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9 화 내가 죽인다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바다를 찔렀다.
광포한 기세가 파도를 일으키며 용솟음쳤다.
단진풍과 여명홍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서 있었다.
그들은 엽운의 수위가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곡일평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착각까지 불러일으켰다.
“저 자식 도대체 여기서 뭘 얻은 거야? 어떻게 수위가 저 정도까지 성장한 거지?”
단진풍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 했고, 얼굴에는 온통 놀라움이 가득했다.
“엽사형이 강해질 것이라고 줄곧 생각해왔지만. 이 정도로 빨리 성장했을 줄은 몰랐네요.”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의 마음속이 온통 뒤흔들렸다.
“이대로 가다간 따라가지도 못하게 되겠군. 안되겠어, 엽운이 저 머저리 녀석을 죽이고 나면, 녀석을 고문해서 뭘 얼마나 얻었는지 물어봐야겠군.”
단진풍은 하늘을 가득 메운 번개를 바라보며 기대를 품었다.
여명홍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이상한 기운이 스쳤다.
소령은 여전히 조용히 서서 두 눈으로 흐릿하게 엽운을 바라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엽운과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수위는 고작 연체 삼 사중 정도였고, 말 할 가치도 없었다.
두 번째로 그를 만난 것은 대묘에서인데, 몇 달 사이 그의 수위는 이미 연체 6중에 달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다시 그를 만났는데, 녀석의 수위는 이미 오기경을 돌파했다.
정말이지 무서운 속도였다.
중요한 것은, 엽운은 경계를 빠르게 올리느라 기초를 등한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날린 일격은 연체경의 수위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연기경 초기의 제자들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엽운, 나쁜 놈. 수위를 이렇게 빨리 올리다니, 대묘를 떠나면 반드시 아버지에게 말씀드려 너를 무영봉에 데려올거야.”
소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바다 위에 서있던 곡일평의 성난 얼굴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칠절마도, 노지참!”
곡일평은 크게 소리치며 녹색 빛을 번쩍이고 있는 마도를 매섭게 휘둘렀다.
이것은 분노의 검, 아니 격노의 검이다.
이 일격에 모든 것은 분노 속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당시 칠절노마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 이 일격을 시전했다.
그는 자신의 수명을 써가며 힘을 정점까지 끌어올렸고 천지가 요동칠 만한 검을 날려 자신보다 수위가 한참 높은 촉기경의 강자를 베어 죽임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때부터 수위가 칠절노마보다 높은 강자들 중에서도 그를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맞붙어 죽이지 못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흉포한 기운이 솟구쳤고, 칼날은 폭포처럼 창공을 가르며 매섭게 엽운을 향해 날아왔다.
엽운은 입가에서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손에 쥔 자영을 천천히 휘둘렀다.
엄청난 번개가 순간 멈춰섰고, 곧 빠르게 뭉쳤다.
“신뇌멸세!”
엽운이 소리쳤다.
뇌운전광검 제 3식을 드디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엄청난 번개가 한 점에 모여 하나의 신뇌가 되고, 하늘 꼭대기에서 떨어져 모든 악의 길을 베어버린다.
“쾅!”
신뇌는 하늘을 뚫고 내려와 칠절마도가 날린 노지참에 거세게 떨어졌다.
보라색 번개와 녹색 칼날이 순식간에 교차하여 한데 모여 굉음을 냈다.
믿을 수 없는 충격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나갔다.
해수면은 짓눌려 3척은 낮아졌고, 파도가 사방으로 용솟음쳐 먼 곳 까지 날아갔다.
소령과 나머지 두 사람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 장을 물러나서야 간신이 서있을 수 있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단사형께서는 이 정도 공격을 받아낼 수 있습니까?”
여명홍은 겁에 질려 물었다.
“당연히 안 되지. 저 두 놈은 미쳤어. 엽운 저 녀석은 그렇다 치고, 곡일평 저 잡놈은 어떻게 고작 칠절마도 하나 손에 넣었다고 수위가 저 만큼 높아진거냐.”
단진퐁은 고개를 저으며 모질게 말했다.
“보아하니 노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저는 이제까지 작은 현무의 방패 하나도 제대로 연화시키지 못해 제 위력을 발휘해내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여명홍의 눈에 결연이 보였다.
“노력이 뭔 소용이냐. 어떤 놈들은 태어날때부터 운이 좋아 노력 없이도 빠르게 성장해 곧 바로 금단대수사가 된다고.”
단진풍은 낙담한 것처럼 보였다.
“아닙니다. 수선계의 천만 년 역사 동안, 재능에 기대지 않고 후천적인 노력만으로 왕좌에 앉은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다른 사람들 보다 열 배, 아니 백 배 더 열심히 수행하면, 결국 언젠가는 엽운 사형과 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는 금단대도를 눈앞에 둘 수도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여명홍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에는 굳건한 의지가 보였다.
단진풍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녹색의 칼날과 보라색의 신뇌의 승부가 드디어 갈렸다.
신뇌는 번쩍이는 광채를 내며 하늘의 어둠을 날려버렸고, 보라색 빛이 근방 천백 장의 공간을 환하게 비췄다.
녹색 칼날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
곧 녹색 빛이 전부 파괴되며 작은 별이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쾅!”
보라색 신뇌는 기세를 줄이지 않고 매섭게 내려와 칠절마도를 내리쳤다.
곡일평은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칠절마도에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거운 추가 그의 가슴을 거세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으악!”
입을 벌리자 피가 뿜어져 나와 흩어지며 바다로 떨어졌다.
피의 꽃이 별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아름답기까지 했다.
곡일평은 거꾸로 날아가 바다 위에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힘을 짜내 해안으로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
곡일평이 무릎을 꿇자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 박살난 오장육부의 살점이 섞여서 나왔다.
엽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직 연기경에 달하지 못했기에 뇌운전광검 제 3식 신뇌멸세로 체내의 영력을 전부 써버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노시참을 파훼한 직후 힘이 다했을 것이다.
“곡일평, 지금껏 여러번 나와 맞서려 했는데,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알았느냐?”
엽운은 한 걸음 다가가며 차갑게 말했다.
“수선의 길이란 서로 다투고, 속이는 것이다. 자원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공법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피를 흘리는 법이지. 너와 나의 허울뿐인 사형제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네가 우리 아버지의 형제 자매였어도 내 수행의 길을 막는다면 죽였을 것이다.”
곡일평은 실성한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정말 불쌍한 녀석이군.”
엽운은 고개를 저었다.
줄곧 곡일평이 어째서 그렇게 까지 계략을 품는 것인지, 또 어째서 모두를 못마땅하게 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 더 강하거나, 자신보다 잠재력이 높은 사람은 모두 제압하려는 것 같았다.
동문의 사형제라면, 서로를 돕고 보살피며 함께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곡일평은 칠절마도을 짚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날 죽일테면 죽여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엽운은 고개를 저으며 이 불쌍한 자를 바라보았다.
손에 쥔 자영검이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엽운, 괜찮아?”
소령이 날아와 엽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엽운은 자영검을 뇌음화룡계에 넣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영력의 소모가 심해서 좀 피곤할 뿐이야.”
“그럼, 저 녀석 안 죽이면 안 될까?”
소령은 곡일평을 가리키고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눈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원래 살육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요 몇 년의 수선 경력을 통해 때로는 선령한 마음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곡일평처럼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는 반드시 죽이는 것이 후환이 없다.
“뭐가 어찌됐든, 저 녀석도 우리 천검종의 제자잖아. 잘못을 했으면 종률전에 보내 벌을 주면 돼. 만약 지금 저 녀석을 죽이면 종문에 알려질 것이고, 동문을 해한 죄로 벌을 받을 수도 있어.”
소령은 고개를 저으며 엽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동문을 해한 죄라고? 천검종에서 서로를 죽이는 일이 적었던가? 그때는 어째서 종률전이 나서서 처리하지 않았자?”
엽운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대묘에서 밤낮으로 싸움을 하고, 서로를 공격하던 동문이 도대체 몇 이던가?
“종문이 처리하지 않은 것은 종문의 실수야. 하지만 네가 이 놈을 죽이면, 너는 이용당하는 셈이야. 그럼 종률전에서 너를 찾아 법대로 처리하겠지.”
소령은 한 발짝 다가와 엽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넌 지금 보물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몸을 낮추는게 좋아. 나중에 천검종으로 돌아가면 나와 함께 우리 아버지를 만나러 가자. 그렇지 않으면 천검종에 돌아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령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곡일평의 수위는 이미 예전 같지 않으니, 칠절마도나 가지고 가야겠군.”
“그게 제일 좋겠어.”
소령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그녀는 열네다섯의 소녀답지 않았고, 종문의 법률을 숙지하고 가슴에 성부를 품은 제자 같았다.
곡일평의 눈에 원망이 서렸다.
흉악한 표정으로 소령과 엽운을 노려보며 숨을 헐떡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엽운의 눈에 이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만약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단칼에 베어 죽일 수 있다.
“엽사형, 방금 그 검은 이름이 뭡니까? 정말이지 너무 강하던데요.”
여명홍이 다가와 감격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엽운, 너 이 자식, 도대체 3층에서 보물을 몇 개나 얻은거야? 방금 그 보라색 신검은 적어도 중품영기쯤 되겠지?”
단진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모르게 적막함이 느껴졌다.
“여사제, 단사형. 그냥 별 것 없었어. 너희들도 보물과 공법을 얻었잖아. 단지 수련할 시간이 없었을 뿐, 대묘를 떠나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수련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결코 나보다 뒤쳐지지 않을거야.”
엽운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 두 사람에게는 적어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녀석을 죽이지 않더라도, 수위를 전부 빼앗아 후환을 없애야 해.”
단진풍은 눈살을 찌푸리고 곡일평을 가리키며 말했다.
엽운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살려두기로 결정했으면 수위를 없앨 필요도 없어. 칠절마도나 가져가면 된다고.”
말을 마치며 그는 앞으로 걸어가 곡일평의 손에 쥔 칠절마도를 거두려 했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파동이 전해져왔고, 이어서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꾸물꾸물 대기나 하고, 그딴 계집에같은 마음으로 무슨 수련을 하겠는가? 네가 안 죽이면 내가 죽인다!”