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48화 (148/227)

제 148 화 내문 시험

“깜짝이야,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치열한 줄 알았잖아.”

“대 장로님이 우릴 놀래키셨군, 보호 부적이 있다면야 뭐, 서로 동문인 사형제들 끼리 부적을 깰 시간은 주겠지.”

“그러니까 말이야. 동문 사형제들끼리 원수마냥 다짜고짜 죽여가면서 까지 순위에 들려 하진 않을테니 안전히 돌아올 수 있겠군.”

“대 장로님도 참 점점 장난기가 심해진단 말이야. 깜짝 놀라서 심장이 콩닥거린다고.”

자격 쟁탈전에 참가한 제자들 대부분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졌고 서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 머저리들. 저 따위 마음가짐과 수위로 감히 내문 제자 자격 시험에 참가할 수 있다 생각하다니.”

“진 사형,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둔한 녀석들. 정말 취봉 안에서 우리가 동문의 정 따위를 생각할거라 믿느냐? 내문 자격 시험의 참가 자격 정원이 30명이나 되는 것 같아보여도, 백 명이 넘게 참가를 하는데 이게 얼마나 진귀한 기회겠느냐. 그때가 되면 영패 하나를 위해서 상대를 죽이는 것쯤은 흔히 있는 일이다. 동문의 정 따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니 우습기 짝이 없군. 분명 다들 외지인을 상대하듯 매섭게 공격해 올 것이다.”

진화성은 한숨 돌린 외문 제자들을 보며 냉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종문에서 보호 부적을 하나 준다고 하니, 너무 욕심내지만 않으면 취봉을 떠날 시간이 충분히 있지 않겠습니까.”

“정녕 자기가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어찌 쉽게 물러나겠냐? 수위와 심경이 부족한 녀석들에게라면 보호 부적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진화성은 조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쪽에서는 종응과 몇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숙덕거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변경 된 시합의 규칙에 모두 자신만만해졌고, 순조롭게 취봉에서 영패를 탈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하는 이들은 당연히 적을수록 좋겠지.”

“맞아. 30개의 영패면 30명이 자격을 얻는 것인데, 내문 제자 시험을 볼 때는 누가 걸림돌이 될지 몰라. 그러니까 최종 시험에 참가하는 사람이 적을수록 우리한텐 유리해.”

“그렇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시험에 떨어져도 다른 놈들도 기회가 없을거야.”

종응과 몇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지도 모르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입가에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문 제자라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

종응 일행의 작전은 30명의 정원을 최대한 제압하여 적게 만드는 것이었다.

취봉에 들어간 뒤 마구 잡이로 공격해 영패를 빼앗고, 30개의 영패가 모두 손에 들어오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이렇게 되면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하는 것은 그들 일행 몇 명이 고작일 것이다.

엽운은 어떤 생각도 없었다.

그의 눈은 이미 외문 제자의 수준을 한참 벗어났다.

내문 제자라 해도 별 것 아니었다.

양청봉이 내문 제자이며 그가 연기경 6중 진강경의 수위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했다.

종응과 진화성과 비교하자면 한참 강했다.

그러나 그래봤자 한 명의 내문 제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연기경의 수위는 이미 아무 것도 아니다.

아직 연기경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선마지심의 전 주인의 수위가 금단경을 한참 뛰어넘었고 적어도 원영경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무영봉에서 촉기경 6중의 소호를 만났고, 엄청난 위압을 느꼈지만 그마저도 엽운을 굴복 시킬 수는 없었다.

심지어 금단경 수사인 화운을 만났는데, 심지어 금단 수사 중에서도 대성을 이룬 수사였다.

비록 엽운이 만났을 당시 새로운 몸을 얻은 지 얼마 안되어 고작 연체경의 수위밖에는 안 됐지만 그래도 결국 금단 수사는 금단 수사인 만큼 경계에 대한 이해는 남아 있었다.

촉기경, 금단경, 더 나아가 원영경까지, 이 모든 경계를 두 눈으로 보았는데, 지금 눈앞의 이 외문 제자들이 어찌 그의 마음을 흔들 수 있겠는가?

“엽 사형, 무슨 생각 하십니까?”

여명홍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무것도 아니다. 취봉에서의 싸움을 조심 하거라.”

엽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형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공격형 선기를 하나 골랐어요. 거기다 전에 얻은 방어 선기와 소현무의 방패도 있고, 추월참혼도까지 얻었으니 저 녀석들이 저를 죽이려 해도 충분히 해볼만 할 겁니다.”

여명홍은 몸을 살짝 굽혔다.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여명홍은 엽운보다 한 살 정도가 어린데, 대묘에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어른스럽고 얌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화운비장에서 나온 뒤로 그의 성격은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다소 오만해지기까지 했다.

여명홍이 몸을 빼앗긴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지금의 모습은 피가 들끓는 소년의 충동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오랜 시간 마음 깊은 곳에 억눌려있던 본성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여명홍이 어떻게 변했던 엽운에게는 아직까지 공송한 태도를 보이니, 여전히 엽운의 사제였다.

“엽운, 봐봐. 저 녀석 최근 들어 점점 건방지게 변하고 있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달까.”

단진풍이 한 걸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예전의 너 같다고? 수십 일 전의 네가 아니라?”

엽운은 똑같이 웃었다.

단진풍과는 날이 갈수록 죽이 잘 맞았다.

같이 무언가를 할 때 서로의 감정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도 없었으며, 두 사람은 천천히 호흡을 맞춰갔다.

“여사제가 예전의 내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 같군. 나는 저 녀석의 겸손한 품성이 전염된 것 같고.”

단진풍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벌렸다.

“단 사형,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사형의 예전 모습이야말로 진짜 남자다운 모습이라 생각할 뿐 이라구요.”

여명홍은 얼굴을 붉히고 웅얼거리며 말했다.

단진풍은 큰 소리로 하하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그냥 장난치는 거야. 됐고, 취봉에 들어가서 저 머저리들에게 우리 세 형제가 보여주는 거다. 우릴 건드리면 어떤 참혹한 꼴이 되는지 말이야.”

“단 사형, 옛날 성격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뜻밖에도 여명홍이 농담을 했다.

세 사람은 연거푸 큰 소리로 웃었다.

취봉은 천촉봉 뒷산의 요수골에서 가장 깊은 곳이다.

그곳은 7급에서 8급 요수들이 판을 치며, 9급 요수들도 가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취봉의 왕은 다름 아닌 독취왕이었다.

독취왕의 진짜 이름은 신우취왕인데, 30년 전 어째서인지 정수리에 난 한 가닥 깃털이 떨어졌고 그 후로 털이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천검종의 제자들은 대머리 독수리라는 의미의 독취왕이라는 이름을 지어 놀리곤 하였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현재 신우취왕은 이미 9급의 정점에 도달했고, 언제라도 영지를 깨우쳐 영수가 될 수 있었다.

신우취왕처럼 평범한 요수에서부터 천 백년을 수련하여 영지를 깨우치고 영수가 된 녀석들은 한 마리 한 마리의 잠재력이 아주 컸으며, 영수들 중에서도 힘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결국 영수의 선두에 서곤 했다.

요수골의 7층은 신우취왕이 있는 곳인데, 란 장로와 몇 명의 제자들의 안내에 따라 엽운과 수백 명의 외문 제자들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6층을 지났고, 신우천왕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곳이 요수골의 가장 깊은 곳인 취봉이다. 이곳은 독취왕의 영역으로 요수가 판을 치며 9급 요수도 이따금 나타나지. 혹시 그것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알아서들 잘 처리하도록.”

란 장로가 몸을 세우더니 말했다.

“란 장로님 또 저희를 놀리시는군요. 9급 요수를 만나면, 저희가 쓰러뜨릴 수는 없을 지언정 도망조차 못 치겠습니까? 도망을 못 친다 한들 저희에겐 보호 부적이 있잖아요.”

흑색 도포를 입은 제자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보호 부적이 있으니 이번 시험은 이전처럼 위험하지 않을 거야.”

몇 명의 제자들이 귓속말로 의논했다.

란 장로는 냉소를 지었다.

눈에 조소가 가득했고, 곧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30개의 영패는 이미 취봉의 각지에 숨겨 두었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열흘 뒤, 영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문 제자 시험에 참가할 자격을 받게 된다. 이제 다들 들어가서 자리를 잡거라.”

란 장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데리고 온 몇 명의 제자들이 즉시 몇 가닥의 그림자가 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 수십 가닥의 빛이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고, 아름다운 빛의 막 같은 것이 취봉을 애워쌌다.

결국 빛이 한 번 번쩍이더니 잠시 후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 취봉을 뒤덮었다.

“열흘 동안, 생사는 묻지 않겠다. 알아서 잘들 하거라.”

란 장로의 몸이 떠올랐고, 순식간에 그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서 있던 곳으로 투명한 막이 모여들었고, 끊임없이 상승해 하늘로 오르더니 거대하고 투명한 덮개가 되어 수백 명의 제자들을 가두었다.

취봉의 내문 제자 자격 시험이 시작 됐다!

수백 병의 제자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급히 흩어져서 수십 개의 작은 분대를 이루었고, 삼삼오오 모여 사방에 서 있었다.

“엽운, 너희 세 놈들. 지금 보호 부적을 사용해도 늦지 않았다.”

검은 옷을 입은 진화성이 걸어왔다.

엽운은 한 번 바라보더니 냉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괘씸한 놈. 내가 할 말을 뺏어가다니.”

단진풍은 배시시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에는 의혹이 떠올랐다.

진화성은 단진풍과 엽운이 처음 장무각에 들어갔을 때 만난 그 녀석이다.

그들이 기억하기로는 당시 진화성이 보라색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흑색 도포를 입고 있다.

“입만 살은 녀석.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부적을 깨뜨리고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살아 나갈 기회가 없을 거다.”

진화성은 냉소하며 대답했다.

단진풍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 기억에는 그때 보라색 도포를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또 왜 흑색 도포를 입었지? 설마 자포 제자 흉내를 내어 우릴 놀래키려고 훔쳐 입은 건가? 유치하기 짝이 없군.”

싸늘한 견화성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곧이어 불꽃처럼 타오르는 분노가 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분명 단진풍의 한마디는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았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고 살기를 뿜어댔다.

“살아서 나갈 기회를 줬는데도 입을 놀리다니, 좋다. 지금부터는 부적을 깨뜨려 도망가도 소용없다. 내가 이 취봉에서 나가면 네놈들을 찾아서 죽여 버릴테니까.”

“지금 해볼까? 덤벼봐!”

단진풍은 뼛속까지 오만하고 도도한 인물이다.

그의 사전에 후퇴란 두 글자는 없었다!

순간 온 공간의 공기가 전부 굳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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