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30화 (130/227)

제 130 화 죽여서 보물을 빼앗다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고, 금색 빛이 번쩍이며 날아와 순식간에 곡일평을 뒤덮었다.

선혈이 끝도 없이 흩날리며 곡일평은 거대한 피의 꽃이 되었다.

엽운과 나머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금색 빛이 물러가자, 실실 웃고 있는 한 사람이 땅 위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두 발은 선혈을 밟고 있었고, 살며시 칠절마도를 손에 쥐었다.

“나문성!”

엽운과 소령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늘에서 3층의 금제를 깨고 나타난 것이 절검봉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나문성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게 칠절마도인가? 이 칼이 있으면 촉기경인 나도 대사형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군. 어쩌면 스승님을 상대로도 승산이 있겠어.”

뛰어난 안목을 가진 나문성은 이미 오래전 칠절마도에 대해 들어본 것 같았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문성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너무도 예상 밖이었다.

녀석은 연기경 7중의 수위를 가졌기에, 수련에 몰두한다면 머지않아 촉기경을 돌파할 수 있었다.

“나사형, 어찌 오신 겁니까? 분명 제일 먼저 3층에 오지 않으셨습니까?”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나문성을 진정시키려 했다.

화운대전은 이미 붕괴되었고, 엽운은 그저 자리를 지키며 구양문천의 일행이 나타나길 기다릴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문성은 도망칠 수 없다.

“내가 3층에 들어온 것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대묘가 기이한데 안의 보물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 또 우리 스승님과 사형들이 내 뒤를 쫓고 있는데, 저 수운전에 들어가 봤자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지.”

나문성은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지도 않고 손에 쥔 칠절마도를 휘둘렀다.

엽운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나 사형도 참 겸손하십니다. 이미 쓸만한 보물을 가지셨으니 굳이 수운전에 들어가지 않으셨겠지요. 이 곡일평은 여러 차례 저와 맞붙었는데, 원래는 놈을 죽이려 했으나 소령 사매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줄 것을 청했지요. 헌데 나 사형께서 저 대신 놈을 죽여주셨으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문성은 고개를 들고 똑같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울 필요 없다. 어차피 나는 절검봉의 죄인이니, 훗날 천검종과의 모든 인연을 끊더라도 종률전에서 사람을 보내 나를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욱 감사하지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뵙겠습니다.”

그와 자신의 수위가 아직 큰 차이가 있음을 알기에, 더 망설이지 않고 공수를 올리며 떠나려 했다.

나문성이 웃으며 말했다.

“엽사제, 뭘 그리 바삐 떠나려 해? 여길 떠나고 싶다면, 간단해. 나도 사형으로써 동문의 정이 있으니, 너희를 괴롭힐 생각은 없거든. 가진걸 전부 내놓고 가면 된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나 사형은 참 농담도 잘 하십니다. 저희는 수위가 낮아 이 3층에 들어온 이후 계속 이 바다만 배회했는데, 어찌 무슨 보물 같은걸 얻겠습니까? 앞서 두 개의 층에서 얻은 보물도 나 사형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겁니다.”

나문성은 냉소하며 말했다.

“2층에서 엽사제는 얼음과 불이 뒤섞인 보물을 얻었지, 그건 적어도 중품영기였다. 이 사형도 중품영기를 몇 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영기가 더 많아서 나쁠 게 뭐가 있겠어, 그렇지?”

엽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사형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이 중품 영기 두개를 내놓지 않으면 그것도 말이 안되네요. 그런데 나 사형께서 조금 기다려주셔야 되겠습니다. 사형께서 굳이 시간을 들여 파훼할 필요 없게끔 이 영기에 남은 저의 영력 기록을 지워야 하니까요.”

엽운은 거드름을 피우며 저물대를 한참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결국 열엄폭운과 빙백쇄혼 이 두 개의 중품영기를 꺼냈다.

“제 수위가 너무도 낮아 영력 기록을 지우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나사형께서 이해 좀 해주시지요.”

나문성은 그를 바라보며 냉소했다.

“엽 사제, 지금 시간을 끄는 거냐?”

엽운은 어리둥했다.

곧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나 사형께 들킬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뭐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요.”

“죽고 싶은 모양이군!”

나문성은 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났고, 손에 쥔 금색의 장검에서 빛을 번쩍이며 엽운을 가리켰다.

엽운은 조금도 두렵지 않은 표정으로 한 발을 내딛어 소령을 감쌌다.

“나 사형, 종문 입장에서도 당신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을테니,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아직도 그딴 헛소리로 날 홀리려 하는 거냐? 내가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할 정도로 멍청한 줄 아느냐?”

나문성이 냉소했다.

“아이 참, 화내지 마십시오 나 사형, 그냥 시도해 본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때 상대하면 되니까요.”

엽운이 소리내어 웃었다.

웃음이 그치기도 전에 열염폭운과 빙백쇄혼이 던져졌다.

두 개의 중품 영기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활활 타는 화염과 차갑고 푸른 빛을 내는 투명한 얼음으로 변했다.

동시에 엽운의 손에서 보라색 빛이 번쩍였는데, 보라색 빛은 마치 물줄기처럼 일렁였다.

천둥 소리가 들려왔고 번개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엽운은 이왕 공격할 것이라면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뇌운전광검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뇌운초현!

뇌정만곡!

신뇌멸세!

세 공격을 모두 꺼내 단숨에 끝낼 셈이다.

순간 온 천지가 천둥 번개에 빠져들었고, 하늘 높이 솟은 화염과 얼음만이 빛깔을 잃지 않았다.

나문성은 경악하며 몹시 놀랐다.

엽운이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세 검의 공격력은 하나하나가 몹시 강했는데, 이미 연기경 7중의 수위에 도달했음에도 맨손으로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금색 장검으로 가리키자 은은한 금색 빛이 칼끝에서 쏘아져 나왔다.

칼날은 휘익 소리를 내며 원격으로 움직여 상대를 죽인다.

이것은 연기경 수사들이 진기로 영기를 움직이는 특유의 공격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국 적을 얕잡아 보는 마음이 있었고, 엽운은 그의 눈에 그저 연체경 7중의 햇병아리였다.

아무리 중품영기를 가지고 있다 한들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고, 이런 상대라면 백명을 데려와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적을 얕잡아 보는 마음은 그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타오르는 화염은 한 마리 불의 용이 되어 날아왔고, 푸른 빛의 한기를 내뿜던 얼음은 반짝반짝 빛나며 기다란 바늘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러나 최강의 공격은 틀림없이 엽운의 손에 쥐어진 보라색 장검일 것이다.

세 개의 뇌운전광검은 거의 동시에 날아왔고, 하나로 합쳐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력을 만들어냈다.

“펑!”

금색의 칼날이 기다란 얼음 바늘에 부딪히자 칼날의 앞부분이 순간 얼어붙었고 기세가 꺾였다.

불의 용은 소리를 내며 날아갔고, 금색 칼날을 뛰어넘어 나문성을 향했다.

나문성은 날아드는 불의 용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록 열염폭운환은 중품영기이지만, 진기를 이용해 다루는 것이 아닌 이상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진짜 공격은 보라색 장검에서 올 것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번개는 보라색 빛 아래에서 하나의 구름으로 뭉쳤고, 천둥소리를 내며 모여서 번쩍였다.

“쾅!”

믿을 수 없는 번개가 그리 크지도 않은 구름에서 떨어져 내려와 매섭게 나문성을 향했다.

나문성의 표정이 변했다.

“신뇌멸세” 공격력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이것은 절대로 연체경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심지어 연기경 중기라 해도 이런 강력한 공격은 할 수 없다.

뇌운전광검의 세 검은 하나가 되었고, 연기경 후기의 수사가 전력으로 날린 공격에 버금가는 힘을 보였다.

나문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별안간 그의 손에서 옥반 하가다 튀어나와 위를 향해 던져졌다.

“쾅!”

신뇌가 바라던대로 옥반에 적중했고, 순식간에 옥반은 박살이나 사라져 버렸다.

바로 그때, 불의 용이 “휘익” 소리를 내며 하늘을 화염으로 뒤덮어 나문성을 집어삼켰다.

“저게 연기경 후기의 수위라고? 별 거 없잖아.”

단진풍은 나문성이 반격도 못하고 당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 의외입니다. 엽운 사형은 역시 엄청나군요.”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헛소리 말고, 얼른 가!”

엽운과 소령이 동시에 입을 모아 소리쳤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째서 도망가는 거죠?”

여명홍은 순간 어리둥절해져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거대한 힘이 자신의 등을 두들겨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바다 위로 떨어졌다.

단진풍은 엽운이 소리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엽운이 날린 화염은 나문성에게 어떤 상처도 입힐 수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엽운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찰나, 공중에서 두 중품 영기의 빛이 사라지더니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엽운을 향해 날아가 손 안에 떨어졌다.

단진풍은 빠르게 반응하여 여명홍의 등을 밀고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쾅!”

엄청난 화염이 몽땅 섬멸되었고, 무수히 많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냥 그렇게 도망가는 것이냐? 정말 유치하군!”

나문성은 분노했다.

화염의 용은 비록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지만, 그의 눈썹 절반과 머리카락을 조금 태워버려 몹시 이상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닷 속으로 뛰어든 엽운과 나머지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엽운이 그의 뺨을 매섭게 때렸다.

고작 연체경 7중의 외문 제자가 절검봉 10대 제자 중 하나인 자신을 이런 낭패에 빠지게 하다니, 엽운을 당장 죽이지 않으면 마음의 노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는 찰나, 얼굴 앞에 별안간 거울 하나가 튀어나왔다.

나문성은 저도 모르게 멈추려 했으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억지로 멈추려 했지만 이미 거울에 부딪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엽운은 가지고 있는 영기가 아주 많았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는 이 거울이 어떠한 영기의 파동도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거울임을 깨달았다.

속았다!

순간 나문성은 크게 분노했다.

그는 엽운과 나머지 사람들이 바닷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진기를 재촉해 엽운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결국 그 역시 연기경 7중의 수위를 가졌으니,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한 번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곧바로 엽운의 옆에 나타났다.

별안간 그는 또 다시 거울 하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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