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5 화 금강의 육체
엽운에게 연기경이란 이미 아무런 걱정거리도 되지 않았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 돌파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연기경을 돌파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은 천지의 영기를 깨닫고 진기를 만드는 것인데, 그렇기에 수많은 제자들은 이 단계에 머무른 채 영기를 깨우치지 못하고 연체경의 정점에 멈추게 된다.
엽운은 천지의 영기를 깨우쳤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종류의 영기를 연화시키기까지 했으며, 각각 번개의 영기와 불의 영기, 그리고 얼음의 영기까지 수련했다.
보통의 사람은 한 종류의 영기를 수련하는 일조차 불가능에 가까운데, 놀랍게도 세 종류나 수련해 낸 것이다.
만약 이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아마 연구 대상으로 잡혀가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진풍과 여명홍 역시 공법을 골랐고, 푸른빛에서 나왔다.
“엽 사형, 어떤 공법을 고르셨습니까?”
여명홍은 몹시 흥분한 듯 했다.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진기를 수련하는 공법을 골랐어. 8품 선기는 아무래도 영 별로인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를 3층에 들여보내 준다면 참 좋을텐데.”
“꿈 깨라 이 녀석아. 이곳이 천촉봉의 장무각에 지나지 않는다지만 무영봉 전체의 장무각에는 죄다 공간 진법이 걸려있는데다 모든 장무각의 공법과 선기는 다 매한가지라고. 2층에 들어가서 선기를 고를 수 있는 것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3층 이 웬 말이냐. 듣자하니 진정한 내문 제자들만이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들조차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고위층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더군.”
단진풍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엽운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단 사형답지 않은데, 너무 겸손하잖아.”
여명홍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어리둥절해진 단진풍은 웃으며 말했다.
“요 며칠간 생사를 오가다 보니, 점점 내가 너무 거만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지내면서 마음 놓고 수련하는 게 좋겠어.”
“조용히 지낸다고? 아무래도 우린 이미 조용히 지내기 늦은 것 같은데. 방금 전에도 내문 제자의 심사 자격 쟁탈전에 참가하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었잖아.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었을 거야.”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단진풍은 콧방귀를 뀌며.
“조용히 지내는 것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그 녀석들은 똥오줌도 못 가리잖아. 과연 실력도 주둥이만큼 허접한지 두고 볼 셈이다.”
“단 사형, 지금 저희의 수위는 연체경 정점 밖에 되지 않잖아요. 연기경을 돌파한다 하더라도 수위가 높은 흑포 제자들은 당해낼 수 없을거에요.”
그의 말을 들은 여명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 사제, 너 이 자식 대묘에서 돌아온 뒤로 어째 담이 좀 작아졌어. 뭔가 예전이랑 좀 다른 것 같단 말이야.”
단진풍은 그를 보며 눈썹을 씰룩였다.
“그냥 걱정 될 뿐이에요. 비록 저희는 8품 선기를 가졌고 중품영기까지 있다지만, 결국 수위는 아직 연기경에 도달하지 못했잖아요. 연기경에 달한지 몇 년이 넘은 흑포 제자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여명홍이 나즈막이 설명했다.
“나이도 어린놈이 어른스러운 척 하기는, 패기가 없단 말이야.”
단진풍은 노려봤다.
엽운이 이어서 말했다.
“여 사제의 생각도 일리가 있어. 단 사형은 지금 당장 연기경 3중의 제자를 만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
“연기경 3중 이라고?”
잠시 멍해진 단진풍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지금 내 수위라면, 연기경 2중 까지는 그래도 해볼만 하겠지. 근데 연기경 3중은 절대 승산이 없을거야.”
엽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역시 그렇지. 그럼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이번 시합은 예전이랑 달리 내문 제자 심사의 참가 자격이 달려 있잖아. 참가 자격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 이라면 분명 쉽지 않을거야. 각자 돌아가서 중품 영기의 사용을 연습하자. 그러면 승산이 조금은 있을거야.”
단진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엽운의 말이라면 수긍했다.
“그럼, 각자 돌아가시죠. 단 사형, 엽 사형,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여명홍은 둘을 향해 인사를 올리고 황급히 떠났다.
엽운과 단진풍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엽운, 너도 명홍이 대묘에서 돌아온 이후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거, 눈치 챘겠지.”
단진풍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조금 느꼈어. 예전의 여사제는 차분하고 수줍은데다 남에게 미움을 사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어. 수련한 공법도 우직하며 온화한데다 영력의 지속 시간이 아주 길어 그의 성격과 아주 잘 맞았지.”
“그런데 지금은 어딘가 성급해졌고 화도 잘 참지 못하게 되었어. 조금씩 충동적으로 변하고 있기도 하고. 대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단진풍은 의혹을 품으며 말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속에서 어렴풋이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여명홍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 같고, 분명 무언가가 잘못 된 것 같았다.
엽운의 마음속에서 순간 몸을 빼앗는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즉시 사라졌다.
영혼을 빼앗는 것은 조건이 너무도 까다로웠고, 화운마저 화일성의 몸에 기생하게 된 후 수위가 곧장 연체경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빼앗은 몸을 자유자제로 놀리려면 그만큼 진보된 수련과 학습이 필요하다.
여명홍은 며칠간 줄곧 그들과 함께 지냈는데, 수위가 떨어졌다거나 이상해진 것은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변한 것은 성격이었는데, 이전의 침착하고 행동하던 것과 달리 점차 조급해졌다.
“됐어. 엽운 너도 깊이 생각 하지마. 어떤 일들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법이야. 지금 제일 중요한건 내일 시합에서 내문 제자 심사를 받을 자격을 따내는 것뿐이야.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단진풍의 목소리가 엽운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일단 돌아가고, 내일 다시 보자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1층을 떠나 각자 얻은 공법과 선기를 등록한 뒤 자리를 떴다.
쇄선심법.
신체의 안과 밖을 동시에 수련하는 보기 드문 법문이다.
큰 세력을 가진 종문의 제자들은 대부분 영력과 진기를 먼저 수행한다.
그 뒤로 높은 등급의 선기를 수련하고, 거기에 각종 영기를 이용에 공방을 펼치는 방법을 수련한다.
또 어떤 제자들은 영력과 진기를 다루는 재능이 부족하여, 몸을 일반인 보다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육체의 수련에 몰두하기도 한다.
훗날 육신의 강함이 신성한 지경에 달하면 마찬가지로 온 세상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각각의 세력에는 기본적으로 신체의 내외를 동시에 단련하는 공법이 몇 개씩 있기 마련이다.
비록 이 공법들은 천백 년 동안 수련에 성공한 사람이 몇 안되지만, 늘 존재해왔다.
내외를 동시에 수련하는 공법을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첫번째로 재능에 한계가 있을 경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
두번째는 육신을 신성하게 만들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도 크기 때문인데, 연체경 부터 연기경 까지 수련하는 일만 해도 일반적인 가족 세력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촉기경 까지 돌파하는 것은 천검종 같은 진나라 최대의 종문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량의 자원을 쏟아 붓고 정성을 들여 제자를 양성했는데 간신히 촉기경을 돌파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를 위해 필요한 수련 자원은 제자 열 명을 촉기경까지 키우기 충분한 양이니, 둘을 비교하자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엽운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거의 천촉봉 전체의 자원에 맞먹는 양의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뇌음화룡계 안에는 상품 영석과 기타 진귀한 보물들이 있었는데, 이 정도면 연기경의 정점까지의 수행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촉기경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나중 일이니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엽운에게 소흡성결이 없고, 선마지심도 없다면 다른 제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공법을 골랐을 것이며, 그저 제법 괜찮은 수준의 진기 공법을 골라 수련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 촉기경에 도달한 후 결국 촉기경을 노렸을 것이다.
지금의 그에게 평범한 제자들과 같은 수련은 영 달갑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겉과 속을 동시에 수련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선마지심에게 받은 새로운 육신을 헛되이 낭비하는 셈이다.
진기의 수련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기를 응결시키는 공법으로 바꾸고 나면, 소흡성결과 선마지심을 지닌 그는 훗날 당해낼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쇄선심법의 수련은 그다지 심오한 것이 없었다.
이처럼 겉과 속을 동시에 단련하는 공법들이 추구하는 것은 균형으로, 육신과 진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진기를 수행하는 방법처럼 연구를 거듭하여 정련 시키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방법을 찾는다거나 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진기의 수행은 어려울 것 하나 없고, 그저 두어 번 읽는 것만으로 전부 머릿속에 새길 수 있었다.
연기경을 돌파하여 진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진기가 모일 것이다.
그러나 육신의 수련은 까다로웠다.
수련 방법이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요구하는 수련 자원이 한참 더 많았다.
육신은 계속해서 두드리며 단련해야 한다.
단련을 마치고 난 후 빠르게 회복과 성장을 이룰려면 수많은 보물들에 의존해 기력을 보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육신의 수련에 있어 최대의 난제이다.
이 난제는 적어도 지금의 엽운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엽운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몇 줄기의 빛이 뇌음화룡계에서 나와 땅 위에 떨어졌다.
“용치초, 금강성화, 응혼화....”
엽운은 쇄선심법의 요구에 따라 뇌음화룡계에서 약초를 하나씩 꺼냈다.
“쇄선심법의 육신을 강화하는 방법 그 첫번째, 금강의 육체.”
쇄선심법의 육신 단련법에는 3단계가 있다.
첫번째는 금강의 육체로, 신체를 극한까지 수련하여 공격을 받아도 아랑곳 하지않고 연기경 4중 이하의 공격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마의 육체로 육신을 한 층 더 수련하여 고대의 악마처럼 흔들리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세번째는 전설로 전해지는 대성의 육체인데, 육신을 성스럽게 만들어 최강의 경지에 오르는 것으로, 그 힘은 그 어떤 경지에 오른 인물도 알 지 못했다.
천백 년 동안 대성의 경지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엽운은 이를 읽을수록 더욱 기뻐졌다.
선마지심과 소흡성결이 존재하는 이상 어떤 영기를 찾아내도 전부 흡수하여 연화시킨 뒤 순수한 힘으로 바꿀 수 있다.
게다가 화운이 육신을 수련하기 위해 천 년 동안 준비한 보물들을 전부 가져왔기 때문에, 적어도 금강의 경지까지는 아주 쉽게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엽운의 옆에는 수십 개의 상품영석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육신의 수련에 필요한 영약들이 놓여 있었다.
앞에는 맑은 물로 가득 찬 나무통 하나가 있었다.
“금강의 육체라, 수련에 성공하기만 하면 시합장 위에서 누가 공격해와도 방어를 뚫지 못하겠지.”
엽운은 빙긋 웃으며 두 손을 가볍게 들었다.
수십 알의 영약이 천천히 떠오르더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방금 준비해 둔 물통 위로 떨어졌다.
순간 맑은 물결이 넘실거렸고, 마침내 온통 새카맣게 변하여 진한 약냄새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