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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35화 (135/227)

제 135 화 수상한 탈출

새카만 구멍에서 기류가 솟아올라 매끄러운 수면에 잔잔한 물결이 생겼다.

엽운을 포함한 네 사람은 줄지어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쉭!”

순간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엽운과 일행들이 발을 들어간 구멍 앞에 떨어졌다.

“단칼에 별을 벤다고? 이 공간은 내 참격에 베어진 것인가? 검도에 대한 내 이해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군. 다음 번에 엽운을 만나면 한 방에 베어 죽일 수 있겠어.”

푸른 옷을 입고 흰색 검을 들고 있었는데, 사람을 숨막히게 만드는 분위기는 마치 칼집에서 뽑은 날카로운 칼 같았다.

엽운이 있었다면 그가 두검음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두검음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마치 거대한 거미줄이 하늘에 떠있는 것 같았는데, 머리 위의 커다란 구멍에서만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두검음은 별안간 몸을 날렸다.

손에 쥔 새하얀 장검이 빛을 번쩍이며 번개처럼 하늘 위의 거미줄을 향해 날아갔다.

“우지직!”

맑은 소리가 울리며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격에 꿰뚫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두검음의 손에 쥔 장검에서는 빛이 뿜어져 나오며 끊임없이 “댕그랑” 거리는 소리를 냈다.

빛이 번쩍이며 두검음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그의 어깨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별 속의 검기는 아직 덜 익었군. 조금 더 깨달음을 얻어야 하겠어.”

그의 얼굴에는 전혀 아픈 기색이 없고, 꿰뚫은 하늘을 바라보며 올라 까만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두검음이 사라지고 반 주향도 지나지 않아 바닷가에 사람의 그림자가 줄지어 보였는데, 다들 온 몸이 흠뻑 젖은 처량한 모습으로 해안가 위에 나타났다.

그들은 구양문천, 두건명, 손일도와 은파파, 그리고 그들의 일행들로 하나같이 안색이 창백해 참혹한 모습이었고, 손일도의 입가에는 핏자국도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뒤에는 도합 7명의 제자들 밖에 남지 않았고, 나머지 제자들은 전부 붕괴 된 대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구양문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파괴된 공간장벽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계속 보물을 찾고 싶다면 좋으실대로 하십시오.”

말을 마치며 하늘 위 거대한 구멍을 향해 날아갔다.

햇빛이 내리쬐는 아래 그의 모습이 빠르게 작아졌고 결국 빛 속으로 사라졌다.

곧이어 흰색 옷을 입은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이 세 사람을 향해 인사를 올리고 따라갔다.

두건명이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이번에 데려온 제자들 가운데 한명만이 남았고, 다른 제자들은 전부 죽었다.

중요한 것은 수백 명의 제자들을 희생시키고도 그럴싸한 보물 하나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번 화운비장에서 두가의 수많은 정예 제자를 잃어 돌아가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정예 제자들이 죽은 것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두검음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녀석은 명령을 듣지 않고 별의 길로 뛰어들어 종적을 감추었다.

별안간 그의 거만하고 도도한 얼굴에 적막함이 드러났다.

그는 은파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날아올라 마지막 남은 제자를 데리고 대묘를 떠났다.

“은파파, 이번 화운비장에 들어와 정말이지 잃은 게 많습니다.”

손일도는 두 사람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의 얼굴에는 말로 할 수 없는 씁쓸함이 보였다.

은파파가 늘 들고 다니던 용머리 지팡이는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사라졌다.

그때의 그녀는 늙은이 같은 모습이 아니었고, 눈에서 빛을 번쩍였다.

“손문주, 이번에 비장에서 일어난 일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잘못됐다니요?”

손일도는 어안이 벙벙해져 고개를 저었다.

“줄곧 한 쌍의 눈이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것이 그의 손 안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어요. 하지만 그의 존재를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은파파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일도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함정이고, 게다가 당신조차 그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자의 수위는 우리보다 훨씬 높겠지요. 찾아낸다 한들 뭘 어쩌겠습니까?”

은파파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파파. 저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뵙지요!”

손일도는 주먹을 감싸쥐며 인사를 올리고 한숨을 쉬며 제자 한 명을 데리고 떠났다.

은파파는 그의 뒤에 남은 두 명의 제자들을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가자!”

세 사람은 몸을 날려 대묘를 떠났다.

진나라의 4대 세력이 손을 잡고 화운비장을 열었고, 도합 천 명이 넘는 정예 제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결국 남은 것은 고작 몇 사람이었다.

더욱이 그들의 억장을 무너뜨린 것은, 비장에 들어와 얻은 것이 고작 보물 몇 개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구양문천이 떠나는 순간 그의 얼굴에 나타난 씁쓸함에서 느낄 수 있듯, 다들 크게 실망했고, 유감스러워 했다.

공간의 균열은 점점 커졌고 번개처럼 빠르게 공간 전체를 꿰뚫었다.

별안간 부서진 공간 사이로 사람 한 명이 나타났는데, 팔이 한 쪽 잘린 모습이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다면 어찌 생산취영진을 시전해 영혼을 모았겠느냐? 또 어떻게 중생전혼탑의 힘으로 빠르게 실력을 되찾을 수 있었겠느냐?”

화운은 조용히 서서 손을 들고 허공에 점 몇 개를 찍었다.

순간 족히 천 개가 넘는 빛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그의 머리 위에 모였고, 곧 거센 영기의 흐름이 되어 정수리로 들어갔다.

화운은 두 눈을 살짝 감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운의 잘린 오른팔에서 새로운 팔이 빠르게 자라나 반 주향의 시간이 지나자 완전히 회복했다.

“천 년 동안 생사취영진으로 힘을 모아 드디어 임무를 완수했도다.”

화운은 웃으며 새로 자라난 오른팔을 들어 허공을 몇 번 찔렀다.

여러 빛이 그의 손끝에서 쏘아져 나와 공중에서 오묘한 형태의 부문이 되었고, “탁” 하는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숨어들었다.

“쾅!”

굉음이 천지를 울렸고 공간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춤추는 빛의 흐름이 하늘을 메우며 화운의 몸을 주저없이 들어 올렸다.

“나 화운, 마침내 천 년 만에 돌아왔다.”

화운은 뒷짐을 지고 서서 하늘을 가득 메운 빛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왕좌의 기세를 풍기며 천하에 군림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묘 밖에는 네 사람의 그림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는데, 바로 엽운의 일행이었다.

네 사람은 뒷편의 대묘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하늘을 바라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나왔다. 드디어 나왔어요.”

여명홍은 감격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쉽지 않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왔는데 고작 우리들 몇 명만이 살아 나왔다니.”

단진풍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번 대묘의 여정은 말 그대로 구사일생이었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엽운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이렇게 따듯하다 느낀 적이 없었다.

햇살이 몸 위에 내리쬐는 따뜻한 감각이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거였군!”

소령은 그의 옆에 서서 잔뜩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희냐? 용케 돌아왔구나.”

엽운과 네 사람이 감격하는 사이, 깜짝 놀란 듯한 기색의 싸늘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흰 옷을 입은 제자가 나타났는데, 냉엄한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양 사형, 또 뵙네요.”

엽운은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일전에 엽운을 포함한 백 명의 천촉봉 제자들을 이끌어 대묘에 들여보낸 양청봉 이었다.

“엽운, 너희 천촉봉에서 도합 백 명의 제자가 들어갔는데, 너희 셋 만이 살아서 나왔다. 감개무량하구나.”

양청봉 역시 엽운을 알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양청봉은 구양문천을 따라 대묘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와 몇 명의 연기경 제자들은 밖에서 입구를 지켰다.

화운비장이 열린다는 소문이 퍼지면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을 것이고, 들어가 숟가락을 얹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게요. 이번 종문의 임무는 너무도 위험했습니다. 천촉봉에서는 저희 세 명 밖에 남지 않았어요.”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 사형, 이번에 엽 사형이 안 계셨다면 저희 모두 돌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여명홍은 뒤늦게 두려움이 몰려온 것 같았다.

양청봉은 “억” 하는 소리를 내더니 또 다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엽운을 바라봤다.

엽운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더니 곧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양 사형, 우린 언제쯤 종문에 돌아갈 수 있습니까?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후한 포상을 내린다 하셨는데.”

양청봉이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라. 구양사숙이 사형들을 데리고 나오시면 우리도 종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 걱정할 것 없어. 종문의 포상은 결코 적지 않을테니까 말이야.”

“적지만 않다면 저도 안심입니다.”

엽운은 잔뜩 기대를 품었다.

“종문에 돌아가면, 단박에 내문 제자가 되어 양 사형과 똑같이 백색 도포를 입게 되는 것 아니에요?”

단진풍 역시 흥분이 가득한 표정으로 열광했다.

양청봉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구체적인 포상은 돌아가면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우선 나와 함께 여기서 구양 사숙의 일행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엽운은 눈썹을 씰룩였다.

만약 구양문천이 돌아온다면, 네 사람을 보고 의심을 품는 건 아닐까? 그는 고개를 돌려 소령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살짝 쳤다.

소령은 고개를 돌려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구양문천이 돌아올 거야. 우리 먼저 가자!”

엽운은 모기같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령이 얼마나 총명한가,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그녀는 곧 엽운의 뜻을 이해했다.

구양문천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엽운은 수많은 보물들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일단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 구양문천의 수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양사형, 전송진을 먼저 열어주세요. 저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소령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가 거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저리 녀석, 전송진이 열고 싶다고 열 수 있는 물건인줄 아느냐? 고작 외문 제자 주제에 날뛰지 말거라.”

양청봉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소녀는 얼굴은 예쁘게 생겨서 어찌 이리 멍청한가?

“제 이름은 소령이고 저희 아버지는 소호입니다.”

소령이 천천히 말했다.

“소령이니 소호니 그게 뭐, 그러고 보니 무영봉의 봉주가 소...”

양청봉의 목소리가 싸늘해지며 호통을 치려다 별안간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말은 네 아버지께서 무영봉의 봉주이신 소호라는 말이냐?”

“못 믿으시겠습니까?”

소령은 입을 삐죽 내밀며 손에서 새하얀 옥패를 하나 꺼냈다.

“이것은 제 신분 옥패입니다. 양 사형께서 직접 보셔도 됩니다.”

의심스러운 듯 옥패를 받은 양청봉의 안색이 바뀌었다.

“소령 사매, 네가 맞구나. 좀 전에 구양 사숙께서 대묘에 들어가실 무렵 네 이야기를 하셨지. 어찌 아직도 안 나오느냐 하셨는데.”

소령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양 사형께서 믿어주시니 다행입니다. 제 생각에는 저희 아버지께서 이미 안달이 나셨을 것 같으니, 먼저 전송진을 열어 저희를 보내주세요.”

“그래, 내가 데려다줄게!”

양청봉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소령에게 미움을 사고싶지 않은 것 같았다.

전송진을 열어 외문 제자 몇 명을 보내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

어차피 이번 일을 위해 수많은 영석을 준비해 뒀고, 전송진을 여러번 열기에도 충분했다.

소령은 엽운을 보며 살며시 웃어보였다.

엽운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여명홍과 단진풍을 데리고 그녀를 따라갔다.

그는 더욱 확신이 섰다.

만약 구양문천이 돌아오면 수백명의 제자들 가운데 이 서너명만이 남은 것을 보고 분명 관심이 생길 것이고, 이것저것 캐 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험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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