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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31화 (131/227)

제 131 화 끊임없이

거울? 또 거울이다!

나문성은 분노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또 속을 줄 알고.”

이 거울이 무슨 거울이던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엽운을 이 바닷속에서 베어 죽이려 했다.

순간 엽운이 웃는 것이 보였다.

거울에서 빛이 나와 근방 수백 장의 공간을 뒤덮으며 모든 이를 감쌌다.

“개수작 부리지마라!”

그는 계속해서 날아왔다.

다음 순간, 얼굴에 머금고 있던 냉소가 사라지며 천천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어째서 내 몸의 진기가 말을 안 듣는거지?”

엽운은 바다 위로 떠오르며 미소를 지었다.

“나 사형, 당신만 진기를 부릴 수 없는 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라구.”

말이 끝나자마자 엽운의 몸에서 검은 옷이 나타났고,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파도를 뚫고 날아왔다.

“펑!”

엽운의 주먹은 파도처럼 거세게 나문성을 때렸다.

저도 모르게 두 팔을 들어 가슴을 막았는데,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 양 팔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고, 하마터면 뼈가 부러질 뻔했다.

“어떻게 된거지? 이 거울은 대체 뭐냐!”

나문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거울이 뿜어낸 빛은 놀랍게도 그의 진기를 봉인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신기한 영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엽운은 마치 갈치 같은 모습으로 바다를 가르며 날아왔다.

“구유정령의 거울입니다. 촉기경 이하의 수위를 가진 자를 빛으로 가두어 진기를 봉인하죠. 나 사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데,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네요.”

엽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른손을 칼처럼 펴서 나문성의 가슴을 찔렀다.

나문성은 크게 놀라며 바다 밖으로 뛰쳐나와 육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는 진기의 도움 없이도 물 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지만, 그 속도는 크게 느렸다.

엽운은 벽안정수의 모피로 만든 외투를 걸치고 있었기에 수중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움직일 수 있었고, 비교하자면 엽운의 속도가 몇 곱절은 빨랐다.

나문성은 다급히 물러났지만 엽운의 속도를 당할 수 없어 날아오는 공격을 보는 순간 이를 악물고 같이 한 방 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엽운의 일격은 허수가 아니었다.

나문성의 주먹을 보고 갑자기 공격을 멈추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한 번 돌리며 수면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철권이 바다를 가르며 나문성의 두 발을 향해 날아갔다.

나문성도 절검봉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기에, 진기가 봉인되었어도 전투 경험이 풍부했고 반응도 아주 빨랐다.

부력을 타고 수면에서 뛰어 올라 엽운의 주먹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이 주먹은 엽운이 치밀하게 계획한 한 수였기에, 쉽게 피할 수는 없었다.

나문성의 표정이 굳었다.

또다시 엽운의 공격을 향해 주먹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퍽!”

아무런 기교도 없이 간결한 두 주먹이 서로 맞부딪혔다.

엽운은 몸을 뒤집어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물러났고, 나문성은 큰 충격을 받고 하늘로 뛰어 올랐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외투를 걸친 채 바다 속에 있던 엽운은 다시 수면 위로 나가 공중에서 다시 한 번 나문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나문성은 크게 놀라며 실색했다.

하지만 진기가 봉인 되어 허공에서 몸을 움직일 방법이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맞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쾅!”

나문성의 몸이 거꾸로 날아가 아래로 떨어졌다.

엽운은 수면 위에 떨어져 파도를 밟고 빠르게 다가왔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 나문성의 안색은 창백했고, 두 손은 쉴 새 없이 떨고 있었는데, 손가락에서부터 혈색이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 거울도 대묘에서 얻은 것이냐?”

나문성은 고통을 꾹 참으며 물었다.

엽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나 사형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쓸만하죠?”

“하늘 아래 그런 신기한 보물이 있을 리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기를 봉인한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단 말이지.”

나문성은 몸을 일으켰다.

양 옆으로 늘어진 두 팔은 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다.

“확실히 오래 봉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 사형의 두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웃으며 대답하고 한 걸음을 내딛었다.

두 눈에서 살기가 번득였다.

“멈춰라!”

나문성이 소리쳤다.

“내가 저항하면 너는 절대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건을 얘기해봐라.”

엽운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조건이요? 저는 그냥 당신을 죽이고 보물을 몽땅 빼앗으면 그만이니, 원하는 조건 따위는 없습니다만.”

“내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천검종 뒷산의 금지 된 구역에 관한 것이지. 네가 나를 보내준다면 말해주겠다.”

나문성은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

“비밀?”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그렇다. 천검종 뒷산의 금지 된 구역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보아하니 우리 엽 사제는 천검종 뒷산에 금지 된 구역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모양이군. 그 곳에는 천 년 된 영초가 있는데, 칠 장로의 영전에서 나오는 약초들 보다 열 곱절은 더 진귀하지. 나는 비밀 통로를 하나 알고 있어서 그곳에 들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영초를 따올 수 있다.”

나문성이 다급히 말했다.

엽운은 눈썹을 들썩이며 고개를 돌려 소령을 바라봤다.

소령은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검종 뒷산에는 분명 금지된 구역이 있긴 해. 그 안에 있는 영초는 모두 심어진지 천 년이 넘은 것들이야. 연약단의 대장과 종주, 그리고 높은 지위의 장로들만이 들어갈 수 있어.”

“거봐, 널 속이는 게 아니라고. 천 년 된 약초를 몇 송이만 따다가 단약을 지어서 먹으면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고, 사제는 머지않아 연기경 중기에는 오르게 될거야.”

나문성이 말했다.

엽운은 그를 한 번 바라봤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엽 사제, 수선의 길은 잔혹하기 그지없지. 빠르게 수위를 올려 힘을 가져야만 이 수선의 길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나문성은 엽운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눈치채고 다급히 이어서 말했다.

“엽운, 천년 된 영초는 확실히 신비로운 물건이야.”

소령은 그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문성을 바라보더니 별안간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문성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엽 사제는 확실히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군, 훗날 나와 형제를 맺고 천검종의 천 년 영초를 싸그리 따버리면 수위가 엄청나게 상승해 금단대도를 눈앞에 두게 될 거야.”

엽운은 그를 바라보더니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싸늘하게 말했다.

“필요없어.”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날렸고, 나문성의 가슴을 향해 두 주먹을 연달아 내질렀다.

엽운이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고 갑작스레 공격해올 줄은 몰랐기에 반응하지 못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엽운의 두 주먹이 자신의 가슴에 찍히는 것을 봐야했다.

“풉!”

나문성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공중에서 피의 꽃을 만들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엽운, 이 죽일놈!”

처량한 목소리로 연거푸 소리쳤다.

나문성은 엽운이 천 년 묵은 영초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죽일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엽운은 냉소하며 말했다.

“비밀 통로가 있건 말건 그건 나중 얘기고, 뭐 비밀 통로가 있다고 치자. 당신과 내가 함께 비밀 통로로 들어가 영초를 따고 그것으로 단약을 지어 먹음으로 수위를 올린다면, 종주와 대장로들이 장님도 아니고 그걸 모를 것 같아?”

“모를 거다, 그들은 1년 반 동안 금지 구역에 한 번도 가지 않았어.”

나문성이 허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작 연기경의 제자에 지나지 않는 당신이 종주와 태장로들의 행적을 어떻게 알겠어. 정말이지 겁도 없다니까.”

냉소하며 나문성을 그 자리에서 죽이려 했다.

별안간 구유정령에서 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더니, 공중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엽운은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오른발을 급히 내딛으며 속도를 올렸다.

나문성은 어리둥절했다.

곧 그의 얼굴에 기쁨이 서렸고, 하늘로 올라 가까스로 엽운의 공격을 피했다.

“구유정령의 영력이 사라졌으니, 이제 어떻게 내 진기를 봉인하는지 보자.”

나문성은 체내의 진기가 물밀듯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진기를 두 발에 주입시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보라색 빛을 꺼냈다.

천지에 천둥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신뇌멸세!”

엽운이 나즈막이 소리쳤다.

손에 쥔 자영검은 보라색 번개가 되어 하늘로 쏘아졌다.

순간 나문성의 머리 위에 구름이 나타났고, 번개가 그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졌다.

나문성의 진기는 이미 회복 되었기에, 비록 두 팔이 부러져 당장 회복할 수는 없었지만, 두 발을 움직여 침착하게 신뇌의 공격을 피했다.

엽운은 뇌운전광검 제 3식을 시전 할 수는 있었지만, 진기가 아닌 영력을 통해 발동시켰기 때문에 위력의 차이가 컸다.

나문성은 진작에 준비를 마치고 전력을 다해 도망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단사형, 여사제, 소령, 너희들 모두 함께 공격해서 저 자를 붙잡아. 오늘 저 자를 죽이지 않으면 훗날 후환이 있을거야.”

엽운이 싸늘하게 소리쳤다.

그는 거절할 수 없는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으며 몸을 날려 나문성의 뒤를 막았고, 소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반대편을 막아섰다.

“아무렴 내가 너희같은 조무레기 네 명도 죽이지 못할까봐?”

나문성은 분노하였다.

비록 두 팔이 부러져 당분간 공격을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경 7중의 강자인데, 아직 진기를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햇병아리 네 명에게 둘러싸여 있자니, 이상하리만치 화가 났다.

“오늘 너희에게 보여주마. 절검동의 천강무영퇴를 말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몸이 공중에서 흐르는 빛으로 변하며 두 발로 연신 걷어차는 것이 보였다.

진기는 발자국이 되어 나타나 각각 네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조심해!”

엽운은 크게 소리치며 물러서지 않고 돌진했다.

두 개의 빛이 손에서 날아갔고, 화염과 얼음이 서로 교차하였다.

화룡의 입에서 서슬 퍼런 빛이 뿜어져 나문성을 향했다.

“쾅!”

단진풍 등 세 사람은 나문성의 공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급기야 그가 날린 발자국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 장을 날아가서야 이 엄청난 힘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나문성은 살기가 번득이는 눈으로 엽운을 훑어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 담긴 살기가 사라져 없어지고 놀라움으로 변했다.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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