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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54화 (154/227)

제 154 화 단칼에 섬멸하다

단진풍과 여명홍의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떫떠름한 목소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곧 기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엽운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보였다.

“엽운, 연기경에 오른거야?”

단진풍은 몸을 피하며 급하게 물었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도 벌써 성공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뒤쳐진거야?”

단진풍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웃으며 엽운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그럼 됐다. 우리 세 형제가 이 얼간이들을 쫓아버리자고.”

“그냥 내보내는 건 너무 관대한 거 아닌가 싶은데.”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종응은 싸늘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다 웃었느냐? 다 웃었으면 죽을 준비나 해라.”

손을 한 번 휘두르자 네 명이 천천히 세 사람을 둘러쌌다.

엽운은 종응을 보며 말했다.

“기다려.”

“이제 와서 기다리라고? 지금에서야 두려움을 깨달은 것이냐? 방금 전까지 신나게 웃지 않았느냐? 이미 늦었다!”

종응이 냉소했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정말 우리랑 잘 얘기해 볼 생각은 없는 거야?”

종응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뭔 생각? 뭘 얘기해 본다는 거냐? 보물을 전부 내놓고 스스로 한 쪽 팔을 자르는 걸로 이 일은 끝내도록 하지.”

엽운은 손뼉을 치고 웃으며 말했다.

“종 사형은 역시 뭘 좀 아시는군. 그럼 그렇게 하지. 가진 보물을 다 내놓고 팔을 하나 자르는 걸로 끝내는 걸로.”

종응은 얼떨떨해하며 말했다.

“좋다.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 준걸이지. 네 놈은 제법 독하구나. 널 다시 보게 되었다.”

엽운은 빙긋 웃더니 뒷짐을 지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지? 또 뭐가 미련이 남나? 아직도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은건가? 내가 단언컨데, 취봉을 떠나는 걸로 이 일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종응은 미간을 찌푸리며 냉랭하게 말했다.

엽운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종응 사형, 분명 확실히 얘기했잖아? 보물을 다 내놓고 팔을 하나 자르면 놓아준다니까. 이해 못 한거야? 분명 자기 입으로 얘기했잖아?”

순간 멍해진 종응은 곧 크게 분노하였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고 싶은 게로구나!”

그는 엽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갓 연기경 1중에 오른 제자가 감히 이렇게 비아냥댄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엽운은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연기경 4중의 수위의 흑포 제자인 종 사형이 이랬다저랬다 말이나 바꾸고 그럴 줄은 몰랐네. 내가 당신을 잘못 본 모양이야.”

“죽어라!”

종응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손에서 빛을 번쩍였다.

빛은 주먹이 되어 엽운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일격에 담긴 힘은 좀 전에 단진풍이 피했던 손바닥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 주먹은 종응의 분노가 담겨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엽운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발짝 다가서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주먹을 뻗었다.

이는 연기경에 오른 뒤 처음으로 날린 공격이었다.

진기가 솟구쳤고, 맹렬한 기세가 요동쳤다.

“쾅!”

두 주먹이 거세게 부딪혔고, 기력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폭발했다.

종응은 거대한 힘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난 뒤 바라보았다.

엽운이 그 자리에 꿈쩍도 않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럴 수가..”

종응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좀 전에 날린 주먹의 위력은 자신이 분명 잘 알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쉽게 막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연기경 3중 후기의 수위를 가진 진충 사제조차 이 주먹에 맞는다면 중상을 입을 터였다.

“이게 연기경 4중의 힘인가? 아무래도 너무 실망스러운 걸.”

엽운은 냉소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종응의 입가가 두어 번 씰룩거렸다.

곧 그가 호통쳤다.

“진충, 진천, 너희들도 함께 싸우거라. 이 놈을 죽여라.”

단진풍과 여명홍은 그의 말을 듣고 즉시 두 사람을 막기 위해 한 걸음 다가왔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두 사람을 막았다.

“너희 둘 다 다쳤잖아. 몸조리나 잘 하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

엽운은 마치 연기경의 흑포 제자가 아닌 연체경 초기의 잡역 제자 네 명을 상대하기라도 하는 듯 부드럽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나 바닥에 앉았고, 네 사람을 무시했다.

종응과 일행은 어안이 벙벙했다.

엽운이 저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를 완벽히 무시한 것이다.

순간, 네 사람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정말 건방지구나. 고작 신입 제자들 따위가 이 정도로 날뛴다는 말이냐? 말도 안 되는군.”

진충은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 몇년 간, 저희는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적지 않게 만났지요. 하지만 정작 우뚝 솟을 수 있는 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중 이 엽운이라는 녀석도 포함되겠군요.”

“이렇게 된 이상, 저 녀석의 최후는 결정 됐다. 취봉에서 도망치더라도 반드시 죽여버릴테다.”

종응은 마치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올라온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그들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네 놈들은 매번 헛소리가 그렇게 긴거야? 하루 종일 말하고 앉아있군. 안 덤빌 생각인가? 들어와. 한꺼번에 덤벼라.”

엽운이 뒷짐을 졌다.

그의 옷자락은 산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소리를 내었고, 마치 태고의 신병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종응을 포함한 네 사람은 할 말이 더 이상 없었다.

그들은 이토록 오만방자한 외문 제자는 살면서 본 적도 없었다.

도대체 눈앞의 이 연기경 1중의 애송이가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죽여라!”

종응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순간 진천과 다른 한명의 흑포 제자가 뛰어올랐고, 영기를 휘두르며 빛을 번쩍였다.

엽운이 싸늘하게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오른손을 뒤집자 보라색 빛이 나타나 일렁이는 물결을 만들어 냈다.

“뇌운초현!”

나즈막이 소리치자, 물결처럼 일렁이던 빛이 번개를 뿜었고,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쾅!”

진천과 두 사람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뇌운이 폭발했고 한줄기의 번개가 하늘에서 춤을 추며 굉음을 냈다.

이윽고 거대한 번개의 뱀이 되어 빛을 토해내며 진천과 두 사람에게 날아갔다.

번개가 잠시 멈추었고, 곧이어 모든 것을 관통하여 두 사람을 완벽히 가두었다.

“지지직!”

번개가 마구 쏘아졌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기가 사그라들고 천둥소리가 잦아들자 진천과 흑포 제자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기세가 점점 줄어들더니 곧 생기가 사라졌다.

일검, 단 일격만으로 엽운은 연기경 3중의 진천과 다른 한 명의 흑포 제자에게 금방이라도 죽을 만한 중상을 입혔다.

“한꺼번에 덤비라니까, 듣지를 않는군.”

엽운은 손을 살짝 털어 보라색 빛을 물 흐르듯 거두었다.

종응과 진천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사실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앞의 연기경 1중의 애송이는 놀랍게도 단 일격만에 연기경 3중의 진천과 다른 한 명의 흑포 제자를 쓰러뜨렸다.

참고로 연기경의 경계는 7중으로 구분 되는데, 1중부터 2중 까지는 사실상 진기를 견고히 다져 힘을 모으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1중은 연기를 응결시키는 것인데, 진기를 만들어 내야만 연기경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2중은 마찬가지로 연기를 계속해서 응결시키는 과정인데, 진기가 전부 모이고 나면 천팔맥을 뚫어 소위 말하는 주천경이 되는 것이고, 이것이 연기경의 기초이자 근본이다.

하지만 연기경이 3중에 이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진기를 밖으로 방출하여 온갖 형상을 만들어내 공방을 펼칠 수 있게 되고, 흉악한 위력을 자랑하는데, 이야말로 연기경의 진짜 힘이다.

연기경 3중인 화형경에 도달해야만 연기경이 자리를 잡아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경 3중 화형경의 진천이 단 일격에 거의 죽음에 이른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종응과 진충은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천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너희 둘 차례야. 한꺼번에 덤빌래, 아니면 따로 덤빌래?”

엽운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서 있고, 자영검은 머리 위에 뜬 채 조금씩 흔들리며 보라색 빛을 흩날렸는데, 몹시 아름다웠다.

“건방진 녀석!”

종응은 굳어진 얼굴로 한 발짝 다가갔다.

순간, 그의 온 몸에서 은은한 핏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마치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생긴 영기가 손바닥에서 떠올랐다.

“이 대붕횡공의 일격을 받아낼 수 있다면, 널 놓아주마.”

종응이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방금 엽운의 일격이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대붕? 그게 붕새라고? 무슨 까치인 줄 알았네. 정말 못생겼군.”

엽운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종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손바닥을 살짝 마주치자 독수리처럼 생긴 영기가 날아올라 공중에서 터졌고, 한 마리 핏빛 붕새가 되어 울부짖었다.

“쉬익!”

핏빛 붕새는 날개를 한 번 흔들더니 이내 하늘의 절반을 가리며 날아왔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붕새는 엽운에게 엄청난 압력을 주었고, 순식간에 아무것도 꿰뚫어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마음속에 자리한 압력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보라색 빛이 다시 한 번 흐르기 시작했다.

손을 움켜쥐자 한 줄기 빛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고, 곧이어 소리를 내며 터져 무수히 많은 점이 되었다.

“뇌운전광검 제 2식, 뇌정만곡!”

나즈막이 소리치며 손에 쥔 자영검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하늘을 가득 메운 빛이 보라색 번개로 변해 떨어져 핏빛 붕새를 향해 날아갔다.

“펑 펑 펑!”

빽빽한 보라색 번개가 매섭게 붕새를 때렸고, 무수히 많은 빛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붕새를 시커멓게 만들었다.

엽운은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손에 쥐어진 자영검이 조금씩 떨려왔고, 곧 보라색 빛 속에서 신검이 튀어나와 핏빛 붕새의 머리에 적중했다.

“푸욱!”

작은 소리가 들리며 대붕의 머리가 터지자 수백 개의 핏빛이 사방을 향해 튀었다.

“터져라!”

엽운이 나즈막이 소리치자 무수히 많은 번개가 다시 떨어져 내려왔다.

번개 하나하나가 전부 붕새의 몸속으로 떨어졌고, 별안간 폭발하여 붕새를 조각내버렸다.

“파앗!”

맑은 소리가 울리더니 독수리처럼 생긴 영기가 새카맣게 변해 땅에 떨어지며 소리를 내었다.

“종 사형, 수위가 그저 그런걸!”

자영검을 쥐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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