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52화 (152/227)

제 152 화 흑포와의 대결

“다들 저보다 사형이신데, 이렇게 약한 자를 괴롭히는 건 영 도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사형들 가운데 한 명을 골라서 싸우고 패배한 사람을 탈락시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종응 사형은 어찌 생각하지는지요?”

단진풍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하룻강아지 세 마리가 감히 조건을 내걸다니.”

단진풍은 냉소하며 비웃기 시작했다.

“당당하신 흑포 제자께서 나 같은 신입 외문 제자와 싸우는 것을 겁내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정말 창피하겠는데.”

단진풍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 사형, 이 녀석 아무래도 너무 날뛰는군요. 제가 죽이겠습니다.”

단진풍의 왼편에 서 있던 흑포 제자 한명이 소리쳤다.

“이쪽 사형께서는 이름이 어찌 되시는지? 정말 화끈하시네요. 자자, 어디 붙어봅시다. 지는 사람은 탈락입니다.”

단진풍은 몸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다 이 자식아. 내 이름은 정면이다. 연기경 2중의 수위를 가지고 있으니 네놈이 우러러보기 충분하지.”

흑포 제자가 한 걸음 다가오며 거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단진풍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연기경 2중이라, 과연 저의 선망을 받기 충분하시네. 좀 이따 내가 정면 사형께 용서를 구해야겠는 걸”

“그래도 눈치는 빠르구나. 지금 당장 부적을 부수고 꺼져라.”

정면은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단진풍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부적을 깨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정 사형께서 저를 보기 싫으시면 본인이 부적을 깨고 먼저 나가시지요.”

순간 어리둥절해진 정면은 곧 크게 노하였다.

“죽고 싶구나!”

빛이 번쩍이며 정면의 주먹이 날아왔다.

진기가 응결되어 실체를 이루며 곧장 날아왔다.

단진풍은 콧방귀를 한 번 뀌곤 손을 들어 반호를 그리며 그의 주먹을 가볍게 막아냈다.

정면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매서운 주먹이 고작 황포를 입은 신입 제자에게 가볍게 막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게 연기경 2중의 실력입니까? 실망스럽네요.”

단진풍은 조롱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냉소했다.

초승달처럼 생긴 영기 하나가 정면의 손에 불쑥 튀어 나왔다.

“멈춰라!”

정면이 공격하려는 찰나, 종응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종 사형, 이 놈을 죽이지 않으면 제 마음 속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면이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종응은 싸늘하게 그를 보며 말했다.

“너는 저 녀석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일곱 명이 한 번에 공격해 빠르게 해결하고, 정상에 올라 신우취왕을 만나도록 한다.”

정면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이 놈은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가만히 계십시오. 신우취왕을 죽일 힘을 비축해 두어야지요.”

“신우취왕은 오늘 밤이면 영수가 될 것인데, 진화할 때는 세 시진 동안 허약해지지. 우리는 그때 녀석을 죽이면 된다. 지금은 시간 끌지 말고 서두르는 게 우선이다.”

종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머지 여섯 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세 사람을 애워쌌다.

단진풍이 보니 7명 중 두 사람의 수위는 꿰뚫어 볼 수 없었는데, 분명 연기경 3중의 수위일 것이다.

두 명은 연기경 3중이고, 다섯 명은 연기경 2중이다.

그 정도 실력은 지금의 그로써는 당해낼 수 없다.

단진풍의 성격은 늘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고, 한 마디라도 말이 맞지 않으면 곧장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의 의도대로 끌려다니는 것은 엽운과 여명홍이 최대한 빨리 수위를 돌파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었다.

엽운이 연기경을 돌파하기만 하면 종응을 포함한 여덟 명을 혼자서 때려눕힐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일곱 명의 흑포 제자들은 천천히 압박해왔다.

앉아있는 엽운과 여명홍을 뛰어넘어 단진풍을 향해 다가왔다.

바닥에 있는 두 연체경 제자의 수위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모두 연체경 7중이었다.

그들 중 경계가 가장 떨어지는 이 조차 연기경 2중이니, 두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뭉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진풍은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손에서 빛을 번쩍였다.

대일과 우명의 장갑이 손에서 튀어나왔고, 동시에 온통 새카만 창 하나도 튀어나왔다.

창끝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

중품영기, 파일창이다!

파일창이 손에서 살짝 떨려오자 순식간에 검은 빛이 번쩍였다.

창끝에서 빛이 쏘아져 지면에 구멍을 냈다.

파일장은 어제 얻은 물건인데, 보통의 경우 하루 만에 이를 연화시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억척스럽게도 하루만에 파일창을 연화하여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

“파일창? 맞다, 너희 세 놈들은 좀 전에 종문의 임무에서 돌아온 녀석들이었지. 가지고 있는 보물을 죄다 내놓는다면 오늘은 그냥 보내주겠다.”

종응은 새카만 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진풍은 큰 소리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종응, 당신 대가리에 물이 찬 거 아니야? 보물을 내놓으면 그냥 보내준다고? 우리가 지금 여기서 떠날 생각이라면 그냥 보호 부적을 깨뜨리면 되는데, 뭐 하러 보물을 내놓겠어?”

“지금 내놓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나가서 네놈들을 하나하나 죽일테다.”

종응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자신보다 3 경계 아래인 단진풍을 마주한 눈에는 비웃음이 서려있었다.

“그럼 일단 약한 놈부터 한 대 쳐야지. 안그럼 내가 죽는다잖아.”

단진풍은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손에 쥔 파일창에서 새카만 빛이 나와 칼날을 이루며 맨 뒤에 서 있던 제자에게 날아갔다.

흑포 제자는 자신을 먼저 공격해 올 줄은 몰랐고, 잠시 넋을 놓았다.

검은 빛이 번쩍이며 가슴을 찔렀다.

그는 조금도 반응할 수 없었고, 곧장 단진풍의 창에 맞았다.

곧 가슴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고 격렬한 고통이 밀려와 견딜 수가 없었다.

단진풍은 반대편 창끝으로 땅을 내려찍어 그를 허공에 띄어 두 발로 가볍게 흑포 제자의 가슴에 난 상처를 걷어찼다.

곧이어 손바닥으로 밀어내어 수 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는 땅에 거세게 떨어졌고, 더 이상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종응 역시 단진풍이 먼저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 공격은 놀라울 정도로 매섭고 간결했다.

그가 공격을 알아차렸을 때 흑포 제자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고, 어쩌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저 놈을 죽여라!”

종응은 화를 참을 수 없는 듯 눈에서 불을 뿜으며 호통쳤다.

여섯 명의 흑포 제자들은 손에서 빛을 번쩍이며 진기를 발사했다.

진기는 실체를 이루었다.

여러 공격이 사방팔방에서 날아와 금방이라도 단진풍을 죽일 듯 했다.

단진풍은 연기경을 돌파하긴 했지만 아직 완벽히 다지지는 못했기에 여섯 명의 흑포 제자들이 함께 공격해 오는 것은 당해낼 수 없었다.

순간 손에 쥔 파일창이 요동쳤고, 한 가닥 한 가닥의 진기가 창의 날을 따라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실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여섯 명을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단진풍의 몸이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공격에 맞을 뻔했다.

“단 사형, 당황하지 마세오. 제가 돕겠습니다.”

단진풍이 더 이상 공격을 버터지 못하게 되었을 무렵, 여명홍의 목소리가 옆쪽에서 들려왔다.

앉아있던 그는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일렁이는 산바람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바람을 타고 연처럼 날아왔다.

빛이 번쩍이며 소현무의 방패가 두 사람을 감쌌다.

“우지직!”

소현무의 방패에 또 하나의 금이 생겼다.

여명홍은 단진풍을 감싸고 다급히 후퇴했다.

공격을 피하는 사이에도 단진풍이 기습을 날려 그들 중 두 사람의 어깨를 꿰뚫었다.

소현무의 방패는 연기경 3중 이하의 공격을 막을 수 있지만, 흑포 제자들 중에는 연기경 3중만 두 명이나 있었다.

게다가 6명이 힘을 합쳤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어 소현무의 방패로는 도무지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명홍은 단진풍을 도와 공격 한 번을 막고 바로 방패를 거두었으며, 그 순간 몸을 피해 엽운의 앞에 떨어졌다.

“명홍, 너도 연기경을 돌파했구나.”

단진풍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목소리에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여명홍은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경은 수많은 외문 제자들이 바라는 것이고, 상당수의 제자들은 일생 동안 이를 돌파하지 못했다.

그런데 여명홍 이제 고작 열여섯 살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진기를 만들어내 연기경에 도달했으니, 천검종 전체에서도 재능이 몹시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기경 1중의 햇병아리 두 놈이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방금 전 그 거북이 등껍질처럼 생긴 영기는 제법 좋은 물건인가보군. 이리 내놓거라.”

종응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엽운의 앞에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서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물을 내놓으면 보내주겠다. 물론 나중에 너희를 쫓지도 않겠다.”

종응이 한 발짝 다가오며 말을 이어갔다.

“종응 당신 매번 이런 식이야? 수련을 그렇게 오래했는데, 죄다 주둥이만 수련했나보네. 우리가 영기를 넘겨줄 인간들로 보이나? 정말이지 멍청이한데는 약도 없다더니.”

단진풍은 냉소하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럼 죽어라!”

종응은 부아가 치밀어 크게 화를 내며 손을 들어올렸다.

한 줄기 빛이 빠른 속도로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빛은 공중에서 터져 수천 개의 검은 선이 되고, 곧장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여명홍은 한 걸음 내딛으며 이미 두 줄의 금이 간 소현무의 방패를 다시 꺼내어 세 사람을 보호했다.

수천 개의 검은 선이 날아와 소현무의 방패를 매섭게 때렸다.

“우지직!”

소현무의 방패에서 맑은 소리가 나고, 곧 방패가 온통 새카맣게 변하며 더 이상 영기가 흐르지 않게 되어 하마터면 부서질 뻔했다.

여명홍은 마음이 아픈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저 놈들을 죽여라. 만약 저들이 도망간다면 훗날 다시 찾아서 죽여라. 일단, 저기 앉아있는 녀석부터 죽이거라.”

종응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여섯 명의 흑포 제자들은 바짝 다가와 손에서 빛을 번쩍였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고개를 돌려 엽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곤 웃음을 지었다.

“명홍, 두렵나? 보호 부적을 깨뜨려 먼저 돌아가는 거 어때?”

“단 사형도 참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떠나려거든 함께 떠나고 남으려거든 함께 남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어찌 종응과 저들이 저희를 내쫓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여명홍은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손에서 빛을 번쩍이며 추월참혼도를 꺼냈다.

“하하, 말 잘했다. 그럴 수는 없지!”

단진풍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의 몸에서 진기가 흐르며 드높은 기세를 뿜었고, 파일창이 햇빛에 비쳐 날카로운 한기를 반짝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