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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42화 (142/227)

제 142 화 흑포 제자가 되다

연무전의 광장에는 놀랍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렇게 많은 외문 제자들이 모였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응원해주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여명홍은 사람들을 보고 의아해했다.

단진풍은 그를 한 번 보곤 웃으며 말했다.

“명홍아, 네가 잘못 봤다. 우리가 대묘에서 돌아와 상을 받게 되긴 했지만, 종문이 우리를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고 이렇게 많은 제자들이 구경을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맞아. 이번에는 종소리가 7번 울렸지. 비록 9번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것도 극히 드문 일이야. 분명 중대한 발표가 있을 거야.”.

그때, 연무전의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란 장로의 모습이 군중의 시야에 들어왔다.

“종이 7번 울렸다. 보아하니 너희들도 이번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아는 모양이구나. 전부 다 온 것 같군.”

란 장로는 천천히 훑어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란 장로님, 종이 7번이나 울렸는데, 대체 무슨 일입니까?”

외문 제자 한 명이 큰 소리로 물었다.

엽운은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는데, 검은색 옷을 입은 외문 제자 한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종응아, 조급해하지 말거라. 이번에는 너희 흑포 제자들도 부른 것이니, 당연히 중요한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

란 장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광장 위에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종응의 등장과 란 장로의 말은 이번 일이 흑포 제자들이 나서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흑포 제자들은 각각 외문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기본적으로 외문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지 않는 이상 함부로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이전에 화운비장의 임무에도 흑포 제자는 단 한 사람도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놀랍게도 흑포 제자들까지 참가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참고로 흑포 제자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수위가 뒤떨어지지도 않고, 적어도 연체경의 정점에 도달했으며,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연기경에 도달해 내문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종응 사형까지 오셨다니, 이번 종문의 임무는 보통 일이 아닌가보군.”

“당연하지. 알다시피 흑포 제자들은 다수가 임무에 참가할 수 없게 돼있어. 그렇지 않으면 외문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테니까.”

“그러게, 이번 임무는 분명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야.”

“흑포 제자는 윗선과 연줄이 있을 뿐 실력은 다 평범해. 나랑 붙으면 아마 다 죽을걸.”

“말 잘했다. 이번에 흑포 제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봐야겠어.”

광장은 떠들썩했는데, 흑포 제자들의 출현이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엽운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수위라면 흑포 제자 따위는 말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체경 정점의 수위로는 그에게 주먹 한 방도 맞추기 힘들 것이다.

연기경 5중의 수위 이하로는 조금의 승산도 없었다.

게다가, 대묘에서의 일을 통해 엽운은 체내의 영력이 언제라도 진기를 만들어 연기경에 도달할 수 있음을 느꼈다.

란 장로는 광장 위의 시끌벅적한 군중들을 저지하지 않았고, 평소완 달리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좋아, 다들 조용히 하도록.”

란 장로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르고 모두의 귓가에 들어왔다.

순간 광장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란 장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에 모두를 소집한 이유는 두 가지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며칠 전 우리 천촉봉에서 백 명의 외문 제자들 중 정예를 뽑아 종문 임무에 내보냈다. 안타깝게도 그 중 3명 밖에는 돌아오지 못했고 다른 제자들은 전부 죽었다. 살아서 돌아온 세 사람은 엽운, 단진풍과 여명홍이다.”

란 장로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엽운, 단진풍, 여명홍, 너희 세 사람은 이리 올라 오거라. 대장로님께서 친히 너희에게 상을 주실게다.”

란 장로는 세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떨어졌는데, 어떤 이들은 부러워했으며 어떤 이들은 질투를 했고, 어떤 이들의 눈에서는 무슨 일을 꾸미는 듯한 음산한 기색이 보였다

엽운의 입가에 희미하게 냉소가 스쳤다.

만약 저 어리석은 녀석들 중 누구라도 무언가 일을 벌이려 한다면 언제든 개의치 않고 상대할 것이다.

세 사람은 몸을 굽혀 인사를 올리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날려 연무전 앞에 떨어졌다.

“란 장로님 안녕하십니까.”

란 장로는 세 사람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백 명의 정예 제자들 중 너희 셋만 살아서 돌아왔으니, 이번 종문의 임무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 수 있구나. 하지만 너희의 수위가 짧은 며칠 동안 나란히 성장하여 연체경의 정점이 된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사방이 시끌벅적했다.

이전까지 연체경 5중에서 6중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세 사람이 종문의 시험에 참가한 짦은 며칠 동안 그들의 수위는 나란히 연체경의 정점까지 올라갔다.

이는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우를 마주쳐야 이런 일이 가능할까?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수많은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연체경은 비록 수선의 길에서 첫번째 걸음이지만, 정점까지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광장에 있는 수천 명의 외문 제자들은 연체경의 정점에 달하지 못한 자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요령이 있고 재능이 뛰어난 몇몇 제자들만이 간신히 오기경에 달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연체경의 정점을 돌파한 이들은 흑포를 입은 외문 제자들과 연기경에 달한 자포의 제자들 밖에 없었다.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서 돌아온다면 후한 포상을 받게 된다.

20개의 상품영석과 중품영기 하나는 광장 위 그 어떤 외문 제자라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란 장로와 다른 장로들은 마음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이번 시험에 참가한 100 명의 제자들 가운데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살아 돌아온다 한들 그게 이 세 사람이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어쨌든 이 세 사람이 살아 돌아온 이상 란 장로와 순우연 역시 포상을 아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포상은 무영봉에서 내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주면 그만이다.

세 사람은 연무전의 앞에 서서 무대 아래 수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엽운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지금 그에게 포상 따위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저 아래의 제자들 중 엽운의 주먹을 한 방 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단진풍과 여명홍은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단진풍은 대묘에서 집령옥을 하나 얻었기에, 그에게 필요한 것은 수위를 빠르게 돌파 시킬 수 있는 대량의 상품영석이었다.

집령옥의 도움이 있으면 순식간에 연기경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여명홍은 공법이 탁월하고 영력도 뛰어났다.

그는 대묘에서 하품영기인 소현무의 방패를 얻었는데, 이는 연기경 3중 이하의 공격을 세 번이나 막을 수 있으니, 그가 만약 공격형의 중품영기를 하나 더 얻는다면 범이 날개를 얻는 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박에 연기경을 돌파하지 못할지언정 연기경 1중의 제자들을 상대하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된다.

“첫번째로, 순우연 대장로께서 종문의 포상을 하사하실 것이다.”

란 장로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는데, 목소리에서 감격이 느껴졌다.

순우연이 금색 명주로 수놓은 흰색 도포를 입은 채 웃음을 띄고 천천히 연무전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순우연은 연무전의 앞으로 걸어가 사방을 훑어봤는데, 시선은 엽운 일행의 얼굴에 멈췄다.

“너희들이 살아 돌아와 정말 좋구나. 나도 긴말 하지 않고 바로 너희에게 종문의 상을 주마.”

“감사합니다 대장로님.”

세 사람은 몸을 굽혀 인사했다.

“이 곳에는 3개의 중품영기와 10개의 상품영석이 있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나누어 가지도록 하여라.”

순우연 장로의 얼굴에는 웃음이 서려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무거웠다.

단진풍은 사양하지 않고 단박에 걸어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명홍 역시 달려 나가려 했지만, 별안간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엽운을 바라봤다.

“여 사제, 너희들 먼저 골라.”

엽운은 빙긋 웃으며 나즈막이 말했다.

이미 훌륭한 품질의 중품영기 여럿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눈앞의 중품영기 3개 따위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이것은 우리 천촉봉의 보물로, 추월참혼도 라고 하는 중품영기이다. 한 번 베면 달빛처럼 영혼을 걷어 들이지.”

란 장로는 망설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명홍 네가 보고 있는 것은 파일창이다. 한 번 찌르면 태양을 파괴하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신질봉우인데, 그것을 사용하면 몸이 제비처럼 가벼워져 빠른 속도를 얻게 된다.”

여명홍과 단진풍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여명홍은 추월참혼도를 골랐는데, 그의 소현무 방패와 쌍을 이루면 말 그대로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 될 것이다.

단진풍은 먼저 파일창을 손에 쥐었다.

그는 이미 대일장갑 같은 영기도 쥐고 있었으니, 파일창처럼 강력한 영기는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할 것이다.

엽운은 두 사람이 영기를 고르는 것을 보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신질봉우를 손에 쥐었다.

공격이나 방어 영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깃털은 그의 속도를 올려주는 영기였고, 예상치도 못했던 물건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 포상을 거두고 순우연과 란 장로를 향해 일제히 인사를 올렸다.

무대 아래는 시끌벅적 했다.

중품영기의 유혹은 너무도 커 흑포 제자들 역시 두 눈에 불을 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의 얼굴에는 살기가 스쳤고, 당장이라도 이들을 죽여 영기를 빼앗으려는 것 같았다.

순우연은 아래를 보며 군중들의 표정을 한 눈에 보았고, 별안간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무영봉에서 세 사람에게 추가로 상 하나를 더 하사했다.”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순우연을 바라보았다.

“너희 세 사람은 장무각의 2층에 들어가 8품 선기를 하나씩 고를 수 있다.”

순우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제자들의 귀에는 우레와도 같았다.

장무각의 2층은 8품 선기와 7품 선기가 있는 곳으로, 수많은 외문 제자들이 꿈만 꾸던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 놀랍게도 세 사람의 신입 외문 제자들에게 문이 열렸는데, 순우연의 포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오늘부터 흑포 제자가 되어 열흘 뒤 내문 제자의 시험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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