번 응집되고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엽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제 3식 신뇌멸세를 날렸다.

3식 신뇌멸세는 융합시키기 몹시 쉬웠고, 구름 속으로 전부 들어가 번개 틈에서 세 가닥의 신뇌가 보였다.

엽운은 체내의 번개 영력이 사라져 다시 불러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미칠 듯이 기뻐했다.

무의식 중에 신뇌멸세를 한 단계 강화시켰음을 깨달았다.

세 개의 신뇌는 구름 속에 숨어 들었는데, 한 데 융합되어 더 강한 하나의 신뢰를 만들어 낸 것인지, 아니면 세 개의 신뇌가 연이어 공격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신우취왕은 자신의 일격이 빗나가자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고, 다시 몸을 돌려 엽운을 노려보았다.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다시 한 번 날아오르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그 즉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우!”

신우취왕은 나지막이 울부짖으며 구름을 보더니 다시 엽운을 보았다.

두 눈에서 충격이 스쳤고, 절망마저 느껴졌다.

엽운은 왜 신우취왕이 놀랐는지 궁금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곧 그의 얼굴에도 충격이 번졌다.

하늘 위에는 세 개의 신뇌를 머금은 구름이 떠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 구름은 몇 배가 커졌고, 방금 전 응집되었던 신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신뇌가 사라졌음에도 구름은 사라지긴 커녕 점점 더 육중해졌다.

구름은 먹처럼 새카맣게 변해서는 그 속의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소리를 내었다.

“이럴수가...?”

엽운은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구름 속에서 번개가 춤을 췄고, 천둥소리가 울려 펴졌다.

하지만 제 3식 신뇌멸세는 구름에 깨끗이 집어삼켜진 듯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쾅!”

바로 그때, 보라색 번개 한 줄기가 떨어져 신우취왕을 매섭게 때렸다.

신우취왕이 울부짖었다.

울음소리에서 분노와 비통함이 느껴졌다.

번개는 순식간에 내려와 정확히 그의 등에 떨어졌다.

“파앗!”

무수히 많은 깃털이 흩날리며 산산 조각나는 것이 보였다.

단 한 방의 번개로 신우천왕의 깃털이 전부 벗겨져 벌거벗은 몸이 드러났다.

이 신뇌의 위력은 엽운이 이전에 사용하던 신뇌멸세보다 적어도 10배는 강했다.

“이거야말로 진짜 신뇌멸세의 위력이지. 뇌운전광검 제 3식이 이런 위력이라면, 그거야말로 진짜 선기라고 할 수 있겠군.”

엽운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신뇌가 이정도 힘을 발휘하는 것은 처음 보았는데, 이미 그의 상상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이는 뇌운전광검의 3식이 가질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이것은 천도의 힘이자 법칙의 힘이다.

엽운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머리 위 저 구름은 신우취왕의 영혼을 빼앗는 천겁인 것이다.

그저 때가 되어 천겁이 어김없이 찾아온 것인지, 아니면 엽운이 날린 세 개의 신뇌멸세가 신우취왕의 죽음을 앞당기는 천겁을 불러일으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천겁을 처음으로 본 신우취왕은 구름 속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번개를 보고 곧 사나운 눈초리로 엽운을 노려봤다.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좀 전보다 훨씬 짙어졌다.

그 속에는 분노가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고, 무언가 분명하지 않은 감정도 있었다.

별안간 엽운은 신우취왕의 눈에서 인간의 감정을 본 것 같았다.

설마 첫번째 천겁을 막아내고 영지가 조금 오른 것인가?

“조금 재미있군.”

엽운은 뒷짐을 지고 서서 빙긋 웃었다.

이때, 여명홍과 단진풍의 부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비록 두 사람 다 어깨뼈가 부서지긴 했지만, 단약을 복용하고 나니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엽 사형, 신우취왕은 어떻게 된거죠?”

“명홍, 너는 대진제국에서 왔다는 녀석이 어쩜 보는 눈이 없느냐. 저 녀석은 분명 도겁을 당하고 있는거야. 저 놈이 아픈 틈을 타서 죽여 버리자고.”

엽운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이 천겁의 위력은 엄청나게 강해. 내 신뇌멸세의 열 배는 강하다고. 너희들의 몸에 닿게 되면 형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단진풍이 말했다.

“그냥 얘기해 본건데,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여명홍이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엽운은 두 사람을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기다려, 상황이 좀 나아지면 그때 기회를 보자. 설사 신우취왕이 천겁을 견뎌내더라도 분명 지금보다 많이 약해질테니까. 천겁을 이겨내면 영수로 진화하기 전에 잠깐 약해지는 시기가 있거든. 그리고 만약 녀석이 천겁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질테니, 끝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면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거야.”

“이 녀석 날이 갈수록 못되지는 걸? 말해봐. 머릿속에 뭐가 든거야?”

단진풍은 큰 소리로 깔깔 웃다가 상처를 건드렸고, 이내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마셨다.

여명홍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엽운을 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쾅!”

두번째 천겁이 떨어져 신우취왕의 몸을 매섭게 때렸다.

위력은 첫번째보다 더 강해 신우취왕을 돌산의 땅속으로 밀어 넣어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

천겁은 너무도 강력해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우!”

돌멩이가 마구 튀고, 구멍에서 신우취왕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아올랐다.

온 몸에는 깃털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전부 벗겨져 벌거벗은 모습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는 곧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신우취왕의 육신은 세 사람의 예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력했다.

심지어 엽운의 육신조차 그에게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엽운은 저 정도 위력의 천겁이라면 자신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 느꼈는데, 하물며 두 번의 천겁이라면, 그는 죽거나 적어도 중상을 입을 것이다.

“쾅!”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천겁이 다시 떨어져 내려왔다.

이번에는 팔뚝만한 굵기의 번개가 떨어졌는데,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은 산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힘은 확산되지 않았고 전부 신우취왕에게 떨어져 내려왔다.

“우지직!”

신우취왕의 강력한 육신에 균열이 생겼다.

곧 균열을 따라 피가 맺혀 마치 거미줄처럼 번지는 것이 보였다.

신우취왕은 고통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번개는 육신의 방어를 단박에 뚫어버렸다.

만약 번개가 한 번 더 떨어진다면 그의 몸은 부서지고 말 것이다.

세 사람은 수십 장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

팔뚝만한 굵기의 번개에 담긴 힘이 어찌나 강한지, 신우취왕에게 떨어지자마자 그의 방어를 뚫어버린 것이다.

“천겁이 두어 번 정도 더 내려온다면 신우취왕은 버티지 못하겠군.”

엽운이 나즈막히 말하며 눈에서 빛을 번쩍였다.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엽운, 준비해라. 저 녀석이 천겁을 버티지 못하게 되면 네가 가서 요핵을 가져와. 9급 정점에 선 요수의 요핵이라면 분명 값이 나갈거야.”

단진풍은 혼신이 피로 물든 신우취왕을 보며 기뻐했다.

“엽 사형, 조심하세요. 이 천겁은 너무 강력합니다.”

여명홍은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엽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때가 아니야. 천겁이 아직 너무 강하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이 자식, 맨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던 녀석이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담이 작아진거야. 참고로 천겁 아래에서는 모든 게 먼지가 된다고. 요핵도 마찬가지야.”

단진풍은 신우취왕을 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쾅!”

바로 그때, 천겁이 다시 떨어졌다.

번개의 위력은 전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보라색 번개는 이제 사람 다리만한 굵기가 되어 하늘을 가르며 신우취왕에게 떨어져 내려왔다.

전과 다른게 있다면 이번 번개는 아주 느리게 조금씩 떨어져 내려온다는 것이다.

번개가 조금씩 내려옴에 따라 굵기는 점점 굵어졌고 그 안에 담긴 위력도 더욱 강했다.

이것은 분명 천겁 중에서도 최강의 천겁일 것이다.

만약 신우취왕이 마지막 천겁을 견뎌내고 영수가 된다면, 그 영수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개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신우취왕은 절망적인 눈으로 번개를 바라보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천겁은 절대 막을 수 없고, 그가 버텨낼 수 있는 위력도 아니었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그의 귓가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송이, 내가 천겁을 이겨내도록 도와주면 널 주인으로 섬기며 네 명령에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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