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56화 (156/227)

제 156 화 앞질러 얻는 것은

엽운은 비웃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종응을 내려다보았다.

종응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지만, 조금의 힘도 남지 않았다.

뇌운전광검 제 3식 신뇌멸세는 온 몸을 뚫어 체내의 진기를 남김없이 소멸시켰다.

이 공격은 종응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목숨을 거의 앗아갈 뻔했다.

“너....뭘 하려는 거냐...”

종응은 가늘게 숨을 내쉬며 간신이 말을 꺼냈다.

엽운은 한 발로 그의 얼굴을 밟으며 말했다.

“뭘 하냐니? 네가 하는 짓을 따라하는 거지. 사람을 죽여 보물을 빼앗는 거 말이야.”

종응은 별안간 기운이 조금 돌아온 듯 고함을 질렀다.

“넌 날 죽일 수 없다. 네가 날 죽이면 귀찮게 될 거다. 내문 제자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될 거라고.”

엽운은 큰 소리로 웃었다.

발에 힘을 주어 종응의 얼굴을 짓밟았다.

“정말이야. 나는 내문의 양 사형의 사람이란 말이다. 나를 죽이면 양 사형께서 반드시 너희들은 전부 죽이실게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지.”

종응은 꽥꽥거리며 소리쳤다.

“양 사형? 그게 누군데?”

눈살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종응은 자신의 얼굴을 짓밟고 있던 발에서 힘이 조금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헐떡이며 대답했다.

“양 사형께서는 내문의 군자당의 상좌에 계신 분이지. 나는 군자당의 사람이고. 네가 나를 죽이면 군자당이 널 쫓아 죽일 것이다.”

“군자당은 또 뭔데? 그리고 그 양 사형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봐. 그럼 살려줄지도 몰라.”

가늘게 뜬 엽운의 눈에서 이상한 기색이 보였다.

“무영봉 전체의 내문 제자들은 매일같이 종문의 지도하에 수련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종문은 그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지. 평소에 그들은 자원, 그리고 임무의 포상을 제외하곤 내문 제자의 수련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문 제자들은 천천히 각자 조직을 이루곤 하는데, 크고 작은 조직이 족히 수십 개는 된다. 그중에서는 군자당, 일검맹, 그리고 청소조가 가장 강력하다. 그리고 군자당의 우두머리가 바로 양화용 사형이신데, 그의 수위는 이미 연기경 7중에 도달하여 그의 동문들조차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나를 죽이면 뒷일이 어찌 될지는 뻔하지.”

종응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듯 말했다.

혹시라도 대답이 늦는다면 엽운이 자신의 머리를 밟아 산산조각을 낼까 두려운 듯 했다.

“군자당, 일검맹, 청소조라, 조금 재미있네. 양화룡이라는 사람은 연기경 7중이라 했지. 엄청나게 높군.”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 양 사형의 수위는 이미 연기경 7충 진화경이고, 체내의 진기는 극한에 달해 머지않아 촉기경에 도달 하실거다. 젊은 세대 중에는 천재라 할 수 있는 분이며, 헤아릴 수 없을만큼 앞날이 창창하시지. 아, 아니면 내가 너를 군자당에 소개해주겠다. 네가 양 사형의 비호를 받게 되면 분명 무영봉에서는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못할거야.”

종응은 엽운의 마음에 틈이 생긴 것을 보고 조금씩 그를 구슬려 벗어나려 했다.

“연기경 7중이 그렇게나 강하구나. 경외가 느껴지는 걸.”

엽운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우리같은 사람들은 평생 연구를 거듭하여 연기경 7중에 도달하고 촉기경을 노려볼 수는 있겠지만, 양 사형처럼 스물 몇 살의 나이에 촉기에 가까워질 순 없을거다.”

종응은 엽운의 발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입을 벌려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우리 천검종에 모용무정 같은 절세의 천재가 한명 더 나왔다는 말이네.”

엽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용무정? 그게 누구냐?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이군. 네가 말하는 건 모용무흔이 아니냐? 모용무흔 역시 엄청난 천재이지. 고작 열일곱의 나이에 수위가 벌써 연기경 5중에 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 사형과 비교하자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지.”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종응은 곧 시큰둥하게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응은 천천히 회복되었지만, 체내의 진기는 여전히 조금도 남지 않았다.

보호 부적을 깨뜨려 도망치려 해도 역부족이었다.

엽운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모용무정도 모르면서 감히 구슬리려 하다니.

그런데 모용무흔은, 그 짧은 시간에 연기경 5중에 달하다니, 정말 놀랍다.

엽운은 줄곧 수련 속도가 몹시 빠르다 생각했다.

연체경 3중에서 연기경 1중까지, 다 해봐야 고작 몇 개월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그는 분명 이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일 것이다.

하지만, 모용무훈은 그 짧은 몇 개월 동안 연체경의 수위에서 단박에 연기경 5중으로 올라선 것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런 속도라면 몇 개월 뒤 그의 수위는 이미 연기경 7중에 달할 것이다.

17세의 나이에 연기경 7중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일검맹과 청소조는 어느 정도지?”

엽운은 쭈그리고 앉아 웃으며 물었다.

“일검맹의 우두머리는 검무쌍 이라고 하는 분이다. 그는 천지의 검 중 오직 그의 검만이 진짜 검이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나머지는 다 쓰레기라고 말하지. 그리고 이 세계에 검이 한 자루 있다면 그건 그의 검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그는 일검맹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청소조는 한 달 전에 갑자기 생겨났는데, 빠르게 성장해 군자당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게 됐지. 따라서 지금 청소조의 순위는 3위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종응이 천천히 대답했다.

엽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청소조의 대장은 누군데?”

“잘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여자라는데, 그런데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그 여자의 수위는 몹시 높아 양 사형과 싸워도 거의 서른....서른 합 정도는 버틸 수 있을 만큼 비범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종응은 재빨리 대답하다 조금 머뭇거렸다.

“여자였군.”

엽운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문의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로웠다.

이제 외문을 떠나 내문에 갈 때가 된 것 같았다.

“엽운, 만약 너희 셋이 원한다면 내가 양 사형을 소개해주마. 무영봉 제일의 조직인 군자당에 가입하면 훗날 무영봉에서는 아무도 너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될거야.”

종응은 마침내 기운을 좀 차린 듯 했다.

비록 진기는 여전히 쓸 수 없었지만, 몸을 일으킬 수는 있었다.

엽운은 그를 한 번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엽운 사제, 너희 세 사람은 모두 훌륭한 재능을 갖췄다. 내가 너희를 추천한다면 양 사형 께서는 분명 너희 셋을 심복으로 삼아 양성하실 것이다.”

종응이 일어나 비틀거리며 엽운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래?”

“물론이다!”

엽운은 왼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한 번 쳤다.

“퍽!”

별안간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곧 종응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멀리 날아가 땅 위로 거세게 떨어졌다.

“내가 일어나도 된다고 했던가?”

엽운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다시 종응의 얼굴을 짓밟았다.

“넌 날 죽일 수 없어. 죽일 수 없다고. 양 사형께서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으실거야. 정말이다. 정말 귀찮은 일이 생길거야.”

종응이 고함을 질렀다.

“양 사형이라, 난 양보다는 음이 좋은데. 편히 가거라.”

엽운은 냉소하며 종응을 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다.

진기가 발바닥에서 나와 순식간에 종응의 머릿속으로 들어갔고, 그의 영혼을 소멸시켰다.

연기경 4중의 종응은 엽운의 발에 밟혀 죽었다.

그 모든 영광마저 지금 이 순간에 연기가 되어 허무하게 사라졌다.

손을 들자 종응의 손에 끼워진 저물 반지가 그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진기를 주입해 마지막 금제를 깨뜨리자 종응이 지금껏 숨겨왔던 물건들이 전부 엽운의 눈 앞에 나타났다.

다른 쪽에서는 단진풍과 여명홍이 다가오고 있었다.

엽운을 보는 그들의 두 눈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 뭘 멍하니 있어? 저 두 녀석의 물건을 거두지 않고 뭐하는 거야.”

멍하니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안이 벙벙해져 서 있던 두 사람은 곧 정신을 되찾고 큰 소리로 웃었다.

곧 그들은 진충과 진천의 시체를 향해 달려갔다.

잠깐 사이 세 사람의 보물이 전부 꺼내졌고, 눈앞에 작은 산더미처럼 보물이 쌓였다.

“이 세 놈들 가진 게 진짜 많네요. 이 정도 자원이라면 저는 족히 몇 년 동안 수련할 수 있겠어요.”

여명홍의 눈이 별처럼 빛났고, 그의 목소리에서는 감출 수 없는 탐욕이 느껴졌다.

단진풍은 미간을 찌푸리며 엽운을 바라봤다.

엽운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계속해서 눈앞의 물건들을 살펴봤다.

“영패다! 역시 영패가 있군. 이 녀석들 이미 누군가를 털었나 보군.”

단진풍은 별안간 연한 푸른색의 영패 하나를 발견했다.

영패 위에는 금색의 글자가 쓰여 있었는데, 보호 부적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도 있네요.”

이어서 여명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충에게서 파란 영패 하나를 찾아냈다.

“어, 이게 그 영패인가?”

엽운은 시선을 옮겨 앞의 작은 산더미에서 7장의 영패를 꺼냈다.

정원이 총 30명인데, 종응의 일행은 이미 9개의 영패를 가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는데요.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할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여명홍은 기뻐했다.

3명에게 9개의 영패가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종응과 진화성은 영패를 얻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우리가 뭐하러 다른 녀석들과 겨루겠어? 우선은 신우취왕을 먼저 죽이고 진화성 일행도 죽여 버리자고.”

단진풍은 헤헤 소리를 내며 냉소했다.

그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그럼 당장 이 물건들은 다 어떻게 하죠?”

여명홍은 눈앞에 잔뜩 쌓인 수련 자원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종응 일행에게서 꺼낸 물건들은 몹시 난잡했는데, 영석, 단약, 약초 등 수도 없이 많았고,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도 할 수 없었다.

엽운은 영석이나 단약 따위는 부족하지 않았고, 약초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눈앞에 산처럼 쌓인 자원에 그는 조금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 온기단은 내가 가질게. 나머지는 너희들끼리 나눠가져.”

엽운은 옥으로 만들어진 작은 병 하나를 아무렇게나 집어들었는데, 그 안에는 3알의 온기단이 들어 있었다.

이 물건들 중 그 무엇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온기단 마저 그저 재미로 가져갈 뿐이었는데, 그에게는 더 좋은 품질의 온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단 수사 화운이 만든 온기단의 품질은 눈앞의 온기단 보다 훨씬 뛰어났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서로를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자원이 있는데, 엽운 녀석은 원치 않는다고?

도대체 뭘 원하는거지?

“신경쓰지 말자. 저 녀석이 싫다면 우리끼리 나눠가져야지. 내가 셋을 세면 같이 집는거야. 먼저 손에 집는 사람이 가져가는거다.”

단진풍은 큰 소리로 웃더니 고개를 돌려 여명홍에게 말했다.

여명홍은 어리둥절했다.

곧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좋겠네요, 재미도 있고. 단 사형께서 숫자를 세주시지요.”

단진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센다!”

“하나...셋!”

단진풍은 하나만 외치더니 둘을 건너뛰고 곧 바로 셋을 외쳤다.

먹이를 쫓는 맹견처럼 자원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둘을 셀때까지 기다리던 여명홍은 별안간 그가 셋을 외치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이어서 단진풍이 자원 더미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단 사형, 너무하십니다!”

여명홍이 고함을 치며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한 웅큼을 집어들었고, 온갖 물건이 날아다녔다.

엽운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