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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32화 (132/227)

제 132 화 전부 연화시키다

나문성의 진기는 엄청났고, 비록 두 팔은 부러졌지만 화염과 얼음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공에 나타난 무언가는 점점 커지더니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려왔다.

그가 본 것은 한 채의 보탑이었는데, 약 10장 정도 되는 높이의 보탑이 난데없이 나타나 그를 향해 떨어지는 것이다.

단지 보탑의 모양의 영기를 보고 이 정도로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탑의 외부에는 부드러운 빛이 흐르고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담겨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나문성은 연기경 7중의 수위로 촉기경에 도달하기까지 반 걸음 밖에 안남은 상태인데, 그 정도의 안목으로도 이 보탑에 도대체 어떤 힘이 담겨있는지 간파할 수 없었다.

그 말인 즉슨 이 공격은 그가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작 영기 하나가 무서워봤자 얼마나 무섭겠는가,

특히 영기는 조종하는 사람의 수위가 낮으면 그 위력의 10분의 1도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다.

엽운은 아직 진기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연기경에도 도달하지도 못한 수위로 부리는 광탑은 놀랍게도 나문성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면 이 광탑은 도대체 얼마나 강력하다는 말인가?

가만히 굳어 있던 나문성은 즉시 움직여 피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것을 발견했다.

광탑이 엽운의 통제 하에 손발을 놀리듯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었다.

광탑은 화운의 손에서 어렵사리 빼앗은 중생전혼탑인데, 비록 화운은 탑이 특별한 영기라고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엽운은 중생전혼탑이 엄청난 영기임을 알아봤고, 분명 상품영기일 것이라 짐작했다.

게다가 상품 중에서도 아주 특출 난 영기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단의 수위와 뛰어난 안목을 가진 화운이 어찌 자신의 영혼을 이것에 보관했겠는가?

상품영기의 진귀함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나문성 역시 절검봉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지만 그 역시 중품영기 몇 개를 가진 게 고작이었다.

상품영기 같은 보물은 4대 봉주나 그 이상의 강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상품 영기의 품질은 매우 뛰어나고 영기 자체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여섯 살짜리 어린 아이의 손에 철을 흙처럼 베어버리는 장검을 쥐어준다면,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어도 단칼에 몸이 잘리고 말 것이다.

중생전혼탑은 막무가내로 나문성을 향해 떨어져 내려왔다.

나문성은 이를 피할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머리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덮개처럼 그를 뒤덮어 보호했다.

“우지직!”

중생전혼탑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거세게 안개를 짓눌렀다.

연기로 이루어진 방어막은 맑은 소리를 내며 수정처럼 금이 갔고, 곧이어 한 방에 전부 부서지더니 연기처럼 공기 중에 흩어졌다.

중생전혼탑는 기세를 줄이지 않고 매섭게 나문성의 정수리를 짓눌렀다.

순간 나문성의 키가 작아진 것처럼 보였고,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엄청난 무게의 광탑이 자신의 머리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일이었다.

작은 산만한 광탑이 하늘에서 떨어져 그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이건 또 뭐냐!”

나문성은 처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부러진 팔에서 무수히 많은 빛이 뿜어져 나와 터지더니 떨어지는 중생전혼탑을 간신히 막아냈다.

“나 사형, 더 이상 발버둥 칠 필요 없습니다. 부러진 두 팔로는 신통비법을 시전 할 수 없으니 제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안심하고 가시죠.”

엽운의 조롱이 담긴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대 안 된다, 안돼!”

나문성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얼굴은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고 두 눈은 불을 뿜을 것 같았다.

“광폭진기!”

별안간, 그가 소리치자 몸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 가닥 한 가닥의 진기가 뿜어져 나왔고, 실체를 이루어 진기의 바다를 만들어 엽운과 중생전혼탑을 애워쌌다.

“내 목숨을 뺏어갈 생각이라면, 같이 죽는거다. 아무도 살아서 나갈 생각 마라.”

마침내 나문성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의 몸에 걸친 옷이 찢어졌고 온 몸의 모공에서 핏빛 광채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광채는 이윽고 진기로 변해 근방 수십 장을 뒤덮었다.

엽운은 엄청난 힘이 자신을 애워싸는 것을 느꼈다.

비록 진기는 신통을 사용하지 않으면 제 위력을 낼 수 없지만, 이 정도의 진기는 엽운이 위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진기뇌농!”

나문성이 또 한 번 소리치자 두 팔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핏빛 안개로 변했고, 진기와 합쳐져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는 하나의 철창이 되어 하늘에서 내려와 엽운을 가두었다.

“이 진기뇌농은 내 생명력, 그리고 피와 살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날 죽일 셈이라면, 동귀어진 하는 수밖에 없지.”

“진기뇌농?”

백장 너머에서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단진풍, 소령, 그리고 여명홍 세 사람의 눈빛이 다급해졌다.

진기뇌농은 고대의 술법인데, 자신의 진기를 폭발시키고 피와 살로 우리를 만든 뒤 상대를 가두는 것이다.

이 우리는 단 하나의 공격 수단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자폭이다.

자폭은 시전자의 단전에서 일어나 진기를 전부 쏟아 부어야만 진기의 우리가 그에 걸맞는 위력으로 폭발한다.

위력의 강약은 시전자의 수위에 따라 다르다.

“엽운, 어서 도망가! 진기뇌농은 자폭할거야!”

단진풍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전해져 순식간에 엽운의 귓가에 울렸다.

“엽운, 당장 이리로 돌아와!”

소령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연신 소리쳤다.

엽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시험을 통과하여 외문 제자가 된 한 명의 잡역 제자였을 뿐이다.

평소에 대륙의 기록을 읽는 것이 고작이었고, 기술이나 진법에 관련 된 서적은 엄격하게 관리되었기에 이 진기뇌농이라는 기술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엽운은 온 몸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줄기 기류가 그를 꽉 붙잡아 몸을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그는 진기뇌농이 이 정도까지 강력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날 죽인다면, 함께 죽는 것이다.”

나문성은 큰 소리로 하하 웃었다.

엽운이 갇히자 나문성의 머리 위 광탑은 힘을 잃고, 조용히 뜬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 사형은 참 농담도 잘하십니다. 좀 전에 우리가 겨루었을 때는 당신이 저보다 반 수 위 아니였습니까?. 진기뇌농을 거두고 우리 함께 협심하여 대묘를 떠나는건 어때요.”

엽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진기뇌농은 한 번 시전하면 되돌릴 수 없다. 무슨 소릴해도 이미 늦었어. 진기뇌농에 진기가 가득 차 폭발하면 너와 내가 함께 죽는 것이다.”

나문성의 표정은 험상궂기 그지없었다.

진기뇌농은 일단 꺼내면 폭발하는 수밖에 없고, 죽기 싫어도 죽게 된다.

엽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방금 전 중생전혼탑을 꺼낸 순간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진기뇌농에 갇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엽운, 빨리 방법을 생각해내. 반드시 빠져 나와야해.”

소령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녀는 백 장 너머에서 단박에 달려오려 했으나 단진풍이 그녀를 붙잡았다.

소령을 포함한 세 사람은 모두 연체경의 수위이기에, 나문성이 아무리 큰 부상을 입었다 해도 이 세 사람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엽운은 이미 갇혔고, 구할 방법도 없으니, 달려가 봤자 죽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엽운은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아무도 오지 마. 난 믿어. 진기뇌농은 나를 가두지 못 할거야.”

나문성은 연신 냉소하며 말했다.

“진기뇌농에 갇힌 이상, 죽음 밖에는 없다. 네 수위가 나보다 훨씬 높지 않은 이상 내 진기의 폭발을 기다리는 수밖엔 없지.”

엽운은 주위의 진기가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기뇌농 안의 기류는 사막의 모래처럼 그를 가두었고, 움직일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진기, 어떻게 하면 이 진기를 없애버릴 수 있지?”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온 힘을 다해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려 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빠져나갈 수 없었고,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세게 조여왔다.

이 진기를 모두 흩어지게 만들 수 있다면, 혹은 진기를 없앨 수 있다면 우리를 부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문성은 그의 수위가 한참 높아야만 진기뇌농을 부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촉기경의 수사만이 연기경 수사의 목숨을 건 일격을 파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엽운의 이마에 식은땀이 뺵뺵하게 맺혔다.

“없앤다, 없앤다, 연화시킨다, 연화....”

엽운은 나즈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소용없다. 네 죽음은 필연적이다. 나와 함께 저승으로 떠나는 것이다.”

나문성은 발작을 일으키듯 웃기 시작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상 아무 것도 상관없었다.

먼 곳에서는 소령이 바닥에 엎어진 채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벚꽃같은 입술은 벌어져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엽운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별안간 그가 눈을 떴고, 한 가닥의 기대가 스쳤다.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맞잡고 앞쪽의 허공을 찔렀다.

“흡수해!”

엽운이 나즈막이 소리치자 체내의 영력이 순식간에 솟구쳐 나왔다.

순간, 주위의 진기가 마치 봇물 쏟아지듯 팔을 타고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엽운은 위기 속에서 작은 승부수를 띄웠다.

소흡성결을 시전해 나문성의 진기를 흡수한 것이다.

소흡성결은 천지의 각종 영기를 흡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화 된 진기도 흡수할 수 있지 않은가?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진기뇌농 안의 진기는 마치 거대한 강처럼 엽운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엽운은 몸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모든 영력은 진기로 연화되어 사라졌다.

진기는 몸에서 점점 커져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몸이 진기로 가득 차 폭발할 것이다.

엽운이 소리쳤다.

“선마지심, 어서 진기를 흡수해!”

미간에 어렴풋이 흑백 빛이 떠올랐다.

선마지심은 엽운의 부름을 듣고 단박에 튀어나왔다.

순간, 엽운의 몸 속 진기는 선마지심이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전부 흡수되었다.

잠시 후, 엽운의 몸 속 진기는 이미 희박해졌다.

선마지심이 진기를 흡수하는 속도는 소흡성결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고, 체내의 진기는 천천히 사그라 들었다.

진기뇌농은 나문성의 생명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별안간 진기뇌농 안의 진기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는 그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나문성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진기뇌농도 별거 아니군.”

엽운은 별안간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손에서 보라색 빛이 한 번 번쩍이자 진기가 응집되어 만들어진 우리가 단칼에 갈라졌다.

“나 사형, 실망이 크시겠네요!”

보라색 빛이 번쩍였고, 칼날은 마치 무지개 같았다.

나문성은 보라색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자신의 가슴을 가르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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