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44화 (144/227)

제 144 화 연기경

내문 제자 시험의 정원은 고작 30명밖에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외문 제자들이 참가할 수 있었기에, 30위에 들고 자 하는 제자는 족히 수백 명이 넘을 것이다.

다른 제자들은 외문 제자의 삶을 통해 지금의 실력으로 쟁탈전에 참가하는 것은 꿈같은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 중 여럿은 좀 전에 큰 소리로 반대를 외치던 이들이고, 그저 아무렇게나 옆 사람의 말을 따라할 뿐이었다.

만약 그런 자들이 쟁탈전에 참가한다면 일제히 탈락하고 말 것이다.

란 장로가 말했다.

“오늘은 이 두 가지가 전부다. 내문 제자 시험 쟁탈 대회는 내일 열린다.”

란 장로는 손을 뻗어 두 명의 제자를 개돼지마냥 죽여 버리자 무대 아래 수 천명의 제자들은 더 이상 불평하지 않고, 천천히 물러갔다.

“너희 세 사람, 장무각으로 가 선기를 고르면 된다.”

대장로 순우연은 엽운을 바라보며 눈에서 빛을 번득였다.

“감사합니다 대장로님.”

인사를 올린 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고, 장무각을 향해 걸어갔다.

장무각.

세 사람은 다시 이 곳에 왔다.

마음속에서 참을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엽 사형, 이번에는 어떤 선기를 고르실겁니까?”

여명홍은 대묘에서 나온 뒤로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 되었다.

그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이전까지 줄곧 기초심법만 수련했으니, 이번에야말로 공법을 하나 골라야지. 그렇지 않으면 연기경에 오른다 한들 진기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너무 느릴거야.”

여명홍과 단진풍은 아무말도 없었다.

‘이 녀석, 수련의 속도가 아직도 느리다 생각하는거야?’

요 며칠 사이 벌써 연체경 4중에서 정점인 7중까지 돌파하여 언제라도 연기경에 달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재능을 가진 녀석이 진기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느릴 턱이 있나?

“단사형은 요?”

여명홍은 고개를 돌리며 호기심에 물었다.

단진풍은 그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너, 요 이틀 동안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뭐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아?”

여명홍은 잠시 머뭇거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저 사형들과 친해졌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질문이 나오네요.”

“친한 건 친한 거고, 자꾸 이것저것 묻지 말란 말이야.”

단진풍은 손을 들어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노려봤다.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세 사람은 장무각에 들어가 상황을 설명하고 곧장 1층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빛 여러 개가 선기와 공법을 뒤덮은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이렇게나 빨리 이곳에 다시 들어와 선기를 고르게 될 줄은 몰랐군.”

단진풍은 감개무량한 것 같았다.

8품 선기 하나는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그러게요, 시간이 하루 밖에 없는 게 아쉽네요. 시간이 많았다면 8품 선기의 수련을 끝내 쟁탈전에서도 승산이 있었을텐데요.”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빼곡한 선기들을 보았는데 흥분이 가득했다.

“좋아. 2층으로 가자고.”

엽운은 빙긋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천촉봉의 장무각 제 2층에는 7품 선기와 8품 선기가 있다.

통상적으로는 자포를 입은 제자들만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었고, 흑포 제자들마저 허락을 받거나 임무로 얻은 점수를 교환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좀 전에 장무각에서 진화성을 만났는데, 그와 마찰이 생겼을 때 진화성은 임무로 얻은 점수를 통해 2층에 들어갔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세 사람은 계단을 지나왔고, 장무각의 2층이 기다리고 있었다.

넓직한 공간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그 중 한쪽은 은은한 보라색 빛을 뿜고 있었는데, 빛 위에는 7품이라는 글자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파란색 빛으로 수십 장 너머의 공간까지 뒤덮여 있었는데, 8품 이라는 두 글자가 그 위에 떠 있었다.

“엽 사형, 단 사형, 제가 먼저 고르겠습니다.”

여명홍은 감격에 찬 얼굴로 파란색 빛을 향해 달려갔다.

푸른 빛 속에는 선기 하나 하나가 푸른 광채에 뒤덮여 공중에 떠 있었다.

엽운과 단진풍은 서로를 보고는 웃으며 걸어갔다.

2층의 선기와 공법은 1층과는 달리 분류가 되어있지 않았고 한 데 모여 있어 한 권씩 살펴봐야 했다.

“드디어 공법을 수련할 수 있겠군. 더 이상 기초 심법을 수련할 필요는 없겠어.”

엽운은 자조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기초 심법은 점점 무력해졌다.

소흡성결의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수련 속도는 다른 외문 제자들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수선의 길에서 진기와 영력을 단련하는 공법은 몹시 중요하다.

만약 선기가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라면, 공법은 뿌리인 셈이다.

뿌리가 튼튼해야만 가지와 잎사귀가 충분한 양분을 얻어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다.

엽운은 손을 들어 뒤적거렸는데, 눈에 들어온 것은 쇄옥도법 이라는 8품 선기였다.

지금의 엽운은 그 어떤 선기에도 흥미가 없었다.

번개의 힘을 얻어 선력으로 뇌운전광검을 시전할 수 있게 된 후로, 어떤 선기도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소호 등의 말을 통해 뇌운전광검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1식과 2식 만이 진짜이며 3식인 신뇌멸세는 후대의 누군가가 앞선 두 기술을 보완하여 만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3식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엽운은 번개의 영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자영검까지 가지고 있기에 뇌운전광검의 위력은 아주 확실했다.

만약 진정한 3식을 찾아낼 수 있다면 수위가 촉기경을 돌파할 때까지 공격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은 힘이었다.

영력은 이미 극한으로 수련 되었기에 더 나아갈 곳이 없었다.

머지않아 연기경을 돌파하게 될 때까지 기초심법을 사용한다면 진기가 응집되는 속도는 턱 없이 느릴 것이다.

따라서 그는 가장 적합한 공법을 찾아 다가올 연기경을 위해 준비를 해야한다.

단목신도!

천절검법!

팔보멸마권!

한 권씩 훑으며 족히 10권이 넘게 살펴봤지만 공법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선기는 얻기 쉬웠고, 공법은 그렇지 않았다.

별안간 그때 뇌운전광검을 고를 수 있었던 까닭을 떠올렸다.

오로지 선마지심의 덕이었다.

어떤 선기도 스스로 고르지 않고, 선마지심이 그 과정을 모두 대신한 것이다.

“선마지심, 다시 나와서 나한테 적합한 공법을 하나 골라줘.”

빙긋 웃으며 마음속으로 나즈막이 불렀다.

그러나 선마지심은 외면한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선마지심이 어쩌면 정말로 영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발전을 거듭하여 영지력도 함께 높아지는 것 일 수도 있다.

이는 즐거운 소식이자 걱정되는 소식이기도 했다.

우선 좋은 점은, 선마지심이 영지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발휘할 수 있는 힘이 그만큼 클 것이고 훗날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쁜 점은, 예상한 바와 같이 높은 영지력을 지니고 있다면, 훗날 다루기는커녕 그것이 화운처럼 몸을 빼앗으려 들지는 않을까?

그러나 잠시 후 걱정이 사라졌다.

그때가 되면 쓸 수 없어도 괜찮으니 몸을 빼앗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위가 아직 연기경에 도달하지도 못했으니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문제인 것이다.

엽운이 보기에 선마지심의 이전 주인은 분명 금단경을 초월한 수위를 가졌을 것이고, 원영경 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수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거늘, 날이 갈수록 선마지심을 꿰뚫어보기 힘들어졌다.

선마지심은 어떤 반응도 없었다.

엽운은 개의치 않았고, 그저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공법과 선기를 뒤적거렸다.

은은한 푸른 빛 가운데 세 사람의 모습이 끊임없이 교차하였고, 누구도 다른 이를 방해하지 않으며 신중히 선기와 공법을 고르고 있었다.

훗날 수선의 길과 큰 관련이 있는 만큼 아무도 가벼운 마음으로 고르려 하지 않았다.

엽운의 손이 별안간 멈췄고, 그의 앞에 놓인 비적에 어렴풋이 작은 글자가 떠올랐다.

“쇄선심법.”

8품 공법으로, 연기경 제자의 수련에 적합하다고 하며, 이 공법은 내면과 외면을 모두 수련하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 된다고 한다.

이 심법을 수련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만약 오랜 기간 수련을 이어나간다면 훗날 육신은 신성해지며 진기는 강을 이루어 끊이지 않을 것이라 써 있었다.

아주 간단한 설명이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법은 수행의 근본이며, 진기와 영력을 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육신의 수련은 무수히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에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곤 했다.

그들은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수련할 수 있다면 훗날 뿌리가 더욱 견고해져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그길로 하늘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육신의 수행에 필요한 자원은 일반적인 제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천촉봉의 내문 제자들과 자포를 입은 제자들이라 한들 종문에서 그들에게 육신을 단련하기 위한 자원을 무제한으로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이들은 주로 일반적인 공법을 수련했고, 진기와 영력의 질과 양이 높아진 것이다.

이 쇄선심법은 대부분의 제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고, 엽운에게도 반드시 적합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엽운은 화운의 대묘에서 많은 자원을 얻었고, 상품영석만 해도 이미 천촉봉에서는 구경도 못해볼 만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육신과 경맥을 수련하는 다른 보물들은 더욱 많았다.

참고로 화운은 다시 몸을 빼앗아 부활하기 위해 천 년 동안 계획을 세웠으며, 이미 수선의 길을 지나온 사람이기에 당연하게도 육신의 내외를 동시에 수련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터인데, 어찌 자원을 준비해두지 않았겠는가.

무엇보다 엽운은 그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영기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영기라도 소흡성결이 단박에 흡수할 수 있으며, 선마지심을 통해 가장 순수한 영기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그에게 이 쇄선심법은 망설일 필요도 없는 선택이었다.

엽운은 웃음을 띈 얼굴로 손을 들어 쇄선심법을 거머쥔 뒤 천천히 푸른빛에서 빠져 나왔다.

푸른빛 속에서는 단진풍과 여명홍이 아직도 마음에 드는 선기를 찾지 못한 듯 한참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들은 한 권 한 권을 다 뒤적거리며 최대한 자신에게 적합한 신통력을 찾으려 했다.

엽운은 손에 쥔 쇄선심법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장무각의 1층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오늘 쇄선심법을 수련하는데에 성공한다면, 곧바로 연기경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연기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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